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직전에 한 이벤트라면 확실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콘서트장 내에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연우 선배의 말대로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소중한 추억과 팬심이 담긴 물건을 무작정 가져갈 수는 없으니 한 번 물어본다. 말만 질문형태이지 사실상 가져가겠다는 말이다. 하나뿐인 굿즈(?)도 일단 공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터... 사민이 반듯하게 웃었다.
"엇, 아니에요. 그런 사소한게 수사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렇다면 뮤지의 펜던트를 누가 조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민은 입을 꿈틀거리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매니저 님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매니저 역시 중요한 증인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눠보긴 해야할 것이다. 게다가, 직접 인장을 준비한 사람도 매니저, 뮤지와 가장 가까운 사람도 매니저인 것 역시 사민은 놓치지 않았다.
"경찰이라고 범죄를 짓지 않는단 법은 없죠. 당신이 지을 수도 있고, 내가 지을 수도 있고, 오늘 온 말똥 두 개짜리 님이 지었을 수도 있고......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적어도 반쯤은 농담이니까. 물론 무슨 표정 짓는진 안 봤지만."
여하간 CCTV는 이것으로 끝이라 하니... 신은 마뜩지 않은 얼굴을 하며 목을 툭, 하고 꺾었다. 덜 시원한데. 반대쪽으로도 툭.
"거 그 뭐냐, 매니저라는 사람. 김신호? 그 사람을 좀 만나고 싶은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요? 직접 안내해준다면 더 감사할 거 같고."
들어올린 검지를 휘휘 저으며 김신호라는 이름을 언급한다. 거 이름 참 특이하네. (<-지가 할 생각은 아님) 건우가 타이밍 좋게도 알고 있어 알려줬다면 찾아가든 안내를 따라가든 했을 것이고, 모른다면 수소문해가며...발품 팔아가며...김신호 찾아 삼만리를 찍었을 것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정보가 새로 들어와서 전달합니다. -일단 피해자들은 모두 신경독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즉 신경이 마비되어 그 때문에 호흡을 할 수 없어 쇼크 증상이 나왔다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신경독 성분이 상당히 입자가 작아서 포착이 힘들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을 너무 자극한 바람에 그에 따라 독성 물질이 새롭게 생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도 있다는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모두의 이어셋을 통해서 예성의 통신이 들어왔다.
<연우> "그건 그냥 뭐랄까.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거 있잖아요! 같은 거지만 다른 것을 차면 괜히 기분전환이 되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에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이 연아는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적어도 자신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듯 보였다. 물론 그것이 '진실'일 때의 경우였지만.
"어. 그냥 이번 공연도 힘내라라던가, 오늘 공연 다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라던가 그런 자잘한 이야기 정도예요."
매니저와는 그저 그런 이야기만 했을 뿐이라고 연아는 대답했고, 그 무렵 예성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리스트가 없으니 정확하게 파악은 불가능하지만 소라 선배가 조금 힘을 써서 빠르게 피해자들을 조사해봤습니다. 물론 전체는 아니긴 한데..
-일단 인장을 찍었다고 하니 엄지손가락에 자국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엄지손가락은 두 쪽 다 깨끗합니다. 허나, 손톱 부위에 붉은 자국이 아주 조금 남아있습니다. 이상입니다.
<동환> 시스템실에 간 동환은 정말로 여러 기기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인 컴퓨터도 있었고, 여러 복잡한 기기시설도 있었다. 허나 확실한 건 여기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뭔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민> "챙겨야하나요? 하기사 지금 공연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네.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요. 매니저 분에겐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펜던트라면..."
"제가 했어요."
"아. 네. 막내 스탭입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이런 것에 보통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죠. 아. 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형사님."
자신의 이름을 듣고 반응했는지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있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걸어왔다. 뮤지처럼 제법 귀여운 인상을 연상시키는 강아지상의 외모를 지닌 청년이었다. 꽤 짧은 길이의 스포츠머리를 긁적이면서 신을 바라보면서 빨리 이야기를 해달라는 듯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볼일이 있다면 빨리 해주시겠어요? 지금 이 사태를 사장님에게도 보고해야하고 뒷처리도 해야하고 그렇거든요. 아니. 그런데 애초에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이거 경찰 수사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맞나요?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고 말이에요. 이거 그냥 식중독 같은 거 아닌가?"
허나 말투는 꽤 톡 쏘는 느낌인 것으로 보아 얼굴값을 확실히 못하는 사람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민은 직장인들이 예의 짓는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며 무전을 쳤다. 이런걸 제가 마음대로 가져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름의 전문적인 절차를 걸쳐야할테니 사람을 불러달라하기 위함이었다.
-증거를 수집할 인원 요청합니다~ -앗, 추가로 혹시 모르니 도화지에 찍힌 인장 성분 조사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경감님쪽에서 알아서 해주던 인원을 요청했으면 곧 사람이 오겠거니, 생각했다. 단순함이야말로 사민이 가진 최고의 덕목이라고 할까. 별 생각 없어보였다.
"물론이죠! 제가 이쪽 업계가 얼마나 살벌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무덤까지 끌고 갈게요."
제 친구가 하는 것을 보면 하루종일 핸드폰 키고 스트리밍, 타그룹 견제하기, 검색어 정화에 소속사에 항의하기까지. 아이돌 팬들이 얼마나 갖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차피 자신이 주저리주저리 입털어봤자 찌라시 보고 떠든다, 괜한 관심 종자가 열폭질한다라는 댓글로 못매맞을 게 뻔했다. 사민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거기 작은개자리 씨 아직 안 죽었지? 강태윤 경감과 김산호 매니저의 익스파가 있다면 알려줬으면 하는데."
김산호라고 밝히는 청년이 걸어올 때, 신은 앞서 이어셋에 손을 대 프로키온에게 데이터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거 참 씩씩한 청년이구만. 이름만 특이한가 했더니 성격도 한 개성 하는 모양이었다. "자아자아, 릴렉스 하고- 이런 것도 다아 조사할 게 있고 확인할 게 있고 하는 겁니다. 괜히 괘씸죄 입고 싶지 않다면 협조하는 게 나을 텐데에~" 하며 오랜 친구인 마냥 어깨를 두드려주려 했다. 이내 손을 거두며 샐쭉 웃기.
"아직 생각보다 여유로우니까요, 오늘 하루종일 어떤 일을 하셨는지 사소한 것까지 기억이 닿는 대로 설여해주셨음 합니다. 너무 범위가 넓은 거 아니냐고요? 수사란 게 다- 그렇습니다."
경찰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하는 뻔뻔한 논리로 밀고 나갔다.
"참! 그리고 그 인장 찍는 이벤트, 매니저님께서 준비하신 거라면서요?" 주워들은 소식. "개멋진 씽크빅이 돋보이는 5점 만점 5점짜리 이벤트였는데 인장과 도화지는 언제, 어디서, 어디서, 어떻게 구하셨는지 혹시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다." 육하원칙 중 4개를 읊으며 손가락 접어보이기. "것도 포함해서 설명해주시면 100점 만점에 98점 드리겠습니다. 2점은 어디 갔는지 묻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