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당신은 흑룡의 거처에서 나와, 인근 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깜빡하고 있던게 하나 있습니다. 그녀의 거처는 마족령에 존재한다는 놀라운 사실이죠.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기운 탓에 누구도 당신을 인간이라 생각치는 못했지만... 들키는건 시간문제일수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고즈녁한 마을이 눈에 담깁니다. 상인들도 있고, 마수의 뼈를 들고 씹어먹으며 뛰노는 아이들도 있고, 흑마법을 이리저리 쏘아대며 서로 싸우고 있는 살풍경들. 그러다 당신의 등 뒤에서 익숙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 그대야, 나를 두고 어디를 가느냐. "
! 폴리모프한 흑룡이 어느새 당신의 뒤에 나타나,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31 당신은 녀석의 발치에 피 섞인 침을 뱉습니다. 그걸 보곤, 녀석은 씩 웃으며 당신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날립니다.
참으로 뭣같은 이세계 생활이었습니다.
어라? 왜 죽지 않죠? 설마 2회차 2세계 전생?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같은 느낌일때, 당신은 눈을 떠봅니다.
새빨간 진홍빛의 긴 머리칼, 풍만한 육체, 그리고 그녀의 주위를 휘감은 작렬하는 불꽃.
" 라... 라그나로스다. "
한 귀족의 단말마가 새어나오고, 곧이어 사태는 아수라장으로 치닫습니다. 이 혼란한 와중에, 그녀는 자신의 열기에 불타버린 곰 수인의 시체를 흘낏 보다가,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 한때의 변덕이겠지만, 네게 흥미가 생겼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필멸자여. "
룬 문자의 언어, 그녀의 입을 통해서 나온것은 알지 못하는 사어였지만, 당신의 정신에 직접 말을 거는듯한 신비한 감각과 함께 곧 그녀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 그녀가 당신의 이름을 묻습니다.
>>32 당신은 바로 수도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하루정도 소비한 당신은, 제국의 수도에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길게 늘어진 줄, 짐마차들. 짐을 빽빽하게 멘 상인들이 당신의 앞에 서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당신의 차례가 되었고, 경비병이 묻습니다.
당신은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습니다. 어스름한 하늘을 쳐다보다가, 그렇습니다. 당신은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완벽하게 청소됩니다. 깔끔하고, 먼지 한 톨도 없고, 각잡혀진 물건들! 이른 아침을 맞는데엔 더 할 나위 없이 상쾌한 출발이겠죠.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가 당신의 귓가를 감미롭게 맴돕니다.
? 이제 청소는 마쳤습니다. 무엇을 해볼까요?
>>39
당신은 순식간에 텔레포트하여, 서쪽 숲 안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탐지 마법을 사용하였고... 여기서 서쪽으로 7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수들을 발견해냅니다. 하이 오크, 다수의 오거, 그리고 마족의 인장을 건 깃발을 내건 채로 엘더 리치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등 바로 뒤에, 생명력을 가진 인간이 서있다는 사실도 눈치채게 됩니다. 팽팽하게 활시위를 당긴 채.
" 누구냐. "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녀는 이 광대한 탐지마법으로 자신을 탐색한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이는군요.
이어지는 사람들의 무리는 수도의 위상을 알게 한다. 상인들, 사람들, 여행자와 방랑자. 각기 다르고 비슷한 목적으로 수도에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지만 수도는 처음이라 조금 두근거리는 참이었다. 제국의 수도라면 분명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일테니까 기대는 당연했다.
"여행중인 인형사로, 여행지로 수도를 추천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인형극을 할 생각인데 문제가 될까요?"
오는 길에 미리 꺼내둔 인형, 인형극에 사용하는 마리오네트를 꺼냈다. 금발 땋은 머리를 한 도련님의 인형이었다. 딱히 모티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자부하는 인형이다. 그럼, 돈은 얼마나 내게 되려나. 나는 눈이 마주쳐진 경비병에게 애써 웃음을 보여주었다.
좋아, 청소도 끝났고 이정도면 모두가 상쾌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 진짜로 모두가 깨어나야 할 시간까지는 좀 멀었습니다. 무얼 해야 할까요? ...아, 혹시 주인 어르신이 또 집무실에서 주무시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항상 제가 깨우러 갔으니까요. 발걸음을 조심히 재촉해, 집무실 앞까지 와서 노크를 세번 합니다.
" 인형사라, 너. 꽤 돈좀 벌겠네, 꼬맹아. 마침 축제중이거든. 나흘 뒤가 황제폐하의 탄생일이지. 앞으로 2주는 계속 축제를 할거야. 광장 같은데에서 인형극을 하면, 통행료보단 쏠쏠하게 벌거야. 다른 음유시인이나 광대들한테 두들겨 맞지 않게 빈 자리를 잘 찾아보라구. "
하지만 죽음이 찾아오긴 커녕 기시감만 들었다. 누군가의 단말마가 들렸다. 라그나로스? 그게 누군데? 뭐지 그 화산 심장부에 사는 불의 군주같은 이름은? 그는 눈을 살며시 뜨고 상황을 살폈다. 귀족들이 일사불란하게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있다. 그와 맞붙었던 곰 수인은 이미 바싹 탄 시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 앞에 낯선 여자가 서있었다. 넘실대는 불꽃과 풍기는 기운. 그녀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곧 여성이 말을 한다-루프레드에게 건네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몰리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돈을 받는.. 나 같은 직종에게 찬스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이 몰릴테니까 그만큼 음유시인과 서커스도 많을테고. 그들과 자리 싸움하는 건 싫었다. 사람들이 드문 뒷골목 아이들을 상대로 놀아주는 편이 더 낫겠다. 그런데
제 뒤의 커다란 창에서 햇살이 올라오는지 한줄기의 빛이 창으로 새어 들어옵니다. 이제 저택의 모두가 일어날 시간이겠죠. 이어지는 주인 어르신의 말에 저는 그날의 일이 떠올라버렸습니다.
"앗 ㄱ...그렇죠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요! 금방 깨울게요!"
크림로즈 공작가의 영지 근교에 눌러앉은 범죄조직 영역이 공작가와 영지에게 너무 위협이 되어 살짝 정리만 한 것 뿐인데... 어쩌다가 제가 암흑가 조직원들을 정리하는 광경을 주인 어르신께 들켜버렸습니다... 일단 깨우러 가 봅시다! 어르신에게 꾸벅 인사를 남기고, 주인님의 방으로 발을 옮깁니다.
그녀의 작열하는 불길에 모든 것이 타오른다. 쇠창살도, 호화로운 관중석도, 기둥도, 천장도… 하늘이 드러난다. 햇빛이 드러난 돌바닥 위로 내리쬔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태양이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한 마리의 붉은 용이었다. 루프레드는 그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오니 처음 보는 인파가 나를 맞아준다. 대체 무슨 상황일까 궁금해, 일단 멋쩍으니 웃어 준 것이 화근이었을까. 바로 몇 초 후-
■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됐다.
어라라라라라. 내 의사는 묻지 않고, 그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서 뭔가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은데? 아, 바람의 정령 실프들이구나. 실프들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온 거야? 정말 눈물나게 고맙다. 그리고 역시 정령사를 했어야... 아니다.
"와~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기요? 저기요오? 아노네??"
지치지도 않고 먼 거리를 잘도 가는 그들의 체력에 경의를 표한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다는 거고, 부정적인 사고 회로를 돌리자면 끝도 없이 걱정이 될 터였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된 상황에서 굳이 더 부정적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들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나 보기로 했다.
" 좋다, 루프레드여. 지금 이 순간부터, 신성한 계약에 의해, 나 라그나로스의 이름을 걸고... 그대에게 자유를 보장해주겠노라. "
가자, 나의 거처로. 그녀는 당신을 들어 등에 태우고, 곧이어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저 하늘 위로, 그렇게 위로. 구름 위에 다다라서야 겨우 앞으로 날갯짓하기 시작한 그녀. 당신은 주위를 둘러봅니다. 위에서는 태양이 기분 좋게 빛나고 있고, 앞으로는 그저 끝없이 펼쳐진 푸른색. 당신의 뺨을 바람이 스쳐지나가는데, 조금 셉니다. 어라? 이러다가 떨어지는거 아닐까? 싶은 정도긴 합니다만, 떨어지지는 않으니 그러면 된거 아니겠습니까. 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오직 새하얀 구름들 뿐입니다. 그리고 간간이 그 사이로, 아주 자그마하게 대륙이 보입니다. 비로소 진정한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구름을 넘어, 드워프의 대륙, 마그마 바다를 건너 거대한 동굴에서야 그녀는 당신과 함께 땅을 밟았고, 곧이어 당신을 내려준 뒤에, 인간으로 폴리모프합니다.
그와 그녀들은 당신의 말은 듣지도 않은채 계속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알아본 결혼식 명당이 있다는 둥, 이정도면 세계수에서 결혼을 해야한다는둥, 거길 그 장난꾸러기 정령들이 들여보내줄거 같냐는둥(이 대목에서 실프들이 꺄륵 웃으며 회오리바람을 만드는 통에 한번 넘어질뻔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제히 멈춰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실프들이 모습을 감추고, 어느새 공격적인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이엘프들도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당신을 꼭 팔 안쪽에 껴안고 앞을 노려봅니다.
"음... 확실히, 정말 아름답구나. 하이 엘프들은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이건, 하이엘프의 수준이 아니야. 아프로디테님보다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봐라, 천벌도 안 받는걸 보면 사실이지 않느냐."
어라? 당신의 눈 앞에, 거대한 뿔을 달고, 긴 흑색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창백한 피부의... 그렇습니다. 마족이 어느새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 내가 받아가겠다. "
어라? 하는 순간에, 순식간에 당신은 이번엔 이 마족에게 안겨, 텔레포트로 눈 깜빡일때마다 위치가 변하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다가, 곧이어 정말로, 말 그대로, 날아가게 됩니다. 검게 펼쳐진 세 쌍의 날개. 마왕급인 마족이 분명했습니다.
! 어라? 이건 진짜 납친데요??
>>61
그녀가 조금 토라진듯 말합니다.
" 또 어딜 가려는게냐? 내가 잠든 사이에 슥 나가더니, 이번엔 이 마을에서도 벗어나겠다고 하고... "
" 그대야, 나는 밤의 군주, 그리고 그대만의 밤. 내게서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리 어디를 가려는게냐. "
그녀가 당신이 안아주자, 마찬가지로 꼭 당신을 안습니다. 어라? 이 고개 꺾음은.. 샤프트 각도..?
? 살짝 위험할지도??? 몇몇 마족은 당신과 그녀를 보더니 힘내게, 젊은이... 하는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62 그녀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가만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나뭇잎 틈새로 조각난 햇볕이 얼굴에 닿았다. 얼마나 잔걸까. 이미 꺼져버린 모닥불에서는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피로가 가시지 않은 몸에서는 근육들이 조금 더 쉬게 해달라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위대하신 태양께서는 근면한 자를 총애하신다. 아침이 오면, 움직여야한다. 아무리 하고싶지 않아도 말이다. 특히 숲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나마 다행인건 이 근처에 있는 강을 찾아놓았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