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공기를 밀어내며 내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시안의 몸이 떠올랐다. 티르는 시안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자 급하게 몸을 멈춰세운다. 어디지? 순간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의 모습은 없다. 위로 시선을 올리자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몸을 덮고도 남을 두 쌍의 거대한 날개. 틀림없는 악마였다.
"그걸 피하다니, 역시 마왕인가..? 헛소문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그의 머릿속에서 의심은 곧 확신으로 바뀐다. 들었던 것과 똑같은 외모와, 악마를 상징하는 날개. 그리고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반응속도까지... 자신이 생각한 마왕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던 것이다. 물론 공격을 피한 건 의도한 것이 아니었겠지만 티르는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납득해버렸다.
마왕을 만났다는 흥분에 혼자 즐거워하기도 잠시, 마왕 시안이 티르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가 건넨 말에 티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누구인지는... 주먹으로 확인해라, 마왕."
무방비한 상태로 티르에게 가까이 다가온 시안. 그녀가 가진 것은 그를 자세히 보고자 하는 작은 호기심 뿐. 하지만 그는 그런 호기심을 비웃듯 무방비한 시안에게도 자비없이 주먹을 날렸다.
자신을 공격한, 명백히 악의를 품고 다가온 상대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다가가는 그녀의 행동은 모르는 이가 본다면 한없이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결과를 봐라. 그녀가 호기심을 가진 그는 그녀를 대뜸 마왕이라 부르며 주먹을 날려오지 않는가.
"마왕..?"
단순 위협이 아니라 정말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뻗는 주먹에 그녀가 놀라 눈을 동그렇게 떴다. 그러나 그 눈에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은 없었다. 그저 단순히, 정말 단순하게 놀랐다는 눈빛만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짧은 주문을 외웠다.
"쉴드-"
주문을 외운 건 그의 주먹이 그녀에게 뻗어지는 도중, 찰나에 가까운 잠깐 사이였다. 읊조리기 무섭게 티르의 주먹과 그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방벽이 생성된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날개에 의해 방벽만큼 뒤로 물러서졌다. 방벽은 주먹 한번으로 깨질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었고 그냥 막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티르가 그대로 방벽을 치게 된다면, 그가 주먹에 가한 힘만큼의 충격이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그 방벽 뒤에서 그녀는 놀람이 수그러든 눈에 다시 호기심을 띄우며 물었다.
"왜 나를 보고... 마왕, 이라고 하는거야...? 나는 시아나인데..."
정말로 모르겠다는 기색이 역력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푸른 눈은 여즉 잠기운이 깔려있을지언정 뭔가 숨기거나 감추는 빛은 전혀 없었을테니. 시아나는 시아나인데... 하고 다시 작게 중얼거린 그녀가 그를 보며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묻는다.
"나... 너한테 뭐, 잘못 했어..? 그래서, 괴롭히는 거야...?"
자신이 뭘 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큰 날개를 한번씩 펄럭거리며 멀뚱히 티르를 보는 그녀는 전승과 소문으로만 전해졌을 고통의 마왕의 모습이라곤 한끗도 없고 오히려 그 전승 속 존재라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구한 여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티르의 주먹과 시아나의 쉴드가 맞닿으며 엄청난 소리가 났다. 두 물체가 서로를 상쇄함과 동시에 티르는 두번째 주먹을 날리려고 한다 하지만, 예상 외의 충격이 그를 덮쳤고 그 충격에 반사적으로 주먹을 날리려던 것을 멈췄을까.
"흐응."
그는 말없이 감탄했다. 그 짧은 순간에 쉴드를, 아니 그걸 넘어서 충격 반사 기능이 달린 쉴드를 펼치다니. 웬만한 마법사는 이것의 흉내조차 내지 못 하겠지. 그는 순수하게 감탄하고는 그녀의 눈을 마주봤다. 뭐가 저리 호기심이 많은 걸까, 저 마왕은.
"...마왕이 아닌가?"
이자식들 그럼 역시 내게 헛소문을 갖다준 건가? 시안의 반응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티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간을 좁혔다. 그녀의 눈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 중얼거림도 거짓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마왕이 아닌 건가..?
"하.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건 이제 상관 없어."
그녀가 마왕이든 아니든 간에 눈 앞의 여성은 자신의 주먹을 받아쳤다. 그것도 그 짧은 순간에, 무방비 상태에서. 쉴드 몇장은 그냥 파괴하는 그의 주먹을 눈 앞에서 맞받아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가 시안과 싸워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설령 그녀가 마왕이 아니라면 뭐 어떤가. 마왕이든 아니든 이 싸움은 즐거울 것이 분명했다.
"아니, 잘못한 건 없다. 그건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네가 내 주먹을 막았다는 거다. 그러니 넌 나와 싸워야 해. 내 주먹을 쉽게 막는 강자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티르에게 논리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싶기 때문에, 그것만이 이유였으며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자신의 이유나 논리로 누군가를 납득시킬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 상대가 설령 마왕이 아니라 순진무구하고 호기심 많은 여인이라 할지라도, 그는 전혀 괘념치 않았다.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투쟁이었기에. 그것 이외에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니 지금부턴 진심으로 임하는게 좋을 거다. 죽어도 나는 모르니까."
시안의 눈을 마주하던 금빛 눈이 순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의 안광이 번뜩거리며, 동시에 온 몸에서 스파크처럼 무언가가 튀기 시작했다. 스파크의 정체는 마나가 아닌, 티르 고유의 투기.
주먹이 날아간 것은 경고와 거의 동시. 다른 준비 자세도 필요 없이 주먹이 그의 허릿춤에서 쏘아져나갔다. 투기가 집중되어 금빛으로 빛나는 주먹은 위협적으로 쉴드를, 나아가 경로상의 시안에게 향했다.
-!!!1
아까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파공음. 동시에, 주먹이 쉴드를 찢고 시안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278 반칙!! 반칙!!! 티르는......젊잖아! 악마 나이로는 젊은 편이죠 그쵸!? 티르도 조심해야합니다 보헤가 맛집투어 시켜준다하고 맨처음 선빵 맞은 기억 떠올리며 매운집 데려갈지도 몰라요...(사실 안그럽니다) ㅇ하지만 왠지 티르도 매운걸 잘먹을 것 같은 예감......좋아할 것 같은 강한 예감...
>>280 끼야아악 2021년 처한 상황 중 가장 난처한 상황이 아닐지??? 하지만 무신...버텨라! 너가 선택한 무신이다 악으로 깡으로 아ㅜ 진짜.......시안이랑 티르 둘다 10~20대 때 환생한거 알고난 뒤 꼰대가 된 보헤를 보여주고싶네요 이누무자싯들 이누무자싯들~!~! 아저씨가 맛난 거 사줄게! (그렇지만 환생후에는 두 악마마족 사이의 뽀짝 31세를 곁들인)
>>281 귀여운 소년.......그 이야길 들으면 보헤는 복잡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일 것 같아요 양심에 찔려서 대놓고 기뻐하진 못하고 응응...(ㅋㅋㅋ) 헐 좋다 그럼 매운 음식 전문을 찾아다녀야겠네!!! 최고의 스ㅡ파ㅡ이ㅡ스 향신료를 찾아서 떠나는 모험!!!
>>287 ㅠㅠㅠㅠㅠ 티르.....정말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애한테 저런 말 들어도 이해해주다니 마음씨가 너무 곱다...(???) 쓰다듬는건 자유지만(보헤:우에???) 아무래도 구울이니 악취는 감안해주셔야합니다.....헐 귀여워 보헤 졸졸 따라다니는 티르라니 정말 제 3자의 입장에선 뭐지...진짜뭐지?? 싶을 거 같아서 제법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 헉 보헤는....> 상냥한 구울은 미식 수첩을 써내려갑니다 < !!
>>288 모함은 그만두세요 영애님! 이게 너무 취향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사고뭉치 모함쟁이 영애님 같다 귀여워..... 같이 밥 먹다가 조각 케이크 하나 더 먹은 모함 받기 <<<
>>289 언제나 조져지는건 보헤엿다.....(짜여져서 슬라임이 되어버린 보헤) ㅠㅋㅋㅋㅋㅋ 헉 반항해주는 것도 좋아요...결정했어 애들 다 품고 갈련다...보헤야 할 수 있지!! 손자 밥 먹이는 할머니 만큼의 오지랖을 보여줘..! 그러고보니 시안이는 무슨 음식 좋아할까요 일단 보석만 아니면...아니라면...
>>293 티르는 보헤에게 개인적인 호감이 있으니까요!(미래시제) 악취...악마가 악취를 신경 쓸까요..? 아마 안 쓸 확률 무지 높음... 하지만 티르가 쓰다듬어줄 성격이 아님...슬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티르가... 보헤 뒤를 졸졸... 정말 누가 보면 뭐지? 뭐지??? 싶겠네요.. 헉 어울린다!! 보헤 주인공 로판의 표지도 떠올라요(?)
>>293 헉..타이틀만 들었는데 벌써부터 재밌다........ ㅇ)-(.. 구울님이 먹는 온갖 판타지 요리 묘사가 엄청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ㅠ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모함 치고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니냐구요.... 모함이라고 하면 모름지기 어? 그런 귀여운 것보다는 조금 더.. 어? 피터지고..! 영악하고....! 어...!! 그치만 귀여우니까 위시리스트에 적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먹으면 안 되는 거 먹었다고 괜히 닦달하기...... (대체)
>>294 아ㅋㅋㅋㅋㅋㅋㅋ소설 속 악역으로 환생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통 선하고 조용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다른 로판과는 다르게 더 날뛰고 뒤집고 싸우는.......(??)
>>296 예를 들면 미래의 클로에처럼 티르에게 빚을 지워두고 사기계약(?)으로 속여서 부려먹는다던지... 방법은 많으니 나중에 시도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머슥) 그런 의미에서 레스캐들은 전부 티르를 부려먹을 자격이 있을 예정이네요!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게 될테니?
물론 나중에 가면 혐관도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크으으윽 시안이...왜 이렇게 순하고 귀엽나요...이런 애를 때리려고 하다니 티르주 죄책감이... 친구하자! 라고는 얘가 절대 안 할 성격이니 투기장 일상에서 이것저것 알려주다보니 자연스레 친해지는? 근데 티르가 입으로는 친하다고 인정 안 하는? 그런 관계가 될 듯 싶네요!
>>297 보통 로판: 난 조용하고 평화롭게 오랫동안 살아남아야지! 티르식 로판: 난 더 싸우고 때리고 부수면서 살아가야지!
>>299 사기계약으로 부려먹기...는 시안이 능지가 딸려서 안 돼! 무리! (단호) 성격상 도움이 필요하면 솔직하게 도와달라 그러고 안 들어주면 도와줄 때까지 쫒아다니거나 오케이 바이...하고 시무룩하게 떠나가거나 둘 중 하나일 듯 ㅋㅋㅋ
혐관도 잘 맞으면 단골맛집 쌉가능 (소곤)
ㅋㅋㅋㅋㅋㅋ 시안이의 댕청함은 사실 다 타버린 한줌 재의 공허함? 같은 거야. 그나마 버티게 했던 분노도 한도 없어서 일시적으로 텅 빈 상태라고 할까? 뭐 그 비슷한? 그런 관계도 좋지~ 시안이도 먼저 친구하자고 한 적이 없어서... 티르도 별말 안 하면 그냥저냥 친해져서 남들 눈에는 쟤네 친구인갑다~ 할 정도는 될 거 같네!
>>304 시안이 몬가...댕댕이 같네요...귀여워... 사실 티르도 능지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시안이가 마왕 아니라고 하는 거 곧이곧대로 믿는 걸 보면... 도와달라고 하면 싸움일 경우에는 바로 도와줄 것 같지만요(?)
진짜 혐관도 만들어보고 싶긴 한데... 두근두근..
일종의 공허함이군요... 하나에 너무 맹목적이었던 나머지 그 하나가 사라져버린 이후에는 뭘 해야할지 잘 모르는 느낌? 좋네요 좋아! 티르에게 친구라는 개념따윈 없지만 오너가 시안이랑 친구시키고 싶다는데 뭐 어쩔 거야(?) 약간 친구처럼 보이는 정도의 분위기면 매우 만족이라는 것입니다..
>>303 문제는 이제 주인공이 악역의 행보를 밟으며 업보를 잔뜩 쌓는다는 거^^.... 사실 하루에 한번씩은 암살시도가?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지 않을까?? (님)
>>305 (그대로 굳는 거였냐고) 음 >:3..... 당장은 별 생각 없겠지만, 언젠가 권력을 잡을 때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토벌을 하러 갈 계획을 하거나 몰래 협상(이라고 쓰고 뒷공작이라고 읽는다)를 계획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u^.. 지금은 가끔 마왕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면 >아~ 역시 판타지 세상답네~ 근데 뭐 당장 신경쓸만한 건 아니니까 일단 놔두자 < 같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