"당연히, 내 마음대로지. 강자는 뭐든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티르는 으르렁거리는 루프레드를 도발하듯 작게 웃고는 그를 내려다본다.
강자는 약자를 짓밟고, 그 위에 올라서며, 자신의 의지를 마음대로 휘두른다. 그것이 강자에게 주어진 마땅한 권리. 티르는 그 권리에 충실한 악마였다. 원할 때 싸움을 걸고, 폭력을 휘두른다. 자신이 강자로 성장했기에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였다. 당장 저 수인 남성만 해도 자신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강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자신에게 소리치고, 자존심을 세우고, 맞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겠지. 도망치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자이기에 자신의 앞에 서서 내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래. 생물이라면 그래야 하는 거지."
루프레드에게 깔리는 와중에도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
티르는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양 손에 투기를 가득 모은다. 손에 투기가 흘러넘치고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했을 때, 그는 곧바로 루프레드의 양 팔을 잡으려고 시도한다. 만약 성공했다면 티르의 투기가 루프레드의 몸 안쪽으로 흘러들어가 루프레드의 안쪽부터 그를 파괴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루프레드는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넘어진 상대 위로 올라탄다. 남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금빛 손아귀가 그 팔을 붙잡는다. 아, 뭔가 잘못되었다.
온 몸에 찌릿한 통증이 전해진다. 벼락이라도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전류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몸 이곳저곳을 찢어놓는다. 피멍이 들며 살갗이 찢어진다. 눈자위에 발갛게 핏발이 서고 맥박은 점차 느려진다. 죽음을 감지한 것마냥 심장이 천천히 뛰고 있다. 비명만이라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문다. 날선 송곳니가 피부를 뚫는다. 터진 입술에서 침과 피가 섞여 뚝뚝 떨어진다. 잇새로 새어나오는 신음엔 고통스런 기운이 잔뜩 묻어있다. 전신에서 힘이 빠진다. 루프레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명확한 한계를. 고통 속에서 눈꺼풀이 서서히 감긴다.
… 가슴 속에서 화끈한 게 느껴진다. 불꽃이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잔불이 점차 몸집을 키우며 거대한 화마가 된다. 화마가 모든 걸 불태울 기세로 맹렬히 번져나간다. 눈이 번쩍 뜨인다. 이제 아프지 않다. 몸에 다시 생기가 돌아온다. 그의 신체를 잠식하던 투기는 이미 사그러들었다. 루프레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상대의 눈을 똑바로 노려본다.
"…아직 안 끝났어…!"
그의 손 끝에서부터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건 이윽고 거대한 불길이 되어 루프레드의 두 팔을 집어삼킨다. 화염을 두른 모양새다. 양 팔에 힘을 주자 불은 더욱 커진다. 루프레드는 그대로 상대의 붙잡은 손을 내치려 했다.
티르는 기분 나빠하는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싸움 좋아하는 머저리라는 말은 그에게는 당연한 것. 당연한 것에 기분이 변할리는 없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자신 위에 올라탄 루프레드를 응시했다.
상대방을 전부 파악하지 못 했으면서 붙잡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나 이런 세계처럼 몸의 표면으로 저주라던가를 흘려보낼 수 있는게 가능하다면 더더욱. 하지만 여기까지 버틴 것만 하더라도 저번보단 더 발전한 것이다. 이런 미숙함은 경험의 차이이니 점점 채워져 나가겠지.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가 얼마나 강해졌을지를 궁금해하며 티르는 루프레드를 기절시키려고 했다.
...허나,
"허어."
티르가 탄성을 흘린다. 분명히 내상이 있었을텐데, 이제는 그 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회복... 저 불꽃이? 탄성을 흘리던 입가는 이내 반달 모양으로 변한다. 즐거움에 크게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느껴지는 불꽃은 명백한 드래곤의 기운. 그리고 그것을 다루고 있는 마음에 드는 수인. 그는 실로 오래간만에 싸움에서 잊고 있던 충만감을 느낀다.
"그래. 더 해봐라. 네 밑바닥을 드러내라.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루프레드가 내치자 티르의 손이 불꽃에 부딪혀 뒤로 물러난다. 살이 익는 소리가 살짝 들려왔다. 화상의 아픔따윈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그는 살짝 뒤로 물렸던 팔을 다시 앞으로 뻗어 루프레드의 가슴팍을 치려고 한다. 투기를 충격파로 변환하여, 루프레드를 저 멀리로 날려보내려고 했다.
>>524 모험가의 등급은 이전에 말씀드렸듯 흑요 등으로 나뉘어지지만, 각 클래스 별 세부등급은 F~SSS급으로 나뉩니다. 이를 종합해 보자면
은급 모험가 클래스 : 스카우터 (A급) 암살자 (B급) 선호 위치 : 척후
같은 동료모집 공고를 보았을때, 이 사람이 어떤 역할을 어떤 자리에서 얼만큼 수행할수 있는지 알수 있죠.
금급 모험가 클래스 : 궁수 (S급) 선호 위치 : 전방
위 사람은 전방에서 직접 활을 이용한 전투를 하겠구나! 후방에서 원거리 무기를 통한 지원보다는 선두에서 아크로바틱하게 덤벼들겠구나! 같은걸 파악할수 있습니다.
스킬 자체에는 랭크시스템이 없고, 초급마법, 중급, 고위, 초고위 마법 등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메테오를 쓸 수 있다고 꼭 마법사 랭크가 높은것만도 아니긴 합니다. 메테오를 쓸 수는 있지만 제어할수 없고 쓰면 죽음! 같은 조건이 있으면 훌륭한 마법사라곤 할 수 없겠네요.
나는 이 세상에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확신한다. 아름다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맛있으면 그만인 음식을 치장하고, 살 수 있으면 그만인 건물을 꾸며 대겠어? 아름다움은 곧 선이고 권위다. 그러니 나도 존재 자체로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화하다 보니 이 여자아이는 어쩐지 나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리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면을 보려 들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은 부분을 굳이 드러내서 평가를 깎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당연히 나도 그렇고?
"그렇게 보였어? 후후, 미안해. 숙녀를 앞에 두고 정신을 팔다니 예의 없는 행동이었어."
나는 자연스럽게 받아넘긴다.
내 직업은 마법사다. 치유 마법을 전문으로 하니까 전장에 나갈 일도 없을뿐더러 그런 걸 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무구점이나 보존식 같은 물건과는 거리가 있다. 안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어렵지 않지. 대신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어?"
지금부터 나는 여자아이를 시장으로 안내하는 김에 짐을 들게 시킬 생각이다. 미모 아래에 존재하는 것을 눈치챌 뻔한 것에 대한 사소한 무언가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