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62080> [1:1/HL/하이틴] Stitched Days :: 1st Page :: 1001

◆rzhGzKKFLk

2021-11-08 22:48:42 - 2021-12-07 00:58:41

0 ◆rzhGzKKFLk (SmDizlXCTU)

2021-11-08 (모두 수고..) 22:48:42

매듭을 짓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바느질뿐일까.
그는 흠집이 마음에 들었다.
말줄임표 같이 점점점점
그러면 쓸데없이 열린 것들이
닫혔다.

이상희, <바느질> 中

시트:
>>1
>>2

512 랑주 (7WEtIv9QOc)

2021-11-20 (파란날) 16:58:30

응 고마워 ㅎ.ㅎ 밤에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중이야

513 현민 - 랑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19:57:00

(꼬리를 흔들어 배웅해주고는 깐쵸는 다시 자기 집으로 어슬렁어슬렁 돌아갔다.)
(그것은 사실 랑을 배웅해주는 귀갓길에 함께 들으려고 틀었던 노래지만, 랑은 그저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현민도 이제 집에 가자고 랑을 이끌려던 손을 멈추고는, 가만히 서서 랑이 노래 감상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노래가 끝났다. 그리고 톡, 하고 돌아온 어떤 대답. 너무도 두루뭉실한, 그 소녀다운 거부.)
(현민은 그 음악을 사실 별 생각없이 골랐다- 그저, 현민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 중 하나였을 뿐이고, 오늘 귀갓길에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그것이었을 뿐이다- 현민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 노래를 선곡했었다. 그러나 배시시 웃고 있는 랑을 보고, 현민은 어쩌면 자기가 스스로 부끄러움으로 파묻어버린 목소리 하나를 노래가 대신 전해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민은 랑을 바라보았다. 랑이 무엇을 못한다고 하는지, 정확히 구체적으로 딱 짚어서 말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안다. 누군가와 보내는 그런 푹신한 순간들...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따뜻하고 두루뭉술한 그 어떤 무언가를 가리켜, 현민은 랑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나도 그런 거 잘 못해.
(뭐만 했다 하면 얼굴이 폭 빨개지고. 부끄러움은 잔뜩 타고. 틱틱거리기 일쑤고. 사실,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는데.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지만, 현민은, 포기하느니 차라리 실패를 택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만두고 싶진 않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그게 뭘 말하는 건지 딱 집어서 말하지 못하는데도, 얼굴은 붉어진다. 얼굴은 붉어지는데도, 현민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랑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대로 랑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랑을 보내버리면, 이 말을 그냥 삼켜버리면 이것이 두고두고 자신의 가슴에 멍자국으로 남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네가 나랑 있는 게 싫지 않다면 난 계속 너랑 있고 싶어.

514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19:58:29

(급발진을 하겠다곤 했는데 몬가 의도치않은 몬가가 나가서 몬가.... 몬가 몬가임 상태)

(그러나 물리지는 않는다)
(이 현민주 후진기어는 없다)

515 랑주 (1fNuBYG8Hg)

2021-11-20 (파란날) 21:02:45

10시 이후에 올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답레는 모르겠어 ㅠ.ㅠ

516 현민주 (T9l9mVzjVc)

2021-11-20 (파란날) 21:08:13

천천히 다녀와 ( u u)
답레는 나중에 줘도 좋아

517 랑주 (b/cEQOn/R6)

2021-11-20 (파란날) 22:17:35

다시 갱신 !.! 이제부터 귀갓길이야
ㅠ.ㅠ 답레 아까도 봤지만 다시 읽으니 더 눈물나

518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2:21:33

아직 귀갓길이구나
집에 도착해서도 피곤하다면 얼른 푹 쉬어

음- 왜 눈물난다고 하는지 알 것도 같지만 대답은 기다리고 있을게

519 랑 - 현민 (G.OTNeASmw)

2021-11-20 (파란날) 23:08:52

나 너랑 있는 거 싫지 않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 (당신이 옆에 있던 이틀, 그마저도 시간으로 계산한다면 하루도 안 될 시간동안 랑은 즐거웠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꺼내는 말은 최대한 상냥한 말로 고르고 고르는 것이었다. 랑은 본인이 이기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붉어진 당신을 바로 응시하고,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롯이 또렷하게 맑은 하늘빛 눈동자에 당신을 담아 비추었다.) 근데 좋다고 말 안 하는게 나야. (당신처럼 쉽게 부끄러워하고, 작은 눈짓에도 몸짓에도 반응하는 당신에게 랑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당신의 몫으로 넘기고서 사라져버리는 사람이 랑이니까. 당신을 밀어내는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으니까.)
(조금 더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말해보기로 했다. 자업자득이라는 이유로, 조금 더 솔직하게.) 그런데도 너랑 친구하고 싶어. (모순덩어리인 문장 뿐이어서, 랑은 부끄러웠다. 숨기는 것도 거짓말이라면 많은 거짓말을 해버렸다. 랑이 얼굴을 붉힌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자신의 뻔뻔함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그 수치스러움에 똑바로 바라보던 시야가 아래로 천천히 곤두박질쳤다.)
(그래도 랑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바로 봐줬듯이 랑도 그랬다. 겁먹고 움츠려있는 걸 진정시키려는 듯 랑은 숨을 골랐다.) 이래도 나랑 있고 싶어? (차라리 당신이 이렇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도 못한다.)

520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12:32

선생님 모르겠다더니요
이 밤중에 잠으로 고개가 꾸벅꾸벅 떨어지는 타이밍에 이렇게 이모셔널한 답레를?

이제 자러 갈 거야?

521 랑주 (G.OTNeASmw)

2021-11-20 (파란날) 23:14:38

나도 몬가 몬가임 상태가 됐어

랑이는 현민이한테 친구를 바라는 것만으로도 크다고 생각해
자기가 어떤 대인관계를 취하는지 아니까
랑이는 현민이한테도 그럴게 보이는데 현민이는 솔직하게 말해주고 눈물이 납니다

522 랑주 (G.OTNeASmw)

2021-11-20 (파란날) 23:15:54

놀랍게도 아직 귀갓길 ㅎ.ㅎ
인데 현민주가 졸린데도 무리해서 답레쓸까 겁나니 꿈나라라고 할까

523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16:03

그래?


(아껴놨던 몬스터에너지 딴다)

524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16:21

>>522 그래?
(부담없이 마신다)

525 랑주 (G.OTNeASmw)

2021-11-20 (파란날) 23:21:30

이게 아닌데

526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23:20

사실 아직 마시지 않았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 잘 생각이라면 이것을 얌전히 내려놓겠다
그렇지만 더 있을 거라면 마시겠다


다만 어느 쪽을 골라도 내가 답레를 쓸 것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527 랑주 (wz/rKyYM/s)

2021-11-20 (파란날) 23:26:07

그렇다면 답레 보고 가겠습니다

528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33:16

아참 답레를 쓸 때 현민이가 운을 떼는 대사 하나 봐줄 수 있을까

529 랑주 (wz/rKyYM/s)

2021-11-20 (파란날) 23:33:38

영광입니다

530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39:00

"알아. 왠지... 조금 그랬어. 나는 무슨 책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 안에 있고, 너는 그 밖에서 날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 비유가 조금 이상하지만."

531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43:12

쓰다보니 너무 과하게 궁예가 되어버린게 아닌지 싶어 이렇게 여쭈옵니다 (쭈글)

532 랑주 (YyaeNWIUPI)

2021-11-20 (파란날) 23:44:00

랑이가 대역죄인이야
저는 좋습니다

533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45:14

음... 말했던가 현민이가 늬끼오그리돋는 대사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던 것 같은데

그게 지금이다 입벌려

534 현민 - 랑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47:08

알아. 왠지... 조금 그랬어.
(현민은 랑이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고는, 랑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조금 뜸을 들였다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무슨 책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 안에 있고, 너는 그 밖에서 날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 비유가 조금 이상하지만.
(그 말마따나, 이상한 비유다... 그렇지만 현민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붉은 뺨 위에서 까만 눈동자가 담담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유 같은 걸 캐물을 생각은 없어. 사람과 가까워지는 걸 꺼리게 되는 이유는 많고, 나도 꽤 많이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너도 날 떠나갈 거잖아' 라거나, '내가 너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 모르겠어' 라거나... 그 외에도 불확실한 이런저런 말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이유들까지. 좋다고 말하는 게 싫거나 꺼려질 수 있다는 거, 나도 잘 알아. 물리적으로 곁에 있다고 마음까지 곁에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네가 오기 힘들다면 내가 너한테 갈게.

사실 너한테 간다고 해서 뭐가 될지도 모르겠고 뭘 하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같이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 갈게. 뛰어갈게.

(정말이지 두리뭉실한 마음이지만, 방향은 정했다.)

535 랑주 (YyaeNWIUPI)

2021-11-20 (파란날) 23:48:13

귀여워
랑아 잡아라 현민이 잡아라 꽉 잡아라

536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55:04

그래서 이제 자러 가는거지?

537 랑주 (yCRJU2Yl4Y)

2021-11-20 (파란날) 23:56:19

답레를 쓰고 있는ㄷ

538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56:55

539 현민주 (cpmJmG6SnA)

2021-11-20 (파란날) 23:58:25

(벌컥벌컥)

540 랑주 (cRYcT.VrNU)

2021-11-20 (파란날) 23:59:09

이게 아닌데22

541 현민주 (0UzNDv7zdE)

2021-11-21 (내일 월요일) 00:01:46

랑이가 이제 지금 현민이가 친 멘트를 가지고 천년만년 현민이를 놀려먹는 걸 봐야되는데 감히 자러갈수가?

542 현민주 (0UzNDv7zdE)

2021-11-21 (내일 월요일) 00:04:01

(몬스터드립은 대부분의 경우 농담이며 현민주는 스스로의 수면을 잘 통제하고 있으니 피곤하면 언제든 부담없이 답레작성을 멈추고 내일을 기약해도 좋습니다)

543 랑 - 현민 (MyDgTPLTUk)

2021-11-21 (내일 월요일) 00:14:11

(알고 있었다는 말은 대답이 되고 말았다. 알고 있었는데도 당신은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도 나랑 있고 싶냐고 물었던 랑의 물음은 바보 같았던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생각보다 더 부끄럼쟁이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더 용기있는 사람이다. 넘어지는게 무섭지 않은 사람.)
(뛰어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랑은 당신의 방에서 그랬듯이 웃는다. 물어보지 않는 것도, 자신이 가겠다고 말하는 것도, 기꺼이 마음을 말해준 것도 하나같이 고마운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 고마움이 넘치는 와중에 당신이 뛰어가겠다고 까지 하니 그게 귀여워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얼굴을 붉혔던 온기가 조금은 남아있는 얼굴로 평범히 웃는다.)
그럼 비밀 하나 알려줄게. (이것 또한 자업자득이다. 처음 자업자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보다는 그 단어의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지만 랑은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 당신이 자신에게로 오는 길에, 뛰어오는 길에 헤매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부터 용기를 내었다. 당신이 낸 용기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것 같다 생각하면서도 랑에게는 심호흡이 필요한 일이었다.) 현민아. (데자뷰가 느껴진다면 착각이 아니다. 당신을 부르고서 랑은 당신의 귓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똑같은 말을 속삭였다.) 난 이런 거 못해. (배시시 웃음 짓는 것까지 똑같았다. 다른 점은 이 두루뭉실한 말이 가르키는 것이 달라졌단 것인데, 랑은 속삭이는 행동 자체를 뜻하고서 하는 말이었다.)

544 랑주 (MyDgTPLTUk)

2021-11-21 (내일 월요일) 00:17:30

이제 거리가 좀 있는 위치에서 현민이랑 마주치면 안 뛰어오냐고 놀리는게 일상다반사가 될거야

545 현민주 (ZHxshLhNK.)

2021-11-21 (내일 월요일) 00:18:00

귀 가까이서 소리가 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건가

546 랑주 (LPOMAvROeg)

2021-11-21 (내일 월요일) 00:20:20

랑이가 곧 스스로 말할 거 같은데 먼저 말할깝쇼 ㅇ.ㅇ

547 현민주 (ZHxshLhNK.)

2021-11-21 (내일 월요일) 00:21:53

말해줘도 괜찮겠다 싶을 때 말해줘 ( 3 3)

548 랑주 (LPOMAvROeg)

2021-11-21 (내일 월요일) 00:26:02

랑이 한쪽 귀가 안 들려 다른쪽 귀도 들리긴 하지만 평균보다는 청력이 떨어진 상태
청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입모양 읽는걸 많이 연습해서 웬만해서는 티 안나
나름 떡밥 뿌린다고 뿌렸는데 모르겠다 ㅎ.ㅎ.....

549 랑주 (LPOMAvROeg)

2021-11-21 (내일 월요일) 00:27:18

청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으니까 입모양 읽는 건 물론 수화도 공부했습니다

550 현민 - 랑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00:49:43


(아주 짧은 시간선 내에서 반복되는 루프물과도 같은 순간. 같은 일이 벌어지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다른 순간. 같은 말, 다른 의미. 단지 랑이 아까와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을 뿐이지만, 현민에게는 왜인지 그게 그렇게 다가왔다.)
-네가 못하는 그게 정확히 뭔지 몰라.
(그는 실토했다.)
그렇지만 난 개의치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거야.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거고.
(그리고는 다음 곡을 재생했다. 핸드폰의 스피커에서, 다음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551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00:52:43

>>548 (짤)

랑이가 집에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하는 거랑, 깜짝깜짝 놀라는 게 무언가의 복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뭐가 갑자기 다가오는 걸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귀가 안 좋아서 시야 밖의 일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거였구나

552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00:54:23

가만 설마 자주 넘어지는 것도 균형감각이 안 좋다는

553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00:55:22

선생님 잠깐만ㅇ요

554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01:32:05

( 3 3) 주무시러 가셨군요.. 좋아... 마음놓고 잘수있겠군

555 랑 - 현민 (Cykx9XU.Wg)

2021-11-21 (내일 월요일) 16:53:57

(말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겁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랑에게는 그저 다른 것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약점이 되고 만다. 말하기로 마음 먹었으면서 두루뭉실하게 말했던 이유.) 응, 내가 잘 말 안 해줬잖아. (랑은 웃었다. 언젠가 정말로 무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무렇지 않을 때 짓는 표정은 웃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이쪽 귀가 안 들려. (피어싱을 뚫어놓은 쪽의 귀다. 옆머리가 내려와 가리고 있는 귀를 보이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길 듯 들어올린다. 소리에 있어서 랑의 세계는 왼쪽 뿐이다. 그리고서 다시 머리카락을 내려 감춘다.) 이쪽 귀도 다른 사람들만큼 잘 들리는 건 아냐. (이번에는 옆머리를 땋아서 넘긴 쪽의 귀다. 랑은 이미 드러나있는 귀를 드러나게 할 수는 없고, 땋아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네가 불편한게 아니라는 거야. 방금 노래도, 아까 쓰다듬은 것도. (다 말해버렸다. 말하기 싫은 비밀이지만, 그마저도 다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 기분은 편했다. 랑은 손에 검지를 가져다놓고 입꼬리를 올린다.) 아무 말도 안 해도 되고, 이건 다 비밀이야. (한 번 또 웃어보인 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다음 노래에 귀 기울였다. 내일도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졌다. 친구가 있는 학교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려보았다. 랑은 문득 폰을 바라보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채부끄럼쟁이. 당신을 전화번호부에 별명으로 저장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제 가자. 이러다 여기서 밤새겠다.

556 랑주 (LWswIvawdU)

2021-11-21 (내일 월요일) 16:57:09

늦었다 ㅠ.ㅠ
무언가의 복선은 계속 생각해도 될지도.. 균형감각은 정답

557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17:23:58

>>556
에이 아니 그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일 리가 에이..

558 랑주 (Pxu0uFvmkQ)

2021-11-21 (내일 월요일) 17:28:55

현민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데 아마 그건 아닐거야ㅋㅋㅋ

559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17:30:58

( 8 8)

560 현민주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17:34:21

아무튼.. 랑이가 너무 나쁜 일을 당했거나 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561 랑주 (tSnSCecTVw)

2021-11-21 (내일 월요일) 17:40:18

너무 나쁜 일은 아닐거야 (걱정인형 갖다놓기)

562 현민 - 랑 (JyIMvfXbVU)

2021-11-21 (내일 월요일) 17:48:23

......
(현민에게 있어 그것은 결코 랑에 대한─뭐라 불러야 좋을지 모를─어떤 마음을 훼손할 요인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일이기도 했다. 자신은 그런 줄도 모르고 랑을 너무 배려심없이 대해오지 않았었나. 결론이 급작스레 주어지자 현민의 머릿속에 무심결에 남아있던 단서들이 차곡차곡 연결된다. 균형감각이 좋지 않아 자주 넘어진다던가, 시선 밖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다가오면 깜짝 놀란다거나, 귀에 무언가 닿는 걸 거부한다거나... 그래서였구나. 현민은 문득 아까 자신이 아무 생각없이 랑의 귀에 이어폰을 들이댄 걸 떠올렸다. 표정이 침울해진다. 그 동안 자신의 말을 한 번도 되묻지 않고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랑은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현민은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사과 한 마디 하는 것마저 허락받지 못했다.)
(소년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흡사 푸들이 물이라도 한 바가지 뒤집어쓴 모양새다. 그렇지만, 현민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다시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그렇지만 나 그 말을 듣기 전처럼 널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조심해야 할 부분은 조심하고, 신경쓸 게 있으면 신경쓰게 될 거야.
그렇지만 너한테 갈 거라는 내 말을 바꿀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지금 집에 가려던 길, 마저 바래다줄게.
너도 내일 데이트, 같이 가줘.

응. 가자. 이야기가... 길어졌네.
(현민은 주머니 속에 넣고 있는 랑의 손을 다시 한 번 조심스레 꼭 쥐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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