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세계로 왔을 때, 죽기 전까지 병실에만 있어 튼튼한 몸 말고는 세상을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기꺼이 거둬주신 분이 바로 에이든 도련님이십니다. 아마 이 분이 없었더라면 저는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우선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묵은 공기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신선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도련님이 잠자리에서 완전히 깨실 때 까지, 오늘 입으실 옷을 준비합니다. 드레스룸에서 빠르게 몇 벌을 챙겨 행거에 걸어 끌고 나오자, 도련님은 완전히 깨어나신 것 같습니다.
핸들을 휘둘러 인형을 내 어깨 위에 얹은 뒤 손을 흔들었다. 진짜, 어디든지,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악당은 꼭 있었다. 심장 조각사의 이야기는 어렴풋이 들었을 뿐이다. 나는 그런거 좋아하지 않는다. 살인마의 잔혹사를 읽으며 실실 웃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자의 이야기도 싫었지..
눈을 마주친 꼬마아이에게 웃어주고, 내 어깨의 인형을 움직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럼 일단 자리를 잡고, 공갈당한 20개의 은화를 메꿔야 했다. 축제인 만큼 이야기는 유쾌하고 즐거운 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웅담이 좋을 거 같고, 아서의 이야기는 저번에 했으니 맥데이의 이야기가 좋을까? 폴라리스의 연애담도 인기는 좋을텐데.
! 인형극을 할만한 주인 없는 자리를 잡는다.(심장 조각가 퀘스트는 어떻게 시작할지 모른다..)
>>83 당신은 깨어납니다. 나뭇잎 틈새로, 조각난 햇볕이 얼굴에 닿습니다. 얼마나 잔걸까요? 모닥불은 이미 꺼져버려 재만 남았고, 근육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하지만 이곳은 숲 속이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부스스한 정신 속에서도 당신은 올바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만한 깐프 녀석들이나, 아니면 굶주린 마수가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당신은 찾아둔 강가로 갑니다. 그곳에선, 조각나지 않은 햇볕이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덥지만, 강가의 시원함이 벌써부터 몸에 사무치는것같습니다. ...이런, 선객이 있었군요. 강가에 앉아 발을 담그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녀는 당신이 있는지도 모르는것 같습니다.
? 어떻게 할까요?
>>84
당신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환기합니다. 드레스룸에서 옷 몇 벌을 꺼내오자, 에이든은 완전히 정신을 차린 듯 일어나선 당신의 인사에 활기차게 대답합니다.
" 응, 카르나는? "
그리고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며 묻습니다.
" 맞아, 카르나. 오늘은 뭐 할래? "
그는 벌써부터 오늘이 기대되는듯, 얼굴에 미소가 만연합니다.
>>85
당신은 늦은 아침에 일어납니다. 맞습니다, 늦게 일어나는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죠. 아침햇살은 눈부시고, 오늘도 당신은 무엇보다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는데... 이런, 늘 그렇듯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길게 줄서있습니다.
우선은 잠을 깨는게 우선이었다. 가볍게 세안을 하면서 소녀가 있는 쪽을 주시했으나 별다른 이상함은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숲속에 여인 혼자 있는 것은 어떨까 싶다. 보아하니 별다른 훈련을 받은것 같지도 않은 일반인 같은데. 우선은 가볍게 주의정도만 하는게 좋을까.
"이런 곳에 혼자 계시면 위험합니다."
얼굴에 묻은 물기를 천으로 털어내며 소녀에게 다가간다. 우선은 무섭지 않도록 웃기라도 해보자. 이런 곳에 칼든 모험가가 갑자기 나타나면 아무리 그래도 위험한 사람처럼 보일테니. 이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 편하게 대하라, 루프레드여. 비록 만난지 하루도 안 된 인연이지만, 거리낄것 없이 대해도 좋다. "
그녀가 곧이어 동굴 안쪽으로 더 들어가더니, 분명... 바친게 여기 어디쯤에 있었을텐데... 같은걸 중얼거리다가, 거대한 마수의 시체를 꺼냅니다. 드래곤의 아종, 마그마에 서식하는 레드 어스 드래곤의 시체. 그걸 손으로 슥, 슥 잘라 뼈와 살, 껍질을 분리하더니 어느새 먹기 좋은 큼지막한 크기 (아마 드래곤이었을적 그녀의 머리크기정도) 로 잘라, 숨결을 훅 불어, 순식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정도로 익히더니, 당신의 앞에 가져다줍니다.
" 많이 지쳤을텐데 우선 먹자꾸나. "
>>88
당신은 소년의 공격을 하나하나 파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 관자놀이로 향한 공격은 손목을 쳐내었고, 로우킥을 헛치게 만들어 햄스트링을 가볍게 짓밟았으며, 소년의 손목을 순식간에 잡고, 그대로 빙글 돌립니다.
소년은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채 이해하지도 못한채, 당신의 철퇴를 정통으로 맞고는, 그대로 투기장의 바닥에 거대한 충격과 함께 떨어집니다.
수만년된 거목이 쓰러지는것같은 둔탁한 소리가 지면을 강타한 이후, 파괴되었던 소년의 머리가 점점 재생되더니, 곧이어 눈을 깜빡거리는 소년은 정신을 차리곤 크게 웃습니다.
" 졌는가. 수만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던 내가, 몇 수 만에 졌단말인가. "
그리고 소년은 미련을 다 떠나보낸 얼굴로 티르를 바라봅니다.
" 만족할만한 싸움이었다. 축하한다, 나 먼저 저승에서 기다리겠노라. "
! 그가 천천히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90
당신은 인형극을 할만 한 주인없는 자리를 잡는데, 도통 어딜 보아도 만석입니다. 한 구석에서는 어릿광대가 저글링을 하며 관객들을 모으고 있었고, 다른곳에서는 초급 마법사가 물로 새를 만들거나, 꽃을 만들어 펼쳐보이며 공연 겸 수행을 하고 있었고, 제일 목이 좋은 분수 앞에서는 음유시인을이 떼로 몰려 화음을 만들며 공연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도, 비어있는듯한 작은 뒷골목 입구에서 당신은 인형극 준비를 하기 시작했으나, 얼마 안있어 그런 당신을 본 다른 어릿광대 몇몇이 몰려와선 따지기 시작합니다.
" 야! 여기서 인형극을 하면 어떡해! 넌 상도덕도 없냐? 나때는 말야! 어릿광대 근처에서 인형극을 한다? 바로 그냥 후레자식 됐어! " " 야, 상도덕이 머야 근데? " " 쉿.. 나도 몰라.. 좀 있어봐, 밥은 벌어먹고 살아야될거 아냐! "
! 역시 수도는 치열하군요. 이게 맞나?
>>91 그녀는 역시 또 당황했으며, 채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마족들에게로 텔레포트합니다.
당신이 갑자기 그들의 앞에 나타나자, 당황하던 그들은 곧이어 공격 채비를 갖추었고, 도끼를 든 오거들이 달려들었으며, 엘더리치는 흑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 대체.. 이게.. "
아직 상황을 따라가려면 조금 더 걸릴듯 해보이는 그녀에게로, 도끼 하나가 날아오기 시작합니다.
곧 라그나로스가 무언가의 사체를 가져왔다. 그 모습에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수 몇몇은 투기장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저렇게 큰 건 처음 보는 루프레드였다. 그리고 앞에 떡하니 놓이는 거대한 고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저게 밥이라고? 마수 고기라니까 뭔가 거부감이 들지만, 일단 고기니까.
생으로 먹기엔 너무 커보이지만, 루프레드는 개의치 않고 맨손으로 살덩이를 뜯어낸다. 그는 고깃덩이를 입으로 가져가 씹으면서도 은근슬쩍 화룡의 눈치를 보았다. 게다가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기까지. 투기장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받아먹을 때의 버릇이었다.
>>75 실프들은 장난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난 때조차 즐기고 있다니 진짜 장난하나? 장난둘. 어쨌든 모두가 내 말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어딘가에 멈춰 섰다. 이 관광버스가 드디어 쉬려는구나 싶어서,
"휴게소인가요? 근데 좀 많이 추운데요~"
라고 말하며 여전히 붙들린 채로 앞을 바라보니, 여긴 휴게소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남의 사유지인 듯했다. 하이엘프 여러분? 왜 당연하다는 듯 인파 속에 섞여 있죠? 가 아니라, 저를 왜 여기로 데려온 거죠?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녜?"
천벌이라고 한다면- 예전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읽은 그런 거? 글쎄, 상대의 말대로 아직까지 멀쩡한 걸 보면 괜찮은 건가 싶다. 아니아니 안 괜찮다. 지금 상대는 아무리 못해도 마왕급 마족이고...? 나는 날아가고 있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받아간다니, 저는 물건이 아니지만요."
놀랍게도 내가 가장 먼저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거기였던 것 같다. 노예는 물건 취급하는 게 과거 지구의, 그리고 지금 이 세계의 상식이긴 하지만, 나는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그러고 싶겠어? 물론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서도.
어느 곳이나 소란스러운 건 보기에는 좋으나, 그 사이에 낑껴서 장사를 해야하는 사람에게는 슬픈 일이었다.어딜가나 사람들과 사람들과 사람들. 조금 더 일찍 오는 게 좋았을 거란 생각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애초에 장사를 하러 온 것은 아니었으니. 그래서, 인형극 준비 중에 와서 따지기 시작하는 광대들을 보았을 때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저들도 먹고 살려면 이래야지, 했다. 하지만 나도 여행 경비는 필요하니 공연은 해야하는데.. 턱을 툭툭 치면서 고민하다가..
"음, 그럼."
빙긋 웃었다. 핸들을 잡은 손목을 가볍게 휘두르자 가방이 열리고 그 안에서 광대 모습의 인형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인형은 기묘하게도, 허공에 바르게 선 자세로 정중한 인사를 하였다. 뭐, 덤벼오면 적당히 상대하면 되는 거고. 실로 묶으면 되겠지.
"아이와 광대의 이야기를 할까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발음과 듣기 좋은 목소리, 발성이 중요하다. 나는 그걸 연습해왔고, 지금은 퍽 잘한다고 생각한다. 부드럽고 나긋하고 강렬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느 겨울꽃 무성한 마을. 추위의 대지에서 한 아이가 있었답니다."
까딱, 손을 움직이자 그 광대는 어느새 바닥에 앉은 채 모습도 변해, 연약한 꼬마 아이 같은 차림새가 되었다.
"태어나길 힘없이 태어나, 울음소리도 시원하게 질러본 적 없는 이 아이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추운 마을에서는 죽음이 먼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인형을 톡 하고 뛰어올려 광대들 중 하나의 어깨에 올렸다.
"마을에 들른 광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유쾌했다. 광대는 내일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래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창문으로 온갖 재주를 보여주었다. 내 실과 거기에서 이어지는 인형은 그 재주를 즐겁게 보여주었고, 날이 갈수록 아이의 건강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광대가 어느 한 곳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광대는 결국 떠나야할 날이 오고, 아이에게 그걸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꺼내었다. 여느 때처럼 광대를 기다리던 아이는 창문에 작은 돌멩이가 부딪히는 걸 보고 창밖을 보았다. 그 곳에는 광대가 하늘에 서 있었다. 끈도 뭣도 없이 그냥 서 있었다. 광대가 말했다. "나는 이제 떠나야 해.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어서, 곧 새가 되기로 했거든!" 익살스럽게 외친 광대는 곧 비둘기를 꺼내며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먼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 했다. 그 모습을 본 광대는 당황하다가 아이가 창문 바깥으로 떨어지려 하자 자신도 모르게 뛰어내려 아이를 받아내고 말았다. 광대는 얼른 눈 속에 파묻힌 아이를 확인하며 다치진 않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광대보다, 그 위에 있는 밧줄을 보았다. 뭐, 당연했다. 그야, 진짜로 하늘을 날 수는 없으니까. 창문은 열린 적이 없고, 거기서 볼 때 하늘색과 구분이 되지 않는 끈을 사용했을 뿐이니까.
"너에게 꿈을 남겨주고 가고 싶었어."
광대가 말했다.
"여기서 얼마나 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광대는 폭 껴안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된다.
"자 여러분! 인형이 부리는 광대의 재주는 현실에 나오는 것보다 못하답니다! 부디 이분들의 재기발랄한 모습을 봐주시겠나요!"
"...에로스교도의 사랑 노래는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만 아쉽게도 저는 동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곤란한 표정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몇 안되는 재산이니 항상 자랑스럽지만 이상하게도 지금만은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잘못걸린건 아닐까. ...후회해도 소용없겠지. 이렇게 된 이상 계속 간섭하는게 나을거다.
"저희 가문을 알고 계신다니 영광입니다. 헌데 아가씨께서는 어쩐 일로 이런 곳까지 호위도 없이...?"
전능하신 어머니 가이아시여 저를 곤란에 빠뜨리지 말아주소서. 우선은 말투에서 묻어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못해도 거부의 자제일것이지만 아까부터 보건대 이 근처엔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만이 가중되고 있었다.
"필요하시다면 마을까지는 함께 해드리겠습니다. 귀녀가 혼자 숲길을 가기엔 짐승이나 이종족이 있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무척 장난스런 어투로, 순식간에 시간을 느려지게 하여 오거를 죽이고, 엘더리치를 가두는것을 본 그녀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습니다.
" 너... 넌 누구냐, 도대체. "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듯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엘더리치가 조용히 증오를 담아 당신을 노려봅니다.
>>103
당신은 아쉬운 마음에 철퇴를 내던지고, 길게 한숨을 쉽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할 이 상실감.
" 글쎄요... 티르님, 저희는 알지 못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주로 떠돌이들을 싸우게 해준다고 데려오는게 전부입니다. 아니면 티르님의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자도 있는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강자가 강자에게 이끌렸다고 말할수밖에 없는 놈이었습니다. 언데드였지 않습니까? 수만년은 족히 살았을텐데, 이름도 모르는 저희로썬.. "
부하가 말을 아끼더니, 다른 이가 곧 말을 잇습니다.
" 티르님, 드래곤의 영역으로 가보시는건 어떻습니까? "
곧 조금 부하들끼리 술렁거림이 이어집니다.
" 너 미쳤냐? 아무리 티르님이라도, 그건 아니지. 드래곤이잖아, 드래곤. " " 난 티르님이 드래곤보다 강할거같은데? "
이런 술렁거림이 이어지다가-
" 드래곤의 영역 근처엔 강자들만이 발을 디딜수 있지 않겠습니까? 잠시 다녀오시면 저희가 여길 맡고 있겠습니다. "
한 부하가 그렇게 말합니다.
>>106
그녀가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습니다.
" 천천히 씹어 먹거라. 이제 그대는 하찮은 노예 따위가 아니니라. 배가 부를때까지 먹고, 우선은 한 숨 잔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해보자꾸나. "
그녀가 흐뭇하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110
그는 당신의 말엔 별로 대답하지 않다가, 몇시간의 비행과 몇 번의 텔레포트 이후에 곧 마족의 땅, 헬 하운드에 도착합니다. 그의 성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하더니, 그는 털썩 왕좌에 앉아 휘하 스켈레톤들에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 조심해서 머리만 자른 뒤에 박제해둬라. 제대로 부패방지 마법을 거는것도 잊지 말고.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전리품이 생겼군. "
어라? 머리 박제? 당신은 물건도, 사슴도 아니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군요.
? 뭔가... 뭔가 설득을 해봅시다. 살아남자구요!
>>111
당신은 능숙하게 인형극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광경에, 따지러 온 광대들은 어느새 말 없이 당신의 인형극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곧이어 인파가 당신의 훌륭한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끝에 다다랐을때엔 우는 아이들도 있었군요. 그러나, 당신이 관객들을 불러모으자 관객들은 크게 웃으며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광대들은, 곧이어 수없이 연습한 재주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샌가 구해온 커다란 공을 타고, 저글링을 하다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다시 저글링, 익살맞은 농담들로, 어느새 공연은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게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쳐지고, 동화와 은화가 수두룩하게 쌓여있자, 슬금슬금 광대들이 와서는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천년이나 자고도 잠이 온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나 자고 일어나면 적어도 한달은 안 자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천년으론..부족했나...?"
역시 부족했던 걸까? 지금이라도 다시 자러 들어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당장은 졸리지 않아.
느릿하게 일어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나태한 하품을 하며 동굴 밖으로 나갔다. 나가봐야 보이는 건 척박한 헬하운드의 땅 중에서도 변방 오브 변방인 황무지 뿐이었다. 민가도 없고 동식물도 없는, 샛노란 흙바닥만 저 멀리까지 펼쳐진 황야. 얼마 전 누가 찾아왔던 걸 빼면 그녀는 줄곧 혼자 있었다.
"그러고보니...누구, 였더라..."
기억에 남은 건 황금빛 섬광과 같은 빛을 띈 두 눈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얼마 더 지나면 잊어버릴거다. 가장 잊고 싶은, 잊혀졌으면 하는 기억은 여태 가물가물하게 남아있으면서.
"..재미없어."
뚝. 하고 끊은 듯이 걸음을 멈췄다. 검고 푸른 머리카락 사이로 새파란 눈이 지그시 지면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을 멀거니 보고 있다가, 누가 민 것처럼 뒤로 휙 넘어진다. 풀석. 소리와 함께 딱딱하고 퍼석한 흙바닥 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해는 여전히 밝고, 하늘은 천년전과 다를게 없었다.
바로 생각난 광대의 이야기가 유쾌하다기 보단느 다소 감동적인 쪽이었던 게 다소 아쉽지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았고 결과도 꽤 훌륭하게 나왔으니 뒤에서 인형을 정리하고 웃으며 보고 있었다. 조금 엉성한 듯도 싶지만,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는 게 보여 나쁘지 않았고, 솔직히 꽤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멀리서 인형을 조작해 공연에 도움도 조금씩 주고.
쌓인 은화의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많으니까 분류도 귀찮을 거 같은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까의 광대들이 다가왔다. 쭈뼛 거리며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순수하네요!
"아뇨아뇨. 괜찮아요.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대목이기도 하고."
나는 내민 손을 맞잡..고 바로 손을 뺐다. 내 손 크기로 맞춰 만들었던 인형 손만 상대방에 손을 잡은 채 남았고, 나는 내 손을 가린 긴 소매를 펄럭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저는 가장 좋게 끝날 방법을 판단 했을 뿐이에요. 자.. 그럼 친구들? 좋아하는 이야기를 알려줄래요?"
>>119 왜 대답을 안 해 주는 거야. 뇨롱... 엘프무룩해 있는 나를 두고 상대는 얼마간 계속 이동한다. 그리고 척 봐도 불길해 보이는 성에, 딱 보니 위엄 넘치는 왕좌에, 누가 봐도 나 나쁜 놈이요 하는 스켈레톤들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옆에 있는 스켈레톤 하나에게 파하하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 참내~! 박제래요. 지대 어이없어. 살려두면 방부제 안 써도 안 늙는데."
박제가 되어버린 깐프를 아시오? 이것 참 '골' 때리는 상황이네! 머릿속으로 그럴싸한 핑계를 생각해 내지 않으면 죽는 상황. 그런데 그런 신묘한 계책이 나한테 있을 리가 있나?
"와 진짜 웃긴다... 아니 사실 안 웃겨요. 왜 일면식도 없는 저한테... 이렇게 죽고 싶지 않은데요..."
아방방... 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이쪽으로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의 발소리가 묵직하다. 저 해골들 눈도 없는데 앞은 어떻게 본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은 천년이라는 긴 세월의 잠에서 깨어납니다. 동굴 밖으로 나갑니다. 기억은 흐릿하고, 세상은 여전히 재미없습니다. 천년. 무려 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신에게는 꼭 십분이 흐른것만 같습니다. 도대체 드래곤과 정령들은 어떻게 그 긴 세월을 살아가는 것일까요? 무료함이 당신을 덮치고, 당신은 황무지에 털썩 드러눕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당신의 뺨을 간지럽힙니다...
응?
정말로 간지럽군요. 시선을 돌려 확인해보니, 황무지의 정령(헬하운드에 서식하는 모래정령)이 당신의 뺨을 진짜 간지럽히면서 장난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머릿속으로, 오래 전의 룬 문자가 흘러들어옵니다. 당신은 대충 뉘앙스로, 자기랑 놀아주면 재밌는 보상으로 뭔갈 알려준다는것 같네요.
? 어떻게 할까요?
>>123
" 와! 나는 검사 이야기가 제일 좋아! " " 나는 드래곤! "
당신은 그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을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당신에게 푹 빠진 어릿광대들은, 당신과 재밌게 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그들은 또 보자는 이야기와 함께 떠나갔습니다. 당신도 축제를 즐깁니다. 거리를 둘러보면, 온통 활기찬 사람들. 맥주와 럼을 들이키며 자신의 무용담을(보통은 거짓말이지만) 자랑스레 읊는 이야기꾼들, 활기차게 먹을거리, 과자와, 구운 사과와, 꼬치구이를 파는 상인들, 온통 황제폐하 만세! 를 외치며 몰려다니는 사람들, 취객의 싸움을 중재하는 위병들...
거리엔 활력이 넘치지만, 곧 당신의 귓가에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쪽으로 가봅니까?
>>125 당신은 드래곤의 영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그곳에는, 끝 모를 어둠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언데드마저도 감히 다가가지 못할 이곳엔, 부정한 마력들이 공기를 꽉 채우고 있었고,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수가 없을것만 같군요.
>>126
당신이 마침내 실컷 식사를 끝냈을때에, 드래곤이 부드럽게 웃으며 땅바닥에 털썩 드러눕습니다.
" 내일 보자꾸나, 루프레드. "
그리고, 마침내 내일이 찾아왔고... 그녀가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 잘 잤느냐? 이정도면 푹 쉬었겠지. 그래, 이제 말해보거라. 무엇을 할 지. 나와 함께 세상을 정복하겠는가? 내 기꺼이 그대의 검이 되겠다. 아니면 이곳에서 나와 함께 안락한 평온에 젖겠느냐? 그것도 아니라면, 루프레드. 그대의 소망을 말해보라. "
장장 4시간의 진행... 옛날엔 하루에 30시간도 진행했었을텐데.... 크윽....(늙었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잠시 쉬었다가... 그렇게 오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재미있으셨는진 모르겠습니다. 특히 조력자 특성을 고르셨던 카르나님이라던지,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직면하셨던 휴이님이라던지~ 재미있으셨을지 조금 걱정되는군요. 도련님은 마음에 드셨는지? 아니면 진행은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는지? 언제든지 이러한 사항에 관해 피드백 주셔도 좋습니다. 좀더 나아지는걸 모토로 생각하고 있습니당. 다른 분들은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스토리의 갈래를 떠올리고 있으니, 내일의 진행을 또 기대해주십사 하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