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요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과 후에는 도장에서 가라테 교습을 듣거나 학과 과목에 대해 학원에서 추가교습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비는 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윽고 사야가 궁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자. 미요루는 그런 게 있구나, 그건 좀 가라데의 카타랑 비슷하네. 가라데도 유파가 여러 가지인데 그런 차이려나 하는 둥 맞장구를 치며 사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여행을 가자는 자신의 말에 단호하게 나오는 사야를 보고, 미요루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땡땡이치잔 말이 아닌걸. 언젠가 한가한 때가 생기면 가자는 말이야."
삶이 모두 바쁠 수는 없다. 학생에게도 방학이 있고, 대회에도 끝이 있을 것이며, 엑시트의 활동도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의 한가한 때, 라는 것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다 미요루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사야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학교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공부라던가 하는 데에는 나름 충실한데, 사야, 날 너무 불량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
조금 투덜대듯 볼멘소리를 늘어놓은 미요루는, 바람이 살짝 헝클어놓은 사야의 옆머리를 손을 들어 사야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가다듬었다.
"오늘처럼 카페에 차라도 한 잔 하러 온다거나, 드라이브라도 잠깐 한다거나 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일인걸- 가끔 괜찮잖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
하고는, 미요루는 오토바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딱히 몇 발짝 걸을 필요도 없이 팔만 뻗으면 닿을 곳에 핸들에 걸린 헬멧이 있었다. 미요루는 그것을 거머쥐었다.
"아, 그, 그렇다면 마도구... 제 미도구는요..." 진심으로 당황한 지하는 뭐라도 대화를 이어가고자 상대가 말한 키워드 중 마도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엑시트가 봉인된 사탕은 애써 잊기로 했다) 황급히 배낭의 앞주머니를 뒤지더니, 잠시 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얇은 상자를 꺼낸다. 만약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던 인원이리면 이것이 색종이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는 물건이라는 걸 알아차릴수도 있을지도. "그러니까... 여기 안에 종이들이 제 마도구에요... 그러니까... 잠시만요!" 이내 뭔가 불안한 동작들로 주섬주섬 종이 몇 장을 꺼낸다. 그리고는 이내 종이학이나 개구리 등, 종이접기로 모양을 만든다. 적어도 이렇게 집중할 때에는 주위 눈치도 안 보는지라, 멀쩡하게 미소녀가 집중하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아, 이렇게 하고... 여기... 마스코트인 리리 씨랑... 가을 씨..." 지하의 그림자가 살짝 일렁이는 듯 하더니, 이내 종이학과 개구리 등이 마치 살아난 것처럼 움직이더니 리리와 가을의 주위를 떠돌며 재롱을 부린다. 그 모습에 지하도 슬쩍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종이를 약간 다룰 수가 있어서... 이런 것도 가능하네요!" [글쎄, 굳이 능력의 사용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꺼 지하야.] 말은 이렇게 해도 마루 역시도 지하의 계약 처음과는 비교도 안되는 커뮤니티력에 감동한 듯 했다.
「뒤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으니⋯⋯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독백 사건 이벤트는 >>8에 공지되어 있어.」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꼭 참가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 참고하도록!」 「궁극적으로 사건 시스템을 채용한 이유는 마법소녀 여러분이 일상이나 독백을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데 있으니까.」
「>>836 있을 수 있지!」 「엑시트는 모순적인 존재야. 거부감의 현신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거부의 대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거든.」 「예를 들어서 『문어 숙회 너무 무서워! 제발 식당에서 안 나왔으면!』라는 거부감이 있다면⋯⋯」 「엑시트는 문어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항아리의 모습을 할 수도 있고, 문어 그 자체의 모습을 할 수도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