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달린 소녀는 바쁘게 화면을 만지작댔다. 깜빡거리는 화면에 떠 가는 것은 모두 무언가의 계산 ― 그러니까 숫자였다. 소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능글맞은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목소리에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은 양복을 입은 떡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눈을 흘끔거려 봐도 그것이 어떤 변화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의 지도에는 인터체인지 인근이 붉은 빛으로 메워져 있었다. 이로 인해서 차질이 생기는 거래량은 장기적으로 3만 달러 이상. 아버지의 지갑에 생채기를 내기에는 충분한 액수라고 뿔 달린 소녀는 생각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사업은 곧 가족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 그런데, 그야말로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바싹 탄 소사체가 되어 버린 바람에⋯⋯ 혹시 고깃덩어리와 몸을 바꿔치기하고 빠져나간 것이 아닌지 의심이⋯⋯."
뿔 달린 소녀는 말을 끊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아니. 우리 직원들에게 공연한 오해는 하지 마, 미스터⋯⋯ 야마다. 죽은 건 확실해. 내가 보증할게, 그건."
"⋯⋯ 예, 아가씨." 남자는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그는 다소 기분이 나빠 보이는 소녀를 감히 건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 미스터⋯⋯" 휴대폰에 떠오른 사망자의 이름을 훔쳐보았다. "어⋯⋯ 미스터 데인즈는 충성스러운 직원이었어. 유감스럽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 미스터 야마다."
"예?"
남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화면을 끄적거리던, 뿔 달린 소녀의 스마트폰에 붉게 뚫려 있던 부분이 다시 녹색으로 채워졌다.
"⋯⋯ 아, 아가씨?" "이제 귀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는 뜻이야."
지금까지 뿔 달린 소녀가 관리하는 그 사업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인적자원관리부』의 업무가 시체를 처리하는 것 외에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무언가 끔찍한 미래를 직감해 버렸다.
"아가씨, 사⋯⋯"
"엑시트의 특징이 뭔지 알아? 미스터 야마다⋯⋯. 바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거야. 파괴, 증오, 도피. 하지만 그 특성을 우리 똑똑한 인간들이 이용할 수는 있지. 『직원』으로서 말이야⋯⋯. 왜냐면, 엑시트에 의해 일어난 비극은 『사건』이 아니라 『사고』거든. 이제 슬슬 미스터 야마다한테 말해 줘도 될 것 같아서 말해 주는 거야."
"살려 주십시오⋯⋯!!"
"맞아. 이제 귀하도 엑시트의 재료가 되는 거야. 성공할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그리고, 그동안 당사에서 귀하에게 봐 줬던 편의는 모두 회수하도록 하지. 즉, 이제 귀하의 가족은 우리 패밀리에게 전혀 보호받을 수 없는 몸이 됐어. 내가 친히 나서서 없애러 가기 전에⋯⋯ 미리 유감을 표할게."
정장남은 손을 부르르 떨며 뒤로 달아나듯 물러섰다.
"아니, 미스터 야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이미 충분하거든."
그리고, 뒷걸음치는 남자의 등 뒤로 창문을 깨치고, 자동차 세 대가 내던져지듯 쏟아져 들어왔다.
◇
찌그러진 앞문을 제쳐 열고, 운전대를 붙잡고 웅크린 채 죽어 있는 여성의 품을 뒤졌다. 갓난아이의 사진이 담긴 플라스틱 펜던트. 그러나, 이미 희게 변해 비틀리고 음산한 기운을 뚝뚝 뿜어내기 시작한⋯⋯. 구두 앞굽에 밟혀 끈적하게 번지는 피를 닦아 지우며, 뿔 달린 소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마법소녀 시작했습니다! 스타팅 이벤트〉의 효과로⋯⋯] [사건 『더 맬리셔스 비즈니스』가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마지막 별의 꿈"에 방문해 독백이나 일상을 작성한 마법소녀는, 이에 관한 내용을 들은 것으로 간주해 조사가 가능해집니다.] [최초 발견자인 "더 퍼지" 는 조사에 『휘말림』보너스를 얻습니다.]
" 농담이라도 그런말은 하지마. 놀라잖아. 내가 놀라서 움찔거리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 "
이나리가 지켜주겠다고는 했지만 자신을 지켜주는 것과 어머니에게 빌렸다는 스쿠터가 망가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쓸모없는 지출을 막을 수 있다면 막는 것이 맞고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만 다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까지 사고에 말려들 수도 있다. 꿈과 희망이라는 마법소녀가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다. 애초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잘못된 일일지도 모르고.
" 응 "
손을 잡고 내린 사야는 이 풍경을 보여주고싶었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정해진 순서라도 있는것마냥 그리고 그 순서를 지켜야한다는 것마냥 사야는 바이저를 올리고 고정시키고 그 다음에야 천천히 헬멧을 벗어 뒷자석에 올려두었다. 넓은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탁 트인 시야와 시원한 바람까지. 사야는 눈을 감고 두 어번정도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다시 눈을 뜨고 가만히 넓은 배경을 바라보았다.
어찌되었건, 나리메 학원의 교칙에는 불순한 교제를 금한다는 내용은 있었어도 이륜차의 이용을 금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설마하니 나리메 학원에 입학할 만한 요조숙녀 아가씨가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다닐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인지, 학생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주고자 그런 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자겠지. 이번 년도의 1학년생 중 누군가가 딱히 아가씨같은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에 딱히 신경쓰지 않는 느슨하고 애매한 소녀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미야우치 미요루- 나리메 학원 기준으로 보자면 그녀는 양키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느슨한 불량학생이었다.
미요루는 자기 헬멧은 덜렁 벗어 핸들에 걸어놓고, 사야의 손을 느슨하게 쥔 채로 가드레일이 쳐진 보도 가장자리로 그녀를 이끌었다. 문득 산들바람이 불기에, 미요루는 가볍게 도리질쳤다. 옅은 바람결에 옅은 베이지색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예쁘겠네, 네가 활 쏘는 모습."
사야와 눈을 마주친 채로 진담인지 너스레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며, 미요루는 능청스레 작게 웃는다.
예쁘겠다는 말에 사야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람을 대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것에는 칭찬 같은것을 들었을 때에도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도 포함되었다. 고마워라던가 너도 같은 말들을 해도 되겠지만 사야는 그런말은 할 줄 모르는다는듯이 그저 얼굴을 살짝 붉히고 고개를 숙이기만 했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날아가는 화살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정사필중. 올바른 사법으로 쏜 화살은 반드시 적중한다. 궁도의 정신이었다. 사야는 미요루를 따라 고개를 살짝 저었다.
" 그럼 궁도부로와. 매일 학교끝나면 거기 있으니까. "
궁도부나 활을 다루는 이야기라면 항상 사야의 눈이 빛났다. 언제 부끄러워했냐는듯 사야는 금새 고개를 들고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리곤 잠시동안 연설이 이어졌다. 궁도의 정신인 정사필중이란 무슨 뜻인지에서 부터 시작해서 사법팔절이라는 궁도의 기본 자세라던지 단궁과 화궁이 어떻게 다른지 따위의 것들. 잠깐이지만 꽤나 신나서 떠들던 사야는 조금 뿌듯해졌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었다.
" 여행좋지.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해야할 일을 다 마쳐야해. "
마법소녀로서의 일 뿐만이 아니다. 사야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궁도부의 유망주다. 마법소녀로서 엑시트를 퇴치하는 일을 끝내고 학생으로서 공부를 마치고 궁도부의 유망주로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 모든 일을 마치고나면 그 다음에서야 좋을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