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이야기에 조그맣게 웃음소리를 내며 웃어버리고 만다. 잘 참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졌다. 그리고 당신을 놀릴 방법을 한 가지 더 배우게 되었다. 다음번에는 해열제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놀릴 지도 모르겠다.) 고생은요, 하나도 안 했는- 으앗? (많이는 못 준다는 말이 맞지 않는 금액이다. 맛있는 거라고 사먹고 학용품도 좀 사기에는 큰 금액에 당황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는 당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어찌 해야할 지를 몰라 당신이 귀뜸하기도 전에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받아두라는 귀뜸에 이 돈이 쓰일 방향은 정해졌다. 당신에게 온전히 돌아간다면 그게 베스트, 못해도 당신과 노는데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당신과의 다음을 생각해버려서 놀랐지만, 여기서 티내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현민이랑 맛있는 거 사먹을게요. (신사임당 여섯 장을 조심스레 받아쥐었다. 당신에게 다시 돌려주면 티가 날까 고민한다.) 네, 드렸어요. 원래도 이때 집 가서 괜찮아요! (걱정하실 필요없단 듯 방글방글 웃어보이고, 이어지는 대화는 끼어들 틈새도 없이 당신이 바래다주는 결론이 나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늦은 모양이다. 대신 랑은 당신의 어머니에게 헤어지는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 준비 안 하셔도 괜찮아요! 다음에는 제가 뭔가 들고 올게요. (그리고 안녕히계세요 까지. 분명 당신의 어머니의 시선이 후리스를 바라본 것 같은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때문에 랑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서 있었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마침 당신이 랑을 돌아보아서 타이밍좋게 눈이 마주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안 피곤해? (피곤하면 안 바래다줘도 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포석이다.)
(현민이네 어머니와 다음번에 대화할 때, 어쩌면 '그렇잖아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인데' 라는 걱정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뜻밖의 용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현민에게 돌려주려 하면 거부하겠지만, 랑과 비슷한 생각인 '데이트 예산으로 써버리자'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안 피곤해? 하고 랑이 말을 꺼내자, 현민은 랑을 빤히 마주보았다.) 딱 너 바래다주고 오면 꿀잠자기 좋을 만큼 피곤해. (그리고 쐐기를 박았다.) (도망가게 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들리는 것은 랑만의 착각일까?)
(쐐기를 박은 당신의 말에 랑은 졌다는 듯이 웃었다.) 응, 그럼 같이 가자. (랑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갔다가 쉽게 멀어지고, 또 쉽게 다가갔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웃어주지만 누구에게나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당신이 지금 한 번 그것을 막았다. 랑은 당신의 끈기와 인내가 어디까지 닿을지 궁금했다.) 지금 나가면 깐쵸 있을까? 자고 있으려나~. (신발을 신으면서 깐쵸의 이야기를 한다. 거리두는게 느껴진다고 해도 착각이 아닐텐데, 랑은 그랬다.)
(쉽게 다가갔다가, 쉽게 멀어지고. 머무르지 않는 가벼운 구름같은 삶. 그런데 웬 푸들 한 마리가 구름을 졸졸 쫓아오기 시작했다. 랑은 이 소년의 삶에 '쉽게 다가갔다' 기에는 너무 많은 흔들림을 남겼고, 너무 많은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랑과 꽤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는 친구가 몇 없었으나 모두 오래된 친구들뿐이었다. 사람을 사귀는 것을 귀찮아했으나, 한번 이끌리기 시작한 사람에게서는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밀치지 않았고, 멀어지려 하면 뒷걸음질친 만큼 다가올 것이다. 그는 어디까지 따라올까. 어디까지 가게 될까.) (현민은 가볍게 스니커즈에 발을 푹 꿰었다.) 깐쵸한테 인사라도 하고 가게? (랑이 신발을 신는 동안 혹시 손을 놓으려 했다면 현민은 손을 놓아주었을 것이다. 다만, 신발을 다 신고 나서 고개를 들면 다시 손을 내밀어줄 것이고. 랑이 거절하면 다시 손을 거두어들이겠지만.) 가봐야 알아. 걔 생활패턴이 제멋대로라. (현민은 현관 패드락 잠금해제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늦가을 밤 공기가 신선하고 차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응, 언제 또 볼지 모르잖아. (신발을 신는 동안 당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손 하나만으로 신발을 신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랑은 손을 잡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랑은 자신이 당신에게 한 짓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고, 모든 것을 가벼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깐쵸가 오늘은 늦잠 자기로 했으면 좋겠다~. (도어락이 열리고서 닿는 공기가 차가웠다. 얼굴에 닿은 공기만 그랬다. 밤공기 특유의 냄새와 온도가 물씬 느껴졌는데, 후리스가 따뜻했다.) 맞다, 이거 봐. (입고 있는 것을 보라는 듯 팔을 들어올리면 품이 남아도는 검은 후리스 자락이 팔락거린다.) 갈아입는 거 깜빡했어- 세탁해서 돌려줄게.
반대항으로 축구하는거 현민이 나간거 랑이가 응원가는 것도 보고 싶다 2학년이나 3학년 때 반 갈렸는데 자기 반말고 현민이 응원하기 수행평가 조별로 하는 거 현민이랑 랑이 다른 조로 나뉘어서 서로 다른 애들이랑 있는 거 신경쓰여하면 좋겠다 교실에서 옆자리 되는 것도 보고싶고 지금은 춘추복이나 동복입고 있겠지 날 더워져서 현민이 상큼한 하복 입은것도 보고싶다
현민(장렬한 자폭도 무릅쓰는 편)(그러나 이제 홍익인간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아 축제도 좋아.. 정말... 현민주가 고등학교때 못해본 거 현민이로 대리만족 10000% 해버릴듯 도서관에서 깨볶는 건 나중에는 되겠는데 지금은 조금 힘들지도..? 아마 지금의 두 사람 시점에서 도서관에서 속닥거리며 소리죽여 웃는다면 랑이가 웃는 거일테고 현민이는 여지없이 홍시농사 풍년 짓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