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는 마법소녀가 되기 전 이미 몸에 육탄전이 완전히 익어있던 탓에, 마력으로 무기를 구현해서 싸우기보다는 온전히 신체만을 강화시키기로 한 케이스예요. 일반적이라면 무기를 사용하는게 더 효율적이겠지만 단순무식한 파랑이는 '그런거 모르겠다! 무기구현에 쓸 마력으로 신체강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XD
갑작스레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비안카의 권능은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원하는 무기나 도구를 얻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마법소녀들도 비안카를 통하여 동일하거나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마법소녀들은 어떠한 무기나 도구를 사용하려 할까요?
사야의 대답에 미요루는 나른하게 웃었다. 그리곤 사야의 손에서 오토바에 헬멧을 받아들고는 헬멧 두 개를 옆구리에 대롱대롱 꼈다. 손을 내밀어 카페의 문을 열다가, 사야가 그냥, 하고 조금 힘없는 답을 내놓자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 사야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거기서 조금만 더 침묵이 이어졌다면 미요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괜찮네- 하면서 무심한 손길로 카페 문을 마저 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요루가 그렇게 하기 전에, 사야의 우물쭈물하는 실토가 이어졌다. -미요루가 무심한 손길로 카페 문을 마저 열어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미요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졌을 뿐이다.
"좋네, 새 친구."
아까 사야와 함께 앉았던 자리로 향하며, 미요루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야- 친구를 사귄다고 한다면 난 평소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정보가 많잖아? 예를 들면 학교라거나."
생각해보면 미요루는 어울리는 친구들이 좀 있는 편이었다- 물론 미요루 역시도 어느 쪽이냐면 친구가 많은 편은 절대 아니었고, 반 중앙보다는 반 모서리에 위치했으며, (특별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몹시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생각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 특유의 그 무심하고도 어딘가 묘하게 불량한 듯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쉬이 가까이하지는 못하는 소녀였지만, 그래도 미요루에게는 몇몇 말을 섞는 친구가 있긴 했다. 주로 그녀와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성가셔하는 디오게네스 클럽 회원이거나, 그녀의 커뮤혐오증을 뚫고 끊임없이 다가올 정도로 붙임성과 끈기가 공존하는 친구라거나. 그런 의미에서 사야는 미요루의 몇 안 되는 친구들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미요루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미요루가 종종 말을 먼저 걸어오곤 하는 사야에게는 체감하기 어려울 일이지만.
미요루는 카페 안을 한번 휘 둘러보다가, 테이블에 턱을 괴고 사야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낯익은 환경, 낯선 환경 같은 걸 이야기하기 전에-"
하다가 왠지 잔소리처럼 됐다는 걸 깨달은 미요루는, 멋적게 창문 밖으로 시선을 한 번 돌렸다가 다시 사야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목에 걸려있는 메달의 색은 분명 금색인데도 썩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 소녀 연파랑. 계절이 지나 밤이 길어진 탓에 이미 한참 전에 켜진 가로등빛을 가슴팍의 쇠붙이가 반짝반짝 반사해대는 꼴이 마치 여기 좀 봐달라는 어리광처럼 느껴져 괜히 신경을 거슬렸다.
‘그냥 빼버릴까..’
지금의 그녀에게 이 메달이 시사하는 의미는 불공평한 경쟁에서 비열하게 싸웠다는 증거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마법소녀가 된 이후로 사람이 아닌 존재들-엑시트-와의 전투와 비상식적인 강도의 수준을 수도 없이 반복한 탓에, 사람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대회는 그녀에게 더 이상 자극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상대 선수도 물론 혹독한 단련 끝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것이다. 비록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수준의 트레이닝을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만약 그랬다면 마법소녀가 되기 전의 연파랑처럼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충분히, 적어도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은 불과 수 초 만에 끝나버렸다.
일년 반 전과는 또 다른 허무한 결과. 비록 졌지만 웃었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금메달을 손에 넣었음에도 그녀의 표정은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런 건 도핑이나 다름없잖아...’
약물을 사용한 것도, 경기중에 마법소녀의 힘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가 마법소녀의 힘을 얻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견딜 수 없는 수준의 트레이닝을 소화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소녀는 역시 목에 걸린 메달을 풀어, 그냥 주머니에 넣기로 한다.
"전방 2시 방향. 직선거리 180m 부근 고층건물 옥상. 가려져서 지금은 안 보이네."
공중에서 갑자기 걸려온 파트너의 목소리에 소녀는 굳이 그 쪽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발걸음을 옮기며 태연히 대답했다.
“규모는? 가능하면 형태도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애매한 느낌이라 자세히 봐야 알 것 같아. 그리고... 침울해 보이는 와중에 미안."
“아니야, 네 잘못도 아니잖아! 오히려 감사라도 해야 할 상황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새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번에 간다!”
투학--
예의라도 차리듯 살짝 무릎을 굽혀 앉은 그녀의 신체가 푸른빛을 띠는 듯 보이더니, 어느새 용수철처럼 지면을 박차고 전방으로 뛰어올라 목표물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머리카락을 긁고 지나가는 감각이, 답답한 마음을 조금은 씻어주는 것 같아 오히려 개운했다.
곧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언가의 군집체처럼 보였다, 제각기 다른 산짐승의 형태를 한 조그마한 엑시트들이 뭉쳐서 하나의 커다랗고 기괴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콰앙!
공중을 가른 푸른 궤적이 목표물에 닿는 순간, 큰 덩어리는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스파크를 튀기며 조각조각 흩어진다.
"귀찮은 타입이네. 제대로 맞은 개체는 소멸됐지만 나머지는.. 하나씩 상대하다가는 끝도 없겠는데."
“그런 것 같아! 이런 건 처음 봐!”
"...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건물 옥상에 안착한 소녀가 다시 목표물을 바라보자, 흩어진 개체들은 빠른 속도로 다시 덩어리를 이루려고 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흩어져서 피해를 줄이는 타입이라면 굳이 다시 뭉치려고 들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떻게 하지...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소녀는 잠시 생각에 빠지는 듯 하더니 조금 전과는 달리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한다.
"같은 방식의 체력소모전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은데."
“걱정 마! 생각이 있다니까!”
파앙-
그 자리에서 총알처럼 발사된 그녀의 신체는 어느새 다시 모인 엑시트들의 덩어리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타격이 아닌 관통. 아까와 같은 둔탁한 타격이 아닌 마치 송곳처럼 찌르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관통했다면 반대편으로 뚫고 나와야 했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군집체 사이에서 푸른 빛줄기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그 안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괜찮아?" 그리고 그 군집체는 그대로, 건물 옥상에서 아득한 높이의 공중으로 밀려났다.
“잘 봐!”
잠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던 엑시트들의 덩어리는 그대로 중력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더니, 거의 200m에 달하는 까마득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이런..."
소녀를 포함한 군집체가 지상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폭발음에 가까운 충격음이 주변으로 울려 퍼진다.
진뢰는 빠르게 공중을 활강하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다. 엑시트 군집체는–당연하게도- 소멸된 것으로 보였다.
소녀는 바닥에 파인 크레이터의 한가운데에 대자로 뻗어 누워있었다.
자신의 근처에 다가와 걱정하듯 내려앉는 푸른 빛의 새에게 소녀는 능청스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엑시트 에어백! 성능 굿!”
"매번 말하는 것 같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매번 말하지만 괜찮다니까!” 소녀는 이마에 흐르는 피를 대충 닦으며 헤실댄다.
진뢰는 이 이상의 충고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한번 흔들고는 다시 알의 형태로 되돌아가며 화제를 돌렸다.
"이번 엑시트... 아마도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외로움을 겪고 싶지 않아.’ 같은 사념에서 비롯된 것 같아.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서로 뭉치려고 하는 행동 패턴. 추측이지만, 이 근처의 고아원과 무언가 관련이 있지 않을 까 싶은데."
소녀는 잇챠,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엉망이 된 옷매무새를 대충 추스르며 대답한다.
“그런 거였다면 이런 식보다는 하나하나 꼬옥 안아서 성불시켜주는 편이 좋았으려나?”
"하나하나 으스러트린다는 건가..."
“표현이 과격해! 정정 부탁드립니다.”
반 농담으로 그런 대답을 던진 소녀는 바닥에 떨어진 메달을 발견하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다, 자신의 파트너, 푸른 알에 리본처럼 묶어놓는다.
"... 뭐 하는거지?"
“이건 네 힘이 없었으면 못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엉뚱한 행동에 일반적인 사람-혹은 마스코트-라면 얼을 탔겠지만 진뢰는 익숙한 듯 대꾸한다.
>>329에서 미요루가 '카페보다는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어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한 것은 미요루가 전적으로 상황극 속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온 발언 플레이어 캐릭터끼리 자연스럽게 만나려면,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라는 설정이 있는 것이 권장되는 학교보다는 어떤 제약도 없이 플레이어 캐릭터끼리 만날 수 있는 카페가 당연히 더 좋지
별다른 호불호가 없다는것을 확인한 수녀는 곧바로 로즈힙을 우려내는 준비를 마친다. 끓기 시작한 물을 얹어놓은 불을 끄고는 뜨거운 상태의 물에 말린 로즈힙, 다시말해 장미의 열매를 우려냄으로 만들어진다. 로즈힙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우려나오자 그것을 별다른 장식이 없는 하얀색의 도자기 찻잔에 담아내고 테이블에 대접한다. 손님용으로 내놓은 것인지 수녀 본인이 마실 분량은 내놓지 않았다.
"별달리 지금은 같이 곁들일 과자는 없어서. 설탕과 연유는 테이블에 놓인 그릇에서 알아서 첨가해주기길."
아가씨의 질문에 수녀는 왼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비비꼬아 곤란하다는듯 말하며 고개를 돌려 표정을 가다듬었다.
"실례. 조금 복잡하게 생각하시는거같아서. 원래대로였다면 제가 하려고 했던 일을 해주기만 해요 그런 복잡한 과정이 아니라."
수녀는 아가씨가 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다음에, 잠시 자리를 비워 몇개의 종이뭉치를 가져온다.
"일단 이게 서치가 안되는 딥웹에서 유통되고 있는 어떤 내용이에요."
「The Malicious Company」 우리는 그것을 통제하고 도구로서 쓰고자한다. 이에 대한 스폰서를 구한다.
간단히 적힌 그 내용의 아래에는 엑시트로 추정되는 괴생명체의 사진들이 있었다. 인간형의 개체는 다행인지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은 하급형 개체들의 모습에 가까운 사진들이었다.
"이런 기업이 있다는 소식을 이미 저는 찾았고, 실제로 접촉에 시도는 성공했어요. 만날 장소에 대해서 언질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 조이엘로가가 관심이 있다면 기업은 꽤 큰 월척을 낚았다고 생각하겠죠. 요컨데 이 기업은 엑시트의 출현을 악용하거나 발생시킴으로서 이익을 취하려는 집단입니다. 아마도 엑시트를 도구로서 통제할 수 있다고 큰 착각을 하는거랍니다. 멍청하게도."
그 다음 수녀는 지도를 가져왔다. 바라기 시의 지도였다. 그리고 그 지도에서 빨간펜으로 동그라미를 친곳을 이어 파란펜으로 별표친곳과 검은펜으로 이어놓은 표시를 해놓는다. 그리고 그 근처에 녹색펜으로 네모난 표시 하나가 있었다.
"여기는 중부 상업지구의 지도인데, 녹색펜으로 표시한 여기 건물 지하실이 접견할 장소에요. 여기 건물을 찾아보니 지하실에 상가건물로 등록은 되어있는데 아무도 입주해 있지는 않았어요. 아마 접견장소로 활용하려고 만든 연출용 장소겠죠."
그렇게 말하고는 빨간펜으로 여러군데 동그라미 친곳을 가리켰다.
"이건 이 근방에서 근래에 엑시트가 발생한 것을 체크해둔거에요. 이 근방은 실제로 엑시트가 밀집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리고 그 빨간 동그라미와 검은펜으로 이어서 파란펜으로 별표친 곳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긴 꽤 큰 규모의 고층 건물이에요. 그리고 건물 전체가 한 회사 소유에요. 일단은 제가 조사해보기로는 사업체는 사설경비업체로 등록되어 있었답니다."
파란 별표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수녀는 이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접견 장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았으면서, 엑시트의 주변 출현빈도를 파악했을 때 이 더 맬리셔스 컴퍼니는 이 사설경비업체가 모체일 가능성이 높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가씨의 역할은 그들과 접견하고 그들을 떠보는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한번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이끌어내는게 중요하겠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조이엘로가와 같은 거물은 놓치기 힘들겁니다. 아가씨는 이들에게서의 연락처가 될만한 명함과 확실히 이 더 맬리셔스 컴퍼니가 사설경비업체가 본체인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해주셨으면합니다. 물론 위험하겠지요. 그래서 강요는 하지않겠어요. 한 번 그들을 떠보는 역할이기에 원래는 제가 하려고했어요."
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뒷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이자 소꿉 친구인 미요루라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사야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잘 모르는 채로 자랐고 친구를 사귀는 법이나 인간관계, 사회생활 같은 것들에 서투른 채로 자라고 말았다. 그렇기에 먼저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어찌어찌 다가간다고 한들 의미없거나 쌩뚱맞은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탓에 금새 대화가 단절되어 버리기도 하고 차가운 외모와 먼저 다가가지 않는 성격탓에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적었다. 그 사실들 전부를 알고있을테니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 응. 말해. "
사야는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 건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기에 조금 긴장되었는지 작은 목소리로 침을 삼킨 사야는 그 짧은 찰나에 생각에 잠겼다. 익숙한 상황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상황에 먼저 적응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 미요루 잔소리하기 시작했어. "
사야는 피식 웃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소꿉친구에게서 남들이 자신을 보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라서 우스웠던 것일까.
별다른 호불호가 없다는것을 확인한 수녀는 곧바로 로즈힙을 우려내는 준비를 마친다. 끓기 시작한 물을 얹어놓은 불을 끄고는 뜨거운 상태의 물에 말린 로즈힙, 다시말해 장미의 열매를 우려냄으로 만들어진다. 로즈힙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우려나오자 그것을 별다른 장식이 없는 하얀색의 도자기 찻잔에 담아내고 테이블에 대접한다. 손님용으로 내놓은 것인지 수녀 본인이 마실 분량은 내놓지 않았다.
"별달리 지금은 같이 곁들일 과자는 없어서. 설탕과 연유는 테이블에 놓인 그릇에서 알아서 첨가해주기길."
아가씨의 질문에 수녀는 왼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비비꼬아 곤란하다는듯 말하며 고개를 돌려 표정을 가다듬었다. 표정을 가다듬는 수녀를 대신해 누더기 인형이 아가씨와 시선을 마추고는 잠긴 입으로 말을 시작한다.
"그부분은 내가 이야기하는게 좋겠군. 마지막 별의 꿈에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자면 뭔가 엑시트와 관련해 수상쩍은 기업이 하나 있다더군."
수녀는 카드 한장을 테이블에 내밀었다. 클로버 7의 카드였다.
"이 부분을 들었을 때 확실하게 저도 윤곽잡은 부분은 없지만 제 권능으로 점을 쳐본 결과로는 클로버 7이 나왔어요. 해석하자면 누군가와 동의를 해야하는거니까 협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동의를 구할 일이 있고 지금은 딱히 동의를 구할 일이 없으니 이 건에 대하여 점을 친 결과로 봤을 때는 조사하는 쪽에 협력해야한다. 그리고 숫자는 7이니 꽤까다로운 일이 될거라는 사실로 해석할 수 있죠."
"따라서 마지막 별의 꿈에서 한번더 좌초지종을 안 다음에 본격적인 조사의 협력을 요구할 것 이다. 요는 이전에 그것을 하겠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우리야 어찌되었건 조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 이다. 다만 그쪽의 아가씨는 자유지. 협력하느냐는 자유라는 것이다."
"차 한잔을 마시고 생각해봐주세요. 아마 기업이라면 어떤 접촉이 가능해졌을때 아가씨가 그쪽을 떠보는게 좋은 입장에 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협력을 요구하는 거고 싫다면 거절해도 좋아요. 이건 제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