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빠르게 질주했다.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차량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도 느껴졌을 것이고, 바깥 풍경을 보면 정말로 빠르게 주변 풍경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열차의 균형은 잘 잡혀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연우의 말은 깔끔하게 무시하는지 경미는 초점이 잡혀있지 않은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다 머리를 두 손으로 쥐어잡았다. 이어 다시 크게 비명소리가 울려왔고 지하철이 통째로 크게 흔들렸다.
"들리십니까? 여러분?!"
그 와중에 노이즈가 섞이고 작은 소리이긴 했지만 예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예성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려오진 않았다. 허나 집중하면 어느 정도 들려올 정도의 음질은 잡히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진 모르겠지만 안에서 폭주 상태의 익스파가 포착되었습니다. 폭주한 익스퍼가 있다면 제압해서, 정신을 잃게 하셔야... ......않으면 ....멸....죽게......지하철... 15분.... 폭발..."
허나 점점 그 소리는 더욱 작아졌고 더 이상은 치직거리는 느낌으로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엄청나게 먼 곳까지 떨어진 곳일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도 지하철은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는지 더욱 크게 위이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경미는 뒤로 돌더니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벽을 타고 위로 올라섰고 그 상태에서 천장을 타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방해하지 마. 방해하지 마. 방해하지 마!!!!"
큰 괴성을 지르면서 그녀는 손바닥 안에서 스파크를 튀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은 보라색 구체를 발사했고 그 공간 위에 띄웠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불안정한 느낌을 보이지만, 당장 특별히 눈에 띄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천장에 달라붙은채로 피식 웃고 있었다.
정말 귀찮게 하는군요. 그녀는 무전을 곰곰히 되내였습니다. 정신을 잃게 해야 한다.. 는건 알겠지만요. 하지만 일단 제압하라고 시켰으니 그것을 하면 될것입니다. 못했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신경쓰지 말도록하죠.
"...."
그녀는 한발자국 내딛었습니다. 주변에는 패널들을 띄워 여차할때 상대를 가둘 수 있게 서서히 배치하면서.. 자, 생각하세요. 그래도 폼으로 경찰일을 해온것은 아닙니다. 경험을. 지금까지의 경험을. 학창시절에도 죽고싶다고 난리치던 애들도 많았고. 경찰일을 하면서 투신자살을 하려는 사람도 몇번은 봤습니다. 언제나 잘 해왔잖아요? 이해하지 못하면 머리속에 직접 때려박은 지식들이라도 꺼내세요.
"저 사람이 죽은 이유가 당신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일단 내려와주세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 내려와달라고 말한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녀는 일단 차분하게 말하면서 상대방이 흥미를 가질만한 말부터 꺼냈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는겁니다. 범인은 사람이 죽었다는걸 알고나서 급격히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체포를 당하는게 무섭다는 이유만은 아닐겁니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정황상 사람이 죽었다는거 그 자체가 범인의 심리상태를 몰아붙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신의 익스파는 자기장이지요? 하지만 지하철을 이렇게 빠르게 달리게 했음에도 지하철 내의 손님들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단 한명만이. 그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무사한데 한 사람만이 그을려서 죽을 정도의 감전을 당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정말 가능성이 없는지까지는 그녀로서는 아직 알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것은 맞았고. 치사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일단은 밑져야 본전으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는것이었습니다. '그 사람' 처럼.
"무엇보다, 죽고싶지 않으시죠?"
익숙한 뒷모습을. 그녀는 담담하게. 하지만 상대를 놀리는게 아니라는듯 진중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도 꽤 이런저런 사람들을 봤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거 아닌가요?"
솔직히 여기서부턴 완전히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경험과 흉내의 영역. 그저 봤던것을, 존경했던 사람의 흉내를 할뿐인 대사들. 하지만 저쪽이 공격을 하지 않는데 먼저 손을 댈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눈을 맞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