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대답을 한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머리를 넘기며 손거울을 꺼내 혹시 흐트러진데가 없나 확인했습니다. 왜 이렇게 신경쓰는거고 왜 이렇게 진정이 안되는지. 거울로 보이는 뺨이 붉은것을 모르는척 넘기기로 했습니다.
".. 그러면, 유진씨 집에서 자고가는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집에 가는길을 같이가고, 밥먹고. 그 말에 그녀는 답랬습니다. 어차피 그럴거라면 그냥 집까지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저,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다가는 차를 한번에 마시는 모습에 너무 재촉한것처럼 들렸나싶어 속으로 다음엔 말없이 기다려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추천해주는거 있어요? 저 사실 영화관에 잘 안가봐서.."
그녀는 혼자서 영화관에 가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친구가 많은것도 아니었으니. 당신이 맛있어 하는거라면 먹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기대하듯 바라봤습니다. 나초 .. 무슨 맛일까요? 그리고 당신을 따라 나가며, 내민 손을 살며시 잡고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201-202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을 닮은 무언가가 인간에 비슷할 때 느껴진다고들 하는데 움직임도 없이 그 '사람인형' 존재 자체로 불쾌감을 준다면 테가놈이 무엇에 염증이 났는지..(주절주절) 철학적 용어랑 기호 ㅋㅋㅋㅋㅋㅋ 이거..너무 맛있다..판타지 어장이었으면 이런 세계로 끌고가는 녀석이었을 듯...🤔
무엇에 대답을 한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대답이 뭔가 아찔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선 머리를 정리하는 그녀를 쭉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붉어진 얼굴을 보고선 보이지 않게 작게 웃어버렸다. 내 얼굴도 살짝 붉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 열기가 살짝 느껴지는걸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 에, 엑? 자고 간다구요? "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보통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서 나도 따로 집으로 향하는게 정석 레퍼토리 아니던가. 이렇게 저녁도 같이 먹고 우리집으로 와버린다고? 그녀와 대화하면서 이렇게 당황한적은 없어서 나는 잠시 고장난 인형처럼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 하지만 침대는 제꺼 하나 뿐이고 ... 딱히 소파 같은 것도 없는데 ... 아니 그 이전에 자고 간다니 ... "
머리를 살짝 긁적이면서 말한 나는 잡아온 손을 꼭 잡으며 카페를 나섰다. 아까보다 바람이 잦아들어서 추운 기운은 좀 덜했지만 기온 자체가 낮아서 한기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흐으음 ... 사실 딱 재밌어보여! 하는걸 보는 편이라서요. 이번에 로맨스 코미디 영화랑 때늦은 공포 영화가 개봉했는데 ... 어떤걸 보시겠어요? 그 두개가 가장 재밌어보이던데. "
다른 것들은 평점이 낮아서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 본다면 나중에 집에서 노트북으로 혼자서 보던가 해야지.
어차피 같이 있는게 좋은거면 자고가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칭구의 준비라거나 이것저것 있으니 불편할수도 있다고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던 당신이 이것저것 말하는 당신에게 부담갖지 말라는듯 미소지어보였죠. 단순히 자신의 집에 누군가를 재우는걸 꺼려하는 타입도 있으니까요.
"퇴근길에도 그렇고, 가끔은 괜찮을까 싶어서 물어본거니까요."
시간이 남으면 요리를 한다거나 할수도 있고. 그녀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말하며 손을 꼭 잡은채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뭔가 휴일에 이렇게 다니니 흔히들 말하는 인싸라는것이 된거 같아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죠.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테지만..
"어.. 그러면 공포영화로 괜찮을까요?"
사실 그녀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매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왜 저기서 저러지? 왜 화내지? 울지?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것 투성이, 특히 그런 매체는 현실과 동떨어진게 많다보니 그녀의 경험으로도 커버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공포영화도 이해는 안되더라도 등장인물들이 꺄악 꺄악 거리는걸로 아 공포스러운 장면이구나~ 하고 적어도 상황파악은 가능했습니다.
"혹시 유진씨가 무섭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 와중에 이렇게 말하는건 덤으로, 그녀는 그러면서도 당신의 뺨에 차가운 반대편 손을 살며시 올려놨습니다. 이얍.
아니 불편한게 맞는건가? 연우씨가 불편하다는게 아니라 그런 상황 자체가 불편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되면 그날 하루 정도는 외롭지 않고 신나지 않을까? 아니, 그냥 기분이 하루종일 들떠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뒷일은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 침구는 몇개 더 있으니까 괜찮아요. 침대가 하나인게 조금 문제인데 ... "
요리도 같이 한다니 ... 요리는 그럭저럭하는 편이었지만 남이 해준 요리를 먹어본게 한참 되었다. 여기에 온지도 어언 몇달이니까. 그런 점들도 하나하나 기대가 되자 기쁜 표정을 숨기기 힘들었다. 타지 생활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는데 ... 한줄기 빛이라는게 이런걸까?
" 그럼 미리 예매해두는 걸로 ... "
핸드폰을 꺼내서 가장 빠른 시간대의 영화로 예매를 한다. 다행히도 금방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고 좌석까지 적당한 곳에 정하고 걱정하는듯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앗 차가! 공포영화니까 시끄러워서 잘 못자지 않을까요. 그리고 막 잠이 올 정도로 피곤한 것도 아니니까요. "
차가운 손이 뺨에 닿자 나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하지만 곧 웃음을 보이며 그 손도 반대쪽 손으로 살짝 잡았다가 내려놓는다. 뭔가 이러고 있으니까 분위기가 묘한데?
그녀는 자기집에는 고양이도 있다며 자랑아닌 자랑을 하며 미소지었습니다. 아마 의도는 묵고가면 귀여운 고양이를 하루종일 볼 수 있다~ 뭐 그런 뜻인거 같네요. 그리곤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살짝 큰소리를 내며 기뻐하다간 곧 다시 조용히 미소지었습니다.
"바닥에 깔고 자면 될거에요. 아니면 제 능력도 있고요."
무려 패널침대.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야 뭐 가능은 하겠지만... 아무튼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말하는대로 노력해보겠다며 작게 웃던 그녀는. 어느샌가 기뻐보이는듯한 당신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하면서도 작게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예매요..?"
예매란게 여기서 가능한건가? 그녀는 당신의 핸드폰을 훔쳐보며(?) 신기한듯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야 영화관도 잘 모르는데.. 이런 기능이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한듯.
"그래도 피곤하면 말해요."
토닥토닥 해주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던 그녀. 그러다 손이 내려가고 들려온 말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때마다 귀찮은데.. 하고 넘겼었죠. 아마 데리고 가면 꽤 기뻐해주실겁니다. 냥냥이가 손님을 환영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그녀는 한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집에 검은고양이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 매끈한 느낌의 고양이는 아니고 페르시안 같은데 검은색이네요. 특이해보입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는데 새로사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니면 같이 자도 되구요."
아무리 그녀라도 뭐 관념이 없고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뭐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거라 믿고있는지 그냥 평범히 말하는거보면 농담도 아닌듯. 어차피 자고갈거면 그게 침구도 더 안 꺼내도 되고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녀는 사뿐 사뿐 걷고있었죠.
"요즘은 그런게 있는거네요.. 저도 나초로 주세요. 음료는 사이다면 될거 같아요."
나초, 영화관에 갔을때 팝콘밖에 안먹어봤지만 흥미가 생긴듯 하네요. 그녀는 영화관이 보이자 어느새 도착했네 하고 슬쩍 건물을 훑어봤습니다.
"...."
아. 으. 윽. 이런 단말마가 들린것도 같지만. 그녀는 당신의 속삭임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손에 이끌려 종종걸음으로 따라갈 뿐이었습니다. 다만 오랜만의 영화관 풍경은 또 색달라서. 잠시 긴장이 풀어지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