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정보들이 방금 지나가지 않았나?! 일단 뮤지가 능력을 사용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만으로도 사민에게는 심적 부담이었다. 매번 신곡을 찾아 들었는데...! 친구가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인터넷에 떠도는 클립도 몇번 본 적이 있었다. 슬프지만... 한탄 끝. 여기까지 하자. 이제 할 일을 해야지. 사민은 놀라울정도로 빨리 평정을 되찾았다.
머리를 조금 혹사시켜본 결과 평소는 이렇지 않았다는 말에서 능력이 증폭되었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을지도... 저번에 기차 사건과 싱크홀 사건도 그렇고 자꾸만 등급 이상의 능력을 쓰는 사람이 늘어난단 말이지. 아마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사민은 입을 꿈틀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어는 그럼 스탭실로 가볼게요..."
누가 들을지는 모르겠다만야 일단은 제 위치정도는 알리고 가야할 것 같았다. 스탭실에 누구라도 전후상황을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겸사겸사 뮤지랑 접촉했던 사람들도 만나면 좋고.
"그럼 우리들은 일단 쓰러진 이들의 상태를 살펴볼게." "혹시 밝혀진 정보가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소라와 예성 역시 마찬가지로 정보를 탐색하려는 듯, 덩달아 먼저 홀 밖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이송되었거나, 혹은 이송될 예정인 환자들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모양이다.
<동환>
동환은 홀 안에 뭔가가 설치되어있는지를 확인해보려고 한 것 같았으나 안타깝게도 홀 안에 특별히 보이는 건 없었다. 그야말로 깔끔하게 정돈된 좌석, 그리고 여기저기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 그리고 무대 위에 놓여있는 스탠드 마스크, 또한 벽에는 멀리서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스크린이 달려있었다. 그 이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것은 전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홀 그 자체였다.
<연우>
"적어도 이 공간 자체에 퍼져있는 익스파는 그녀의 것 뿐이야. 그리고 잡히는 익스파는 모두 A급이야."
자신의 품에서 익스파 탐지 기기를 꺼낸 태윤은 그 기기의 데이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틀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 정보 자체는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한편 뮤지, 즉 연아는 연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아래로 축 늘였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선 상당히 큰 충격으로 와닿은 모양이었다.
"..그게.. 매니저를 만났었고, 스탭분들을 만났어요. 뭔가 제 얼굴을 관객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듣긴 해서 그것을 봤었고.. 그 외에는 특별히 없었어요. 아. 저 경감님도 왔었어요. 경찰이 있긴 한데 너무 당황하진 말라고. 그 외에는 딱히 없었어요. 관객들을 직접 보는 것은 공연이 다 끝나고 싸인회때..보기로 해서... 저기. 역시 제가 잘못한걸까요? 제가 익스파를 사용해서 이렇게.."
불안한지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허나 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녀의 팔에서 팔찌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대신 펜던트를 하나 차고 있었다.
<사민> 스탭실에 들어가자 거기엔 여러 스탭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분위기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고 한숨을 쉬는 이도 있었다. 일단 경찰인 것을 말하면 바로 조사에 협조를 해줬을 것이다.
여러 화려하고 반짝이며 컬러풀한 아이돌 의상이 있었고 붉은색 커다란 원형체로 보이는 뭔가가 뭉쳐서 만들어진 듯한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뮤지, 즉 연아의 얼굴이 캠퍼스에 걸려있었다. 가깝게 가서 보면 아무래도 엄지손가락에 붉은 도장을 찍어서 도화지에 찍어 만들어낸 작품인듯 보였다. 여러 개의 많은 지문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이 동참한 모양이었다.
그 이외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있었고, 정말로 많은 액세서리가 같은 종류로 여러개씩 놓여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저기. 경찰 분이시죠? 여기에 뭐가 특별한게 있나요?"
이어 스탭의 대표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천천히 다가왔다. 옷에는 성유민이라는 명찰이 달려있었다.
<신>
"그거라면 있습니다! 당연히!"
싱크홀 때도, 그리고 지하철 때도 있었던 이건우 경장은 아니나다를까 이 현장에도 있었다. 이어 그는 신에게 CCTV 데이터 자료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이 홀을 감은 모습인듯 보였다.
16:00 - 특별히 이상 없는 홀의 모습 17:00 - 관객들이 하나둘씩 들어와서 자리에 앉고 있는 모습. 허나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18:00 - 내부의 불이 꺼지고 스테이지에서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고 뮤지가 등장. 18:08 - 갑자기 관객석의 사람들 중 일부가 픽픽 쓰러지기 시작. 관객들 내부에서 웅성거리는 모습이 포착 18:10 - 뮤지가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포착. 문이 열리고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이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
원래 직장에서 난리가 나면 이렇게 분위기가 파탄인게 당연하다. 경찰로서 자주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민은 별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캔버스의 그림에 몸을 쭉 뻗어 살펴보고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슬며시 물었다.
"이건 언제 어디서 만든거예요? 팬들이 선물이라도 준 건가?"
아이돌 상대로 그리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단순한 궁금증때문에 물어본 것이지만... 사민은 끝까지 가오를 잃지 않았다. 무척 진지한 얼굴로 눈썹을 까딱이는 것도 모두 치밀한 얼굴 연기... 사심을 가지고 질문을 한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어떤 능력이 세상에 있을지 모르니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사민은 그렇게 자기 합리화 했다.
"엇, 네! 서에서 왔습니다. 딱히 특별한 건 아직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으음, 사민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혼자서 이렇게 물어보고 조사해 본 경험이 적어 영 마뜩찮은 탓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을 굳힌 경찰일 것이다.
"혹시 무대 직전에 이상상황이라거나 특별한 점은 따로 없었나요? 사소해도 좋으니 모두 말씀해주세요."
<연우> "딱히 접촉한 것은 없어요. 그냥 공연 수고하라는 인사말만 조금 들었고, 경찰이 있으니 당황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어요. 그리고 이거 말인가요? 이번 공연을 기념으로 새로 구입한 거예요. 어때요? 예쁘죠?"
그녀는 보란듯이 목에 차고 있는 은색 펜던트를 보여주었다. 마름모 모양의 로켓 펜던트는 안을 열 수 있는 구조였다. 그 안을 열어도 특별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조금 비싼 은색 로켓 펜던트일 뿐이었다.
"음. 전혀요. 언제나와 똑같았어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정말 평소와 똑같았는데 어째서 이번만은 이렇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정말이에요."
정말로 떠오르는게 없다는 듯이 연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오히려 자신이 답답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신>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경찰인 제가 그런 짓을 할리 없잖습니까!"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건우는 두 손을 휘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건우는 잠시 데이터를 확인하다 두 개의 CCTV 장면을 더 보여주었다. 각각 바깥 복도와 대기실의 모습이었다.
-복도- 16:00 - 스탭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홀로 들어가는 문 근처에 하얀색 테이블과 하얀색 도화지가 놓여있는 캔버스를 갖다놓는 모습이 보인다.
17:00 -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관객들 중에서는 그냥 들어가는 이도 있으나, 테이블에 있는 붉은색 도장 인장에 엄지손가락을 찍어 하얀색 도화지에 엄지손가락 도장을 찍는 관객들도 존재. 도화지에는 붉은색 엄지손가락 인장들이 모여 점점 연아의 얼굴이 만들어지고 있다.
17:50 - 테이블과 캔버스 철수. 돌아다니는 경찰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18:10 - 문쪽으로 달려가는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의 모습이 포착
"아. 참고로 저 검은색 양복은 매니저인 김신호 씨입니다."
부가설명으로 건우는 그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대기실-
15:00 - 뮤지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노래를 연습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 매니저가 잠깐 들어와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하나 특별한 접촉은 없었다. 16:00 - 태윤이 안으로 들어가서 15분 정도 대화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포착 17:00 -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무대에 서기 전 마지막 연습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뮤지의 모습이 포착 17:50 - 대기실에 있는 또 다른 문. 정확히는 무대로 향하는 문으로 나가는 뮤지의 모습이 포착
"일단 CCTV는 이상입니다."
<사민> "아. 그거 말입니까? 그거라면 오늘 저녁 5시에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에 희망자에 한해서 엄지 인장으로 하나씩 표시를 하면서 뮤지의 얼굴을 그려는 이벤트로 만들어진 겁니다. 이번 순례공연에 매번 한다고 해서 매니저님이 직접 인장이나 도화지를 준비했어요."
유민은 사민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곧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사소한 것을 말해달라고 해도... 특별히 없었던 것 같은데." "아. 잠시만요! 팀장님! 어제 뮤지가 펜던트 새 것을 사달라고..똑같은 디자인인데.." "아. 그거 말이에요? 그건 뮤지 씨가 하도 변덕이 심해서. 그래서 같은 엑세서리도 여러개 갖다 놓았잖아요? 그 워낙 장신구가 똑같아도 느낌이 다르다면서 똑같은 것을 몇 개나 준비하라고 하는 사람이니까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스탭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을 하려고 했으나 유민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흔한 일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설명했다.
"아. 방금 말은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좀 성격이 까다롭긴 한데 그건 못 들은 것으로. 아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