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대답 대신 공감을 담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 보였다. 물론 모든 기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기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 한둘 정도는 있어 줘야 짬 좀 찬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경찰이 싫어하는 직업군 1순위는 변호사에 2순위가 기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니까?
"어머, 무서워라. 자기한테는 밉보이지 않게 조심해야겠는걸?"
물론 농담이다. 게다가 아군 입장에서는 제법 든든할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남은 생 동안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다시 고문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절대로. "물론 자기 같은 여친이라면 환영이지만!"
깔깔깔 웃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던져 대는 그녀는 아직 연우가 싱글이 아니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나? 글쎄... 미리 말해 두는데 갑자기 전신에 활력이 돋거나 그런 건 아니었어."
S급은 S급이 아픈 건 아픈 거다. 그 감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평상시의 몸상태와는 분명히 달랐지만 그 몸 상태를 말로 설명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비유하자면... 그렇지. 팔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물어봐도 보통은 잘 설명 못 하잖아?"
나한테는 익스파를 쓰는 게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거든. 뭐, 태어날 때부터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빈대떡을 젓가락으로 잘라낸 뒤 간장에 찍어 한 입에 쏙 넣었다. 음, 맛있어.
"그날 어떤 원리로 갑자기 내 랭크가 올라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팔을 좀 더 유연하게 잘 움직일 수 있게 된 거랑 비슷해."
어떻게 알았는지는 나도 몰라.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알았어. 지금이라면 될 거라고. 거기까지 말을 끝낸 그녀는 손뼉을 짝 쳤다.
"미안, 자기. 내가 너무 두서없었지? 이걸 말로 설명하려니까 생각보다 힘드네."
마침 직원이 칼국수를 내온 참이었다. S급도 중요한 문제지만, 일단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칼국수가 붇기 전에 맛있게 먹는 일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누가 들으면 당황할만큼 담담한 대답이었으나. 그녀는 농담이었는지 천진난만한 눈으로 젓가락 위의 만두를 휙휙 돌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원체 먹는 속도가 느린데 뜨거운것도 잘 못먹어서 이렇게 안하면 평생 못 먹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저같은 여친이라면 안 환영인데."
나는 내가 싫어! 이런 느낌이라기보단. 자기 자신과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면 분명 답답할거 같았기에입니다. 그녀는 서로 너무 잘 맞는것도 피곤한거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흐음.."
그녀도 태어나면서부터 익스퍼였고. 남들에게 익스퍼는 어떻게 쓰는거야? 라고 들어도 설명할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의 설명을 들으며 전제조건을 정하고. 팔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비유라던가 이것저것 조합하며 머리를 굴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냥 될때까지 계속 하는거 외엔 없으려나요. 뭐 솔직히 자신이 어떻게 A급이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S급이라고 다를건 없겠네요. 그녀는 거기까지 이해를 끝내자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아뇨,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녀는 감사를 표하며 만두를 식히던 젓가락을 돌려 칼국수를 식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칼국수는 아뜨뜨 할 정도는 아니니 바로 한젓가락 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모두가 온천에 가기 좀 이전의 시기였다. 최근 청해시는 정의의 히어로를 자칭하고 있는 이의 등장으로 경찰로서는 상당히 골치아픈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M영화사의 I맨처럼 붉은색 철갑슈트를 몸에 끼고 있으며 얼굴조차도 검은철갑 마스크로 가리고 있으며 가슴가에는 K라는 커다란 검은색 마크를 달고 있는 자칭 히어로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과정 속에서 주변의 피해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이를테면 차에 치일뻔한 이가 나타나면 그 차를 부숴버리고,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구할 땐 나무를 그대로 꺾어버리고, 소매치기를 보면 다리를 분지르거나 추적 과정 속에서 건물을 박살내거나 방해되는 사람을 날려버리는 등, 누가봐도 상당히 과격한 행각을 보이고 있었다.
그 뿐일까. 최근에는 뉴스 인터뷰에 나와서 이런 말을 남긴 전적도 있었다.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범죄자가 나오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막고 있을 뿐이다. -불만이 있다면 제대로 일을 한 후에야 이야기해라!!
그 인터뷰 영상을 위그드라실 팀은 바라보고 있었고 소라는 영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