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798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EX4phHYBtw)
2021-10-28 (거의 끝나감) 23:31:04
>>786 외선순환행 열차에 들어가 전철 내부를 살펴본다면, 나루미는 조금 이상한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리에 앉아있는 승객들,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는 승객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같이 왼쪽 팔 위쪽에 푸른 천을 묶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왼쪽 팔 위에 푸른 천을 묶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묶고 있지 아니한 승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철 내에 보이는 인원의 상당수가, 묶지 않은 승객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팔뚝에 푸른 천을 묶고 앉거나 서있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무언가 약속이라도 하고 나온 걸까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짐작컨대, 이 일이 기밀에 관련된 업무는 아닐 겁니다. 나루미가 배속된 첩보부는, 그저 여타 부서에 비해 훨씬 이면의 업무를 맡는 일이 잦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들과 달리 진실이나 어두운 사정을 접하게 될 일이 훨씬 많을 뿐입니다.
[ 이번 역은 마루미야, 마루미야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 입니다. This stop is ... ]
창밖의 풍경이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뀔 무렵, 나루미의 머리 위로 다음과 같은 안내방송이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전 역이기 때문에 내리자마자 바로 마루미치역 광장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만, 마루미치 역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출구는 11번 아니면 12번 출구입니다. 나가고 나서도 도보로 10~15분을 걸어야 합니다만, 그정도 시간은 충분히 가고도 남을 시간일 겁니다. 어째선지 다른 역에 비해 유난히 나가려는 승객들이 많아보입니다. 승강장이 상당히 혼잡해질 가능성이 높으니, 이 점 유의해 주십시오.
799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EX4phHYBtw)
2021-10-28 (거의 끝나감) 23:37:43
>>787 타치바나 아유미는 저 밑에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로 보아 이미 개회식이 열린 듯 싶어보입니다.
"너는, 지금 내려갈 거야? "
계단으로 발을 돌리려다 말고, 아유미가 나직이 미츠루에게 물으려 하였습니다. 이대로 내려가 다른 학생들을 응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를 고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위대를 와해시켜라. 이 사람들을 와해시켜라. 이들은 자신들 틈에 독이 스며들고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슴에 총을 품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어딘가에 숨어들어서 도둑질을 하는 기분이다. 해 본 경험은 없지만서도.
"참, 방독면."
전철이 정차하고 승객들의 몸이 기울어진다. 문을 향한 사람들의 등 뒤에서 나는 방독면 머리끈을 조였다.
그거 외에도 히데아키에게도 앙금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이번 시합에서 제대로 이기고 대화를 풀어야 겠지만.
하지메의 질문에 타카기는 이리 답했다.
"뭐, 나도 별 대단한 작전이 있는 건 아니야."
"다만 저쪽에서는 나름 키 큰 선수들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갑자기 바뀐 선수...그것도 자신들보다 큰 선수가 왔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겠지. 그것 때문에 무척이나 경계할테고."
"우선 기본적인 전술로는 서로 각자 맡은 역할대로 활동하되 나는 센터로서 공격을 막는데 집중할게."
"다만 틈이 생길 때 내가 공격을 도울테니까 최소 인원을 방어로 돌리고 나머지는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는 게 좋겠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지만. 결국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 놈의 키를 잘 활용해보자 이거지 뭐."
@
804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0:02:28
>>797 먼저 잡겠다고 말하는 나츠키를 보고 타마키는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것이긴 하였습니다만, 알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나츠키는 후지와라가 날린 공을 붙잡고, 곧바로 던지려 시도하였습니다! 공을 본 C반 학생들이 재빨리 물러서려 하였기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싶었습니다만, 걱정할 부분은 없습니다. 그들이 물러서려하는 속도보다 나츠키가 던지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었습니다. 퍽 소리와 함께 오른쪽 아이의 치킨버거 정장의 어깨에 부딪힌 공은, 내야에 들어간 C반 학생이 붙잡기도 전에 대각선 방향에 있는 타마키 방향으로 튕겨나가려 하였습니다. 선을 넘어 떨어진 공을 곧바로 타마키가 주우려 하였고, 공격할 기회는 다시 A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잠시지만 저쪽 내야쪽 방향에서 A반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듯 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외야에 나온 이들의 팀워크는... 비교적 손발이 잘 맞고 있기 때문에,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진짜 실력이 어떻던간에 지금까지는 그러하였습니다. 어떻게 공격해달라 요청하여도 좋고, 상대가 어찌 할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한 명 해치웠다! 그리고 공도 다시 우리쪽으로 돌아왔다. 묘한 고양감에 표정이 느슨해져버린다. 그치만 봐? 시작하자마자 바로 한 명 아웃시켰다고? 굉장하지? 굉장하잖아! 내야쪽에서도 환호성이 들리지만, 지금은 그쪽을 돌아볼 수는 없었다. 아니, 사실 보고싶었지만 참았다. 집중해야하니까. 공은 타마키가 잡고 있다. ...어떻게 하려나. 일단 타마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808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0:16:00
>>800 미츠루는 옥상에서 내려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 하였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려 하는 미츠루의 뒤로, 아유미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가려 하였습니다. 미츠루가 계단으로 향하기 무섭게, 바로 뒤 하늘 위로 비행기 소리가 쐐액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들려오려 하였습니다. 보통 때와 달리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였는데, 뒷통수 뒤로 들려오는 소리였기 때문에 어떤 기체가 날아갔던 건지는 바로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모두가 이미 운동장으로 나가있는 건지 학교 건물 안은 정말로 한산하였습니다. 다만 복도쪽 자리에서 운동장에 나가지 않은 듯한 몇몇 학생들이 하얗게 질린 채로 전화를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운동장으로 가셔도 좋고, 아니하여도 무방합니다.
811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0:47:51
>>802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방독면을 쓰고 나루미는 광장으로 향하였습니다... 출구를 나와 광장으로, 원래 내려야 할 역이 있을 곳으로 향하였습니다. 나루미가 역을 나오자 마자 구름없이 맑은, 푸른 빛의 하늘이 보란듯이 반겨주었습니다. 저 하늘 위로 요란하게 비행기 소리가 들려오고 있긴 하였습니다만, 매우 높게 날고 있기 때문에 그리 시끄러울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습니다. 집회를 열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씨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광장으로 가는 길목마다, 나루미에게는 아마도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를 기동대 차량이 곳곳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회가 집회인 만큼, 오늘 시위에는 경시청 차원에서 기동대를 동원한 모양입니다. 과연 대체 어느 정도의 규모이길래 가는 길목마다 차량으로 인도를 가리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루미가 횡단보도를 건너 광장으로 나온다면, 어떤 광경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11 : 45 ]
마루미치 역 광장의 시계는 다행히도 이제 막 시작시간이 되기 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아직 시작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벌써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어림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모였는지는 알기가 어려웠습니다만, 낮시간대임에도 어림잡아 꽤 많은 숫자가 모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깃발을 들고 있는 무리 역시 볼 수 있었는데, 푸르거나 하얀 깃발이 대부분이었고, 붉은 색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하고 나온듯 왼팔에 푸른 천을 두르고 있는 것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어라, 그러고보니 전철에 타고 있던 시민들도 똑같은 천을 두르고 있지 않았던가요? 추측컨대, 지나가는 시민들과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는 팔에 뭘 두르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만약에 시위대를 구분하고자 한다면 팔에 뭘 두르고 있는지로 구분하면 될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많은 인파를 과연 어떤 방법으로 와해시키느냐, 그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광장 한켠 중앙, 시계 기둥이 서있는 자리에서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려는 듯한 무리들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중앙 시계 아래쪽으로 모여 저마다 떠들고 있었는데. 앉아있지 않고 모두들 서 있었기 때문에 다소 혼잡하였습니다. 아마 연설이 시작되기 전까진 다들 앉지 않고 이러고 있을 듯 싶어보입니다. 아직 무언가가 시작되기 전인 광장인 만큼, 사람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많이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812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무슨 인간이 이렇게 많아? 그렇잖아도 방독면 탓에 시야가 좁아진 참이었다. 내 시야를 벗어난 곳이 계속 간질거렸다. 그 간질거림을 참는 것은 재채기를 참는 것만큼 고역이었다. 결국 그쪽을 돌아보면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옆에도, 뒤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한 무더기씩 걸어다니고 있다. 숨이 막힌다 했더니 방독면 때문이 아니라 이거 때문이었구만?!
우선 팔에 감을 뭔가를 찾아야겠다. 콘서트에 가면 꼭 팔찌 같은 거 나눠주는 부스가 있었단 말이지. 여기도 있을 법 한데. 시간이 남았으니 스윽 돌아다니면서 부스를 찾는 김에, 사람들이 저마다 뭐라고 하는지나 들어보아야겠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거야. 숨 막히고...."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우비 밑으로 방탄복과 거기 매달린 물건들의 굴곡이 느껴졌다. 잠깐 긴장했다가 사라질 감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놈 의외로 질겼다. 머리 이전에 몸이 먼저 뭔가를 감지하고 거부 반응을 보이는 감이다 이건. 뭣 때문에 이러는 거냐.
@돌아다니면서 천 나눠주는 부스를 찾아봅니다. 겸사겸사 사람들이 하는 말도 듣습니다.
815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1:27:13
>>803 "아하하, 재밌는 말이네! 키를 잘 활용한다라! "
미야자와는 타카기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타카기의 마지막 말이 상당히 맘에 들은 듯 싶습니다...
"좋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시간도 시간이니. 한번 이대로 가보자! "
미야자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각자 자리잡은 위치로 보아 추측하자면, 하시마가 포워드고, 미야자와가 가드인 듯 싶어보입니다. 그닥 좋지 않던 일이 있었던 이들이 모인 만큼, 과연 제대로 팀워크가 이루어질지는 한번 봐야 알 듯 싶어보입니다.
삐이-
모든 학생들이 자리를 잡았다면, 경기장에 도착한 선생님의 호루라기 부는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선공은 A반이 아닌 D반이 맡게 된 모양이었습니다. D반의 공이 이쪽 골대에 들어가지 않는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크게 공을 튕기며 학생 한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속도가 속도인만큼 막지 못한다면, 공은 금방 이쪽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날아오는 공에 대비하십시오!
>>805 과연 A반은 정말로 이 승기를 계속 잡고 있을 수 있을까요? 타마키는 잠시 뒤로 네다섯 걸음 물러서더니, 앞으로 뛰어가듯 선까지 달려들어 던지려 하였습니다. 요란한 바람 소리와 함께 공은 곧바로 C반 학생들이 있는 내야로 날아들려 하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C반 학생 한명이 또다시 아웃될 수 있었겠지만....
"하하? "
유감스럽게도 공은 학생의 앞까지 바로 날아가는 데 실패하고, 한두걸음 앞에서 떨어져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한 타마키와 달리,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으며 C반 학생은 공을 잡고 정면을 향해 서더니, A반을 향해 곧바로 공을 날리려 시도하였습니다. 내야에서 내야로, 다시 내야로, 외야로 공이 날아들 틈이 없이 계속해서 공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려 하기 시작하였고,
[ 3 : 5 ]
다시 후지와라가 공을 잡을 무렵엔, 다소 적은 인원이 남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정도 인원이 남게 되었냐면, 방금 공을 잡았었던 C반 학생에 의해 두 명이 연속으로 공을 맞아 외야로 나가게 되었기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위험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할 듯 싶어보입니다.
816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1:29:20
>>814 레스까지만 처리하고 오늘 진행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많이 원기옥을 모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늦게까지 진행에 참여해주신 레스주 여러분들 모두 정말로 수고많으셨습니다!
818Episode Three : Preparation ◆5J9oyXR7Y.
(w7bAxKd32g)
2021-10-29 (불탄다..!) 02:35:59
>>814 일단 저 팔에 묶은 천을 구하기 위해, 나루미는 부스를 찾아 광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래? - 몰라- 열두시 까진 기다리래나? 좀만 기다리면 될걸? - 끝나고 카페 갈래? 가는 길에 있는데. - 콜- 전철 타기 전에 가자. 커피는 너가 살거지?
나루미가 귀를 기울인다면, 아직까지는 일상적인 말들이 오가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파로 어지러운 것만 제외하면 시위 치고는 지나치게 평화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다소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모두가 항의시위를 하러 온게 맞는 것인지, 친구 따라 놀러 나온것인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분노에 찬 소리가 아닌 아닌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들려오는 것이 어른의 목소리로, 아이들의 목소리는 드물거나 거의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인파로 인해 어지러운 광장이었습니다. 마스크나 스카프 혹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거나, 아예 가리지 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광장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광장을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경시청 기동대 차량, 기동대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마 어디 숨어있거나 차량에서 나오지 않았거나 둘중 하나이지 싶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불안할 것은 없을 겁니다. 없어야만 좋을 겁니다...
한참을 인파에 치이고 치인 끝에 곧, 나루미는 [ 시민행동본부 ] 라는 이름이 붙은 하얀 천막으로 지어진 부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그렇고, 주최측이 세워둔 천막인 듯 싶어보이는 모습입니다. 가판대에 푸른 반다나로 보이는 것들이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이 사람들이 팔에 메고 다니던 그 푸른 천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
먼저 온 다른 사람들에게 한창 반다나를 나눠주고 있던 여인은, 부스에 도착한 나루미를 보고 손을 흔들며 물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혹시 비가 오나요?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
정말로 몰라서 묻는 듯한, 궁금해서 묻는 걸로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추측컨대 이들은, 비가 아니라 다른 것이 올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슬슬 되었는지, 저 뒤로 자유발언이 시작되고 있는 듯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기 시작하였고, 서 있는 사람들은 좀 더 넓은 시야로 보기 위함인지 앞다퉈 뒤로 가려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창 인파로 치이느라 고생하였던 나루미로썬 이제야 좀 다행인 상황이 되었지 싶습니다. 이곳에서 나루미는 가지고 온 것으로 아예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평화롭게 말을 해서 사람들을 돌아가게 하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는 말에 따라 좋은 분위기를 잡으려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아예 과격한 방향이 되도록 선동하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뭐가 되었던간에 선택은 나루미의 몫입니다. 단, 행진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혼자 힘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니 주의해주세요.
>>820 아무튼 광장묘사 쓰고 하얗게 불태운 레캡입니다. 🤦♀️ 잠은 제 때 적정 시간을 자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자유발언 저게 진짜 원기옥 제대로 모아야 하는 건데(...) 이건 진짜 진행전에 어떻게든 준비해 와야겠지 싶습니다. 분량이 아주 길진 않을 겁니다.
여긴 태풍 속이고, 우리는 떠내려가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모르는 건 곧 죄고, 죄의 대가는....죽음뿐이에요. 저는 세컨드 임팩트 때 그렇게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봤어요. 다른 파일럿들과 이야기하면서 얻은 작은 단서 하나가 카시와자키 양의 목숨을 구할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기나긴 말은 혀끝을 뛰어다니다 사탕처럼 녹아 사라져버렸다. 이런 말을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꼰대같다고. 굳이 나서서 미움을 사기 싫다. 하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억지로라도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다음에 봐요."
나는 멀어지는 카시와자키 양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상반되게 이유모를 착잡함도 느껴졌다. 역시 말할 걸 그랬나? 아니 말하지 않기를 잘했나.
한숨을 쉬는 모습이 쓸쓸해 보여서 말할 걸 그랬다고 생각이 조금 쏠리면서도,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 내 처지에 휩쓸려 그마저도 잊고 말았다. 탁상에 올려두었던 코인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만인이여 용기있게 인내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인내하라. 별이 빛나는 저 하늘 저편에 위대하신 하느님이 보답하리라.
저 아래로, 깊이 내려간다. 어둡고 어두운 심해 아래. 무의식의 장막을 걷어낸 곳. 터부와 금기와 욕망의 무대. 너는 그곳에 있었다.
너는 항상 참고 참고 참다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게 되면 이 깊은 곳으로 내려와 폭발시키듯 날뛰곤 한다.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것의 반동처럼, 격렬하게, 무자비하게, 거리낌없이, 거침없이. 치켜든 식칼에 맺힌 방울이 떨어진다.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이 분명한 그 사람의 눈은, 흐리멍텅한 빛으로 너를 비추고 있다. 나를 봐줘, 나를 봐줘, 끊임없이 갈구하고 외치던 너의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애석하게도, 그 사람이 죽은 다음에나 말이다.
"이제야... 날 봐주는구나. 아빠...”
일그러진 얼굴에 올라온 감정은 환희일까 분노일까, 너는 또다시 엉망진창으로 울부짖는다. 그리고는 또 다시 내리친다. 엉망진창 짓뭉개진 케이크처럼 되어가는 그것과, 검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너의 손. 의사소통따위 제대로 될 리가 없는 상태지만, 나는 알 수 있어. 지금 너의 기분을.
미워하던 상대를 죽였다는 희열과 쾌감, 사랑하는 아버지가 죽어버렸다는 비통함, 옭아매던 것들에서 벗어난 것 같은 해방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가족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결국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렸다는 절망감. 가장 바라던 것은 이제 더 이상, 무슨 수를 써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너의 마음을.
만족했니?
"...모르겠어."
그래. 그럼 그거 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전부 내가 한 거니까.
너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식칼은 내 왼손에 들려있다. 너는 오른손잡이지만, 나는 왼손잡이여야한다. 아버지를 찌른 손은, 아버지를 죽이는 손은 왼손이어야한다. 손에 들렸던 것이 사라져서 놀란 기색도 없이, 너는 그저 나를 보고 있다. 놀라지 않아도, 놀라도 상관없다. 이곳은 꿈이고, 꿈속에서는 뭐든 가능하니까. 그래, 뭐든 가능해. 식칼을 가볍게 돌리는 것만으로도, 식칼은 네가 사용하는 귀여운 볼펜으로, 흩어진 잔해들은 피냐타의 조각과 사탕과 초콜릿으로,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은 딸기잼으로, 혹은 찢겨진 곰인형과 여기저기 흩어진 솜으로, 때로는 형태를 알 수 없는 원초적인 무언가로도 변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장막을 넘어 너의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바꿔줄 필요가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도 너는 기억하지 않을 모양이다. 쓸데없는 짓이었네. 피식 웃음을 흘리기가 무섭게 저 멀리에서 특정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른손을 뻗어 가볍게 너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제 아침이야.
그리고 너는 부상한다. 의식의 세계로. 밝지만 잔혹한 세계로 다시금 나아간다. 남겨진 나는 새까만 무의식의 장막으로 이 참상을 가린다. 바라지 않는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보아야 할 필요도 없지.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나도 가혹하고 잔인한 일이니까.
견딜 수 없게 되면 또 오렴. 심해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새까만 장막에 감겨, 나는 다시 꿈을 꾼다. 네가 다시 찾아오는 날까지, 깨지 않는 꿈을.
/ Q.뭐야 왜이렇게 글이 엉망진창이에요 A.꿈이라서요(...) 원래 꿈은 그런겁니다 화자도 막 갑자기 바뀌고 장면도 막 갑자기 바뀌잖아여 꿈은. 여러분 이거 다 꿈인거 아시죠(???
>>837 나츠키 독백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싶습니다 (ㅠㅠ) 아버지에 대한 나츠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감정이 어떠한지 잘 알수 있게 되는 독백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죽어서야 시선을 주는 아버지라니 이건 이거대로 참 눈물이 나는 길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Q.뜬금없이 왼손은 왜 나와요? A.오른손의 오른은 옳은, 왼손의 왼은 외다(잘못되다)라는 어원이 있다는 썰을 보고 떠올린것임니다. 나츠키는 오른손잡이지만 아버지를 찌르는 꿈을 꿀 때는 왼손을 씁니다. 아무리 미워도 아버지를 죽이는 일은 옳바르지 않다. 아무리 미워도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니까, 아버지를 죽이는 일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니 아버지를 찌르는 손은 옳은 손, 오른손으로 해서는 안된다. 잘못된 일이니까, 잘못된 일은 잘못된 손, 왼손으로 해야 한다. ..라는 무의식적인 암시? 같은 것을 넣고 싶었습니다 근데 실패함ㅋㅋㅋㅋ
Q.화자 나츠키 맞음? A.맞습니당... 대충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했던 푹찍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만든 대역같은 느낌인데 암튼 나츠키임(? 원래는 원초아 자아 초자아 이론에서 따와서 오 무의식이니까 원초아쟝으로 할까 했는데 원초아가 저렇게 냉정한 서술을 할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바꿔버렸습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