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의념의 형태는 다르지. 각자마다 지독한 흐름이 있어. 그것은 의념을 각성했건, 각성하지 않았건 똑같다. 그러니 알 수 있는 것이지. "
노인은 윤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고는 문 위로 손을 올립니다.
" 아니. 괜찮겠다. 어디 있는지 알았어. "
아주 가늘게 뜬 눈으로 문을 직시하던 노인은 한쪽 팔을 들어올려 문의 어귀를 쓰다듬습니다. 곧, 강대한 의념의 흐름이 교관실 입구를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윤은 놀라 입을 열어보려 하지만 유독 말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그것을 내뱉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 공간. 흔적. 거리. 시간. 네 개의 개념을 합친다. "
개념 지배
거대한 의념의 흐름이 흐르는 동안. 윤은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분명 노인의 얼굴을 하고, 노인의 몸을 지닌 듯 보이는 남자에게서 금빛의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성이 얼핏 스쳐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착각이라는 것처럼 노인은 여전히 노인의 얼굴이었습니다. 어째서, 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윤이 가진 지식도, 영성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마도 현원경顯願鏡.
곧 문은 백색으로 물들어 하얀 빛으로 변화하였습니다. 노인은 윤을 지긋이 바라보며 묻습니다.
" 꽤 위험은 하다만. 가볼테냐? "
>>272 의뢰를 수락하였습니다!
>>273 적당한 높이에 있는 장식물에 로프를 묶어낸 명진은 로프를 힘으로 한 번 당겨봅니다. 쫀쫀하긴 하더라도 다행히 떨어지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군요!
의문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것에 물음표가 달려 마무리된 것은 모든 게 끝난 이후였다. 기묘한 경험이었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얼핏 금빛이 보이던 노인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겨우겨우 아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말해보자면- 개념이 합쳐지며 개판 났던 게 아닐까 싶다. 금발의 그 사람은, 저 할아버지의 젊었을 무렵일까? 나는 무심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러니,
" 갈래요. 가고 싶어요. 데려가주세요! "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목숨이 위험하고 내 팔다리 어느 곳이 날아가든 문제가 생기든 상관 없었다. 예컨대 이건 기회이며, 이건 모험이고, 이건 위험이다. 멈춰서기 싫어, 싫다고. 딱히 싸움이 좋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이건 분명.. 나를 좀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주든, 내 한계를 보여주며 바닥으로 처박든 놓치면 안되는 것이다.
뒤라는 깨끗해진 교회를 유리아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는지. 비어버린 의자로 가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 모든 신은 자신의 영광된 자리를 생각하지. 그들의 신앙이 모여 자신을 이루고, 자신의 신앙으로 하여금 지상이 축복을 받도록 하는. 그 과정들을 신이라는 족속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어. 죽는다는 게 두렵지 않은 신들은 이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고, 사라지고 싶지 않았던 신들은 다른 신들의 파편이 되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지. ]
뒤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듭니다. 저 먼 과거, 지구에도 수많은 종교들이 나타나고 사라졌고, 뒤라 역시도 그 시대에 태어났던 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신앙들이 쇠퇴하던 시절에, 뒤라 역시 그 세계의 이면으로 사라졌고.. 마지막. 마지막에 마지막 흔적으로, 피에로라는 존재로 하여 그 신앙의 일부를 받아와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맞아. 나도 사실 별로 죽고싶지는 않아. 죽는다는 거는 재미가 없거든. 노래하고, 즐겁게 떠들고, 유쾌하게 사는 게 광대의 삶이지. 죽는 것을 노래하는 것은 광대의 이야기가 아냐. 그건 음유시인의 역할이지. ]
나팔수. 뒤라는 쾌활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 너는 날 너만의 신으로 섬기게 할 생각이야. 아니면 만인의 신이 되게 할 셈이야? ]
그 목소리는 장난스럽지만. 그 아래에 깔린 의중은 거대한 물음표를 그려내는 것만 같습니다.
급하게 의뢰를 수주하긴..했다만. 무덤이라고도 불리우는 그 "재현형"이다. 도저히 맨 몸으로 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지나 않을까싶다. 그렇다면...최소한 무엇을 준비하고 가는게 좋을까? #연희 게이트학 지식으로 무언가 재현형 게이트내에 챙겨갈 때 필요한 소지품같은게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한가지라도 있나!
거울 속으로 이동한 이후..의 기억이 없다. 뚝하고 끊기는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천천히 고개를 들기 위해 노력하며 멍한 머리로 생각했다. 의념도, 사용할 수 없었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거울로 이동하는 마도가 내게 있어 너무 격이 높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 이건 멀미 같은 건가? 근데..
먼지를 털어내요. 자욱하게 깔린 먼지는 태풍이 불어도 뽑혀 나가지 않는 부리를 내린 민들래마냥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도 퍼져나감이 없네요. 걸레로 닦고, 털어내고, 빗자루로 쓸고, 약품을 뿌리며 곰팡이를 닦아내고... 제가 이런 일을 한 적이 있던가요? 끽해야 집안 청소만 했을 뿐이죠. 하지만, 즐겁네요.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즐겁네요.
제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인지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정돈된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비어버린 의자, 신에 대한 이야기. 저는 미약한 제 머리로 이야기를 따라잡으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요. 신앙으로 자신을 이루고 신앙으로 지상을 축복하고, 사랑하고. 그들도 지성체이기에 죽는 것이 두렵다. 그러니 사랑한다... 아니, 사랑 받고 싶다는 걸까요?
"저는 말이죠..."
뒤라님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뒤의 거대한 물음은 저를 찔러오는 것 같았어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에 제가 매달려 단검이 날아오는 그런 상황이 상상돼요. 뒤라님은 저만의 신이었으면 해요. 뒤라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믿었으면 해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옳아매던 역할을 벗어던지고 누추한 꼴로 술을 마시며 놀아봐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울지 말아요. 실을 자르고 무너진채로 중력에 몸을 맡겨 춤을 춰요. 울면서 웃으면서 아이고 깔깔깔 노래를 불러요. 그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저는 당신만의 신도이며, 당신은 우리들만의 신.
"저는, 뒤라님을 저만의 신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고 만인이 믿게 만드는 신이 되어달라는 건 아니에요." "거죽을 벗어던져 한 순간 만이라도 좋으니 해방감을 느끼고 그 순간을 즐기는 자들을 위한 신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당신만의 위한 나팔수. 당신의 악단이 소속되어 당신을 위해 트럼펫을 부는 자가 되겠어요.
저는 당신의 나팔수. 당신을 위해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사람들을 모으며, 당신의 공연이 열리도록 돕겠어요.
>>301 필요하다면야 필요할 법한 것들이 몇 가지 떠오르긴 합니다. 재물을 대신할 수 있는 금이나 은과 같은 광물들부터, 포션이나 치료용 팩 같은 것들도 필요할 수 있겠고 장착한 물건들의 기능을 상실할 때 그것들을 보조할 보조 무구들도 역시 필요할 수 있을겁니다.
뭐.. 게이트라는 게 대부분 그렇듯. 지식으로만 준비하려고 하면 쇼핑센터를 게이트에 투하하는 게 빠를겁니다.
>>304 공간 침식과 동화 현상에 관하여
물론 대부분의 게이트들은 입장함과 동시에 의념을 사용하기 시작하므로, 사용자의 신체를 지구의 법칙과 같이 보호하고자 하는 의념의 힘이 발생합니다. 이를 의념 보존의 법칙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곤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 같군요. 동화 현상. 뜻만을 풀어낸다면 비슷해진다. 또는 유사해진다.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이트들은 지구라는 환경에 침략하는 과정에서 지구의 상태를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침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역시 게이트의 붕괴를 통해 주위 공간의 침식이 발생하여, 게이트 내부의 법칙이 지구에 덧씌워진 상황이야말로 의념 각성자이자, 전투를 펼치는 여러분들이 가장 위험하게 여겨야 할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화 현상은 도플러 - 유진 법칙에 의한 침식 억제가 역으로 발생한 상황으로 반대로 세계가 파괴되기 시작하여..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지한의 지식으로는 모두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영성이 190 이상이거나, 충분한 지식을 가진 뒤 다시 수업을 들어보자.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광활한 풀밭을 뛰어노는 토끼들이... 눈에 보이네요. 꽤 거대한 크기의 토끼가요... 게이트산일까요? 이 정도로 커다란 토끼라면 식사량이 장난 아니겠어요. 임신중인 개체 한 마리만 탈출해도 주변에 끼치는 피해가 장난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탈주 토끼 사살 의뢰 같은 것도 찾아보면 나올까요? 어머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말이죠.. 토끼... 저는 사실 토끼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개나 고양이보다... 마이너 하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그다지 쓰임새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모피나 고기는... 아, 고기가 있었죠.
"명진 씨, 농장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일단 승낙했지만, 이런 곳일 줄은 몰랐네요."
애써 웃으며 말해요. 거대 토끼고기 바베큐... 같은 걸 먹을 수 있으려나요.. 조금 기대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