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구체를 향해 화연의 화염구가 날아갔고 두 구체는 충돌했다. 이내 가볍게 펑 터지긴 했으나 보라색 구체가 불완전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을 유우카가 베어냈고 보라색 구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 끝에서 찌릿거리는 느낌이 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무슨 일이 터졌을지도 모른다.
애쉬가 발사한 스턴건이 경미에게 날아갔고 명중하긴 했는지 그녀의 몸이 움찔움찔거렸다. 아주 잠깐 천장에서 비틀거리는듯 했으나 떨어지진 않고 다시 제대로 달라붙는 모습으로 보아 아무래도 혼자만의 힘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조금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 모두의 말을 듣는듯 했으나 경미의 입가엔 광기어린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 크게 웃음소리를 냈고 그녀는 텅 빈 느낌의 눈동자를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
"체포될 순 없어. 내 가족을 살인자의 가족으로 만들 순 없어. 거기다가 신이 말했어. 경찰에게 잡히면 안된다고. 경찰에게 잡히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나는 신에게 축복받은 익스퍼. 경찰 따위에게 잡히지 않아!!!!! 그 어떤 경찰이 온다고 해도!!!!!"
"...있잖아. 부탁이야."
"사람을 죽였으니까 나도 죽어야해.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이어 그녀는 빠르게 뒤로 달려나갔고 반대편 벽에서 다시 땅으로 착지했다. 뒤이어 다음 칸의 문을 열고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이어 땅을 짚었고 스파크가 약하게 튀었다. 그리고 모두는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칸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띵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을 연결하고 있는 뭔가가 바로 눈앞에서 하늘로 솟구쳐서 마지막 칸의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고 있는 사실을.
"그럴 생각은 없었어. 단지 단지 단지 단지 단지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 끝이야!! 내버려둬!!!!!!"
큰 괴성과 함께 그녀가 다시 땅을 손으로 짚으려고 했다. 아직 닿진 않았지만 조금씩 열차와의 거리가 띄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 신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뭐... 그렇게 허울좋은 신이 진짜 세상에 존재한다면 세상이 이지경이 되어도 이상할건 없지만..."
이해와 동정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에 어이없음을 넘어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녀는 조금이라도 대화가 성립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자신에게 후회막심한 기분이 들었다.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면 구원을 받을 거라고? 근데 사람을 죽였으니까 죽어야 된다고? 쯧, 괜히 시간낭비했네요. 이런건 초짜 도쟁이들도 안써먹는 말인데..."
땅을 손으로 짚으려는 그 주변으로 작은 돌맹이들을 깔아놓듯 아주 약한 화력의 폭발체를 흩뿌렸다. 손에 그을음이나 생채기 정도는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약한 수준일테니.
"미안한데 좀 씁쓸한 말 해도 되나요 언니? 나 자신의 필요성을 찾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도 상관 없다 생각하는 당신이 참 불쌍해요.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었다면, 그걸 생각할 정도의 판단력이 있었다면 이런 유감스러운 일은 없었을텐데... 게다가 혼자도 아니고 가족이 있다면 선택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죠.
아무리 그녀가 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 행동이나 말만봐도 저 사람이 정상이 아닌건 알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맞물리지 않습니다. 물론 멘탈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자주 그랬지만 이건 너무나 이질감이 심했습니다.
"제압하겠습니다."
가능한한 상처없이. 그녀는 심호흡을 했고 다음칸으로 건너가버린 범인을 향해 달렸습니다. 스파크. 아마도 마지막 칸을 떨어트릴 속셈인거 같긴한데.. 바닥에 스파크가 아직 흐르고 있는지를 감안할 수 없어. 그녀는 패널을 하나 하나 돌다리처럼 공중에 띄워놓고 그것을 빠르게 밟아 범인을 향해 달려들려 합니다.
"지금 앞뒤가 안 맞는거 인지하고 계신가요?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그거야말로 가족을 살인자의 가족으로 만드는겁니다. 설사 여기서 저희가 다 죽는다고 해도 이미 당신의 신원은 다 알려져있고 당신은 많은 사상자를 낸 희대의 살인범으로 알려지겠죠."
당연히 빠르게 달려드는 바람에 방어는 허술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일단 막는게 중요했습니다. 노리는건 일단 양손, 굳이 땅을 짚는것에는 의미가 있을터. 그녀는 달려드는데 성공한다면 양손을 잡고 그대로 위에서 눌러보려 할겁니다.
"전화로 했던 말 아직 기억하고 계신가요."
딱히 동정심이 드는것도 아니었고. 그저 자기 자신의 고집과 계속 봐왔던 사람의 흉내일 뿐이었지만. ,,,,,,,,, 그렇긴 하지만.
보라색 구체를 향해 날아간 화염구는 구체를 흔들리게 하는 것에 불과했고 그것을 유우카가 베어버려 없애버렸다.
애쉬가 발사한 스턴건에 명중한 경미가 그저 움찔거리기만할 뿐 떨어지진 않고 다시 제대로 달라붙었다.
그때, 경미의 입가엔 폭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신이 경찰에게 잡히면 구원받을 수 없다 말했다. 신에게 축복받았다. 구원받기 위해 자신은 죽어야한다.
"신? 내가 신이랑 같이 일하는 데 그 사람은 너 모른다던데?"
상황에 맞지 않는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그녀는 빠르게 뒤로 달려나갔고 반대편 벽에서 다시 땅으로 착지했다. 뒤이어 다음 칸의 문을 열고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이어 땅을 짚었고 스파크가 약하게 튀었다. 그리고 마지막 칸이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마지막 칸이 지하철과 끊어졌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
세상이 아직 그들을 필요할까? 정말? 세상이 발전되면서 수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수 많은 직업이 생겨났다. 어쩌면 그가 하는 일은 사라질 직업을 가진 이의 마지막 발악일 지도 모른다.
큰 괴성과 함께 그가 다시 땅을 손으로 짚었다. 아직 닿진 않았지만 조금씩 열차와의 거리가 띄워지고 있었다.
화연은 어깨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경미에게 돌진했다. 그대로 그녀를 잡고 빠른 속도로 벽에다가 부딪혀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검 끝에 갈라진 구체는 파직거리며 무로 돌아갔다. 하지만 드물게도 활기넘치는 감각이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그렇게 생자(生者)의 마지막 합이 끝났다. 유우카는 평상시처럼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 온 것을 느꼈다. 잠시나마 이탈시켰던 운명이 제자리를 찾아 되돌아 온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었어... 칠 백의 인질을 대피시키고 범인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비록 위험한 상태지만... 어떻게든 팀과 같이 맞서서 제압해야 해.
"신 따위에 죽고, 살고..."
열차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신발 밑창 아래로 금방이라도 붕 뜰 것같은 기시감이 전해져왔다. 서둘러 칼을 집어넣은 유우카는 다음 칸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죽고 삶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에요."
비록 이런 몸이 되어버린 자신이지만, 그 선택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직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면서 어찌 이렇게도 간단히 저쪽으로 돌아서려 하는 걸까. 이해는 커녕 그 이유마저 타당하지 않다. 이대로 쉽게 포기하게 둘 순 없었다.
앞 칸 문에 다다랐지만 속도를 늦추지는 않는다. 아직 바닥을 짚고있는 최미경에게로 낮은 자세 그대로 달려가 칼을 뽑아내며 들어올린다. 육체 전반의 타격을 노린 과감한 올려베기였다.
그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저런 양상을 가진 범죄자는 본 적도 없다. 하도 머리가 아파서 안경을 벗고 눈두덩이 주변을 꾹꾹 누르고 싶을 정도였지만 전시였으니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았다. 대체 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번 범죄자도 취조 중에 신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나? 지금 상황으로는 익스파를 이용한 사이비 종교를 세우고 테러 행위를 저지르는 것 같다. 위에 뭔가 더 있단 소리인데..
신.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쳤다. 경찰의 마음으로 행해야 하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죽였으니 죽어야 한다, 경찰에게 잡히면 구원 받지 못한다. Isis인가? 미쳤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신은 대체 뭐길래 죽음을 종용하는 건지. 사람의 마음을 저렇게 재간질 해서 뭘 하겠다는 거지? 신이 있을 리도 없다. 있었으면..
"봐주지 마, 범죄자에게 마음 갖지 마, 어차피 이미 범죄를 저질렀는데 뭘 봐줘, 사연이 있다고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사라져? X발.. 제압하라고!!"
그는 큐브웨폰을 전개해 침을 던졌다. 맞는다면 그가 본 끔찍한 기억을 '보여줬을' 것이고, 잠깐 멈추게 해 제압할 심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