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의 오똑한 코에, 나무 타는 냄새와, 살 익는 냄새가 섞여 흘러 들어왔다. 어떤 좋다는 담배보다도 행복한 느낌을 주는 이 연기를 맡으며, 불타는 마을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블린들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원주민들이 모두 떠나서 버려지고, 고블린들이 자신의 초록으로 더럽힌 마을은, 빈센트의 마음 속에서 뻗어나온 불꽃에 먹혀서 사라졌다.
"뜨겁게 불타는군요."
빈센트는 장갑을 고쳐 끼면서, 자신이 만든 것을 바라보았다. 판잣집은 불타서 쓰러지고, 고블린들은 거기에 깔려서 부르르 떨고, 온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뛰어다닌다. 누군가 살았고, 고블린들이 즐거이 놀았을 마을은 그렇게 끝장나고 있었다. 빈센트는 이 마을들 사이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불태웠던 집의 전경을 생각하며, 만족감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그쪽은 다 끝났나요?"
그리고,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블린들과는 달리, 성큼성큼 당당하게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에 물었다.
손가락을 딱 튕기자 고블린의 머리가 팝콘처럼 피어올랐다. 빈센트는 그답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지한을 바라보았다. 죽여준다는 이야기에, 빈센트는 허허 웃으면서 긍정한다. 여러 의미로 죽여주는 것이다. 죽여주는 광경이고, 고블린을 죽여주는 상황이었고, 이 마을을 죽이고, 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중이었다. 빈센트는 아직, 이라는 말에도 스스럼없이 긍정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영원히 불태우고 싶습니다."
빈센트는 그러면서 자신의 철학을 말한다.
"자라서 숲이 되는 것은 수백년, 쌓아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수 년, 하지만 태우는 건 수 시간뿐이죠. 그렇기에 아름다운 거 아니겠습니까?"
고블린들이 지한과 빈센트를 보더니, 도망치려고 공터로 모인다. 그곳에는 불탈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들을 보고, 거대한 파이어볼을 하늘로 쏘아올렸다. 그리고...
"오랜만인 건 맞습니다."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이런 것도 즐기지 못하면 것도 애매하지. 라는 생각이 드나요? 의외의 호전성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한은 달려드는 고블린 한 마리를 창대를 이용해 저 멀리 날려버립니다. 그 자리가 불타는 곳이었기에 떨어지자마자 끼익거리며 벗어나려 발버둥치는군요.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얕은 경제학적 논리로는 수요공급이던가. 라고 생각합니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확실히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말을 하며 공터로 몰린 것들을 봅니다. 거대한 파이어볼과 함께 벌어질 광경에 좀 비위가 상할 시기는 있지도 않았으니 그냥 구경하겠지만. 터져나갈까. 아니면 태양이 떨어지는 그런 거려나?
"불타는 건 이중적이죠. 짧으면 아름답지만, 영원할 수 없고. 정말로 아름답지만 동시에 슬픕니다. 영원은커녕, 찰나조차 허용받지 않는 것이라."
빈센트는 공터에 모인 고블린들을 바라본다. 고블린들은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해서, 어떻게든 하늘로 가려고 서로를 짓밟고, 어떻게든 고블린들 자신으로 기둥을 만들어 하늘로 올라가려고 했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생각한다. 어두운 하늘에, 불덩이가 빛나고, 불덩이는 점점 커지며 가까워지는 광경을 감상한다. 그리고...
쾅! 고블린들이 덩어리로 뭉쳐있던 곳에, 파이어볼이 떨어졌다. 눈이 멀 정도의 밝은 빛에, 빈센트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지한에게 미리 경고한다.
"눈 감으시죠."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었다. 빈센트의 파이어볼은, 저 불쌍한 고블린들의 삶을 영원히 끝내고, 저 추한 초록의 집단에게 아름다운 불꽃을 안겨주었다. 불타는 사지들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비처럼 내리는 광경은... 빈센트가 보기에는 아름다웠다. 지한에게는 아니겠지만.
"시체 덩어리를 맞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지한 위에 매우 뜨거운 불의 장벽을 만든다. 불의 장벽으로 떨어지던 시체조각은, 닿자마자 불타서 연기로 화했다.
"영원해서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순간이기에 아름다운 것도 많지요." "사실 영원한 것보다는 보통 순간적인 것이 좀 더 인상깊은 편이기도 할까요" 고블린들의 발버둥이나. 그들 위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파이어볼을 따분해 보이는 표정으로 봅니다. 표정은 그래도 나름 흥미로워하고 있다고요? 나른해보이는 기본 표정 때문인 걸까..
"앗.." 눈을 감으라는 말에 눈을 감고 동시에 귀도 막습니다. 비명소리 때문이라고 하기엔 꽤 익숙해보이는 걸 보면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념이나 몬스터와는 관계 없는 것이지요. 묵직한 소리와 폭발이 이는 것이 지나간 다음 눈을 뜨면 꽤 장관인 광경입니다.
"유쾌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고보니 스톤으로 만드는 것도 장례법(*불교에서 말하는 사리의 원리로 유골을 녹이고 굳혀 원석같이 만드는 것. 유사품=메모리얼 다이아몬드)으로 있다고 들었는데. 저것들은 어떤 스톤이 나올까요. 라는 가벼운 농담..(같아보이진 않지만)을 건넵니다.
"동의합니다. 영원한 것, 영원하지는 않더라도 오랫동안 남는 것들이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버 댐이나 피라미드는 십만 년도 넘게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순간이기에 아름다운 것도 있습니다. 불, 번개... 오래 못 봐서 아쉽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조미지요."
철학같지도 않은 철학을 읊는 동안, 건물들은 불에 잡아먹혀 끝내 쓰러졌다. 너무 완벽하게 태운 나머지, 잿가루들을 빼고 나무 판자도 나무 말뚝도 하나 없었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그 광경을 보았다. 이곳은 끝장났다. 게이트가 닫히고, 이 세상과 현실 세상과의 연결이 영원히 단절되더라도, 이곳에서 다시 문명이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빈센트는 웃으면서, 무너진 마을 너머, 불타는 숲을, 불타는 대지를, 지평선 너머까지 뻗은 불을, 타오르는 노란색으로 물든 하늘을 가리키면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미리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이곳은 매우 건조한 곳이라더군요. 알 수는 없지만 비가 끊겼고, 대신에 불이라는 것도 사라졌고, 고블린들은 영양 섭취가 아니라, 의념의 일종으로 유지되고 있었다고요. 그래서..."
빛이 있으라, 그리고 불이 있으라, 빈센트는 프로메테우스를 자처해, 그들에게 불을 알려주었다. 인간들의 프로메테우스는, 불의 기적을 보였고, 고블린들의 프로메테우스는 그들에게 불의 지옥을 보여주었다. 빈센트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저 숲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불에 잡아먹혀 타죽을 고블린들을 비웃었다.
"창세기에 보면, 그런 게 나옵니다. 중동의 노인네랑 가족 몇 명, 그리고 동물 몇백 마리를 제외한 전 지구를 물로 심판한 다음에, 자비하신 주께서 다시는 이 세상을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요. 이곳도 그렇게 될 겁니다. 다시는 불로 심판받지 못하겠죠."
빈센트는 알아서 불타고, 알아서 죽을 그들의 운명을 보지 못하는 걸 한스럽게 여기며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