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말도 안된다는 표정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하게 드리워졌다. 그도 그럴 게 26살이면 오빠도 아니라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면 아까 느꼈던 그 묘하게 어른스러운 분위기도 드 설명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역시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도 상대가 아저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아까까지 꼬멩이라고 놀리던 게 기억나 조금 불편해진다.
"으, 으응.... 뭐, 그럴 수도 있으려나."
영혼 없이 고갤 끄덕였다. 역시 믿지 않는 쪽으로 마음은 기울었으나, 그래도 저 여린 육체 안에 있을 연상의 남자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이조차 뒤에 이어질 말을 생각하면 그나마 믿기 쉬운 축에 드는 것이었다.
"...아니, 잠깐! 거짓말...!"
두통이 일 정도다. 티스아흐는 관자놀이가 슬슬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 말은 지금, 너가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라도 했단 거야?"
말도 안되지만, 그 말도 안되는 게 종종 일어나는 게 바로 다른 세계의 이치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더 열을 올렸다. 그건 여기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았을 때, 정말 부활이라는 게 존재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묘한 느낌이 들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익숙한 반응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애매한 반응을 보이는 건 상정 내이며, 여태껏 자주 있었던 일이다. 열셋 꼬맹이의 모습이다. 단번에 믿었던 녀석들이 이상한 거였다. 테이블 의자에서 일어나고 몇 걸음 걷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멋져보인다고 예전에 엘레이스와 정했던 행동이며, 이에 따라 엘레이스는 그림자 속에서 관째 누운 모습으로 튀어나왔다. 나는 그 위, 관뚜껑에 앉았다.
"뭐, 부활이라기엔 애매하지만."
성서에는 한 번 죽고 다시 살아난 성인의 이야기도 있다. 허나 이는 신에 대한 믿음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나와있다. 그에 비해 나는, 사령에 의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입장이다. 아무런 전조도 이유도 모른 채 눈을 뜨니, 살아있다고 할 수 없으나 죽은 것 역시 아닌 존재로써 있었다. 사제들은 이를 쉬이 알았으나 용병들과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주로 목이나 팔을 잘랐는데....
"혹시 잔인한 거 잘 봐?"
엘레이스의 팔 하나가 관 뚜껑을 조금 열고 그 틈사이로 튀어나왔다. 관이 흔들렸지만 나는 익숙하게 균형을 잡았다. 그 팔은 무언가를 잡기보다는 칼날과 합쳐져 있는 형태였다.
티스아흐의 귀가 다시 한번 쫑긋 움직였다. 아까의 괴상한 기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욱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직면한 터라, 딱히 거기에 집중이 되진 않았다. 그나저나 부활이면 부활이지 애매한 것은 또 뭔가?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아-? 의미를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뜬금 없는 질문인다 싶었다. 잔인한 거랑 지금 이 상황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건지.... 의문을 곧 해소되었다.
"머머머...멍청아-! 바보야? 그렇게 죽고 싶어? 그런 게 괜찮을 리가 없잖아!"
뚜껑이 열리고 그 틈새로 칼날이 달린 기계의 팔 같은 것이 툭 튀어나왔다. 그것을 본 티스아흐는 무의식 중에 "멈춰-!"라고 강하게 포효하며, 음식 사이의 빈 공간, 탁자의 귀퉁이를 콱 밟고 뛰어올랐다. 그대로 몸이 공중에 휙 솟구쳤다. 이대로면 녀석이 스스로 팔을 잘라버릴 것만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하늘을 날았다. 양손의 스파크웨어에서 찌릿하는 스파크의 저린 감촉이 전해져온다. 그렇게 문제 없이 기계의 팔만을 탁 쳐낼 생각이었건만, 그 순간 이어진 영문 모를 카리아의 말에 그만 주의를 뺏겨, 그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뒤 데굴데굴 가게 벽 끝까지 굴러갔다.
"캬훙-! 아햐으으윽....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게에...."
어지간히 아파하는 표정이다. 벽에 그대로 등을 받힌 채, 완전히 거꾸로 뒤집힌 시야에 카리아를 딤았다. 그건 다 큰 처자가 취하기엔 너무나 숭한, 뒤집힌 개구리 같은 자세임이 자명했다. 정작 본인은 아파서 그런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지만.
▶ https://alcyon-chronicle.notion.site/69055988c70745d8a71bf2d26d027c11 ▶ 캐릭터 정보는 위와 같은 형태로 정리됩니다. 금요일 전까지 작업을 끝낼 예정입니다. ▶ 모든 육성 어장 캡틴에게 존경심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라는 대답을 듣지 못한 건지 들을 생각이 없던 건지. 탁자를 밟고 높게 날아오른 걸 보고 감탄하기도 잠시. 내 말에 당황한건지 그 멋진 도약에 비해 형편 없는 마무리를 보였다. 공처럼 데구르르 구르다가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참 해학적이었다. 이런 표현을 하면 실례일테지만 생각은 괜찮다. 혹시 다쳤을 지 모르니 칼날팔을 증폭기로 변경시킨 뒤 순간적으로 신성을 퍼트렸다. 생채기 정도는 나을 위력이었다.
"일단 자세를 바로 잡는 건 어떨까."
사람들이 봐서 좋은 자세는 아니었기에 엘레이스의 날개를 펼쳐 그녀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가렸다. 그리고 관에서 내려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서 팔을 내밀었다. 맥을 짚을 줄 아는가는 잘 모르겠는데, 모르겠다면 가슴팍에 귀를 대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체온으로 눈치챌 수도 있었다.
"일단 맥을 짚을 줄 아는지 한 번 더 물을게."
그 말을 듣고 그녀가 맥을 짚게 된다면,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내 신체의 장기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안하거든. 심장 역시 그래."
이미, 인간이라기엔 너무나 멀어졌다.
"목이 잘려도 심장이 뚫려도 죽지 않아. 팔 다리가 잘려도 가져다 대면 붙어. 불에 타는 것도 괜찮았지. 뼈까지 타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티스아흐가 벽에 붙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으니, 곧 카리아 로봇팔에 무언가를 하는 게 보였다. 그러자 부딪히고 구른 온 몸뚱아리가 점차 편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필시 아까 음악을 들었을 때와 거의 동일한 감각, 그렇다는 건 분명 거기에 티스아흐 본인은 알지 못하는 어떤 요소가 치료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치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잠시 일었다. 허나 거기서, 카리아가 티스아흐의 모습을 가리며 주의를 주었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듯이 잠깐 멍하게 보다, 곧 의도를 깨닫고 분한 듯 얼굴이 붉게 달이올랐다.
"쿠윽..., 저질이야! 어린 얼굴이라 그만 방심했어...."
그리고 꼬리 역시 상당히 부풀었다. 왜인지 배신당한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게, 티스아흐가 살던 지하드는 성문화에 대단히 엄격한 나라다. 지나가던 이성을 파렴치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극형에 처해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률이 존재할 정도니까. 때문에 원체 그런 것엔 익숙치 않은 티스아흐는 지연스레 남들의 시선에 무감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카리아가 내민 팔은 당연하게도 털 탈린 하얀 꼬리가 매몰차게 툭 쳐내버렸다. 마치,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보았다는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그리고 스스로 일어나, 퉁명스럽게 소리치는 것이다.
"됐어! 변태 꼬마의 손 같은 거 왕 사양이그든!"
티스아흐는 먼지가 묻어버린 옷을 탁탁 털었다. 그래도 역시 카리아의 말은 체면 세울 것 없이 신기했던 것인지, 관심 없는 척 하려 했지만, 흥미가 동한 귀가 살짝 움직인듯 보였다.
배려한 쪽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잠시 인상을 쓰던 나는 곧, 일반적으로는 나 역시 이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하. 마키나 안젤라에서부터 나는 논외취급이었으니 이건 좀 신선했다. 죽어있고 외견은 어리고를 떠나서 대륙 정교회의 일원이며 성가대인지라. 성직자의 금욕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륙 정교회에서 정식으로 서품받은 성직자로써 그런 거엔 관심 없으니까 걱정 마."
게다가 '그런 쪽'으로도 죽은 것 같았다. 말하고 싶지 않아서 안했지만. 이게 진짜 죽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성정상 관심이 없는 건지는 나도 몰랐다. 아마 전자인 거 같긴 했다. 아니면 너무 바빠서 그런 쪽으로 신경을 분산할 여유가 없었거나. 사랑이니 마음이니 하는 것 보다는 생존과 구조, 사령의 구제, 그리고 생명의 보호가 우선시되었다. 어제 으깨졌다가 오늘 복구된 상태에서 말이지. 그나마 이 곳에선 어느 정도 여유는 있을 것 같았다. 영웅은 많고, 사령이 없는 만큼 자신이 나설 일도 비교적 드물 것 같았으니.
다만 치유의 힘이 흔한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음. 그럼 자를까."
뭐를? 이라 묻는다면, 팔이나 다리라고 답해야겠다. 생각해보니 살짝 긋기만 해도 될 것 같은데. 피가 거의 안나니까 말이다.
"열세살 외견의 팔다리가 날아가는 걸 보는 게 편해, 아니면 그냥 맥을 짚는 편이 편해?"
카리아는 처음엔 뭔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가 싶었는데, 곧 그건 납득한 표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딱히 뭘 납득했는지까진 궁금하지 않았다.
"엑. 성직자? 정말?"
아무리 그래도 성직자라는 말엔, 여태 무시하던 티스아흐도 홱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알레프에서 성직자라는 건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주교 서품의 고위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신부급만 되어도 평신도들에게 가르침과 설교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륙 정교회라는 것도 처음 듣고, 무엇보다 그쪽 세계의 종교와 알레프교는 엄연히 다른 신을 모시는 종교였지만, 역시 성직자라는 말을 듣고 나면 자연스레 이쪽의 기준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자르다니.... 아니, 하지 말라고 그거!"
으르릉, 짜증과 분노에 찬 티스아흐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래도 성직자라는 말을 듣고 조금 조심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기에, 곧장 소리를 멈추긴 했다. 그리고 이어진 물음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윽. 역시 억지로라도 손 잡게 만들 생각이잖아...."
그렇다고 팔을 자르게 냅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리하게 붙들어둔다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야 그냥 맥 한번 짚는 게 차라리 훨씬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그녀는 분한 듯, 하지만 꽤 순종적이 되어 손을 건네라는 듯 내밀었다.
반응이 대단한데. 저 쪽에선 성직자가 그리 대단한가. 길가다 돌악보면 성직자였던 입장에서는 이것도 신기했다. 다시금 떠올리니 당연했다. 내가 성직자인데 주변도 성직자지. 일하는 곳이 교회인데 당연하지..
"정확히는 알레이스타 지부 소속..뭐 말해도 모르겠지. 아무튼 교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은 반려가 아니면 금욕과 정결함이 기본인 성직자니까 안심해."
대신 어기면 엄벌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과격한 이야기가 될테니 그만두고. 정식적인 성직자에 한 때는 추기경으로 추천까지 받았던 몸인 만큼 기본 교리와 규칙은 이세계라 할지라도 지킬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신이 그걸 바라지 않을 터였다. 아스라한 그 천당의 풍경이 떠올랐다.
"나도 남의 몸은 안 잘라. 내 몸이니까 자르지."
일반적인 사람의 시점은 포기한지 오래였다. 나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열셋, 사령들의 무리가 스쳐지나가고부터 그랬다. 인정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의 말에 별 반응 없이 손을 내밀었다. 손목에 대고 맥을 짚는 건 대부분 같을테지. 그녀가 내 손목에서 맥을 짚으면, 고동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작동하지 않는 심장의 적막만을 느낄 것이다. 피부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차갑고, 생기조차 없다.
▶ https://alcyon-chronicle.notion.site/8dd926a9c617498d83d0ef9d2f7387a6 티스주의 현기증을 막기 위해 반의 서류를 완성해왔습니다. ▶ 진심으로 엘레이스를 분해하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요.
뒷말은 굳이 잇지 않았다. 성직자라면 성욕이나 다른 욕구들에 의한 시선으로 자길 바라볼리 없었다. 적어도 티스아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인정하고나니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건 자기자신의 행적이다. 발랑까진 처녀가 다수의 앞에서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냈고, 성직자는 본분에 따라 윤리 의식에 반하는 그 행동을 제지했을 뿐이다. 티스아흐는 순간, 그때 당시 자기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서, 그저 턱 주위를 손가락으로 가려운 듯이 긁어낼 뿐이었지만. 그렇게 여전히 시선은 미묘하게 회피한 채로, 가만히 맥을 짚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정말로.
"뭐, 글쎄.... 그렇게 물어도 곤란하다고. 난 의사도 뭣도 아니란 말야."
사실은 그저 말하기가 곤란할 뿐이었다. 실아있는 건 살아있는 거다. 죽었다면, 이렇게 자기와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 카리아가 품은 고통은 티스아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것임에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앞에서 그렇게 쉽게 단정짓기엔 아무래도 조금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단순하면서, 또 그렇게까지 생각이 짧지는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