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연] 그가 공중으로 올라 벽 너머를 바라보면 쓰러져 있는 소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손에는 캡슐 약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약통이 뚜껑이 열린채로 쥐어져있었고 그 아래에는 뭔지 알 수 없는 캡슐 약이 여러 개 떨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선다면 아직 숨은 쉬고 있지만 몸에 경련이 있고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장의 모습을 더 확실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입가에선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약병에는 해골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은 그의 오른손 쪽 손톱 끝에 진한 검붉은 뭔가가 묻어있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소장의 몸에는 외상 같은 것은 없었다.
여기서 음독이라도 해서 자살이라도 한 것일까? 그에 대한 것은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연우]
-일단 아버지가 있다는 것 같아요.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없고 말이에요. 다만 주소나 그런 것은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지 기숙사로 되어있어요. 청해고 기숙사입니다.
적어도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없다는 것으로 보아 집이 이혼을 한 집안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은 입양이 되었거나. 아무튼 그런 정보가 오가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는지 나리는 연우의 말에 답을 이어갔다.
"그냥, 뭔가 격려를 많이 해주고 공감을 많이 해주는 느낌이었어요. 고민거리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같이 생각을 해주기도 하고요. 솔직히 톡을 하면서 뭔가 위안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뒤이어 불편한 점이나 다친 곳에 대한 물음을 말하자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잠시 짓다가 눈치를 살며시 살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어디서 다쳤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납치당할 때였을지도 모르지만 허리 쪽을 살짝 긁혔어요. 거기 빼면 딱히..."
오른쪽 허리 부분을 살짝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녀는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퍼디난드] 그가 학생 중 한명의 기억을 읽어보려고 하자 이내 이미지가 그의 눈에 보였다. 그것은 톡을 하고 있는 해당 학생의 모습이었다. 뭔가 이런저런 상담을 받고 있는 것 같았고 이내 메시지가 끝났는지 더 이상 톡이 올라오지 않았다. 톡을 하고 있는 곳은 하교 시간의 학교였고, 이내 해당 학생은 어디론가 천천히 걸어갔다.
어두운 거리를 걸으며 눈치를 살피면서 걸어간 후에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금 있는 장소, 청해 공원이었다. 제 발로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는지 그 소년은 남자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모든 변기 문이 열려있었고, 딱히 이상해보이는 흔적도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허나 갑자기 [숨 막혀] 라는 느낌을 받으며, 입과 코가 뭔가에 의해서 막히는 것을 느끼며 시선이 꺼져버렸다.
그 이후로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허나 확실한건 지금 그는 [행복해]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좀 더 읽으려고 하는 순간, 이유는 알 수 없는 파직- 하는 느낌과 함께 강제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뭔가에 의해서 기억을 읽는 것이 끊긴 모양이었다.
주먹에 열기를 실어 분을 파괴한다. 서둘러 119에 신고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의 손에는 약통이 있었고 캡슐 약이 떨어져있는 것을 보아 이것을 먹은 후 쓰러진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아직 숨은 쉬고 있지만 경련과 의식불명, 언어 장애등을 호소하고 있다. 입가의 거품과 해골모양의 약병을 보아 이 것을 먹어 이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른손 쪽 손톱 끝에 진한 검붉은 것이 묻어있었다. 또다. 그때 콘서트 중독 사건과 같은 사건.
음독 사건의 경우 섣부른 인공호흡은 오히려 구조자가 다칠 수 있다. 화연은 서둘러 그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 구토를 유도했다.
상담을 한다. 이곳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화장실 안으로 뛰쳐들어가는 것..까지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숨이 턱 막히자 그는 눈을 크게 뜨곤 입을 틀어막는다. 뭔가 의식이 꺼지는 느낌이 들어 그는 한참이고 숨을 몰아쉬다 행복하다는 생각과 시야가 돌아오자 몸을 파르르 떨었다.
"미친 새끼들."
아무리 그래도 학생을. 천하의 극악무도한 새끼들. 그는 아이의 목숨이 이렇게 가벼울 것이 아니라는 말을 중얼거리곤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사연이 있어도, 나이가 어떻게 돼도, 사람이 평소 어떤 말을 들었어도 범죄자는 범죄자다. 그는 학생의 정신을 건드려 강제로 깨워볼까 생각하다 그 이후의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는지, 끊길 당시 익스파 파장이 검출 되었는지만 알아보려 시도했다.
[화연] 그가 입에 손가락을 넣자 이내 소장은 구토를 하면서 분비물을 밖으로 토해냈다. 이어 눈을 잠시 뜨는 듯 했으나 아무런 말은 하지 못하고 소장은 이미 깨끗하게 닦여져있는 문 바로 앞 바닥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듯 했지만 이내 팔에 힘이 빠졌는지 팔이 다시 아래로 푹 떨어졌다. 숨은 쉬고 있지만 말은 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정신도 완전히 잃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죄송해요. 차량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어서. 지금 공원으로 차량 자체가 진입을 못하는 상태에요!
이내 소라에게서 모두에게 통신이 걸려왔다. 아무래도 무슨 이유에서인진 알 수 없었으나 근방으로 차량이 들어가는 것은 힘든듯 했다.
[연우] "...친구 중에서 몇몇 실종된 애들이 있긴 해요. 수형이라던가, 성우라던가, 인아라던가..다른 학교에서도 중학생 때 친하게 지낸 애들도 있었고요. 한정이나 수연이나.. 그리고 능력은 잘 모르겠어요. 저, 정말로 아무것도 제대로 본 것이 없어서."
나리는 정말로 자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이런저런 말을 이어나갔다.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편 부상이라는 말에 나리는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크게 휘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정말로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조금 긁힌 정도에요. 보세요!"
이어 나리는 자신의 교복을 살짝 올려 오른쪽 허리 부분을 살짝 보여줬다. 거기엔 정말로 뭔가에 긁힌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약간의 피가 흘렀을지도 모르는 그런 느낌의 상처가 있기는 했으나 정말로 별 것 아닌 너무나 작은 그런 느낌의 긁힌 것으로 추측되는 자국이었다.
"죄송해요. 정말로 도움이 못 되어서 말이에요."
[퍼디난드] 익스파 파장을 검출하자 거기에선 분명하게 익스파 파장이 검출되었다. 허나 거기에 남아있는 것은 다름 아닌 'S 클래스'의 파장이었다. 다만 그게 무슨 종류의 익스파인지는 아무래도 확인이 힘들어보였다.
적어도 지금 막 사용된 익스파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전부터 사용된 무언가임은 분명했으나 그게 무엇인진 알 길이 없었다.
"학생에게서 S클래스의 파장이 검출 됐슴다. 정신쪽을 건드린 것 같은데 이게 뭔지 감이 안 잡히거든요. 이전부터 사용 된 흔적이 보여서 세뇌 시도로 추측되는데..그 비슷한 능력이 있는지..예..알죠? 일단 제쪽에서 손 좀 대보겠습니다."
리리가 알려준 방법이 있다. 그가 듣고 펄쩍 뛰긴 했지만 곧 납득할 수밖에 없었던 방법이다. 그는 계속, 학생에게 손을 대기를 주저하다 한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꼬았다. 제발 행운이 있기를. 머리에 그대로 손을 얹고,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정신에 자극을 줘서 강제로라도 깨울 심산이었다. 환자분 따끔해요! 환자분.. 그는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소라:보고를 들었어요. 소장의 손 끝에 검붉은 것이 묻어있다고요. 그리고 바닥을 가리켰다고. 소라;그리고..바닥은 물로 청소가 되어있었다고 했죠? 소라:...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왜 물로 청소된 바닥부위를 손으로 가리킨걸까요? 어쩌면 거기에 뭔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 정말 아무것도 없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