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말했다. "인간은 독선적이야. 자기가 하고싶은데로 움직이고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화를 내곤 하지.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보다 일단 자신이 기분 나쁜 것에 분노를 해. 그리고 뒤에야 그것을 알고 움직이는 듯 하지." 그는 꽤 심각한 인간 부정에 빠진 듯 보였다. "그래?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 그렇다면 그런 이들이 나타날 수는 없었을거야. 모든 인간의 죄를 뒤집어 쓰고, 언덕을 오르며 죽을 길로 걸어간 인간도 있거든.", "그건 거짓말일거야. 분명 인간놈들은 그런 희생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을거야."그는 내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꽤 관심이 있는 듯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런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인간들도 천천히 달라지고 있는 거겠지. 난 인간을 싫어하는 너를 이해하면서도 인간의 좋은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그는 내 말을 끝가지 들어주었다. 그러곤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터무니없는 박애주의자 같으니라고." 별로 다른 것은 없었지만 나는 그의 말에 웃어주었다. 마지막에는 인간성애자같은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생각하면서. - 필립 헨딜, 수정구 속 세상
어쩌다보니 만나게 되어 같이 구경하러 가는 지한과 라임입니다. 혼자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같이 구경하면 구경하는 맛이 나지 않을까요? 첫 타자는 소품샵입니다. 뭔가 먹을거리는 구경하고 나서..
"여기 파는 게 예쁘네요." 헌터인 지한과 라임에게는 스마트폰이 없으므로 별 필요는 없겠지만. 그립톡이나. 실반지나 원석으로 만들어진 팔찌같은 장신구에서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만년필과 주방에서 쓸 법한 숟가락, 직접 겉부분을 짜맞춰 조립하는 오르골이나 반짝반짝하고 귀여운 스티커, 거기에 프리저브드 꽃이나 향수같은 것도 있었는데. 지한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은 타로카드였습니다. 전형적인 덱이기 때문에 입문자들이 쓰기 좋다는 설명도 달려 있습니다.
"동화적인 일러스트네요" 이런 곳에서 타로를 보긴 그렇지만 기분은 낼 수 있겠죠. 라면서 샘플 덱을 챡챡 섞어봅니다. 라임 씨도 섞어볼래요? 라면서 건넵니다.
한가로운 오후였습니다. 라임은 상점가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우연히 지한을 만나게 되어서, 함께 구경을 다니기로 했답니다. 게이트 안에서는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만, 상점가와 같이 사람이 많은 거리에선 왠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서 혼자가 부담스럽던 참이었어요.
둘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어느 소품점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장신구나 소품, 생필품 같은 물건들이 한가득 진열된 예쁜 가게였어요. 그다지 이런 물건들에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의 여자애들이 예쁜 물건을 구경하러 다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조금씩 친해져가는 지한과 함께라서 더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게. 그림이 참 예쁘다."
라임은 지한이 건네는 카드 뭉치를 받아들고 앞에서부터 한장한장 뒤로 넘기며 동화적인 그림들을 구경했어요. 사실 카드를 만져본 적도 별로 없어서 제대로 섞을 줄 모르기도 했지만요.
소품샵은 부드러운 음악이 깔릴 것 같다..는 건 편견일까요. 예쁜 물건을 구경하고. 껴볼 수 있는 건 껴보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카드를 구경하는 걸 보며 주위에 있는 다른 덱들도 슬쩍 봅니다. 전형적인 덱인데 다들 예쁘네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덱도 있고... 그 외에 오컬틱함이 있는 향이나 향 받침대도 보였습니다.
"그렇죠. 점 보는 데 쓴다지만.. 원래는 카드놀이용? 그런 거라 들었습니다." "이론만 압니다." 점을 볼 줄 아냐는 물음에는 이론만 헌팅 네트워크 검색이나 그런 걸로 아는 정도요? 라고 말하고는 하고 싶으시다면 저쪽에 타로 점집이 늘어선 천막이 있다고 들었다는 귀띔을 살짝 하나요? 사실 지금 타로를 다이스로 어떻게 굴리지. 하고 고민하는 거 귀찮거나 앱 깔기 귀찮아서 이러는 거 맞습니다.
"촤라락 하고 카드마술같이 펼치는 정도는 이정도 신체와 영성이면 할 수 있지만 거기에서 뽑는 것을 해석하는 건.." 네트워크 빨이죠.라는 말을 합니다. 게다가 질문이 모호하면 더 모호해지겠지.
사람에게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치나 지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하는 사태 파악.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제6의 감각이라 해서 육감인데, 이것을 왜 설명하느냐 하면 오늘의 웨이에게는 그것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상시처럼 신나게 등교하려던 웨이는 특별반 안의 수상한 인영을 보고 멈칫했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지만 도저히 원본을 모르겠고,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본 적 없는 얼굴이다. 보통 복잡한 생각을 하는 데 칼로리가 소모된다 싶으면 그 원천을 쉽게 차단해 버리는 웨이의 뇌는 즉시 파업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설마 침입자인가?
물론 의념 각성자의 소굴이자 실력자가 대거 포진한 미리내고의 특별반에 침입할 간 큰 사람은 웬만해서는 없겠으나 일단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으므로. 웨이는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오해받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특별반에 특별반 학생이 들어오는 것이니 그냥 들어왔어도 경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나-수상한 인물을 와락 붙잡고자 했다. 고향에서 배운, 팔을 등 뒤로 돌려 제압하는 기초 호신술을 사용하여.
"저도 그렇게 믿지는 않지만.." 의념의 힘이 있으니까 그런 기술이나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는 말을 해봅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쫑긋과 반짝을 지한은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비싸다는 말에는 음. 그건 케바케죠. 라고 답합니다.
"예전에 거리 노점에서 무료로 봐주는*대신 뭔가 설문조사는 했다.* 것도 있었고요.." 보통 질문당 50gp 정도로 3스프레드(카드 3장뽑기).. 라고 듣긴 했지만요. 라는 말을 합니다. 비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네요. 점을 쳐서 좀 마음의 안정을 받는다면 비싸지 않을 거고.. 점을 믿지 않는 합리화의 화신 같은 분이라면 돈을 길바닥에 버리는 거니까요.
"처음 살 때에는 확 와닿는 일러스트의 덱을 사는게 좋다고 하네요." "그게... 좋아하는 일러스트여야지. 자주 꺼내보고 흥미를 붙인다. 그런?" 어디서 주워들은 걸 말합니다. 토끼토끼한 일러스트의 덱도 있을까요? 이건 어때요? 라고 들어올린 덱은 클림트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반짝거리는 타로 카드입니다. 그냥 가벼운 추천의 권유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렇겠지요." 다만 카페 같은 건물형은 좀 더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지한입니다. 거기는 일단 음료값이랑 자리값이 있어서.. 라는 말을 합니다.
"네. 자주 보고 좋아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렵다는 말에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려한 것도 자주 보면 귀아플 수도 있고.. 라는 생각을 하며 내려놓습니다. 깊게 파다보면 황금여명회의 타로같은 거나 그런 종류도 있다지마는.. 그런 쪽이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예쁜 카드네요" 유니콘이 그려진 카드들을 보고는 설명서를 잘 읽어보고 실제로 해보거나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죠. 라고 말하다가 자신은? 이라는 물음에 고개를 살짝 젓습니다.
"음. 저는 타로 카드는.. 그렇게 사고 싶지 않아서요." 그것도 있지만 잘 안 맞을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그걸로 한다면 조금 구경한 다음에 계산할까요. 라고 물어보면서 거기에서 제가 사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르고요? 라고 답하면서 둘러보다 보면.. 지한은
.dice 1 4. = 1 1. 버튼을 누르면 뇌파를 읽어 쫑긋거리는 고양이귀 2. 생화 한 송이 3. 배쓰밤 4. 귀찌 가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네. 마음에 드는 것이 고르는 기준이니까요." 사는 곳도.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그림카드 하나를 억지로 산다고 해서 그것에 마음이 갈 리가 있겠습니까. 가끔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계속 보니 정이 생겼다는 건 어쩔 수 없기라도 하지. 카드 하나에 그렇게 정을 붙일까요?
"어..아니요아니요. 저걸 본 건.." "그.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신기해서그런겁니다." 당혹감을 숨길 생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말의 띄어쓰기가 없이 튀어나오는 말입니다. 마음에 드는 게 절대 아니며. 신기해서 본 것이라고 변명하기는.
"잘 어울려도.. 좋지만은 않아요.." 어리게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지한이는 더 커도 1~2센치가 한계 아닐까..? 그것도 억세게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일거고.
"그렇습니다. 네. 잘 어울리지 않을 거고. 좋아하는 것도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보고는 체험존의 것을 들어올려 써보고는 버튼을 눌러봅니다. 하도 많은 사람이 체험해서 쫑긋이 미약하지만. 그리고는 라임이 하는 말에 동공은 지진나지 않았지만. 미약하던 쫑긋이 보통 정도의 쫑긋이 되어버립니다.
"귀여운 거 두개는.. 두 배로 귀여운 게...아니었습니까..?" 분명 토끼도 귀엽고. 고양이도 귀엽다는데.. 라는 걸 중얼거리며 충격받은 얼굴 하지 말아요.. 안 어울려.
"..." 타로 뭉치 아래에 슬쩍 고양이귀를 넣습니다. 라임이 쳐다보면 다른 방향을 보면서 눈을 피하는군요. 하지만 궁금한걸. 다른 사람에게 씌우고 반응을 보고 싶어요(예를들자면북쪽바다길드의빛태자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