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요. 또 그 거리감까지 생각이 미치면 공허해지는 기분이랄까. "
요컨데, 하늘은 나랑 안맞는다는 얘기다. 가끔은 구름 지나가는걸 보면서 담배를 태울때도 있지만 그러면 눈이 좀 부시더라.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거리로 향했고 지금은 그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 사실 비흡연자가 보면 얘네들이 무슨 개똥철학을 나누고 있는지 어이없어 하겠지만.
" 지금도 해드리고 있으니까요? "
원래 계급 사회라는게 계급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경력을 인정해주는 것도 있으니까. 그리고 같은 팀인 이상 계급은 딱히 의미가 없다. 모두들 같은 팀원이고 상급자는 그냥 소라 한명이 있을 뿐이니까. 그니까 여기서까지 계급 운운하는건 꼰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랄까.
" 아마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을테니까요. 평소처럼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하고 쉴 수 있을때 쉴 뿐. 그 정도 조절은 다들 할 수 있으니까 이 팀에 들어와있는게 아니겠어요? 소라가 직접 스카웃한거니까요. "
그의 손의 연초가 다 타들어가서 갈색의 부분만 남아있는 것을 지켜본다. 재떨이에 그대로 넣다가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눌러 끄는 것까지. 하는 짓은 정말 백수 같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 나름대로 쉬는 방식일지도 모르니까 굳이 얘기는 하지 않는다. 사실 저게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나도 한번 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 내뱉으며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는다.
" 흠 ... 끼를 부린다라 ... "
턱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가 그를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
흠, 하면서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가 나는 금세 밝게 웃으며 말했다.
" 라는건 농담이에요. 갑자기 반말해도 된다고해서 설렜는데 그렇게 무르는건 원래 안받아주지만 ... 경위의 자비가 있으니까 특별히 한번 받아주도록 할께요. 내일부턴 가차 없어요? "
큭큭대며 얘기한 나는 그가 하는 어깨동무를 거절하지 않고서 웃어보인다. 근데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
다들 좋은 점심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막 점심을 마쳤어요. 사무실 다시 들어가기 싫다.. 아무튼 익스레이버 스레의 사람이 부족한건 아니나 혹시 참가를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홍보 스레에 스레를 올려보려 하는데 무슨 문구를 쓸까하다 실제로 뛰는 여러분들의 평을 올려보는건 어떨까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익스레이버 스레를 뛰면 이게 좋다, 이게 포인트다 하는 것을 남겨주시면 오늘 혹은 내일, 퇴근하고 그 평을 그대로 홍보스레에 인용으로 올리려고 해요.
물론 꼭 남겨야한다 그건 아니니 부담 가지지 말아주시고.. 저는 다시 사무실에 갈게요. 따흑! (사라짐)
기뻐해도 된다고하면 그러지 않는게 또 사람 마음. 이라지만 그녀에게 한해 그런 반발심은 없었으므로 그저 내심 기쁜듯한 표정으로 안전벤트를 할 뿐이었습니다. 오늘은 순찰범위가 좀 있으니 아직 시간적으로는 다소 남아있는 기분입니다만.. 아마 끝가지 뭐가 터지진 않을거 같단 예감이 들었습니다.
"뭐.. 그 마음은 알거 같네요."
응. 순수하게 이 팀한테 다굴당하면 몸이 남아돌지 않겠네요. 그녀는 범인들의 최후(?)를 회상하며 살짝 몸을 떨었습니다. 잘못하면 진짜 죽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으니까요.
"색은 흰색이 좋나요?"
그녀는 드물게 진지해졌습니다. 대충 어디서 사오는게 아니라 직접 주문제작할 생각이니 말입니다. 물론 그 사실을 당신이 눈치챌순 없을터. 그녀도 당신이 털토끼가면 같은걸 생각하는지는 꿈에도 모른채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영광까지야.."
아까부터 너무 놀리는거 아니냐며 당신을 본 그녀는 그나저나 데이트 신청하는거냐던가~ 이야기 안하시네요. 하고 갑작스레 추가타를 넣으며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딱히 당신의 생각을 읽은것도 아니고 그냥 경험에서 우라나온(?) 말이었죠. 꽤나 귀찮게 많이 당해본 입장이니까요.
"정말 데이트 신청하면 거절하려나요-?"
장난이 담긴 말과함께 그녀는 기대감없이 사건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쉴 시간..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연속해서 일이 터지면 그야 힘들겠죠.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이제 두번이긴 하지만 스케일이 계속 커져가는거 같다며 그녀는 걱정을 내비쳤습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것도 좀 다른 모습이라서 여러모로 노래방 다녀온게 좋은 시너지가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해본다. 비록 그날의 점수는 많은 상처를 주었지만 ... 기계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절대 노래를 못부른게 아니라!!
" 토끼가면은 흰색이 아니던가요? 물론 흰색은 눈에 좀 잘띄는 편이긴 하지만 ... "
토끼 가면이 흰색이 아닌 것도 있던가? 물론 토끼들은 색이 다양하니까 요즘엔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색을 가진 가면이 나오는걸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빨간불에 걸려서 다시 멈춰선다. 오늘은 신호에 유독 많이 걸리는 느낌이네. 음료를 한번 쭉 빨고 다시 내려놓는다.
" ... 연우씨 독심술 같은거 할 줄 알아요? "
그런 생각하고 있는걸 어떻게 알았대.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면서 멋쩍게 웃었다. 여기서 이렇게 반응하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걸 들키는건데 너무 당황해서 발뺌하는 것도 잊었다.
"맞아요. 같은 직장 내에서도 수많은 인간군상을 볼 수 있듯 일처리 역시 각자의 방법으로 해내는 거니까요.
예를 들면... 기름기가 많아서 느끼한 참치와 마찬가지로 느끼한 마요네즈를 섞은 결과물이 그렇게 맛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요? 그런 것처럼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고~ 과정은 뭐... 경찰답게 인도적으로? 후후~"
그런면에서도 그녀가 이곳에 온것은 나름의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이 그러했듯 사회생활에서도 신경쓰이거나 거슬이는 사람들 한둘 정도는 있을법한데, 여기선 아직까진 그런 인물은 본적이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그점 하나만으로도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소소한 위로가 되었다. 서로 맞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제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금방 타파하기 마련이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오, 그 말 뭔가 되게 어감이 좋네요? 두눈박이라~ 사람이란게 원래 눈이 두개지만... 뭔가 한층 더 신비해보이는 기분이죠? 마치 누가 봐도 패티가 두장인데 더블버거라고 하면 뭔가 더 있어보이는 것처럼요!"
그럼 그 더블버거의 원래 명칭은 무엇이냐 묻는대도... 그녀는 모를게 뻔했다.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말은 늘 그런 법이니까.
"오오~ 그건 좀 기대되는데요?"
조금 씁쓸한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던 그녀는 기회가 된다면 몇명 정돈 볼수 있을거라는 당신의 말에 금방 얼굴빛이 바뀌었다. 아마 만화적 표현이 허용된다면 머리 위에 달린 안테나같은 털뭉치가 뱅글뱅글 돌아갔겠지. 어디서 어떻게 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분명 새로운 경험일거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아~ 그러고보니 그분도 꽤 잘 드시죠? 사실 뭐,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문제가 될건 없지만 뭔가를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니까요~"
간혹 상대방에게 밉보이거나 괜한 이미지를 주기 싫어서 일부러 적게 먹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스스럼없이 대할땐 본래의 식성으로 돌아가곤 하지만, 그 사이의 과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녀에게 있어선 다소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마치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가요? 흐음~ 생각해보면 여기가 좀 다른데보다 사이드메뉴 양에 충실한 편이고, 수제스타일치곤 햄버거 크기도 좀 큰편이니까요~"
이미 햄버거타워는 없어진지 오래, 하나 더 시켜두었던 치즈버거를 한입 물고 있던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