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증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증명을 고르라 한다면 단언컨데 사랑의 방정식이라고 모두에게 말할 것이다. 고난이라는 한없이 커다란 무리수 위에 하루의 일들이라는 수를 더한다. 거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하루의 소소한 행복들을 빼낸다. 그리고 남은 수에 내일도, 미래에도. 너라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들을 빼낸다. 그러면 정확히 수는 -0.9999...n%의 숫자가 나타난다. 이것은 사랑이 언제나 행복으로 존재하지 않고, 불행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불확실하고, 계산적이지 않으며,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단언코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인 것이다.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증명할 수 없지만 증명하고 있는 방정식이 바로 사랑의 방정식이니까. - 신지율, 사랑의 방정식
라임은 머리를 가리고 있던 검은 후드를 잡아내리고 끈을 풀어 가볍게 명진에게 던져줍니다. 얇고 기다란 귀가 가늘게 불어온 바람에도 머리칼과 함께 너울거립니다. 이게 그녀의 본모습이겠죠. 토끼귀를 하늘 높이 쫑긋 세운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망념 중화제를 꺼내어, 보란 듯이 고개를 잔뜩 치켜세우고 꼴깍꼴깍 마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아. 호발은 내 남편이 될 사람이고, 여기선 아무도 죽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가 쟤보다 더 세니까. 걱정 마. 동생아.
호발이 전우, 구경꾼들을 독려하는 동안, 라임은 전통에 화살을 가득 채워 넣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묵직하고 날카로운 것들로만.
"너무 니 몸만 혹사시키지 말고, 적당히 요령껏 피해 가면서 해. 나도 발은 빠른 편이거든."
그녀는, 명진의 뒤에서 다시금 활에 의념을 흘려 넣습니다. 왠지 페닐런 씨가 째려보는 느낌이 드는 건 왜죠? 엘프는 오크랑 사이가 안 좋았나?
하지만... 난 오크가 좋은걸.
"호발. 너, 진짜 죽지 마라. 남편 구실 제대로 하고 싶으면."
시답잖은 농은 여기까집니다. 라임은 이번에도 호발의 가슴을 똑바로 겨냥한 채로 의념을 더욱 더욱 흘려 넣습니다.
"네 마음은 고요한 물결이고, 잔잔한 호수이며, 구름 하나 없이 파란 하늘이야." "그걸 뚫어낼 수 있는 건, 오직 내 화살뿐이야.". "애써 태연한 척하지 마. 다음은 머리통이니까." "적어도, 앞은 볼 수 있게 해 줄게. 부부끼리 얼굴은 보고 살아야지. 안 그래? 예쁜아."
"가르치는 데의 재능도 발견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느릿느릿한 지한의 말입니다. 농담에 맞장구를 치는 것에 받아지는답변이지만 그다지 진지하지는 않네요. 배우고 가르치는 것.. 원래 시험공부 같은 거 할 때에도 누군가에게 시험 범위를 가르쳐보는 게 은근히 이해도를 점검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요?
"창.. 그럴까나요?"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라고 느리게 말하며 이온음료를 다시 들어 홀짝입니다.
"...결국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요." 여러 가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하나를 파헤치거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언가와 교류한다는 것에 손을 뻗어도 될 떼 아닐까요? 기회잖아요.
"기초를 쌓고 응용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배우는 데 재능이 있으시다면 시간은 절약될 것 같습니다만." 창이건 검이건 그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웹소설에서도 삼재검법을 끝까지 판 주인공이 하늘을 베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같은 말을 하는데요. 요즘 지한이 웹소설 그런 거를 읽었니..?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긴 하지만, 지금의 신지한은 무언가를 포기할 만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여도 내 생각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누가 뭐라해도 그 "특별반"이지 않은가.
"비슷한 늬앙스는 들어본 적이 있어. 츠바메가에시였던가?"
그러니까 분명...어느 이름없는 검객이 날아가는 제비를 베기위해서 평생에 걸친 수련 끝에 기어코 제비를 베어냈다는 일화였던가. //의념 각성자면 페이트에 나오는 츠바메가에시정돈 가능할 것 같은데!
저번의 식도락에서 너무 돌아다닌 탓인가, 아니면 그냥 평소에 많이 움직였던 게 이유일까.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그것도 내가 이유로. 나는 주변을 메운 사람의 무리를 향해 곤란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슬프게도 이 사람들에게 배려심이란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진짜 어쩐다. 슬쩍 바닥을 발로 두드리며 아예 뛰어서 넘어갈 생각을 했지만, 다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사이 누가 외쳤다. 아마, 아니 분명 이 인파에 방해 받는 사람이겠지.
" 통행해 방해되니 비켜 주실래요! "
그럼에도 듣지 않는 사람들에 한숨을 내쉬고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의념으로 주변에 살짝 꽃도 띄우고.
" 부탁할게. 응? "
약간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제서야 사람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숨을 내뱉고는 후드를 덮어썼다. 이것으로도 안됐으면 의념으로 시야를 가리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평소에 문제가 없어서 그냥 돌아다닌 게 안일했나. 나는 가면이 필요한지 조금 고민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아까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익숙한데?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야 여러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심했나 싶었다. 규모가 컸으니까. 소문이라도 돌았을까? 자주 돌아다녔으니 그럴 수 있긴 했다. 나는 후드를 눌러쓰며 앞으로 좀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 뾰족 뾰족한 상대를 위해서라도. 이름의 순서를 바꿔 부르는 게 고의인 것이 훤히 보였다.
" 순서가 반대야 반대. ..하지만 뭐 상관 없나? "
그래도 그냥, 웃고 말았다. 이 쪽이 편하기도 했고. 윤서라는 이름의 어감도 나쁘진 않지 않은가? 나는 손을 저어대는 상대를 보며 슬쩍 손목을 들어올려 코를 킁킁댔다. 냄새 나나? 꽃향기는 나는데.
" 아무튼 '엉겅퀴'씨. 방금 아이들은 어.. 꽃구경 좋아하는 아이들? "
기억났다. 엉겅퀴. 석산이랑 엉겅퀴 중에 고민했는데 뾰족뾰족 한 게 엉겅퀴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장미? 장미보단 엉겅퀴가 어울렸다. 꽃말이 특히 그랬다. 독립, 엄격, 건드리지 마. 잘 어울리잖아?
그저 꽃구경을 하러 온 것 뿐. 어디에 핀 꽃이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서 감탄을 하더라도, 그것에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 그런 것. 그냥 사람을 구경거리로 삼은 것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니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돌아가면서 잡담 거리로 써먹은 뒤 평범한 하루로 돌아가겠지.
" 응? 싫어. 너도 내 이름을 제대로 안 부르잖아? "
장난스레 키득거렸다. 자기는 남의 이름을 멋대로 부르면서 너무해! 사람의 말이란 자신이 실천해야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동급생에, 예의도 지키지 않으니까 내 멋대로 해도 좋았다. 이름 정도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