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쪽이라면 꽤 소문이 많지 않나요? 자주 허브티라던가 좋아해주는 학생들이 많아서."
교복을 보고 이미 알고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알려진 사실을 강조함으로서 좀더 경계심을 덜두게 하려고했다. 거짓은 거기에 없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그런 일부 푼게 자신이기도 했고. 다만 상대는 내 인사법에 조금 의외였던것 같다. 하기야 수녀에 대한 선입견이라면 조금더 수수한 느낌을 상정했을지도 모른다. 뭐 실제 수녀는 아니니 상관없지만.
"비슷한 또래들과 이야기하는건 좋아해요. 그래서 오는 사람은 환영하고 있어요."
또한 여고생사이의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네트워크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수집하기에도 그 포지션은 나쁘지않다.
"오일문제는 아닐테고 오늘 고장나기전에 엔진소리가 멀쩡했다면 더더욱 그 가능성은 낮아질테니 거의 캬뷰레터의 이물질이 들어가 막혔을가능성이 높을거에요. 시동이 갑자기 꺼져버리고 들어오지 않는다면. 당신은 우연으로 발생한 운이 좋네요. 저는 그것을 고칠 도구를 가지고 있답니다."
분명 수녀로서는 의외의 지식과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그 부분이 평범한 수녀는 아니다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적당히 적은 정보의 이야기를 섞어주는 법이다. 적은 정보는 거짓말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상대가 해석하기 나름의 적은 정보를 얻는다면 사람은 전체적인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마치 적은 정보의 내용이 거짓처럼 들리게된다. 쉽게 말해서 나는 거짓말은 하지않았지만 상대의 해석에 의해 그것은 거짓된 정보로 혼동되어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수녀로 거둬지기전에는 가정사가 조금 복잡해서 이런저런일을 많이 배웠거든요."
실제로 수녀로 거둬진 적은 없지만 그 요람에서 나는 수녀, 정확히는 현인신적인 역할이지만 아무튼 성직자를 하지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수녀로 가장한것은 달리말하면 수녀로 거둬진척 하는것과 같다. 그 부분에는 시간적으로 다른 정보가 있을뿐이다. 다시 수녀로 가장하기 전까지 이런 저런일을 전전한 것은 사실이니까.
되새겨보자면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 성당의 수녀님을 찾아가면 어주 향긋한 허브티를 대접해준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기야 난다. 그게 뒷산의 이 외딴 성당이라는 것은 방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게 이 성당이었구나. 그런데 전 드립커피가 취향이라서요-"
하고 가볍게 농담식으로 대답하다가, 미요루는 문득 그와 함께 들었던 또다른 별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럼 카드점을 봐주시는 수녀님이라는 것도...?"
보통의 수녀복보다 조금 더 화려한 수녀복과, 카드점과, 이런저런 일을 배웠다며 카뷰레터 클리너를 꺼내어주겠노라고 선선히 말하는 수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이상하다' 는 생각이 먼저 들지도 모르겠지만 미요루는 그것을 '이 수녀님 힙한데' 라는 특유의 그 나른한 사고로 치부해버린다.
"수녀님 멋지네요."
미요루는 스쿠터를 들여다보던 허리를 일으켜서, 창고로 발길을 돌리는 주디를 대뜸 따라오기 시작했다. 컴프레셔며, 공구통이라는 게 보통 무거운 것은 아닐 테니.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그러나 미요루가 그러건 말건, 주디가 쏘아보건 말건 그 고양이는 이 상황을 아주 재미나게 관망하고 있는 구경꾼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오히려 그 눈빛이 재밌다는 듯 얄궂은 얼굴과 자줏빛 눈을 한 채로 주디와 미요루의 하는 양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고양이는 스쿠터 뒤에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켜 이상할 정도로 길고 깡마른 팔다리로 주디와 미요루를 따라왔다.
"마법소녀는 엄청나게 먹는다! 활동량 자체가 평범한 여학생들보다 배는 늘어나기 때문이지. 그러나 마스코트가 밥을 먹을까? 그것은 의문에 싸여 있다."
비라의 날개가 희한하게 지팡이를 감싸쥐고 칠판을 가리켰다. 칠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맛있어 - 스테이크, 파르페, 간장게장]
"왜냐면 마스코트도 거의 엑시트 수준으로 생태가 다양하기 때문이굴. 대부분의 마스코트는 저 통통병아리처럼 바보인가 하면, 나처럼 스마트한 마스코트도 있다굴. 또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사념 비슷한 마스코트도, 군체의 형태인 마스코트도 있어굴. 그러니까 마스코트 별로 습관도 제각각 달라서, '모든 마스코트가 밥을 먹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굴."
안경을 쓱 치켜올린 너구리가 팡, 하고 과자 봉지를 뜯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대부분의 마스코트는 밥을 먹는다굴. 굶는다고 죽는 구조는 아니라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굴." 와작와작.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지! 일을 이루는 것은 밥심이라고⋯⋯ 우리도 마법소녀의 꿈을 응원하는 존재니까 마법소녀처럼 먹을 필요가 있는 거야. 프록, 감자칩 하나만 주라-." "싫다굴."
김이 피어오르는 엑시트의 잔해 사이에서 부서진 물건 하나가 나타났다. 삑, 삑 하는 소리를 내면서. 가운데에 강한 충격을 받아 액정이 깨진, 다마고치나 디지바이스 같은 그런 종류의 장난감이었다. 엑시트에 잡아먹힌 상태에서 레몬 거너의 집중 사격을 받느라 회로가 엉망으로 망가져서 오작동하는 것 외의 기능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약하게 일렁이는 거부의 기운. 그러나 되살아나지는 않는 검은 연기. 외진 뒷골목으로 여자아이 하나가 뛰어들어 온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말이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듯, 그러나 지레 포기해 버린 듯 절박하지만 터덜거리는 발걸음.
그런 발걸음이 고장난 장난감 앞에 와서 멈추었다.
"여기 있었어! 어라⋯⋯?"
장난감 기계를 들어올린 소녀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망가져 버렸어⋯⋯! 소중한 건데⋯⋯."
여자아이는 글썽이는 눈으로 울상을 지었다. 소중히 찾아 헤매던 장난감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 무척이나 속상해 보였다. 생각해 보자면 엑시트에 잡아먹혀 어디론가 사라진 물건을 이렇게 되찾은 것만 해도 기적이지만⋯⋯.
헤어지기 싫어⋯⋯.
마법소녀가 될 만큼 강한 염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골목 저편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마스코트가 모습을 감추었다.
"어떡하지⋯⋯ 안 켜져⋯⋯ 이상한 소리만 나구⋯⋯. 히잉⋯⋯."
떨어지기 싫어⋯⋯.
주저하는 소녀의 뒤편에서, 잦아든 줄 알았던 검은 불꽃이 파직파직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엑시트의 전조였다. 소중히 해 왔던 것과 헤어지기 싫다는 강한 부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연 그것뿐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337)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에 자동으로 위 사건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판정됩니다.)
크레이터 저쪽 편에서 스타라이트 너클이 어린 마법소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마스코트도 함께였다.
"왕년에는 스타라이트 너도 저런 식이었지. 주먹 하나로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다고 믿는⋯⋯." "흠⋯⋯. 그건 아니야." "뭐?"
스타라이트 너클의 어깨맡에 둥둥 떠 있던 비라는 뒤에서 나타난 스타라이트 너클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스타라이트 너클은 천의 주먹. '주먹 하나'가 아니지." "아야야야야야, 이거 놔! 미안! 미안!" 밑에서 불쑥 나타난 다른 스타라이트가 말했다. "그래서, 비라의 감상은? 저건 물질빙의형 엑시트가 아니잖아."
풀려난 뒤 깃털을 매만지던 비라가 입을, 아니 부리를 열었다.
"엑시트는 인간들의 상식과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존재야. 원인이 하나 있으면 결과가 하나 있는 인간 세계의 섭리와 달리, 엑시트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원인이 엮여 하나나 여럿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 늘 다각적 시야를 강조하는 이유야, 스타라이트."
스타라이트는 채근했다. "알거든. 됐으니까 감상." "방금 저 애가 퇴치한 엑시트는, 사실 지금 네가 쫓고 있는 엑시트들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네 가설이 맞다면 '외톨이는 싫어'라는, 동류의 부정의 감정을 품고 있는 게 돼. 저 멋들어진 계란이 제대로 본 거지. 그러니까 주의해야 해."
"⋯⋯ 생각보다 위험할지도." 머리채를 잡았던 스타라이트가 말했다. "동의." 밑에 있던 스타라이트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고아원의 아이들도 엑시트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아직 섣불리 판단할 단계는 아니야." 비라가 대꾸했다. "물건이 감정을 지닌다는 소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들어본 적 없으니까. 너무 '만에 하나'에 매달려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도 좋진 않지."
"어찌됐든 사람이 엑시트의 희생양이 되는 건 최대한 방지해야 해. 카페에 가서 일러둬야겠다." "카페 근처에 있는 스타라이트한테 시키지 그래?" "그럴 거야."
그리고 제가 앵커를 못 달았지만 ㅠ 비안카주 답변 확인했습니다!! 국제 학교...! 과연 비안카네요! 서란이네 부모님은 예상 못하셨을 것 같지만요, 아마 평범한 공립을 보내셨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으니까, 결론만 말하자면 서란아 #가보자고
저는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난 거 좋은데요! 자정의 마별꿈에서 익숙한 후배를 본 서란 충격과 공포...비안카가 마법소녀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ㄴㅇㄱ 뭔가 시트를 읽어보면 비안카는 슈란이의 학교 후배지만 마소로는 선배일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데 아니라면죄송합니다...서란이 마소된지 1년 좀 지났거든요 헤헤
아무튼 만약에 그렇다면, 마별꿈에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던 마법소녀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마법소녀가 후배로 입학했다는 데(+후원자 가문 따님이라는 데) 그저 ㄴㅇㄱ인 서란이가 생각나네요 입학식에서 일대일 멘토링? 안내? 비슷한 걸 맡게 됐는데, (성적)우등생 서란이가 비안카를 담당하고 너...그...? 하면서 놀라는 광경이 상상되네요 ㅋㅋㅋㅋ 일단 제 구상은 이렇습니다! 비안카주 의견이나 설붕(ㅠㅠ)지적 등등 편하게 말씀주세용~
미요루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취향에 대해 가볍게 잡담하는 기분으로 주디의 말을 받았다. 미요루의 입맛은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았지만 취향은 분명했다. 미요루가 믹스커피도 쉽사리 즐겨 마시면서도 카페는 가려서 다니는 이유이기도 했다. 플레잉카드라고 주디가 정정하는 말에 미요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까지도 소문에 있던 부분이었고, 타로점이 아니라 카드점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점이라- 어쩌면 내 점도 봐줄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하며, 미요루는 주디가 내미는 작업용 장갑을 "아, 감사합니다." 받아서 착용한 뒤에 공구통을 책가방마냥 사뿐하게 들어올리고 주디의 옆을 따랐다.
"무거우시면 컴프레셔도 저 주세요."
어디까지나 이쪽이 신세지는 입장이기에, 미요루는 신세를 최대한 덜기 위해 자신의 신체능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주디가 정말로 컴프레셔를 미요루에게 내어주었으면 그것도 조그만 가방마냥 다른 팔로 덜렁 들어올리는 미요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앞마당에 주차되었달까 좌초된 스쿠터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침! 이 아니네」 「그치, 슈란주. >>703에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 있으니까 참고해 줘!」 「느, 늦어서 미아안」
「실시간 이벤트래봐야 시간 정해서 빡빡하게 주고받는 느낌은 아니고, 그동안 발생한 사건들 중 일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자율으로 반응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거야.」 「기존에 사건에 휘말린 마법소녀들 외에, 딱히 사건과 관계 없었던 마법소녀들도 엮일 정도로 눈에 띄는 일이 벌어지는 거지.」 「따라서 체크도 받지 않아. 이벤트 도중에 자유롭게 들어와도 되고, 빠져도 돼.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시에 개별 일상을 해도 좋고.」
「어디 보자,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은 『잊어버리는 것, 잃어버리는 것 + ◎』, 『더 맬리셔스 비즈니스』 이상 2가지야.」 「이 둘 중 더 심각하게 진행된 사건이 내일 이벤트의 주제가 되는 거겠지?」 「또는 고르기 어려울 경우에 데우스탈리스가 정해 줄 수도 있어.」
「결국 이런 진행의 의미는 모두가 이야깃거리를 얻는 데 있으니까,」 「이벤트 진행보다는 캐릭터의 이야기와 캐릭터 간 일상을 더욱 중시하는 것도 좋다는 뜻!」
겹치는 쪽이 아니라 조금은 나았다. 안그랬으면 로스팅용으로 가져오는 품종을 바꿔버릴까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만난 인간과 같은 취향을 가지기는 싫었기에.
"아뇨 괜찮아요."
그다지 부담가는 무게는 아니였다. 한쪽은 끌고가는 방식이고 하나는 그렇게 무거운 수준은 아니였으니까. 오히려 사람정도의 무게를 여러번 겪어봐서일까. 다만 그렇다고해서 전투에 특화된 마법소녀가 변신한 상태에서 전면전으로 싸우는 것은 멍청한 행위였다. 지금의 나는 전투는 전문외의 영역에 가깝다. 뭐 눈앞에 상대가 마법소녀일지 아닐지는 아직 확신은 못한다. 어디까지나 가정의 이야기로서의 잡다한 생각이다.
>>744 평범하게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하는건 어때요? :D 지금 시트 읽어봤는데 두 캐릭터가 완전 다른 세계에서 사는 느낌이라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3 한쪽은 전교 최상위권에 피아노도 잘치는 우등생, 한쪽은 예체능에만 전념에서 운동밖에 모르고 전국체전 나가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