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30069> [ALL/에바기반] 붉은 바다를 위해 - 02 :: 1001

◆5J9oyXR7Y.

2021-10-08 15:53:09 - 2021-10-14 21:29:50

0 ◆5J9oyXR7Y. (FS1nLrp2Uo)

2021-10-08 (불탄다..!) 15:53:09


 
 ◉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B6%89%EC%9D%80%20%EB%B0%94%EB%8B%A4%EB%A5%BC%20%EC%9C%84%ED%95%B4
임시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81088/recent
시트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25091/recent
익명 설문지 https://forms.gle/haZAgevs5w5gY7um8

410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25:20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인적으로는 그냥 다들 들었으면 좋겠네요ㅋㅋㅋ

411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2:25:52

아리에나이와!

412 카시마 미츠루◆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27:25

조와용 그럼 듣는 쪽으로... ㅋㅋㅋㅋㅋㅋ

413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27:42

이름칸 빠샤

414 카시와자키 나츠키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30:36

눈부신 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제대로 부순 거 맞겠지... 제대로 끝낸 거 맞겠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열린 사출구를 통해 내려왔다. 다시 아래로. 이 이상한 피냄새 나는 물이랑도 이제 안녕인가.

"...하아.. 뭔가... 엄청나네...“

꿈인가. 꿈이 아닌가? 현실이겠지? 팔을 잘랐던 그 느낌도, 고양감도 전부. ...꿈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이상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상한 로봇에 탄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는데도 꿈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플러그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다보니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기세에 맡겨서 망할 아버지라고 힘껏 외쳐버린 것 같은데. ...통신... 이어져 있었던가...? 아니, 그야 망할 아버지 들으라고 한 말이긴 하지만, 아니 사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 들었으면 좋겠네 정도지! 아무튼 아버지가 들었다면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일이야. 반쯤은 그럴 의도긴 했고,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버지 외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면... 그것도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거의 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인데...

"...내 이미지가... 첫날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 진짜아아...“

이것도 전부 망할 아버지 때문이야... 갈아입고 벽에 걸어둔 슈츠를 가볍게 주먹으로 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츠키의 네르프 데뷔 성공적(???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

415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33:32

오늘 계속 초장문 진행이 이어졌었는데 어떻게 진행이 다들 괜찮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진행레스는 파일럿 캐릭터들의 전투 묘사에 특히 초점을 두고 묘사하였는데 이 부분에 집중하느라 역시 진행이 조금 느려진 감이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416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36:03

그래도 아무튼 전투를 폭주 없이 성공적으로 끝마쳐 기쁜 레캡입니다...

>>414 망할 아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 나츠키주. 다음 에필로그 진행이 어떻게 될지 정말 기대가 큽니다!

417 카시마 미츠루◆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37:45

>>401

이 세상에 정말 불가능이란 없을까? 모든 상황에 그 말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것에게 공격이 한 발 한 발씩 명중하는 것을 보고, 미츠루는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낀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또한 아직 그것에 완전히 삼켜져서는 안 된다.

미츠루가 사격하는 동안 초호기는 도끼를 휘둘러 사도의 가슴에 깔끔하게 명중시킨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전투 내내 버틴 것은 인상적이다- 라고 생각할 무렵 들려온 소리.

분명 아버지라고 했지?
전학생, 새로운 적격자, 초호기의 파일럿.
그리고 그 애의 아버지.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그러나 우선은 십자가 형태로 우뚝 솟은 빛기둥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눈이 부시고 또 부셔서 멀어 버린다 해도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동공에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좋을 것은 또 뭐람. 얌전히 매뉴얼을 따른다.

첫 전투에서 에바는 굉장한 성과를 보였다. 이제 에바 파일럿은 그 누구보다 귀중한 전력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데는 조금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엔트리 플러그가 사출되면 게이트를 향해 걸어갑니다.

418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39:19

와앙 다들 넘 고맙구요!!!!

전투도 재밌었구 진짜 묘사 하나하나 읽는 게 행복해서 날아갈 뻔했어요 다음 에필로그도 서비스 서비스! 기대해용

419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42:08

>>415
저어는 괜찮았어요 :>
캡틴의 필력에 감동하면서 읽었습니다 흑흑 굉장해 우리 레캡...
에필로그도 기대되네요! 그리고 에피1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일상 많이 돌려야지 케케...

421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2:45:39

오늘 이오리가 옆에서 너무 잘 잡아줬어요. 이오리 아니었으면 나루미는 내가 할일 없네 자세로 팝콘이나 먹었겠지...

423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47:06

빠른 하이드 처리 해드렸....는데 >>422 도 같이 해드릴까요?

424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48:30

>>423 아 헐 ㄷ같이해주셍요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
방심왕

425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49:14

아나진짜바보같은나의모습
울고있는나에모습.........

426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50:05

근데 이오리는 왜 놀란것일까요...
이러한 형태의 최후...가 아닐거라고 예상했던걸까... 예상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었다던가...?(의심(?

427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51:54

쥐구멍에잠시들어갔다왔습니다

음......... 그리고 결국 사오리가 중앙지령실에 도착하지 않았단 걸로도 보일 수 있는?.......

428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53:38

어아ㅏㅏ 맞아요 사오리 전술작전부인데 왜...? 왜지...??

429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53:42

아무튼 공미포 1400~1500자 연속으로 날리고 하얀 재가 되버린 레캡입니다.

>>418 >>419 만족스러운 진행이 되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ㅋㅋ)
에필로그 진행은 캐릭터들이 처음 출발한 게이트 내부에서 시작될 예정입니다. 총사령관과의 조우는 아마 2~3번째 진행레스에서 이루어질 듯 싶습니다.

>>421 첫 전투 진행인만큼 이번 진행에서 오퍼레이터 관련 튜토리얼은 확실히 해두고자 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어떻게 진행에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어제오늘 전투 진행에서 나루미는 정말 오퍼레이터로써 훌륭히 활약해주었습니다. 유일한 오퍼레이터로써 꾸준히 진행에 참여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전투때도 이번 전투를 참고하셔서 움직여주시면 됩니다!

430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54:30

과연 유즈키 사오리가 뭘 하고 있었을지는 오늘 월요진행에서 밝혀질 수도 있고 나중에 밝혀질수도 있습니다.

431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56:24

흠...........
((떡밥 줏어먹고 식중독 걸리기 대작전))

아이고 재가 되어버리셨다니 아이고 아이고오오오
넵!! 과연 총사령관님이 어떤 말을 하실지.... 두근두근하군요 후후후후후

나루미씨 첫출근 대성공인거샤....(???)

432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2:56:30

아무튼간에 일단 하이드 처리 해드렸습니다.
비밀번호 치는 거야 일도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레캡입니다 (ㅎㅎ)

>>426 레스 내용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433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2:57:32

감사합니다,,,,,,

허억
허어억
떡밥허겁지겁

434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2:59:35

노코멘트라니... 이건 떡밥 보증수표!(??
ㅋㅋㅋ아 망할 아버지라고 부르고 마지막까지 아빠탓하다가 나왔는데 바로 총사령관 마주치는거 아닌지...(흐릿

435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01:12

>>427-428 이건 직무유기입니닷...! 징벌감입니닷....!!
>>429, >>431 우헹헹 함교에서 스피커로 소리치는 오퍼레이터는 sf의 로망!

436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02:00

어제오늘 전투 진행 내내 사도 관련 묘사 등에서 제가 떡밥을 상당히 많이 뿌린 걸로 기억하는데 이 부분은 차후 진행 관련 복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437 나츠키주 (8/mNxdxFAs)

2021-10-11 (모두 수고..) 03:04:29

아 설렌다... 어떤 복선인걸까 두근두근하네요!

438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04:47

>>431>>434 총사령관은 장담컨대 중앙지령실에 도착하게 된다면 만나게 될겁니다(....)
과연 어떤 얘기가 오가게 될지는 에필로그 진행을 기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435 역시 SF하면 함교와 오퍼레이터 아니겠습니까 (ㅋㅋ!)

439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05:22

참 진행 틈틈이 쓴 세컨드임팩트 때의 나루미 과거(비슷한 것)가 있는데 이거.... 왜 이렇게 길어졌냐 이거... 잠시만요....

440 미츠루주◆UO0HO7RAyE (C9vrLiBRbU)

2021-10-11 (모두 수고..) 03:05:57

일단은 속이 좀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겟슴다,,,,
다시한번 모두 수고많으셨어용!!!!!!

441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07:03

>>439 나루미 과거사라니 매우 기대가 되는 레캡입니다 (ㅎㅎ)
독백인가요, 웹박수로 먼저 보내야 하는 내용인가요?

>>440 미츠루주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밤 되시고 푹 주무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정말로 수고많으셨습니다!

442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10:11

>>440 안녕히 주무세요!
>>441 회상글입니다! 대놓고 나루미의 아이덴티티를 노출하진 않아서 웹박까지는 괜찮아보여요!

443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12:23

시간도 늦었기도 하니 풀어보는 소리이지만...
[리빙포인트] 유즈키 이오리 NPC시트를 시트메이킹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설정한 부분은 캐릭터의 성향입니다.

444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16:00

이 성향 부분이야말로 원작에서 기술부 부장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카기 리츠코 캐릭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현재 등장하는 NPC들은 완벽히 동일한 포지션이 되지 않을 것임을 미리 확실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442 회상글이라니 더더욱 어떤 내용이 나오게 될지 기대가 되는 레캡입니다 (ㅋㅋ)
세컨드임팩트 직후를 묘사한 독백은 예외 사례가 아니고서가 오퍼레이터쪽이 아니면 보기 정말 힘드니까요...

445 Refugee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16:46

1950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흥남.

미 10군단은 십만 명에 달하는 북조선 피란민을 구해냈다.

이번에도 그들이 자비를 베풀기를.

나는 얇은 종이배를 엮어 끓는 군중의 파도 위에 띄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0█년 ██월 ██일
사세보 해군 기지
██:██
세컨드 임팩트 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쾅!! 쾅!! 쾅!!

하늘을 향한 권총 세 발에 사람 떼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탕탕거리는 TV 속 총성은 사실 천사처럼 순한 것이었다.


- stand back! stand back!! 서늘 넘어오면 쏜다!!


피란민들의 기세가 꺾이자 미군 장교의 서늘한 경고가 그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장교는 평생 펜대나 굴린 관상이었다.



"저! 저 호로 잡놈의 새끼! 우릴 다 쏴 죽일 셈이야!"

"여기서도 배를 못 타면 정말 갈 곳이 없어요! 더 이상 들어갈 방공호가 없단 말이야아!!!"

"우리를시험에들게하지마시옵고다만악에서구하시옵소서우리를시험에들게하지마시옵고다만악에서 구하시옵소서......."

- There's no seat on the ship! Go back!

"우리는 핵이나 쳐먹고 죽으라는 거나!!! 문 열어! 우리도 태워달라고!!!"



나는 목마를 타고 부엉이처럼 모가지를 까딱거린다. 권총을 휘두르는 장교의 어깨, 손목을 자세히 보았다. 별 하나에 굵고 짧은 선이 하나씩. Lieutenant Junior Grade, 자위대로 치면 이등해위중위 정도. 패스다.



"어때, 좀 보여?"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요."

"야이...진짜 믿어도 되는거야?"

"서둘러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까!"



이등해위는 무늬만 장교지. 맘대로 뭘 할 처지가 아니다. 비장의 패를 저 정도의 사람에게 내보였다간 일을 망칠 공산이 컸다. 최대한 높은 사람. 스스로 지휘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아저씨는 나를 땅에 내려주고, 인파를 뚫으며 힘겹게 길을 열었다. 가족들과 나는 억센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인파의 격류는 쉬는 법을 몰랐다.



..........



부채꼴에 브이자 두개, 엑스자 닻에 새 마크.
CPO, 이등해조중사.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줄 둘.
Lieutenant, 일등해위대위. 패스.


별 하나 선 하나.
Ensign, 삼등해위소위 . 완전 쏘가리네.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선 두개 사이 얇은 선.
Lieutenant Commander, 삼등해좌소령. 이건....해볼만한가...?



"어떠냐! 이번에는 좀 가자....!"

"패스."

"야 임마 너 장난하냐!!"

"목숨걸고 도박을 할 생각이에요?! 확실하게 가야할거 아냐!"



사람들은 조급해졌다. 배가 하나 둘 떠나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승선을 포기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온건한 편이었다. 피난민 무리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미군들은 기관총을 장벽 위에 걸고 총구를 겨눴다. 군인에게 달려들다 납탄 한 방에 가는 사람도 있었다. 웅성대는 사람들은 으르렁거리는 가스탱크 같았다. 밸브가 헐거워지고 철판에 금이 가서, 불똥 하나만 떨어져도 펑! 터져버릴것처럼..



"정신차리고 똑바로 찾아! 여기서 못하면 다 죽는거다! 이젠 뒤로 돌아갈수도 없어! 여기가 마지막 초소야!"

"보채지 마요 제발... 나도 미치겠어....!"



숨소리가 떨린다. 입 안은 바짝바짝 말랐다. 아저씨 말대로 이 초소가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눈에 실핏줄이 터지도록 그곳을 노려다보았다. 하지만 구원군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지었다.



"어! 야야!! 초소 말고 저기! 옷이 좀 화려해 뵈지 않냐?!"

"어디요?!"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초소가 아닌 장벽 위였다. 장교복을 입은 두 사람이 피란민을 내려다보며 거닐고 있었다. 한 사람은...일등해위대위. 이런 씨발! 다음 사람은? 나이가 있어보이는데! 잘 안보인다! 조금, 조금만 더...


별 하나에 아주 굵은 선 하나. 그 안에 또 선 두개....

Rear Admiral. 이종 해장보나 일종 일등해좌.준장



....찾았다. 장성이다!

나는 홀린듯 내려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많던 사람을 어떻게 혼자 뚫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입은 척수반사적으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장성의 발가락이라도 햝을 각오를 품었다.





..........





- Admiral!!!!!!
- Admiral!!!!!!!
- Please listen to me!!!!!


일본어로 나불대면 묻힌다. 나는 영어로 말하면서, 준장을 똑바로 쳐다보고, 멧돼지처럼 날아들었다. 중간에 군인에게 막히겠지. 하지만 준장을 보고 달려가야 붙잡는 선에서 끝난다. 총든 군인을 보고 달려들면 총을 맞지. 관심사는 네가 아니란걸 어필해야 했다.


- hey, hey! stop!


군인에게 붙잡히는 동시에 준장과 눈이 마주쳤다. 절반은 성공했다.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얇은 종이배를 엮어 끓는 군중의 파도 위에 띄웠다. 나의 모든 희망. 꼬깃꼬깃한 종잇장들이 찢어질 듯 팔랑거렸다.


- [서류가, 제게 서류가 있습니다 준장님!]
- [저는 주일미군기지 현지인 근로자의 가족입니다! 여기 증명 서류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미군 친구들에게 귀염받으면서 익힌 영어와 지식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죽어 진즉 주검까지 썩어버렸을 것이다. 사세보까지 오는데 고생을 많이 해서 거지꼴인게 다행이었다. 더 처량하고 절박하게 보일테니까. 머릿속에서 준비한 대사를 목이 쉬도록 질러댔다.


- [50년 전 흥남처럼!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준장님!]
- [██ 준장니임!! 절대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지 않겠습니다!]
- [반드시 미국에 보답하겠습니다! 절 데려가 주십시오!!!!!!]


생존본능이란게 정말 놀라운 것이다. 나는 난리통 속에서 준장의 명찰을 똑똑히 보고 즉시 활용에 나섰다. ██ 준장은 수상할 정도로 눈치가 빠르고 영어가 유창한 일본인 여자를 빤히 보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이다. ██ 준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의 진언이었다.


- [가까이 와보게]


그의 입과 혀는 마법 열쇠와 다름없었다. 군인의 손이 놓였다. 장벽에 찰싹 달라붙어 서류를 높게 들자, 아까 씨발이라고 생각했던 일등해위가 종이를 받았다. 그는 ██ 준장의 부관이었다. 나는 피란민들의 눈빛을 등으로 느꼈다. 일대가 소름끼치도록 조용해졌다. 쟤가 들어가면 그걸 포석으로 나도 들어가야지. 그들의 생각을 맡을 수 있었다.


- [왜 현지 협력자 이송일에 맞춰서 오지 않았나?]

- [아버지랑 어머니가... 동생을 찾으러 나갔다가 실종되셨습니다. ██월 ██일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혼자라도 가라고 하셔서...]

- [준장님, 신원 확인 끝났습니다. 현지인 근로자의 직계 혈족이 맞습니다]

- [어디, 나도 신분증 좀 보세]


██ 준장은 더듬더듬 내 이름을 읽었다. Narumi Fukamizu. 내가 영어를 하는 만큼 그도 일본어와 가나에 익숙했다. ██ 준장의 입에서 내 이름이 읽혔다는 것은, 뭐라고 할까, 생명책에 내 이름이 오른 셈이었다. 그의 어투에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 [거주지가 요코스카로 나오는군. 가족 일은 유감이고,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들어와도 ㅈ...]

- [...██ 준장님, 염치불구하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어?]

- [부디 저 사람들도 함께 들어가게 해주시면..... 저 일가족이 아니었으면 전 사세보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피란민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가는데 내가 말한 일가족만 눈치없게 환히 웃고 있었다. 나는 야마다 일가를 시즈오카의 앞바다에서 처음 만났다. 요코스카와 사세보는 열차로 8~9시간 거리다. 도쿄가 폭탄을 쳐맞아서 주변이 쑥밭이 되기도 했고. 자력으로 시즈오카까지 간 것도 기적이었다.

운 좋게도 야마다 일가는 보트가 있었고, 나에게는 정보와 서류가 있었다. 함께 사세보까지 가서 미군 배를 타자고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육상 장애물을 스킵하고 기타큐슈를 거쳐 이마리에서 보트와 작별했다. 가끔 기름을 찾아다니고 군함을 피해 숨는 것만 빼면, 그리고 일본 열도가 폭삭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쾌적한 여정이었다.

그들이 날 사세보까지 데려왔으니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 준장이 조금만 더 자비를 베풀었다면... 마무리까지 완벽했을텐데..


- [그건 안되네. 난민 자격이 없는 사람일세]

- [하지만 저, 저들이 아니었다면....]

- [같은 말 두번 하게 하지 말게]

- [야마다 씨는 보트를 잘 다룹니다! 오는 동안 한번도 군함에 들키지 않았다구요!]

- [그러면 계속 거기 있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 [미안하게 됐네. 들어오는 사람은 자네 하나야]


저기 옆에, 잠겨있던 작은 철문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이 내게 이리 오라 손짓한다. 하지만 야마다 일가는 저지선에 가로막혀있다. 상황 돌아가는 걸 분간한 야마다 일가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간다.


- [이보쇼! 우리가 저 아가씨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지금 우리만 안된다고 하는 거야?!]

"나루미 누나? 아니지? 우리 같이 왔잖아. 저 아저씨한테 뭐라고 해봐 빨리!"


야마다 아저씨도 선박통신 덕분에 영어를 알았다. ██ 준장은 고개를 젓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스탱크에 불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희망을 빼앗긴 야마다 아저씨의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난 바닥에 못이 박힌 채였다.


- [개새끼들아! 배은망덕한 년! 내가 이러려고 여까지 온줄알아! 어!! 그냥은 못 간다! 어디 쏠 테면 쏴 봐라!!]


결국 아저씨는 어리버리한 군인의 총에 손을 대려 했다. 대가는 단호하고 잔인했다. 쾅!! 쾅!! 쾅!! 다시 보니 날 데리러 온 사람은 하늘에 권총을 쏘던 장교였다. 그는 인정사정없이 아저씨의 가슴팍에 총알을 박았다. 불이 붙는다. 그 세 발에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열린 철문을 보고 외쳤다.


"문이 열렸다-!"





..........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퍼졌다. 피란민 무리의 짐승같은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살아있는 좀비였다. 통제불능의 성난 군중. 절벽으로 달려가는 레밍 떼처럼... 와아아아- 와아아아- 하고 달려온다. 난 그때 선채로 기절했던 것 같다. 장교가 날 끌고 들어와 문을 닫고, 기관총 소리 소총 소리 함성과 비명소리.. 화약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아마... 결사의 돌격도 오래가진 못했을 것 같다. 그들은 한낱 민간인이다. 죽음이 닥치면 놀라서 달아나겠지. 많이 죽지는 않았을 거다. 본보기로 몇 명만... 나는 ██ 준장의 곁에서 걸으며 뒤를 돌아봤다. 장벽 위의 군인이 나를 보고 있었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게 분명했다. 황급히 바닥을 보았다. 하지만 ██ 준장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 [미국에게 보답하겠다고 했지? 그러려면 고생 좀 하겠어 그래]
- [우리 병사들을 살인마로 만들어버렸잖나]


나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부두로 달려갔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 속에 있는 걸 몽땅 토해냈다. 하지만 그러고서도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를 내려다볼수록 울렁거림은 더 심해졌다.





바다가 피처럼 붉었다. 나는 배를 타고 붉은 태평양을 건넜다.

멀미 때문에 배 위에서 많이 아팠다.

멀미 때문이다.

446 Refugee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22:00

+
200█년 ██월 ██일의 사세보

미 제7원정타격단은 한 명의 일본 피란민을 구해냈다.

이번에도 그들은 자비를 베풀었다.

447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22:56

나루미 독백을 다 읽고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는 레캡입니다(...)

448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30:45

재앙 속에 휩쓸리는 킹반인들을 써보고 싶었슴다... 다 쓰니까 역시 내글구려병이 찾아오네요ㅠㅠㅠ

성장물이니까 언젠가 극복할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449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36:27

전혀 구리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세기말 그자체였던 시기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한 독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건 역시 어쩔 수가 없군요(...) 나루미의 과거에 진심으로 joy를 표하는 레캡입니다.

>>448 맞습니다. 본 어장은 성장물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절망적인 과거가 있었다 해도 나루미는 차차 이를 극복해 나갈수 있을겁니다!

450 나루미주 (8cx5yW5enk)

2021-10-11 (모두 수고..) 03:49:55

감사합니다 redcap...
벌써 4시네요. 그만 자고 아침에 일어나야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451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3:54:35

좋은 밤 되세요 나루미주.
저도 슬슬 내일 현생이 기다리고 있는지라(...) 이만 수면을 취하러 가고자 합니다. 부디 다들 좋은 꿈 꾸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452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09:31:50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453 나츠키주 (6fw.aZGfVk)

2021-10-11 (모두 수고..) 10:07:54

갱신합니다 :>
엄청 쌀쌀해졌네요. 다들 몸조심하세요 :3

454 나츠키주 (6fw.aZGfVk)

2021-10-11 (모두 수고..) 10:09:13

그리고 나루미...앗...아아... ;ㅁ;
세기말의 그 분위기 장난아니네요 정말... 나루미... 아...(맴찢

455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11:06:22

잠시 아침일 끝마치고 돌아온 레캡입니다.
10월의 중순이 되어가서인지 확실히 점점 쌀쌀해지는 것 같습니다. 요새 날씨가 급격하게 바뀌고 하는데 다들 건강 잘 챙기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453 늦었지만 어서오세요 나츠키주. 좋은 아침 보내고 계시신가요?

456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11:13:11

참, 관전스레에 저희 스레에 대한 내용이 올라와 확인하였습니다.
저희 스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번 기회로 저희 스레와 특무기관 네르프에 대해 흥미가 생기셨다면, 언제든지 시트스레의 문을 두들겨주셔도 좋습니다.
네르프의 문은 언제나 오퍼레이터와 적격자 여러분들께 열려있습니다!

457 나츠키주 (6fw.aZGfVk)

2021-10-11 (모두 수고..) 11:17:46

>>455
좋은 아침입니다 캡틴 :>
아침부터 쪼금 정신없긴한데 월급 훔칠 틈은 있네요 헤헤(?

앗 그렇습니다 네르프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오퍼레이터와 적격자 여러분들 많이많이 찾아와주십쇼(?

458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11:32:32

오퍼레이터 시트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약파는 홍보지를 만들어 올수 있을 거 같은 레캡입니다 (ㅋㅋ)

>>457 월요일 아침은 언제나 지옥이지요(...)
정말 눈물이 나고 힘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

459 RedCap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11:36:00

오늘 에필로그 진행은 밤 10시 30분부터 시작합니다!

460 나츠키주 (6fw.aZGfVk)

2021-10-11 (모두 수고..) 11:40:47

저는...저는 괜찮습니다 아마(?
레캡도 오늘 하루 화이팅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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