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현민이를 안 아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을 아는 사람은 속히 만나야지 밤 10시쯤 어두운 뒷골목에서
ㅠ.ㅠ 손으로 받아먹는 것도 너무 귀엽고 빼빼로랑 관련 없는 젤리 가져온 거도 정말 너무 귀엽다...... 얜(배하랑 말하는 거 맞다) 그냥 빼빼로데이니까 빼빼로 먹자~! 이건데 ㅠ.ㅠ 현민이 귀여워서 울부짖어 크아악 랑이는 현민이 속도 모르고 빼빼로 받아먹어줬다고 방긋방긋 현민이가 가져온 젤리 오물오물 공부하자~~ 이러고 있겠네........... ㅋ.ㅋ........ 현민이 빼빼로 많이 받겠지? 분명 책상에 빼빼로 태산을 이룰 것이다 내가 롯X에서 탈틸 털어 현민이 자리에 쌓아둘거야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지금의 복잡한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속단하지 않기로 했다.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에는 그는 너무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랑의 부드러운 손길에 깐쵸가 골골대는 소리는 랑보다도 그녀석을 어깨에 얹어놓고 있는 현민에게 더 잘 들렸다. 현민은 당신을 힐끗 곁눈질하더니 언성을 조금 낮추었다.) 별나네. 초면인 사람한테 쉽게 터치 허락해주는 애가 아닌데. (따지고 보면 별난 것은 비단 이 길고양이뿐만이 아니라 현민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도 강조한 사실이지만, 그가 미처 밀어내기도 전에 이렇게 거리감이 가까워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피어싱 운운하는 소리에, 현민은 당신에게로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 내가 피어싱 하고 있는 모습 보려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야 되는데. (그리고 허장성세를 부리듯, 현민은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아까의 앙갚음삼아 무리수를 질렀다.)
>>84 현민이가 나름대로 얼굴에 큰 하자 없고 몸이 잘빠져서 빼빼로 받는 일이 없지는 않은데 본인은 "나 운동부라서 이런 당+탄수화물 막 먹으면 곤란해 미안하다" 라는 편리한 핑계를 덧붙여 사과하면서 되돌려주거나 (상대가 현민의 의사를 물어봤을 시) 사전에 사과하고 거부하는 게 보통입니다
진짜? 아까도 쓰다듬었어, 너 만나기 전에. (여전히 소곤소곤 말하고 있었다. 골골거리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잘 들어보겠다고, 깐쵸에게 가까이 가려하지만 당신의 어깨 위에 있다. 당신과 맞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진다한들 더 가까워지는 건 무리였다. 아쉬울 따름이었는데, 그러던 차 당신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되물으며 눈을 동그랗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별 의미없이, 서스럼없이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자신은 그런데, 당신은 그런가. 당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생각했다. 그런 당신에게서 나온 데이트 제안에 놀라지 않는다거나 얼굴 붉히지 않을 성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한 이유.) 아. (무언가 생각났는지 놀란 듯했던 모습이 사그라든다.) 그래, 우리 내일 데이트할 거잖아. 도서관 데이트! 공부해야지~. (시간이 난다고 했던 요일을 떠올렸다. 이번주는 목요일과 금요일이라고 했었던가. 잘 부탁한다며 말했을 때 놀랐던 것도 떠올렸다. 덧붙은 말은 분명 공부였다. 이번에도 똑같은 시나리오겠지, 예측에 성공한 것 같아 뿌듯해졌다.)
(골골대는 소리가 현민에게 더 잘 들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랑에게 들릴락말락 희미한 소리로 들리는 건 아니다. 고르릉고르릉거리는 소리는 굳이 전력으로 집중하지 않아도 잘 들린다. 이미 충분히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현민은, 자신이 지른 방향과는 뭔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뿌듯해하는 랑을 보고는 오만상을 썼다.) 아. 그렇게 받는다? (사실 이 허장성세는 이 인간관계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굳어지리라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리라는 더 이상 설렐 일이 없으리라는 어떤 차돌같이 메마르고 단단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확신이 자기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것 같아서, 현민은 문득 이 위에서 좀더 난리통을 피워도 이 확신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것에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다.)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이라고 말했잖아, 내가 피어싱하고 있는 모습 보려면. (그러니까 교내 도서관 말고. 다른 도서관도 말고. 현민이 말하는 데이트는 도서관 데이트 같은 게 아니었다. 현민은 랑의 손을 쥐어 랑을 멈춰세우고,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여 랑과 눈높이를 맞춘 채로 그 새까만 눈으로 랑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아주 도전적으로 못박았다.) 시내에서. 같이. 데이트 하자고. (그리고 결정타 한 마디.) 내일 목요일인데 빼빼로데이인 건 알지? (그리곤 비뚜름하게 웃는다. 그는 이 차돌같이 메마르고 단단한 확신에 온몸을 던졌고, 납작해진 정수리를 싸쥐고 주저앉을 각오도 마쳤다.) 좋아, 싫어? 싫으면 도서관 데이트로 만족할게.
(이상하다. 자신에게 다 들킨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되는 건 아니었지만, 오만상을 쓰는 건 예상에 없었다. ‘아. 그렇게 받는다?’ 이 문장을 들었을 때 마냥 뿌듯해하고 있을 수 없었다.) (데이트. 데이트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먼저 떠올랐지만, 당신과 그런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가, 그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럴 리 없다. 이쪽은 당신에게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저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에 두근거렸고, 얼굴에 열기가 느껴지는 중이다. 이 설렘에 들떠 대답해버리면 안 된다. 두번째로 떠오른 데이트는, 두명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친구들끼리도 데이트하자는 말을 쓰는 걸 본 것 같다. 가족끼리서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의미로 생각하려 했다.) ...! (그때 손이 잡혀 멈춰 세워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까만 눈동자가 눈높이에 맞춰 들어왔다. 맑은 물빛 눈동자에 당신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 보일 것이다. 두번째 데이트도 틀렸겠구나 짐작했고, 빼빼로데이를 언급하니 틀린게 맞다고 확신했다. 빼빼로데이가 연인들의 기념일로 유명한 걸 모를 리 없다. 첫번째도, 두번째도 아닌 세번째 데이트는 무엇일까.) 시내에서, 같이... (당신의 말을 따라 담았고, 표정은 분명 웃는 것이었는데 담긴 감정은 곤란해했고 난처해하는 것이다. 세번째 데이트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웃음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해보았다. 좋은게 좋은 거겠지.) 응, 좋아. (생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언가 굳게 마음먹은 듯해보이는 눈빛이다. 둘이 시간을 내어서 노는 것 뿐이라 되뇌기라도 하고 있을까.) 대신에 데이트하는 동안 손 잡아줘야 해. (당신이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서 마주 잡았다.) 지금처럼.
(깐쵸가 소리없이 현민의 어깨에서 부드럽게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우물쭈물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에, 현민은 낮게 덧붙였다.) 싫다고 해도 돼. (애초에 별 기대 하지 않고 있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 발언이 나중에 어떻게 이어질 거란 계획이나 기대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내지른 말이었다. 아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랑이 얼굴이 발개져서 쩔쩔매는 게 보고 싶었을 뿐인 단순한 심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채 붉어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흐물흐물 초점 잡히지 않은 채로 이지러지는 미소에, 현민은 눈을 감았다. 뭐, 역시나인가. 그렇지만 이내 자신이 내다본 것과는 다른 랑의 말에, 현민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걸로 괜찮아? (놓아주려던 손이, 이번에는 잡힌다. 어정쩡하게 풀어졌던 손아귀가 좀더 조심스레 랑의 손을 맞잡는다. 현민은 시선을 내리깔고는 말했다.) 네 손 잡고 있는 거, 싫지 않아. (그러다 눈을 뜨며 시선을 들어 앞길을 바라본다. 등교길에 깐쵸가 어깨에 올라탈 때면, 항상 깐쵸는 특정 구간에서 뛰어내리고는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꼬리를 흔들며 사라져가곤 했는데 그게 학교에서 한 블록 옆에 있는 재래시장의 입구였다. 시선을 들어보면 골목길 옆으로 크게 난 재래시장 입구 표지판이 보이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저만치에 교문이 보인다. 손을 마주쥔 채로, 현민은 다시 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짐짓 태연하게 물었다.) 계속 잡고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