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깔끔하게 졌다... 이렇게까지 질 수 있단 말인가... 처음에 한 번 이긴 건 뭐였지...? 초보자의 행운...? 탁구채를 툭 내려놓고 시선을 돌렸다. 아 안해 진짜 이 망겜... 진짜 짜증나... 의기양양하게 웃는 저 자식한테 탁구채를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난다. ...진짜 던지진 않을 거지만.
"......아 진짜! 짜증나... 알았다고. 얘기하면 되잖아.“
하지만 역시 얘기하기 싫다. 내가 왜 이런... 분함을 담아서 요리미치를 노려보지만 그런다고 이 결과가 바뀌는 일 역시 없었다. ...뭐 됐어. 후딱 말하고 가면 되는 거잖아. 왜 그때 그렇게 화냈던건지. 그래. 차라리 지금 제대로 말해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진솔한 대화는 잘 모르겠고 그 이유정도는 말해줄 수 있으니까. 당당하게(?) 요리미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 이유를 털어놨다.
"아― 진짜... 사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다짜고짜 다가와서는 그딴 동정이나 해대는게 짜증났다고! 게다가 머리까지 손댔잖아! 친구사이라도 그런 일은 절대 싫지만, 아무튼 친구도 아니고 접점이라고는 에바 파일럿이라는 것뿐인 사람이 다짜고짜와서 머리를 쓰다듬는다니 당연히 싫다고! 불쾌하다고! 그러니까 두 번다시 그런 짓 하지마! 아니, 가까이 오지도 마! 진짜 싫어! 짜증나!“
이유라고할까, 결국 이것저것 다 쏟아낸 느낌이네. 쉴틈없이 쏟아내고 나서 잠시 숨을 고르고, 휙 고개를 돌렸다.
"...이딴게 그렇게 듣고싶었냐. 흥. 이제 다 말했으니까 됐지?"
/나츠키딴엔 나름 진솔하게(...) 털어놓은 대화입니다... 진짜 솔직하게 다 말해부럿스...
왜 짜증난다느니 싫다느니 가까이오지 말라느니 하는 말을 듣고도 저렇게 웃는거야. ...저녀석 내 생각보다 훨씬 이상한 사람이었나봐.. 변태인가... 통학로에서 마주치면 방법 부저를 써야하는 타입?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을 듣자 사라지긴커녕 더 깊게 얼굴에 새겨진다. 속이 시원하냐고?
그러니까 네가 뭔데 그런 걸 참견하는데?
".....왜? 내 속이 시원해지면, 네가 뿌듯해하려고? 아,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왔구나 하고 도취라도 하려고? 하, 진짜..."
쌓였던걸 털어놔서 시원해졌다? 아예 없다고하면 거짓말이긴하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탁구에 져서도 아니고, 감추던걸 뱉어버려서도 아니다.
대체 자기가 뭐라고,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하는건데?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고, 도움따위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끝끝내 달라붙어서는 시원해졌냐고 물어보며 히죽거리는 모습이 상대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남을 도왔다는 얄팍한 기쁨에 빠진듯한 모습이
...진짜 불쾌하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요리미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해두겠는데, 난 답답하다고 한 적도 없고, 너한테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어, 앞으로도 없을거고. 요청한적도 없는 도움을 주겠다고 유난떨지마. 그딴 제멋대로인, 네 자기만족을 위한 도움따위... 죽는 한이 있어도 필요없으니까. ...내기에서는 졌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가까이 오지 말아줘. 그럼 이만. 사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자고."
진짜 짜증나. 마지막으로 혼잣말처럼 툭 뱉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들려오는 말에 발이 턱 멈췄다. 하하. 어이없네 진짜. 다시 몸을 돌려 요리미치를 본다. 아- 그래. 이젠 화까지 내시겠다?
"나? 난 너한테 당한 피해자지.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당한 일만 생각해도 널 판단하기엔 충분하지 않나? 사람이 제일 약해져 있을 때 비집고 들어와선, 남의 가정사도 모른 채로 섣불리 동정같은걸 하고, 머리에까지 손을 대놓고, 그렇게 원인을 제공해놓고선 이제와서는 뭐라도 된 것마냥 속이 시원하냐고 마치 자기가 도움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데... 내가 이런 것까지 겪고도 널 좋게 봐야하는 이유라도 있니?“
저쪽의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만큼, 내 목소리도 어지간히 차갑게 식어있었다. 이젠 진짜 동료 파일럿으로서의 한 조각 남은 정나미마저 떨어질 참이다. ...작전에 지장이 가지 않게끔 하겠지만,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다. 아니, 그래도 참아야지. ...참는 건 잘하니까.
"그대로 돌려줄까? 네가 뭔데 그때 날 그렇게 판단했는데? 내가 위로해달라고 말이라도 했었나? 답답하니까 얘기 좀 들어달라고 말이라도 했었나? ...너는 멋대로 다 해놓고, 나는 하면 안 된다는 거야?“
팔짱을 낀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간다. 진짜... 이제 지긋지긋하네. 질렸다. 사람에 질린게 아니라 이 상황자체에 질려버렸다. 아무래도 좋다고 이제.
"...뭐 됐어. 그래. 미안하다. 멋대로 단정지어서 말해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지금 화난 것처럼 나도 불쾌하고 화났었어. 그것만큼은 알아두라고. ...그러니까 다가오지마. 동료로는 상관없지만, 그 이상으로 친해질 생각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