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동환, 그리고 신이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황하고 있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경비원들의 모습이었다. 그 안은 도저히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혼란상태로 가득했다. 스테이지 위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적갈색 긴 포니테일 스타일의 여성은 충격을 먹었는지 스테이지 위에 털썩 주저앉은 상태였고 관객들의 다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로 거품을 입에 물고 있었고 호흡을 너무나 거칠게 내뱉고 있었다. 호흡곤란이라도 온 것일까?
"뭐해?! 당장 119에 신고하고 손이 비는 이들은 쓰러진 이들을 모두 바깥 복도 홀로 옮겨!"
이내 다른 경찰들이 빠르게 달려들어왔고 검은색 안경을 끼고 있으며, 제복에 무궁화 2개가 달려있는 상당히 냉철해보이는 인상의 남성이 들어왔다. 그의 지시에 따라 경찰들이 거품을 머금고 있는 이들을 하나둘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뒤이어 소라와 예성이 안으로 따라 들어왔고 둘은 현장을 바라보며 순간 크게 당황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밖에서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위그드라실 팀이지? 자네들은?"
한편 무궁화 2개를 달고 있는 남성은 그리 굵지도, 그렇다고 연하지도 않은 목소리를 내면서 소라와 예성, 그리고 다른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아. 네! 그러니까..."
"강태윤 경감님이십니까?"
"맞아. 경감 강태윤이다. 아무튼 그런 소개는 지금은 됐고.. 일단 저기 저 뮤지를 확보해주지 않겠나?"
혼란 속 사민은 자신의 얼굴을 붙잡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이돌 실물을 본다고 좋아했더니만 이 상황에서도 사고가 나다니...! 나도 시민하면 안될까요. 사민이나 시민이나 거기서 거기인데... 대상도 목적도 없는 한탄을 하며 사민은 잽싸게 몸을 날렸습니다.
보아하니 동환씨가 자신보다 빨리 스테이지쪽으로 갔으니 걱정 안해도... 아니다. 안일하게 생각하던 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지시받은 것도 있고 갑자기 악성팬이나 사생팬이 들이닥쳐서 뮤지와 접촉할지 모를 일이었다. 사민은 인파를 겨우겨우 헤치며 뮤지쪽으로 접근했다. 몸을 숙이고는 상황을 살폈다.
여얼, 말똥 두 개~ 관객을 옮기다가 중심을 자칫 잃거나 무거워서 손을 쓰지 못하는...인원을 말없이 부조하던 신은 강태윤 경감을 보더니 손차양을 올리며 무표정하게 감탄했다. 내가 허구한 날 말똥을 달아보이겠다고 실속 없는 헛소리를 치곤 했지...... "수고합셔~ 줄 잘 서고~" 그제야 중심을 잡은 경찰 어깨를 상급자 되는 마냥 툭툭 두드려준 다음 인파를 마저 헤쳤다. 세계적인 국내 아이돌 확보는...... 저 정도 인원이면 충분하겠지.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웃기고. 그는 얌전히 서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개꿀!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혹시 아십니까?"
경비 서는 와중에도 아무렇게나 윗 단추 몇 개 풀고 흐트러버린... 불성실의 대명사를 노리는 제복 차림으로 신이 태윤 경감에게 무상(無想)하게 묻는다. 물론 그쪽도 방금 들어온 건 뻔히 알지만... 그쪽은 NPC고 나는 일개 PC잖아...(?)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지... 그리고 신이 문득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방금까지 경감과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나누고 있다가 지금은 새로운 화제가 떠올랐다는 양 마냥 태연하게.
"혹시 경감님 그쪽도 그 계열? 익스퍼인지 익스파인지 그거? 왜냐면 우리도 그 계열이거든~ 맞다면 무슨 능력인지 거 자기소개나 해봅시다.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수사의 일환이니까. 암."
동환가 사민이 혼란상태인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는 뮤지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안, 연우는 프로키온과 통신을 시도하려고 했다. 연결은 되었으나 바로 말은 들리지 않고 "아. 좀 밀지 마요!" , "누구야! 누가 내 발을 밟았어?!" 라는 실랑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도중 겨우 그 특유의 기계음 목소리가 작은 어조로 들려왔다.
-갑자기 통신을 걸지 마라! 익스레이버! 노, 놀랐잖아! 아, 아무튼.. 뭐라고? 그러니까... 일단 하나하나 조사해볼게. 조금 시간은 걸릴거야.
아무튼 프로키온은 프로키온 나름대로 뭔가를 조사하려고 하는지 타자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기계음으로 죄송합니다. 라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고 이내 또 수많은 발소리와 함께 타자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튼 뮤지를 다시 강태윤 경감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오자 다시 프로키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색했어. 우선...
"프로키온. 여기에 있나보군. 그렇다면 상황 설명은 나, 시리우스가 하도록 하지."
-시, 시리우스?! 아. 그러고 보니 본 것 같기도 하고! 아, 알겠습니다!
자신의 핸드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건 태윤의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프로키온의 살짝 긴장한 기계음이 들렸고 프로키온은 바로 통신을 끊었다. 뒤이어 태윤은 헛기침 소리를 하며 안경 너머로 넋이 나가있는 것 같은 뮤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뮤지. 아니. 윤연아 씨. 당신을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제 1용의자로 간주하겠습니다. 차후 조사를 받으셔야겠습니다."
"...네?"
"자, 잠깐만요?! 강태윤 경감님?! 이게 무슨?!"
"그보다 시리우스라는 건..."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 나는 경찰임과 동시에, 익스퍼 보안 관리부 소속의 요원이다. 코드명은 시리우스. 아무튼 이전부터 뮤지가 공연 도중 자신의 익스퍼를 사용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이번에 내가 현장에 오게 된거다. 설마, 그것 때문에 여러 지구대에서 경찰을 차출해서 보낼 줄은 몰랐다만. 쓸데없이 숫자만 많아서는."
이어 태윤은 자신의 안경태를 손으로 살며시 올렸고, 그에 따라 안경알은 빛을 날카롭게 반사했다.
"아무튼 뮤지, 연아 씨는 A급 익스퍼. '스티뮤레이트 널브'라는 익스파를 사용하는 이다. 그 효과는 신경을 자극하는 것. 그리고 뮤지는 지금까지 콘서트를 하면서 자신의 익스파를 사용해 뇌신경, 정확히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곳을 자극해서 해당 호르몬이 흘러나오게 함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서트에 열광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톱 자리에 설 수 있었지. 아닌가?"
"...그, 그걸 어떻게?!"
"요원의 정보력을 얕보면 안되지요. 시간이 지나면 익스파 파장의 주인을 알기 힘드나, 발산되고 짧은 시간이라면 그 익스파의 주인공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남아있는 익스파는 당신의 것입니다. 즉, 당신은 이번 공연에도 익스파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겠죠. 안 그렇습니까?"
"...네. 하지만!! 하지만!! 이전에는 이러지 않았어요!"
"이전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다는 법은 없지요. 호흡 곤란이..만약 신경을 너무 과민하게 자극한 탓에 부작용이 생겼고 그로 인해서 호흡곤란이 왔다면? 그래서 쇼크가 왔다면?"
"아니에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고 이번에도..이번에도!! 물론 물론.. 이런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긴 아는데, 그렇긴 한데!!"
"물론 정확한 건 수사를 해봐야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최유력 용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조사를 받아먄 합니다. 그리고..위그드라실 팀. 너희들에게도 부탁하도록 하지. ...사실 이건 근거 없는 추론에 불과해. 안타깝게도 경찰 대다수는 익스퍼나 익스파에 대한 것은 잘 모르니 말이야. 허나 자네들은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인 팀일터다. ...조사를 부탁해도 되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조사를 하도록 할게요. 괜찮겠죠? 여러분?"
태윤의 목소리에 소라는 일단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소라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괜찮겠냐는 물음을 던졌다.
/지금부터 조사 타임입니다! 가볍게 반응해주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조사를 하면 된답니다! 일단 복도도 있고, 아이돌 대기실도 있고 스탭실도 있고, 바로 이 홀 안도 있고, 용의자와 대화를 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