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익명 홈페이지. 그 홈페이지에 대한 것은 차후 물어보는 것으로 해야겠다. 글을 삭제했다 쳐도 홈페이지에 수사협조를 요청하면 되는 일이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그는 짜증난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추궁받는 것이 짜증나는 걸까. 아니면 다른 걸까.
"학생.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잠시 진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는 경찰이다. 그것도 원리원칙을 중요시 했던 미국의 경찰 출신이고, 융통성은 있으나 이 상황에서 존재할 수 없었다.
"학생은 납치당한 피해자가 맞고 불쾌했다면 사과하지만.. 이건 학생이 주장하듯 납치 사건이에요. 학생까지 포함하면 대규모의 납치사건이고, 사람이 죽었을 지도 몰라 가족은 발만 구르던 상황이죠. 한시가 급한 건 이해하지만 수사의 빠른 진척을 위해서라면 진술이 필요하고, 지금 제정신으로 있는 건 누가 있죠? 기억이 가장 생생한 사람은? 사람의 기억은 갈수록 무뎌져요. 수사에 혼선을 줄 수밖에 없죠."
그는 타이르듯 말하며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걸 계속하려 했다. 계속해서 현재의 감정상태와 생각을 읽기 위함이다.
"지금 상황에서 용의자에 대해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니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학생밖에 없고, 학생의 진술 하나하나가 재범이나 추후의 더 큰 사건을 막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협조를 조금 해줬으면 하는데, 싫다면 거부할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깨어날 다른 학생의 진술과 다르다면 추후 재소환 될 수 있으니 지금 미리 말해두는게 더 나을 거예요."
[화연] 화연의 통신을 들은 예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말을 바로 잇지 않고 음- 하는 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머리를 굴렸다. 지금까지의 단서를 토대로 생각을 하나, 현장에는 가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정확한 답을 말하는 것은 힘들어보이나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일단 현장에 식물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흔적은 있어보이고, 사무실에서도 식물을 키운 흔적이 있었지만 흙이 말라있었고 말라죽었고, 딱히 불법적인 식물도 없었다면...
-아무래도 식물 자체는 그냥 거기서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나 문제는 장부까지 쓸 정도로 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라 죽어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관리를 못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관리를 하지 않은 뭔가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만.
-혹은 관리를 할 수 없었다던가. 모종의 이유로 말입니다. 일단 현장을 본 것은 아니라서 제 생각은 대충 그 정도입니다.
-적어도 식물이 어떤 이유로 방치되었고 그 때문에 물을 받지 못해 죽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성의 생각은 그러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는 개인의 자유였다.
[퍼디난드] 퍼디난드의 말에 나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빤히 퍼디난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어쩔수 없다는 듯이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퍼디난드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다 말했어요. 납치당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관리소장이라는 그런 단어였어요. 그리고... 탈출하려다가 문이 잠겨서 나가지 못하고 손수건에 입이 막혔고 정신을 잃고, 막 깨어난 참이에요. ...얼굴이라고 해도... 잘 기억 안 나요. 애초에 뒤에서 갑자기 손수건이 제 입과 코를 막아서 볼래야 볼 수 없었는걸요."
자신도 더 뭔가를 말할 수 없다는 듯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리는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 이상 저에게 뭘 더 가르쳐달라는거죠?"
계속해서 생각이나 감정을 읽으려고 했으면 이내 퍼시난드는 또 한가지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선배 확실히 범인을 밝혀내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나마 하나뿐인 멀쩡한 피해자잖아요? 지금은 피해자를 우선해야한다 생각해요."
그녀는 갑자기, 퍼디난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리를 도닥였습니다.
"단순히 지금 구해냈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피해자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공포감을 느끼는등 스트레스성 외상장해도 많이 일어나니까요. 일단은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정시킨 다음 부모님한테 돌려보내야한다 생각해요. 다른 피해자도 찾긴 했으니까요. 전국적으로 관리소장을 수배한뒤에 증언을 들어도 늦지않아요."
나리를 향해 무서웠죠? 하고 안심하란듯이 미소를 지은뒤 그녀는 빨리 가자는듯 퍼디난드와 나리를 바라봤습니다.
"범인이 또 어디서 노릴지 몰라요, 서까지 이동한 후 부모님을 부르도록하죠. 혹시 학생이 싫다면 부모님을 부르지 않고 잠시 저희쪽에 머물러도 되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며 그녀는 미소지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로 돌아서 조용히 무전.
- 관리소장의 행적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된걸지도 몰라요.
- 저희가 휴가를 시작한 날. 그러니까 이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2주간의 기간동안 관리소장이 정말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까?
- 공원이나 사무실에도 CCTV는 있을테니까. 정말 2주간 제대로 공원에 있었는지 알아야합니다.
1. 관리소장이 범인이다. 2주동안 일도 내팽겨치고 애들을 열심히 잡아넣고 있었다. 2. 관리소장은 범인이 아니다. 현재 죽었거나, 단순 휴가중이거나 해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거고 실제 범인은 따로있다.
근거는 몇가지 있는데. 가장 큰건.
15일전의 창고 정리계획. 어제 체슬리의 조사중에 나왔었죠? 물론 그 레스대로 써놓고 안했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단순힌 속임수 힌트라기엔 너무 절묘하죠. 현재 큰 단서들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건 큰 힌트에요.
그리고 식물들과 예성이의 힌트. 무언가 일이 있어서 키우지 못했다... 만약 관리소장이 범인이라면 글쎄요. 물론 신을 믿는 범죄자들이 또라이 같긴했어도 평상시의 행동패턴이 완전히 무너지는 수준은 아니었어요. 식물을 잘 키우던 소장이 갑자기 헤까닥해서 애들 잡느라 식물에 물도 안 줬다..? 흐음~ 글쎄요? 심지어 애들이 갇힌곳에 옆이 바로 식물인데? 다른건 몰라도 사무실에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