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 당신은 왜곡된 공간 안에 직접 손을 넣어, 엘더 리치의 영혼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걸 보고 그녀가 또 한번 놀라 당신을 만류하려 뭐라고 소리를 내뱉지만, 이미 당신은 집중하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그녀의 만류도, 엘더 리치가 지르는 탁한 비명도, 곧 사그라들고, 당신은 그의 영혼에 간섭하기 시작합니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직접 흝기 시작합니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 곧이어 거센 폭우로. 그리고 마족의 인장, 펄럭이는 깃발,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어두운 공간 안에 있습니다.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곧이어 그 공간에서 거대한 눈이 나타납니다. 보는것 만으로 당신의 정신 방벽을 돌파하고, 불쾌감과 심한 두통, 구토감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마치 혀로 당신의 뇌를 핥는듯, 알아들을수 없는 룬 문자가 새어들어오더니, 곧이어 당신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합니다.
' 검은 쥐, 벼룩, 메뚜기, 모기, 부패한 늪. 다섯이 모여 오망성을 그릴때 내가 세상에 현현하리라. '
말을 마친 그 눈동자는 다시금 당신을 바라보았고, 서서히 당신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84
남자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당신의 제스처를 보고는 바지에 살짝 오줌을 지립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요금도 내지 않고 갔는지, 주인이 뭐라뭐라고 시끄럽게 욕하기 시작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겠죠? 어쩌면요.
당신은 그와 함께 옷가게로 들어갑니다. 화려한 드레스부터, 단정한 정장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가게 주인은 도련님을 알아본것인지 환하게 웃으며 당신과 도련님을 반기는군요.
" 아이고, 에이든 도련님이랑, 이쪽 꼬마 아가씨는 메이드인가?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가게 옷이 이쪽 거리에선 최고입죠. 어떤 상품을 찾으십니까? "
" 안녕하세요! 음.. 그러면 카르나 옷 부터 골라주실래요? "
" 아, 그것도 좋겠군요. 꼬마 아가씨, 어떤 옷을 좋아하니? "
부드러운 미소를 띈 단정한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386
당신은 제국의 최동부, 상인 마을의 위쪽, 야망을 가진 마왕들이 침공해오는 전쟁터에서 패잔병과 탈영병을 모아 전장의 한 구석에 모았습니다. 곳곳에서 마법사가 급하게 영창하는 소리가 들리고, 투석기로 납덩어리가 날아다니며 살이 으깨지는 불쾌한 소리가 들리며, 천둥소리, 폭발음이 귀를 덮칩니다. 순식간에 날아가는 엘프의 활이 공기를 찢으며 오케스트라를 연주합니다.
탈영병, 패잔병... 서로 이름도, 종족도, 나이도, 소속도 다른 이들은 스무명정도 되어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군요. 그러다가, 고양이 귀를 단 소녀가 천천히 손을 들면서 묻습니다.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는 점점 감겨오는 눈커풀을 거부하지 않고 또 한숨 푹 잤을 것이다. 내킨다면 한 며칠을 그대로 있었을 수도 있었다. 천천히 눈을 감던 그녀가 볼의 간지러움을 깨닫지 못 했다면 말이다.
"간지ㄹ.."
언뜻 잠기운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스윽 옆으로 굴리니 딱 봐도 정령 같은 녀석이 그녀의 볼을 간지럽히는 중이다. 뭐 하는 걸까, 하고 다 생각하기도 전에, 정령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직접 들어온다. 대충 들은 대로만 해석...해보면...
"...놀아달라고..?"
놀아주면 뭔가 해준다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한 손으로 모래정령을 들어올린다. 포슬포슬해 보이는 모래정령을 몇번 슥슥 쓰다듬어주고, 아무렇게나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킨다.
"그래, 놀아줄게... 더 많이 데려와도 돼.."
다같이 노는게 재밌잖아?
들어올린 모래정령을 가볍게 날리듯 놓아준다. 그리고 그녀의 날개 두 쌍을 꺼내 최대로 펼쳤다. 조금 과장해서, 해도 가릴 수 있을 만한 두 쌍의 날개를 천천히 퍼덕여 살짝 날아오르고선 지면을 향해 다소 과격한 바람을 일으켰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작은 회오리 정도는 생길 만큼?
그래도 적절히 힘조절은 하는지 지면을 부수거나 큰 폭풍이 되거나 하지는 않고, 자잘한 회오리가 일어나고 사라지길 반복하며 잠잠하던 지면을 한동안 정신없게 만들었다. 심심했을 정령들에게 어느 정도 재미를 주긴 했을까.
곧이어 그들의 무리는 주섬주섬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홀로 남아, 불처럼 일렁이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396 당신은 수천, 아니, 수만가지의 방벽과 마법을 구현하며 크게 외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몸에선 빛이 나며- 어두운 공간을 깨트리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랬어야 할 터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당신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소에 위치합니다. 아까까지, 분명히 당신이 서 있었던 장소인데, 엘프인 그녀도, 당신이 쓰러트린 엘더리치와 오거들도, 하물며 있어야 할 숲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 아래로는 검붉은 진흙이 드넓게 펼쳐져있으며, 하늘은 거무죽죽한 흙색입니다. 그런 당신의 앞에, 검은 쥐 한마리가 나타나며 말합니다.
" 하찮은 필멸자여, 증오스런 가이아의 피조물이여, 하물며 이 세계의 피조물조차 아닌것이여.
그리 쉽게 도망칠수 있을 줄 알았느냐. "
쥐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당신은 시선을 느낍니다...
! 사이드 퀘스트, 조우. 시작합니다.
>>397
당신이 간지럽힌다는 말에 실프들은 좀 더 들뜬듯 웃으며, 이리저리 춤추듯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합니다. 실프의 숫자는 총 세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명은 꼭 땅의 정령 노움의 행색을 하고선 나무 옆에 우두커니 서있군요.
' 안녕? 안녕? 나. 노움. 노움. 실프? 아님! 절대 아님! '
실프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398 당신은 조금 고민하다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자 노신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옷 한벌을 가져와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 이 드레스는 어떻니? 우리 손녀도 참 좋아하던데. "
프릴이 잔뜩 달린, 화려한 핑크색 드레스가 당신의 눈 앞에 놓여집니다. 귀여운 리본까지 잔뜩 달렸군요!
" 아니, 그러면 유령이 뭘 할수 있어요? 고상하게 말 별로 안하고 티타임이라도 하나요? 제가 캡숑 오래 살았는데, 아, 캡숑이란 말 아직도 쓰죠? 그쵸? 저 살았을때 유행어였는데. 여튼, 아쉽게도 마음 맞는 티스푼 유령이랑 찻잔 유령, 먹을수 있는 차 유령은 못봤네요. 전엔 싫었는데, 지금보니까, 이야. 유령이라서 살았네요. 그 주먹 맞았으면 꼼짝없이 죽었겠구나 싶더라구요. 아, 이미 죽었지만. "
회심의 유령 개그 2회차가 작렬하고, 그녀는 당신의 반응을 살핍니다.
" 저기요, 제가 지금 잠깐 생각해봤는데, 더 편한 자살 방법이 한 3개는 될거같거든요? 죽음의 드래곤을 이용한 자살 방법은 별로 웃기지 않은 농담같은데... "
그러다가 그녀는 이어지는 당신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입니다.
" 저기... 오키도키, 이해했어요. 근데요, 사실 그분, 집에 갔는데요? "
엥?
>>401
' 와! 와! 신남! 신남! '
당신이 모래정령을 들어올리자, 그것이 행복하게 웃습니다. 포실포실하게 쓰다듬어지자, 정말 기뻐보이네요. 그리고 당신이 일어나서, 지면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자, 어디에선가 나타난 모래정령 무리가 자이로드롭이라도 되는듯, 잔뜩 신나게 그걸 타고 놀고 있습니다. 기쁜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한동안 정신없게 놀던 정령들이 만족한듯 보입니다. 그러자 거대한 모래정령이 땅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당신을 향해 말을 겁니다.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날을 꼽아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느 날을 꼽을까. 누군가를 만난 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날, 즐거운 환담을 나눌 홀리데이. 그런 날들 중 마리안이 제일 사랑하는 날은 홀리데이였다. 조금 흐트러져도 활활 타오르는 사람들의 열기 속에는 티도 나지 않는 그런 날. 그리고 오늘은 마리안한테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
마리안의 생일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은 앞으로의 인생에 비하면 짧지만 제 삶에선 꽤 길었던 일상과 작별을 고하는 날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 생명이라면 누구나 가슴 안쪽에 불꽃이 있다. 빌어먹을 얼음 파충류년이랑, 물뱀년, 그리고 잿더미로 만드는 죽음놈만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그대의 불꽃이 마음에 들었다. 그대가 살아갈 그 삶이 궁금해졌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아, 그녀들을 만나면 내 몫까지 좀 실컷 때려주기도 해다오. "
고맙다는 말이 부끄러우면, 나중에 맛 볼 진미로 미뤄둬도 괜찮단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 그럼, 이제 짧은 이별의 순간이겠구나. 난쟁이들의 마을로 보내주마.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널 경계할수도 있겠지만, 내 비늘을 보여주면서 적당히 둘러대기라도 하거라. "
그리고 그녀는 당신의 말을 기다리는듯 가만히 바라봅니다.
>>423
쥐는 당신의 광선을 맞고,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로 사라져버렸지만, 어느새 늪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납니다. 꿀럭거리며, 보는것만으로 아득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이형의 슬라임같은, 부정의 집합체. 그것에겐 어떤 눈도 없는데도, 당신을 바라보는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탐지 마법을 사용했지만, 오로지 어둠만이 보입니다. 주변엔 오로지 어둠 뿐입니다.
" 역병을 맞이하라. "
곧이어 천천히 당신의 발 끝에서부터, 조직이 검게 괴사하기 시작합니다.
>>424
' 아니다! 한다! 작전! 노움인척! 완벽! 뿌듯! '
실프가 이 완벽한 의태가 어떠냐! 하는 몸짓을 해보이며,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다른 실프들이 꺄륵거리는 소리도 귓가에 울립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다른 실프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