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나오키는 나츠키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더니, 한숨을 내쉬곤 어쩔수 없다는 듯 보안 장치에 카드를 찍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좋다. "
[ SECURITY LEVEL : BLACK ][ PERSONAL CODE : ************* ][ SECURITY : OK ][ NAME : NAOKI KASHIWAZAKI ]그리고 보안장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뜨기 시작하더니...
[ CENTRAL DOGMA ][ FINAL GATE ][ UNLOCKED ]치이익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천천히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이 열림과 함께 안개인지 증기인지 모를 것들이 같이 빠져나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처음엔 앞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증기가 밖으로 빠져나왔을 무렵엔, 나츠키는 그제서야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는 긴 통로가 있었습니다. 철골이 얽히고 얽혀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긴 붉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저 끝까지 붉은 빛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는데, 그 끝에는 무언가가 서 있는 듯한 형상이 보였습니다. 안개가 아직 남아있는 영향이 있어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형상이여서 자세히는 확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완전히 문이 열리자마자, 나오키는 앞장서서 통로 안으로 들어서려 하고는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나츠키에게 따라오라는 듯 무심히 손짓하려 하였습니다.
"따라와라. 후회하는 일 없기를 바라지. "
고민할 필요도 없이, 따라가도 좋을 겁니다. 이 길의 끝에는, 나츠키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도들은 모두 이 곳에 있는 어떠한 존재를 찾아서 이곳 제3신도쿄시로 오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 존재와 접촉하기를 원하며, 하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에 이 존재와 사도가 접촉하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은 모두 무로 돌아가게 될 거다. 멸망하게 될 거란 것이다. "
통로를 걸어가는 내내 나오키는 적당히 속도를 맞춰주면서, 나츠키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대체 저 안에 있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나츠키에겐 정말이지 영문 모를 소리로 들릴 지도 모릅니다. 순 이해하기 어려운 말 투성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해주지도 않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아버지는 이 정보들을 알고 있단 말입니까?
이 붉은 철골의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만약에 나츠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였다면 나츠키는 웬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밖의 붉은 바다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는 옅은 색의... 너무나도 익숙한 주홍빛 물결을 말입니다.
"말이 길었다. 나츠키, ...앞을 보도록. "
이윽고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나오키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저 밖에 있는 것을 바라보려 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커다란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직경으로 수십 수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붉은 십자가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역시 거대한 형체가 십자가에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에 기이한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새하얀 형체는 가슴께에 무언가 붉은 창으로 보이는 것이 박혀있었으며, 양 손이 못으로 박혀 구속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 형체는 다리가 없었는데, 단순히 다리만 없는 게 아니라 허리 아래로 있어야 할 부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꼭 어떻게 무언가로 잘리기라도 한 거마냥, 형체는 허리 아래로 선명히 베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하얀 형체의 가슴께에 사선으로 개복한 듯한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호흡하고 있는지도 모를 그 형체는, 허리 아래로 계속 무언가 액체로 보이는 것을 흘려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는 이와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에반게리온에 탈 때마다 보았고 또 이것에 잠기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 밑으로 흐르고 있는 주홍빛 그것은, 틀림없이 그게 맞았습니다.
이것,
이 액체,
LCL 용액이 아닙니까?
"...소개하지. "
한참을 뜸을 들이고 있던 나오키가, 조용히 형체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내려 하였습니다.
"제2사도 릴리스Lilith. 이 지오프론트 심층부에 숨겨놓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존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