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가 피식 웃으며 한 말에, 미요루는 드물게도 얼굴에 씨익 장난스런 웃음을 선명하게 그렸다. 그러나 그도 잠시, 미요루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덜어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익숙한 환경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말야, 사야는... 참 빈틈없지. 너무 빈틈없어서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느낌이야."
허락을 받자, 미요루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이 미요루가 사야에게서 느낀 어떤 이미지였다. 단순히 인간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라거나, 그 소극적인 태도를 냉소적인 태도로 보이게 만들어주는 차갑고 단정한 외모라거나 하는 이야기 이전에 사야는 항상 그렇게 밀도높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미요루의 생각이었다. 무언가에 강박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항상 단정한 모범생의 모습을 유지하는 점이라던가, 자신의 굳은 잣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점이라거나-
"특히 낯선 사람이랑 이야기할 때면 긴장해서 말에 기세가 너무 들어가서, 오히려 상대가 되받아서 대답하기 곤란한 말을 해버린다거나. 비유하자면 상대방과 캐치볼을 하는데, 상대방이 받기 좋은 공을 던져줘야 하는데 사야는 전심전력으로 직구를 던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밀도높은 삶을 사는 사야였기에, 사야에게는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었다. 미요루는 사야를 보면서 종종 생각하곤 했다. 자신이 어릴 적에 사야와 만나서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더라면, 14살 때 다시 만난 사야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자신은 사야와 전혀 조금도 친해지지 못했을 거라고. -그래서 지금이 많이 다행이라고.
"조금 애매모호한 소리일 수 있는데, 난 사야가 조금만 더 긴장을 풀고 대충대충 살았으면 좋겠어. 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실 미요루 정도면 그렇게 대충대충 사는 것도 아니었다. 행색(야구점퍼나 블루종, 파카 따위를 외투로 걸치고 온다거나 오토바이를 탄다거나)에 자기주장이 강할 뿐, 몇몇 특이점을 빼면 나리메 여학원에 다닐 만한 그럭저럭 공부 잘 하는 여학생이었으니까.
새벽 4시.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이라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빠르다고도 할 수 없었다. 바다에 가지 않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두 달. 아니 어쩌면 저번 주 일지도 모른다. 손끝 발끝에 걸리는 힘, 온전히 자기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분명 저번에는 괜찮은 녀석을 낚아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탁본도 떠서는 제대로 사진도 찍어놓았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민물 낚시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대리만족의 범위에 속하기에 평소의 만족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내팽개치고 바다로 가는 것은 조금 그렇다. 바람이 서늘하다. 시계를 보니 아직도 동이 트려면 멀었지만, 포인트까지 가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겠지. 스쿠터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강가로 발길을 옮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온 팩이라도 하나 들고 오는 건데. 급하게 근처의 낚시방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시간에는 열지 않았다. 뭐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그런 것 보다는 낚시다. “질리지도 않는구나 소녀.” “어제는 영 입질이 오지 않았으니까. 근면한 낚시꾼이 월척을 낚는 거야.” “새벽부터 따라 나오는 내 심경은 이해하지 않는게냐.” “그러게 자고 있으라고 했는데.” “소녀, 네놈을 혼자 보내는 건 불안하다.” 미도의 말을 뒤로하고는 자리를 깔았다. 항상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말투라 조금 화가 나지만, 걱정해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자기 나름대로의 배려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깊은 감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소녀여.” “무슨 일인데~” “바다에 나갈 때가 아니면 항상 이 시간에 나오던데. 이유라도 있는게냐.” “조용한 게 좋아서.” “거짓말 하기는. 솔직하게 살라고 말했지 않느냐.” “하지만 정말인 걸 어떻게 해.” “그렇다면 사람을 싫어한다는 거냐.” “사람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조용한 것도 좋아할 수 있는 거야.” 늘어진 실을 보며 짧게나마 회고해보았다. 분명 무언가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 같았지만 그런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비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로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었다. 하고자 한다면 말은 둘째 치고 한 마디로도 정리할 수 있을 간단한 문제였지만 이런 것을 고민으로 안고 있다는 것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정도로 내가 초라할 뿐이다. 천천히 손끝에 느껴지는 힘을 음미하며 숨을 죽이고 있는 그와 함께 오늘의 첫 수확물에 걸린 바늘을 뽑아주었다. 분명 느껴진 힘은 성어에 가까웠지만 내가 약해진건지 아니면 그냥 이 녀석이 특출난 것인지 의심되기도 했다. 잘도 도망간다. 서너 시간 정도를 그렇게 보냈다. 안개가 내려앉아서 더욱 서늘해진 강가는 곧 있으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서 북적거리는 웃음을 꽃피워 낼 것이다. 알 수 없는 아픔이 느껴졌지만 그와 동시에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어쩐지 몸에는 물의 냄새와 생선의 냄새가 조금씩 베인 것 같다. 조용히 스쿠터를 몬다. 미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은 돌아서 갈까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출근이나 마찬가지다. 돌아가면 오픈 준비를 하고 저 먼 바다로 나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조금은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하늘은 아직 어둑어둑했다. 동이 트고는 있지만 완전히 뜨려면 삼사십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거리를 가로지를 때 무언가의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 노래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은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 샤워를 마치고는 생선들을 손질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듯한 생활패턴에 조금은 매너리즘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어릴 때부터 해온 이 생활이 질리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더욱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부의 딸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어부의 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이유를 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로 희망 조사서에도 1지망은 어부, 2지망은 자영업자를 적어내는 타입의 인간이니까. 섬세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써내는 것은 그다지 하고싶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것은 하고 싶지 않다. 분명 처음은 초등학교 시절, 아빠에게 선물 받은 머리핀을 달고 간 그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머리핀이라는 소리를 듣고 집에 돌아와선 계속 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의 나는 학교에서 비린내 나는 애 정도의 취급이었기에 아마 그때의 반응 역시 어린 아이들의 그 악독한 장난의 범주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나는 인생의 방향을 조금 틀어버렸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남의 앞에 나서고 싶지도 않았지만 마법소녀라는 일을 하다 보면 어디서부터인가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 정체는 들키지 않았다. 들켰다면 아마 지금쯤 내가 엑시트가 되어있을 거라 생각한다. 학교를 마치고, 바로 카페로 향한다. 아직은 민간인 대상의 영업을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서는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조금 호화롭게 케이크도 시켜도 되지 않을까. “소녀, 엑시트다. 상당히 가까워.” “…여기 지금 공도인데.” ”우리의 야망에 조금 더 가까워 질거다.” “그러면 어쩔 수 없나…”
미도가 안내하겠다며 향한 곳은 근처의 어느 폐공장이었다. 건물 외벽 일부가 무너져 내려있어 숨어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아래층에는 없는 것 같군.” “괜찮아. 낚시는 기다림의 예술이잖아? 던져보면 하나는 맞겠지.“ 언제 죽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격렬한 삶을 살고 싶었다. 변함 없는 생활을 바꾸고 싶었고 싫은 소리조차 못하는 자신은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생활에 대한 흥미를 잃고 말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엑시트는 아바타라의 낚시바늘에 걸린 채로 벽을 뛰어넘어서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강하게 내려쳐지며 터지듯 올라온 바위의 파편에 얼굴을 조금 긁히기는 했지만 상처는 남지 않았다. 급격한 충격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충격을 아직 소화하지 못한 것인지 엑시트가 다시 태세를 정비하기 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는 덤비지 않았다. 불공평한 것은 안된다. 엑시트라고 해도 어느정도는 인간의 파편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년 정도의 세월을 거치면서 미도와 내가 정한 몇 안되는 규칙이었다. “그렇다면 그 대사를 할 차례구나 소녀여. 이번에는 될지도 모른다.” “뭐 이번에도 될지 모른다고 해놓고 안되면 초밥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연기 속에서 엑시트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드디어 그 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아, 얌전히 항복하면 세계의 절반을 주마!!!” 당연히, 교섭은 성립되지 않았다. 엑시트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스피드가 장점인 녀석이었던 것인지 복부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며 그대로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위대한 악의 발걸음에 동참하지 않는 어리석은 녀석이었군… 이번에도 꽝인가.” “…퉤, 세상엔 여러가지 있다는 거지.” 입에 들어간 먼지와 함께 침을 뱉어낸다. 이 몸이 되고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겨우 이런 일에는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일 것이다. “괜찮은 척 하는 것 치고는 당황한 것 같다만?” “한대씩 주고 받았잖아. 아직 괜찮아.” 그대로 실을 길게 늘려 녀석의 뒤를 낚아챘다. 한 번 당했던 것이라 전보다는 제법 대처를 할 수 있을 것 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장르가 달랐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힘겨루기 그리고 손 끝, 발끝으로 전해지는 입질의 쾌감.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지만 녀석은 이 작은 낚싯대 하나로 상대하기에는 조금 거대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것이 가까워지고 드디어 벽을 넘어 다가왔을 때 아바타라는 형태를 바꾸었다. “작살모-드! 음, 역시 대물은 손으로 낚아야 한다니까.” “저번 주에 낚은 참치가 더 커보였지만.” “팔고 남은 게 없는 생선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 우리. 그보다 이젠 정말로 카페로 갈거야. 오랜만에 단 게 먹고 싶어.” “양갱으로는 안 되는 거냐?” “상대적으로 고급진걸로!!!”
비안카는 그녀가 차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과 그 모습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습니다. 퍼져나가는 향긋함 속에서 동시에 그녀의 우아한 자태를 감상하는 것은 차를 즐기기 전에서 부터도 좋은 눈요기와 맛보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내오는 찻잔은 1개 뿐 이였습니다. 이 의미는 명백합니다
"답례로 시간이 비어계신다면 저택에 초대하여 드리고 싶네요. 그때는 과자도 부족 할리도 없겠지요"
비안카는 입안 가득 향긋한 감촉에 싸이는 것을 맛보고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그녀에게 권유하여 말했습니다. 그녀가 지금에도, 이전에도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의 언행으로 미루어 보건대 높은 확률로 거절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비안카는 굳이 그렇게 그녀에게 권유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확률이 0이 아니지 않습니까? 수락해 준다면 비안카에게 상당한 이득이 될 것입니다. 물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감성적인 요소로서
"어머, 그런가요. "
그녀의 행동과 더불어 인형 씨의 말에 비안카는 살며시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떠한 기업체의 대하여 것으로 엑시트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 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주제가 그녀의 목적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게 될까요? 그녀가 당혹스러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단순히 지금은 비안카의 질문에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기업이란 자고로 이윤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여금 결성된 집단이에요, 달리 말하자면 효과적으로 이윤만 창출할 수 있다면 다른 것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 될 수도 있지요. 요컨데, 비안카가 탐욕스러운 이들을 끌어들일 탐스러운 과실이 되어 주시길 하는 것일까요?"
그녀와 인형 씨의 설명을 들은 비안카는 탁상 위에 찻잔을 흘깃을 바라보며 그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앞뒤로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솔직히 그다지 재미가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만 이것으로 그녀와의 친분을 더 굳힐 수 있다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아니라고 비안카는 생각했습니다. 기업의 차이는 많이 있지만 개중에서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사회적으로서 올바른 방식 인식되는 것 만큼 운영되는가 입니다. 사실, 이득을 위한 행위라는 점만 보자면 이러한 것들은 비안카의 태어난 장소인 조이엘로 가문에도 조금은, 어느 정도는 상통한다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조이엘로 가문은 지금껏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문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가문의 명예와 부를 더욱더 융성하게 할 수 있다면요 가문의 경우에는 좀 더 선의에 가까운 행동이였다고 할 뿐이네요
" 그러면 안돼. 캐치볼이라는 것도 결국 스포츠잖아. 스포츠에는 스포츠 정신이 있어 미요루.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전심전력으로 임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실례인거야. "
사야가 거기서 캐치한 말은 캐치볼이라는 이야기였다. 비유로 한 말임은 알고있지만 사야는 거기서도 자신이 생각하기 옳다는 것을 기어코 고집하며 한 마디를 더하고 말았다. 말하고나서야 실수였다는걸 눈치챘는지 사야는 '미안' 하고 짧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미요루의 말은 전적으로 옳은 것이었다. 사야 자신도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고 남들을 대하는지 알고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사람에게 대뜸 손을 내밀고 자기소개를 한 적도 있고 활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자마자 또 뜬금없이 '나는 양궁도 할 줄 알아.' 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던가 하는 것들.
" 하지만 나는 모르겠는걸 "
사야는 푸- 하고 한숨을 쉬며 몸의 힘을 조금 풀었다.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른다. 남에게 다가가는 법을 모른다. 인간 관계에 서투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사가 잦았고 전학이 잦았기에 제대로 된 친구관계나 인간관계를 정립할 시간 같은 것은 없었고 덤으로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성격탓에 먼저 다가오는 이들도 적었던게 크게 작용했다.
" 대충대충..? "
사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짜여진 계획속에 기계처럼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미련이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하지 못한다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뭐라 변명할 거리도 없어지는 셈이니까. 사야가 궁도부의 유망주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연유였다. 활을 쏘는 것이 좋았고 그게 좋아서 항상 최선을 다했으니까. 자기처럼 풀어져 보라는 말에 사야는 가만히 미요루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지긋이 바라보던 사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 음. 무리. "
조금은 단칼같이 쳐내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조금 우물쭈물 하며 뱉은 말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비안카는 그녀의 말에 흥이나서는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비안카의 권유는 좋은 결과 이였습니다! 적어도 그녀가 긍정적으로 보이는 대답을 해줬군요! 그녀가 명백한 거절의 의사를 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것은 진전이 있습니다
"과연~ 비안카의 미끼로서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
그녀의 직접적인 표현에서 비안카는 자신의 뺨에 손바닥을 대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그녀의 언급에서도 비안카가 생각하기에도 비안카가 스스로의 태생적 배경을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가치는 꽤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후훗, 그랬었군요. 현황을 보아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네요."
그녀가 말로 하여금 그녀 특유의 멋들어진 재주를 다시금 선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비안카는 한 번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언어라는 도구를 소통에 활용하지 않고도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은 그 기존의 도구의 단점이나 결함을 무시하고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새로운 도구에도 그 자신만이 지닌 단점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좋아요~ 수녀 님의 부탁이라는 흔치 않는 이야기니까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결국, 비안카는 그녀의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기에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보였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이루어질 기회 말이죠
그녀가 카드를 거두는 모습에도 멋스러워 보기에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마법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마법의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세피로트(Sefirot) 혹은 생명의 나무라 흔히 일컬어 지는 유대교의 카발라(קַבָּלָה, Kabbalah) 전승에서 유래하는 이야기의 상징성입니다. 신과 세계 그리고 힘에 대한 영역에 대하여 주로 나타내는 일종의 도표와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