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날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대구에 들린 적 있어. 그곳의 게이트는 언데드가 컨셉이었던 모양인데 파티에 위관급 가디언 셋이 포함되어선 생각 이상으로 게이트를 빠르게 공략해나갔지. 그러다가 게이트의 보스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보스가 좀비였던 거 있지? 좀비가 왕관을 쓴 채로 근엄하게 왕좌에 앉아있는 거야. 그 장면을 보곤 웃음이 나와서 경배하듯 손을 들어올리고 말했지.
기지개를 피며 평범한 감상을 내뱉는다. ...특별반은, 아직은 여타 반이나 학교처럼 이렇다할 시간표가 없다는 모양이다. 자신의 학교 생활은 초등학교가 마지막이었으니(그마저도 자퇴지만) 조금 각오를 했는데. 헌터 아카데미라곤 해도 그 부분은 많이 다른가?..아니, 이건 특별반이니까 그런건가.
의뢰? 나쁘진 않아. 헌터라면 평소부터 해오던 일이니까. 다만...으음, 지금이 괜찮은 시기던가. 자신에 레벨에 맞는 의뢰가 있을련지. 게이트야 씨가 말릴 일은 없을테니 그 부분은 안심해도 좋겠지만. 아이러니하다. 게이트는 인류에게 해가 되는 동시에 기회를 주니. 뭐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전까진 별탈없이 있어줬음 하다. 하하, 별로 헌터로선 이상할 것 없는 마인드지?
뭐...그건 그렇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다. 그거지 그거. '별탈없이 미리내고를 졸업하는 것'. 이 최우선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되냐...즉! 실기든 필기든 뭐든간에 최소한 합격점 안에는 들어가야된다. 특별반의 과목은 꽤나 다양하다.
"아 씨, 게이트 심화는 어떨지 몰라도 인성학개론? 야단났네 이거."
제일 배우기 싫은거 떴구만...어쩌겠나. 자신은 학생이니 배우라면 배워야지. 애초에 그러려고 오는 학교가 아닌가?
>>594 파필리오는 손을 뻗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얕은 바람 줄기가 끼어들어 파필리오와 상급 정령의 손을 잇고, 파필리오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눈을 감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좋을진 몰랐지만 파필리오가 느낀 것은.. 거대한 문이었습니다. 문의 아주 미미한 틈이 열려 파필리오가 뻗은 손으로부터, 한 마리의 나비가 피어올라 천천히 바람을 따라 날갯짓합니다. 문의 틈으로 나비가 날아들어가고, 나비를 기점으로 그 문의 틈을 바라보았을 때. 파필리오는 온 몸이 떨리는 듯한 전율을 느낍니다.
저것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게이트로 나타나는 차원들 역시 하나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어져 갈 수 있는. 파파넬라와 같은 차원과는 다른. 완전히 격리된 하나의 세계. 그 세계의 아주 미미한 틈으로부터 수많은 존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태양과 우주, 생명과 죽음, 그 셀 수 없는 표현할 수 있는 것들과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의지를 가진 체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중. 단 하나의 정령이 천천히 파필리오를 바라봅니다. 정령에겐 입도, 눈도, 무엇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덩어리진 빛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의지를 전하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그 정령은 분명히 파필리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형태. 익숙한 모양. 파필리오는 무의식적에 그 문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파필리오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라임과 웨이는 급히 파필리오를 붙잡습니다. 무언가를 표현하던 파필리오가 갑작스레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더. 나아가려 하지만 몸은 붙잡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아간 걸음마저 실상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더, 더..
파필리오는 저곳으로 향하려 마구 몸을 움직입니다.
파필리오의 팔이 마구 움직이려 하자, 라임과 웨이는 두 팔을 꽉 쥡니다. 다행히 파필리오의 포지션은 후열! 전열과 중열인 웨이와 라임은 억지로 파필리오를 붙잡아둡니다!
가려고 해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 거리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직은 올 수 없다는 듯. 이 세계는 너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미미하게 열렸던 문이 천천히 닫혀갑니다.
파필리오는 감았던 눈을 뜨고, 천천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람의 상급 정령은 파필리오를 바라보며 신기하단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 그대는.. 눈만 가지지 않았군.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습니다. 바람에게는 표정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힘 잃은 바람에서 그가 아쉬워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아쉽구나! 만약 그대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그대로 하여금 난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것을.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약속을 지키려는 듯 손을 천천히 움직입니다. 바람을 타고 수 개의 보랏빛 꽃들이 날아듭니다.
게이트의 전조로써 의념 파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아서는 빛의 파장(적외선 자외선)처럼 의념이라는 힘의 파장이 존재하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그런 것이라기엔 의념이라는 힘이 의념 각성자에게 쥐여져 있기에 각 개체에게서 고유 파장이 존재한다.. 라고 하면 열감지 카메라처럼 파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의념 쓸 때 일어나는 파장? 의념의 힘을 가진 모든 것에게 있는 파장? 그런건가? 고유 파장이라는 언급을 보면 후자 같기도 하고, 의념을 이용해 능력을 강화할 때 그 파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느낌으로 전자랑 조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구글 검색으로 찾아본 시즌1 정보에 따르면, 버프를 받은 허수아비가 의념 파장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게 위에서 생각한거랑 연결이 될 수도..?
게이트의 발생을 파악하기 위해 관측한다고 하고.. 아이템이나 코스트에 붙어있는 특별한 능력 중에도 의념 파장을 이용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고..
유리아는 할아버지와 헤어진 뒤 필광이라는 이름에 대해 기억해봅니다. 크게 멀지는 않지만 걸어가면 꽤 먼 거리. 의념을 각성한 뒤로는 느끼지 못 했던 일반인의 육체란 생각보다 많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유리아의 땀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걸어.. 도착한 집은 70년대 특유의 낡은 집의 느낌이 납니다. 이 집에 사는 것이, 아마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필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