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하게 생긴 마스코트, 라비가 소녀에게 전달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멀거니 길을 걷던 유나는 라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 확실히, 엑시트가 좋아할만한 장소이기는 했다.
"아-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엑시트를 해치워야 한다니 힘들겠는걸."
유나는 특유의 장난끼가 서린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에 차고 다니던 목걸이, 보다 자세하게는 목걸이 줄에 걸린 낫 모형을 손에 쥐었다.
"하급 엑시트 느낌이라 힘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지네~ 어쩔 수 없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숙제는 잠시 미뤄두는 수 밖에. 내일 세은이 거 베껴야겠다." "3일 전에도 안 해가지 않았어?" "영웅은 공부 따위 하지 않아." "일주일 뒤에 수학 시험." "쉿. 그만. 아무 말 하지 마 나의 아기 고양이." "난 토끼야."
유나는 누가 들어도 헛소리인 말을 태연자약하게 라비와 주고받으면서도 라비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유나의 손에 들려있던 하찮을 만큼 작았던 낫이 금세 거대해지고, 유나의 얼굴을 반쯤 가리는 검정색의 여우 반가면이 씌워졌다. 유나는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듯이 저보다 겨우 반뼘 정도 작은 낫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푸른빛을 띄는 날이 공중에서 가볍게 잔상을 그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 저깄다."
유나가 발견한 것은 형체가 불분명한, 검정색 안개 같이 생긴 무언가, 아니 엑시트였다. 꾸물거리듯이 기분 나쁘게 움직이는 것이, 누가 보아도 나 엑시트예요~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언제봐도 징그럽게 생겼네. 다들 라비처럼 귀엽게 생겼으면 좋았을텐데." "날 낫으로 벨 생각이야?" "그 말이 그렇게 해석 되는 거야?"
라비의 말에 유나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엑시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급이니만큼 긴장감조차 없었다. 엑시트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혹은 무얼 하려 했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저 빨리 죽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유나는 엑시트를 향해 손에 쥔 낫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낫의 길이가 원체 길다보니 멀리서 휘둘러도 충분히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푸른 형광빛의 날이 번뜩이며 엑시트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엑시트는 소멸했다.
"이제와서지만,"
유나는 낫을 휘두르느라 흘러내린 가방을 고쳐멘 뒤 변신을 풀었다. 낫은 한없이 작은 사이즈로 되돌아와 있었고, 얼굴을 가리던 가면 역시 감쪽 같이 사라졌다. 낫을 휘두르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는 따로 터치하지 않았다.
"소원을 다른 걸 빌 걸 그랬나 봐." "염원은 이미 이뤄놓고 갑자기? 욕심이 너무 많아, 유나." "그게 아니라-권능이 좀 더 간지나는 거였으면 좋았겠다 싶잖아. 내 권능은 속도감 있는 엑시트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쓸 일이 별로 없으니까."
방금도 안 썼고-라고 유나가 덧붙이며 라비를 들어올려 제 품에 안았다. 군말 없이 유나의 품에 안기는 라비의 태도가 익숙해보였다.
"간지나는 권능? 이를테면?" "핵 폭발." "지나치잖아." "간지도 대폭발." "그냥 정신 나간 독재자 같은데."
유나는 제 특유의 실실 거리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라비는 그런 모습도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아, 그러고보니 집 가는 길에 카페나 들르자." "또 커피 마시게? 적당히 좀 마셔. 너 몸에서 커피 냄새 나." "칭찬이지?" "그게 어떻게 칭찬이야?" "커피 냄새는 좋은 향이니까."
유나는 라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마지막 별의 꿈' 카페까지 향했고, 카페 내부에 일반인 손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호기롭게 외쳤다,
"정신 나간 독재자 두둥등장~"
// - 그래서 이게 무슨 내용이라고? 어... 하급 엑시트 처리... 조사... 그리고 폭발...?
>>473 마법소녀(물리) 후배! 이 점을 이용해서 선관을 짜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아이디어가 빈약해서 뭔가 탁 이거다 싶은 게 생각이 안 나네 :/ 학교도 중학교/고등학교라서 학교로 엮어보기도 어렵고... 파랑주한테 원하는 관계성이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선관을 짜보고 아니라면 일상으로 긔? :3
>>475 .∵・(゚Д゚).∵・(゚Д゚) 그그그그건 안되는데?! 좋은 날이어야 하는데!??
>>478 그렇게 새로 만난 마법소녀가 하필이면 낫을 휘두르는 파괴신 들린 마법소녀(물리)였고...(?) 유나는 본인 권능을 잘 활용한다 뿐이지 스타일리쉬하거나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 일단 무기를 휘두르고 보는 편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기양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좋을 것 같다 ㅋㅋㅋ 유나도 마스코트한테 잔소리 꽤나 들을텐데 허구헌날 잔소리 듣다가 전투도중 서로를 만나고 둘 다 의기양양해지는 ㅋㅋㅋㅋㅋㅋㅋ 유나: 봐, 우리 전투 스타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니까?? 이런 느낌이려나?
>>480 >>481 >>483 이제 이걸 다 합치면... 파랑주 말처럼 파랑이가 마법소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시점, 전투중에 유나를 만나서 결국 전투 스타일이 물리 계열로 굳어졌고... 이후에도 둘이 만나면 마스코트 잔소리 쌩까고 의기양양해지는 사이가 되겠네 :3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왠지 마스코트들끼리도 공감대가 형성 될 것 같아 ㅋㅋㅋㅋ 둘이 같이 전투라도 할때면 쿵짝은 잘맞겠는걸 ꉂꉂ(ᵔᗜᵔ*)
>>488 >>490 ㅋㅋㅋㅋㅋㅋㅋ 딱 이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방지축 자식들과 그들 덕에 머리가 아픈 부모 같은 느낌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전투를 끝내고 나면 헐크가 휩쓸고 간 듯이 초토화 되어버린 주변의 풍경이...(?) 라비: 그래그래 뒷처리는 어차피 자기네들이 안 한다 이거지? 하하하. (정신 출타) 그러고보니 키 차이가 20cm 이상 나는구나... 거의 머리 하나 차이네 ꉂꉂ(ᵔᗜᵔ*)
>>498 ㅋㅋㅋㅋㅋ 유나 즐거워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나: 멋있는데...? (진지) 라비: 이것들이 왜 이래 진짜. 둘이 엑시트 찾는다고 온동네 들쑤시고 다니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엑시트를 양쪽에서 때리는 걸 시도해봐야 한다며 희생양-아니 엑시트 찾아 마스코트들 데리고 엑시트 찾아 삼만리(뒤틀린 정의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