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싸움이라도 났나? 평소처럼 외출해 길을 걷던 웨이는 갑작스러운 소란에 그 근원으로 시선을 향했다. 앞을 똑바로 보지 않느냐느니, 부모가 어쨌다느니. 중국에서부터 신 한국에 이르기까지. 도시에 와서 웨이가 느낀 고향과의 차이 중 하나는 길거리에서도 험악한 말과 싸움이 마구 오가곤 한다는 것이었다. 고향에서는 사람이 적기도 하고, 모두 아는 사이니까 다퉈도 마을 행사 때가 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같이 일하곤 했는데.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곤 했다.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양쪽에게 왜 남의 사랑 싸움에 끼어드느냐, 라고 들었을 때는 웨이도 세상에는 개입해선 안 되는 싸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뛰어들기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말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황을 봐서 뛰어들자는 거다. 예를 들면 눈 앞의 상황처럼 의념 각성자와 일반인 사이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아는 얼굴이잖아!
“잠깐만요!”
한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번개같이 뛰어든 웨이가 얽혀 있던 두 손목을 떼어냈다. 연희의 강한 힘으로 붙잡혀 있었던 탓에 남자의 손목에는 상당한 고통이 남았겠지만, 그가 팔목을 문지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웨이는 연희를 감싼 채 말을 이었다.
“아하하, 죄송해요. 제 친구가 바쁘게 가다가 못 봤나 봐요! 미안합니다!”
연희가 이쪽을 친구로 생각하느냐 어쩌냐는 일단 제쳐 두기로 한다. 일이 여기까지 커지게 된 데는 상대 쪽의 과실이 컸다. 가족을 욕하다니, 평소 같았으면 바로 급소를 노려서 기절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는 대로 한복판이며 상대는 일반인이다. 안 그래도 요즘 뒤숭숭한데 저쪽들이 의념 각성자를 향해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내면 곤란할 것이 분명했다. 황당해하는 남자를 상대로 웨이는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연신 꾸벅 숙였다. 그리고 남자가 당황한 상태에서 벗어나서 무어라 말해 오기 전에 재차 활달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치만 초면에 가족 이야기는 너무하셨어요. 제 쪽에서 이렇게 사과드릴 테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부탁드릴게요!”
그러다 칼 맞아요!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웨이는 연희의 손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친구냐? 아주 가정교육을 물에 말아먹은 것들 끼리끼리 다니는구나!”
남자 쪽에서 욕하는 소리, 그리고 일행의 어린 여자애 둘 상대로 신경쓸 것 없이 그냥 가자는 말이 차츰 멀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달음질한 후에야 웨이는 걸음을 멈추고, 연희의 낯빛을 살피며 괜찮아? 라고 물었다. 아마 그것은 연희의 마음을 향한 물음이었을 것이다.
팔을 부러뜨릴 기세로 손아귀에 힘을 주려던 참에, 누군가가 개입하여 둘을 떼어놓았다. 연희는 찡그린 표정을 유지한채로 자신을 말린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나는 이 사람을 알고있다. 특별반의 몇안되는 유학생. '유웨이'. 친구라고 해야할까...모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지. 아직 그런 관계는 아니지? 애초부터 사적인 친구같은게 어떤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응. 머리가 조금 식었을지도 모른다.
"너 그 상황에 잘도 끼어드네..."
괜챦나는 질문에 답변은, 이 사람에 오지랖에 대한 순수한 놀라움이었다. 웨이의 행동은 매우 타당했다고 본다. 하마터면 그대로 남자의 팔을 부러뜨려 가해자가 될 뻔 했으니. 하아...뭘하는 거지 난.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2차 사춘기냐? 자신을 자책하는건 관두도록 하고...지금은 그건가.
"미안."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 그건 자신때매 휘말린 웨이에 대한 사과다. ...저번에도 이렇게 화를 내다가 말려진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지한주와의 일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