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기 그지없는 무도회이네요. 이것도 한 사위에 이르는 춤이라고 한다면 말이지요. 잃어버린 것들에 의한, 이곳에서 저는 일종의 지휘자가 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번의 엑시트를 보면서 비안카가 든 감상으로서 한 말이 였습니다. 일종의 비유법이지요. 그렇게 자리에서 비안카가 양 팔을 펼쳐올리자 그 사이에서 흑백의 교차 무늬로 된 금속 처럼보이는 정사각형의 물체, 워 박스가 나타나 열리고는 허공으로 떠오르며 동시에 빠르게 회전하면서 어떠한 총기를 닮은 듯한 기계장치가 뿜어져 나오듯 흩어집니다. 그것들은 스스로 허공에 매달려 있듯이 가만히 있었고 이어서 비안카가 엑시트에 연관되어 휘말린 온갖 것들을 이리저리 둘러봐 바라보고는 손으로 지목하면 허공에 떠있는 총기류와 닮은 듯한 기계들이 일제히 스스로 각각 그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는 그 기계장치의 앞쪽이 잠시 회전하면서 무언가를 쏘아냅니다. 그 대상은 당연하게도 사람과 물체들로서 그것, 그들을 내부에 들도록하는 반투명한 구체처럼 보이며 일렁이는 어떠한 '영역'과도 같은 것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내부에 든 것을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멈추어버렸습니다. 물론, 실제로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겠지만요
"프로즌 쿼츠가 일시적으로 빙결을 통해 흡수를 막고, 모노크롬이 정지장의 영역으로 확실하게 방어를 묶어뒀더라. 그리고 별동대로간 레몬거너의 마력탄은 본체에게 유효적인 효과를 보였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급한불은 끈거같다. 상황을 보아하자니 점점 흡수력이 높아져 사람을 끌어당길정도로 그 힘이 강해졌다고 보고가 들어왔다. 나는 제빨리 연습장 하나를 뜯은 다음 프로즌 쿼츠와 모노크롬을 적고 방어는 ok라고 메모해둔다. 그리고 펜을 굴리며 결정타에 대해 고민했다.
"결정타가 필요해요. 잠시만 버텨주시겠어요?"
상대는 다이아의 지능이 필요한 적이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게 연상할수있는게 필요하다. 상대는 잊혀져버린 물건들을 끌고 들어가 자신의 갑옷을 만들고 힘을 증대한다 시간은 촉박하다. 단순하게 생각해야한다. 끌어당기는 것은 자석. 자석은 끌어당기는 것과 반대로 밀어내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반대되는 것은..
"오히려 밀어내지않을까. 퀸에 앞에 체크를 해봅시다.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돌려주세요."
어쩌면 도박수일수도 있다.
"아무나 한명 지금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희생해야합니다. 뭐든 좋습니다 소중하기 여기고 잃어버려선 안되는 물건을 평화를 위해 희생시켜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서로 곤란한듯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한사람 우렁찬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걸로 된다면 내가할게! 젠장 10살때 부모님이 준 머리리본인데 어쩔수없지. 어떻게하면되는거야?"
다행이었다. 이걸로 한 수의 결정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걸 레몬거너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마력탄을 두발 어떻게든 형성하기를 말해주세요. 첫발에는 그 리본을 실어서 쏩니다. 그것으로 모든것이 튕겨져 나온다면, 그 때 마력탄으로 드러난 본체에 마지막 한발을. 그것으로 체크입니다."
"알겠어!"
통화에서 빠른 발걸음소리가 났다. 아마도 그 마법소녀는 레몬거너에게 달려갔을것이다. 나는 제빨리 메모장에 리본->레몬거너->결정타라고 적었다. check라는 흘려쓴 필기체와 함께.
엑시트에게 피해도 줬고 추가적인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도 겨우 막은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결정타, 결정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대책들이 전부 시간끌기에 불과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썬 결정타를 날려 한번에 끝내는게 좋을탠데, 과연 어떻게 결정타를 날리는게 좋을까.." 그때였다. 한 마법소녀가 리본을 들고 달려왔다. "무슨..무슨 일이야?" 마법소녀는 리본을 건네주며 말했다. "일종의 치명타를 날리기 위한 도박수야. 소중하지만 잃어버리지 않은 물건, 그게 거부반응을 일으킬수도 있으니까." 레몬 거너는 리본을 받았지만 이 리본을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땅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레몬 거너가 리본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곤 장전한 마력탄들을 제거한 뒤 그 중 하나에 리본을 묶곤 다시 장전했다.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기꺼이 희생해준 마법소녀를 바라보곤 말했다. "정말..고마워. 그리고, 미안."
"파이널..스트라이크!" 레몬 거너는 엑시트를 향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마력탄을 발사했다. >>0
날아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붙잡으며 바닥에 내려놓던 마법소녀들은, 허공에 나타난 커다란 빙벽이 시민들을 감싸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덕분에, 분실물과 분실자의 격렬한 재회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가 채 수복되지 않은 래빗 홀은 앙상해진 채 포효하며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래빗 홀은 자기 몸을 이루는 분실물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비라! 그걸 쓸게!" "스타라이트 마치 말이지?" "그거!"
무투파 마법소녀들이 공중에 펼쳐진 빙벽과 역장을 딛고 달려들었다. 역장은 엑시트의 몸에 꽂힌 말뚝처럼, 래빗 홀의 움직임을 확실히 제한하고 있었다. 이동이 둔해진 틈을 타 여러 마법소녀가 엑시트에게 붙잡힌 시민들을 떼어내는 가운데, 흰 구름이 무수히 일어나나 싶더니, 똑같이 생긴 수십 명의 마법소녀가 해피니스 해머의 다리를 잡고 높이 던졌다.
"하아아아아아압-!!!!!" 거대한 망치가 두둥, 둥, 둥! 하며 커지더니⋯⋯
"해피니스 해머♡하트 미라클!"
천둥처럼 래빗 홀의 머리를 강타해서, 이리저리 산산히 날아오르는 분실물의 파편들 사이로 찢어진 토끼곰 인형에 박혀 있는 다마고치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래빗 홀은 방금의 일격으로 명백히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주변에서 불길하게 끓어오르듯 굴러오는 분실물이 다시 얼굴을 타고 올라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팔에 박힌 역장을 떨쳐내고 몸에 달라붙은 마법소녀들을 내던지며, 래빗 홀은 계속해서 바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치 영원한 안식이 존재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하지만, 도주극은 거기까지였다.
─── 파이널 스트라이크!
마력탄에 실린 리본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며 찬란한 빛줄기로 변했다. 빛의 띠는 하트 모양으로 불타오르며, 정확하게 노려야 하는 부분을 향하고 있었다. 엑시트의 숙주가 되는 핵. 잊어버린 물건.
그러나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의지는 무엇보다 강한 척력이 되어, 반쯤 부서진 다마고치의 액정에 꽂혀 들어간다. 그리고, 태양처럼 눈부신 하트 모양의 섬광이 번쩍인 다음에, 래빗 홀은 천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 키이이이⋯⋯이익⋯⋯
래빗 홀은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원념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원념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 엑시트. 그 마음이 바라기시에 있는 모든 분실물을 블랙홀처럼 한데로 끌어모으는 인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런 원념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오직 그런 강한 믿음만이 '꼭 다시 만날 거라는 약속'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잃어버리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
─ 키⋯⋯ 이이⋯⋯⋯⋯⋯⋯
마력을 모두 쏟아낸 헤어리본이 조금 꼬질꼬질해진 채로 허공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헤어리본을 빌려 준 마법소녀가 사뿐히 착지해 리본을 낚아챘다. 끝이 조금 타들어가긴 했지만 뭐, 괜찮았다. 절규하듯이 하늘을 올려다본 래빗 홀은 무너지다가, 무너지다가 결국 수많은 분실물의 파편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형체를 유지할 수 없을 때까지, 나누어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
이것으로 바라기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래빗 홀의 난동 사건은 잦아들었다. 다친 시민들과 동료를 옮기는 마법소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이 사라진 난장판 가운데 소녀가 와서, 깨진 다마고치 기계를 주워 올리더니 소중히 품에 안고 총총히 사라졌다.
마법소녀들의 일처리가 늘 그렇듯이 이 다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히 수습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난장판이 된 8차선 도로를 보며 조금 골치아파하는 마스코트들이 더러 있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어버린 줄 알았던 오래된 물건이 별안간 나타나 있는 일이 생겼을지도.
잠이 오질 않았다. 부모님들도 전부 들어오셔서 주무시고 있고 1~2시간만 지나면 해가 뜰 것 같은데 잠이 오질 않았다. 마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여러잔 마신 것 같았다. 왜 잠이 오지 않을까, 아마 생각을 너무 깊게 한 모양이겠지. 오지도 않는 잠을 기다리는 것보다 그냥 차라도 한잔 마시는 게 나을까 싶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차를 들고 테라스에 앉은 나는 천천히 따뜻한 차를 마셨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다름 아닌 지아였다. “깜짝이야! 지아야, 졸리지 않아?” “그냥..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오면 네가 걱정되니까..” 지아는 그렇게 말하곤 연신 하품을 해댔다. 난 지아를 향해 웃어주곤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 지아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크리스, 혹시 고민이 있는 거 맞지?” 난 허를 찔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다 어렵사리 입을 뗐다. “그래. 어제 엄청나게 큰 엑시트를 잡았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 엑시트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들에서 탄생한 것이었잖아. 거기에 다른 마법소녀의 소중한 물건까지 내가 엑시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많이 망가뜨렸고.. 이러니까 내가 과연 엑시트랑 다른 게 뭘지..” 그때, 지아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크리스! 엑시트를 쓰러트린 건 다른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저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살렸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그래, 그렇겠지. 대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굳게 믿어온 가치관을 그저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잠시 지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목숨을 걸어온 엑시트들과의 싸움도 생각났다. 지아에겐 나도 소중할 텐데, 내가 죽거나 네가 죽거나 식으로 엑시트들과 싸웠으니 나 자신도 너무 아끼지 않았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미 가치관을 한창 어기고 있었으면서 너무 늦게 고뇌했구나. “크리스..?” “고마워, 지아야. 그래,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너무 매달려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곤 나는 지아를 끌어 안아주었다. 부드러운 지아의 몸에서는 왠지 모를 달콤한 향기가 났다. 아마 단 걸 많이 먹어서 그렇겠지. “크리스, 기분이 나아져서 다행이야!” 잠시 후, 포옹을 풀어준 나는 지아와 동시에 하품했다. 생각이 정리되니 피로가 몰려왔다. “그럼 지아야, 다시 자러 갈까?” “그래..크리스..” 피곤한 목소리의 지아와 함께 나는 내 방침대로 돌아갔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편안한 것 같다. 천장을 보며 잠깐이나마 자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