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네! 상담만 하다가 끝나있었어요. 내용은 다 달랐지만 이것만큼은 공통적으로 들어있었죠!
-신은 너희들을 축복하고 있단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땐 신에게 의지하도록 하렴. -인도를 받아 너희들이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도 희망이 생기는 법이란다. -하렴없는 나날 -늘 그렇듯이 매일 반복되는 나날 -공허한 나날이 아무리 계속 된다고 해도 -원래 그것은 신의 시련에 불과하니 절대 포기하지 마렴.
서언배애? 나 오늘 투입된 신삥인데? 나 아직 스물 셋인데? 나 아직..응애인데? 그는 선배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의도를 파악했다. 연기구나. 당연했다. 일터에서 처음 보는 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꼭 후배에게 못 이기는 말년처럼 흐물흐물하게 대답했다. "아~ sorry.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지 뭐야~ 학생 미안해요." 하고는 외상장애 언급에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학생쪽을 한번 바라봤다. 지금 이 학생의 증언도 그렇지만 석연찮은 점이 많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수사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고마워요, 학생."
그렇게 짧은 말 뒤로 답답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관리소장, 납치 이전의 무언가, 쓰러짐...관리가 안 된 식물과 소재불명의 관리소장. 감정을 읽는 것은 여전하다.
한편 어떻게든 청해 공원에 도착했으면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이곳에 납치된 학생이 있는 것일까? 일단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그리고 구 창고 하나, 신 창고 하나, 그리고 텅 비어있는 관리 사무소. 이렇게 다섯 장소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이외에는 그 어디에도 따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물이 뿜어져나오는 거대한 분수대 하나가 공원 중앙에 있었고, 저편에서는 농구대가 있었을 뿐이고, 그 외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벤치들과 산책길,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일단 공원에 대한 묘사랍니다! 함정이 있을 수도 있고 뭔가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할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지요!
[퍼디난드, 연우] 연우의 말에 나리는 아무런 말 없이 물끄러미 연우를 바라봤다. 딱히 표정이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것일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나리는 조용한 목소리고 중얼거리듯 이이야기했다.
"...부모님에게 혼날 것 같은데. 꼭 서에 가야 하나요? 가야한다면 가도 괜찮아요."
적어도 여기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듯이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거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퍼디난드는 나리가 만족스러워하는 감정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예성은 연우의 통신을 들으며 잠시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내 통신기 너머에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는 소리와 함께 마우스 클릭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후, 예성에게서 통신이 들려왔다.
-관리소장 말입니다만 저희가 휴가를 가기 바로 전 날. 공원에서 퇴근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출근하는 모습도 포착되지 않았고요. 그 어디에도 소장의 모습이 찍힌 흔적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늘 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안 보이게 된 거니,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전까지는 쭉 이용하던 루트에서 딱 그 날부터 모습이 전혀 CCTV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길로 출입을 했거나, 혹은 아직 공원내에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15일간 말입니다.
[화연] 다시 지상으로 나와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 그는 꽤 좁은 화장실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좌변기 3개, 그리고 대변기가 들어있는 칸 3개. 안에 사람은 딱히 없었고 공원 공중화장실 특유의 안 좋은 향과 낡은 느낌과 벽에 묻어있는 때 등을 그는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다지 사람이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하나하나의 문을 두들길 때마다 열리긴 했으나 가장 마지막 칸은 고장이라는 펫말이 걸려있었고 문을 열려고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일단 안에서는 그 어떤 소리고 들리지 않았다. 단순히 고장난 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변기 3개 부근에는 그 어떤 특별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바닥만은 유일하게 물로 깨끗하게 청소를 한 듯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바닥만은 청소를 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래도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몸 안의 부정한 것들을 빼낸 화연은 손을 씻으며 주변을 관찰했다. 변기칸 6개 중 5개가 열려있으나 1개는 고장이라는 펫말과 함께 잠기어 열리지 않았다. 소변기 3개도 평범한 변기였으나 바닥은 유난히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다. 실사용 경험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변기들은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닥만은 유일하게 깨끗하다. 단순히 물이 흐른 것이 아니다. 제대로 물을 뿌리고 솔질을 한 것이다.
왜 하필 바닥만 청소를 했을까?
화연은 바닥에 물을 뿌리고 발 끝에서 불을 뿜어 공중으로 날아가 고장칸의 변기를 엿보았다.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자 그는 잠시 고민한다. 정말 8번째 피해자에 불과한가. 그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저 여성이 잘 해낼 거라 믿는다. 그가 있지 않아도 될 일은 많다. 문득 저 멀리서 자신을 선배로 칭한 여성이 자연스러운 취조를 위해 신 이야기가 나오는 소리에 잠깐 목에 있는 초커를 재정비 하고는 그렇게나 절박했나? 한국의 고등학생은 뭐지? 하는 말을 입속에 담는다. 이윽고 학생들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그가 무얼 하려 했는가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자, 자. 신이 뭐 어쩌고저쩌고 했죠. 잠깐 실례."
한 학생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보려 하며 기억을 읽으려 시도한다. 취조했던 것과 동일한지, 아니면 다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