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눈부신 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제대로 부순 거 맞겠지... 제대로 끝낸 거 맞겠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열린 사출구를 통해 내려왔다. 다시 아래로. 이 이상한 피냄새 나는 물이랑도 이제 안녕인가.
"...하아.. 뭔가... 엄청나네...“
꿈인가. 꿈이 아닌가? 현실이겠지? 팔을 잘랐던 그 느낌도, 고양감도 전부. ...꿈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이상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상한 로봇에 탄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는데도 꿈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플러그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다보니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기세에 맡겨서 망할 아버지라고 힘껏 외쳐버린 것 같은데. ...통신... 이어져 있었던가...? 아니, 그야 망할 아버지 들으라고 한 말이긴 하지만, 아니 사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 들었으면 좋겠네 정도지! 아무튼 아버지가 들었다면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일이야. 반쯤은 그럴 의도긴 했고,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버지 외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면... 그것도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거의 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인데...
"...내 이미지가... 첫날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 진짜아아...“
이것도 전부 망할 아버지 때문이야... 갈아입고 벽에 걸어둔 슈츠를 가볍게 주먹으로 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 세상에 정말 불가능이란 없을까? 모든 상황에 그 말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것에게 공격이 한 발 한 발씩 명중하는 것을 보고, 미츠루는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낀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또한 아직 그것에 완전히 삼켜져서는 안 된다.
미츠루가 사격하는 동안 초호기는 도끼를 휘둘러 사도의 가슴에 깔끔하게 명중시킨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전투 내내 버틴 것은 인상적이다- 라고 생각할 무렵 들려온 소리.
분명 아버지라고 했지? 전학생, 새로운 적격자, 초호기의 파일럿. 그리고 그 애의 아버지.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그러나 우선은 십자가 형태로 우뚝 솟은 빛기둥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눈이 부시고 또 부셔서 멀어 버린다 해도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동공에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좋을 것은 또 뭐람. 얌전히 매뉴얼을 따른다.
첫 전투에서 에바는 굉장한 성과를 보였다. 이제 에바 파일럿은 그 누구보다 귀중한 전력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데는 조금 걸릴 것이다. 그러나,
>>418 >>419 만족스러운 진행이 되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ㅋㅋ) 에필로그 진행은 캐릭터들이 처음 출발한 게이트 내부에서 시작될 예정입니다. 총사령관과의 조우는 아마 2~3번째 진행레스에서 이루어질 듯 싶습니다.
>>421 첫 전투 진행인만큼 이번 진행에서 오퍼레이터 관련 튜토리얼은 확실히 해두고자 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어떻게 진행에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어제오늘 전투 진행에서 나루미는 정말 오퍼레이터로써 훌륭히 활약해주었습니다. 유일한 오퍼레이터로써 꾸준히 진행에 참여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전투때도 이번 전투를 참고하셔서 움직여주시면 됩니다!
나는 목마를 타고 부엉이처럼 모가지를 까딱거린다. 권총을 휘두르는 장교의 어깨, 손목을 자세히 보았다. 별 하나에 굵고 짧은 선이 하나씩. Lieutenant Junior Grade, 자위대로 치면 이등해위 정도. 패스다.
"어때, 좀 보여?"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요."
"야이...진짜 믿어도 되는거야?"
"서둘러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까!"
이등해위는 무늬만 장교지. 맘대로 뭘 할 처지가 아니다. 비장의 패를 저 정도의 사람에게 내보였다간 일을 망칠 공산이 컸다. 최대한 높은 사람. 스스로 지휘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아저씨는 나를 땅에 내려주고, 인파를 뚫으며 힘겹게 길을 열었다. 가족들과 나는 억센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인파의 격류는 쉬는 법을 몰랐다.
..........
부채꼴에 브이자 두개, 엑스자 닻에 새 마크. CPO, 이등해조.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줄 둘. Lieutenant, 일등해위. 패스.
별 하나 선 하나. Ensign, 삼등해위 . 완전 쏘가리네.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선 두개 사이 얇은 선. Lieutenant Commander, 삼등해좌. 이건....해볼만한가...?
"어떠냐! 이번에는 좀 가자....!"
"패스."
"야 임마 너 장난하냐!!"
"목숨걸고 도박을 할 생각이에요?! 확실하게 가야할거 아냐!"
사람들은 조급해졌다. 배가 하나 둘 떠나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승선을 포기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온건한 편이었다. 피난민 무리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미군들은 기관총을 장벽 위에 걸고 총구를 겨눴다. 군인에게 달려들다 납탄 한 방에 가는 사람도 있었다. 웅성대는 사람들은 으르렁거리는 가스탱크 같았다. 밸브가 헐거워지고 철판에 금이 가서, 불똥 하나만 떨어져도 펑! 터져버릴것처럼..
"정신차리고 똑바로 찾아! 여기서 못하면 다 죽는거다! 이젠 뒤로 돌아갈수도 없어! 여기가 마지막 초소야!"
"보채지 마요 제발... 나도 미치겠어....!"
숨소리가 떨린다. 입 안은 바짝바짝 말랐다. 아저씨 말대로 이 초소가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눈에 실핏줄이 터지도록 그곳을 노려다보았다. 하지만 구원군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지었다.
"어! 야야!! 초소 말고 저기! 옷이 좀 화려해 뵈지 않냐?!"
"어디요?!"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초소가 아닌 장벽 위였다. 장교복을 입은 두 사람이 피란민을 내려다보며 거닐고 있었다. 한 사람은...일등해위. 이런 씨발! 다음 사람은? 나이가 있어보이는데! 잘 안보인다! 조금, 조금만 더...
별 하나에 아주 굵은 선 하나. 그 안에 또 선 두개....
Rear Admiral. 이종 해장보나 일종 일등해좌.
....찾았다. 장성이다!
나는 홀린듯 내려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많던 사람을 어떻게 혼자 뚫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입은 척수반사적으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장성의 발가락이라도 햝을 각오를 품었다.
..........
- Admiral!!!!!! - Admiral!!!!!!! - Please listen to me!!!!!
일본어로 나불대면 묻힌다. 나는 영어로 말하면서, 준장을 똑바로 쳐다보고, 멧돼지처럼 날아들었다. 중간에 군인에게 막히겠지. 하지만 준장을 보고 달려가야 붙잡는 선에서 끝난다. 총든 군인을 보고 달려들면 총을 맞지. 관심사는 네가 아니란걸 어필해야 했다.
- hey, hey! stop!
군인에게 붙잡히는 동시에 준장과 눈이 마주쳤다. 절반은 성공했다.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얇은 종이배를 엮어 끓는 군중의 파도 위에 띄웠다. 나의 모든 희망. 꼬깃꼬깃한 종잇장들이 찢어질 듯 팔랑거렸다.
아버지의 미군 친구들에게 귀염받으면서 익힌 영어와 지식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죽어 진즉 주검까지 썩어버렸을 것이다. 사세보까지 오는데 고생을 많이 해서 거지꼴인게 다행이었다. 더 처량하고 절박하게 보일테니까. 머릿속에서 준비한 대사를 목이 쉬도록 질러댔다.
- [50년 전 흥남처럼!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준장님!] - [██ 준장니임!! 절대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지 않겠습니다!] - [반드시 미국에 보답하겠습니다! 절 데려가 주십시오!!!!!!]
생존본능이란게 정말 놀라운 것이다. 나는 난리통 속에서 준장의 명찰을 똑똑히 보고 즉시 활용에 나섰다. ██ 준장은 수상할 정도로 눈치가 빠르고 영어가 유창한 일본인 여자를 빤히 보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이다. ██ 준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의 진언이었다.
- [가까이 와보게]
그의 입과 혀는 마법 열쇠와 다름없었다. 군인의 손이 놓였다. 장벽에 찰싹 달라붙어 서류를 높게 들자, 아까 씨발이라고 생각했던 일등해위가 종이를 받았다. 그는 ██ 준장의 부관이었다. 나는 피란민들의 눈빛을 등으로 느꼈다. 일대가 소름끼치도록 조용해졌다. 쟤가 들어가면 그걸 포석으로 나도 들어가야지. 그들의 생각을 맡을 수 있었다.
- [왜 현지 협력자 이송일에 맞춰서 오지 않았나?]
- [아버지랑 어머니가... 동생을 찾으러 나갔다가 실종되셨습니다. ██월 ██일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혼자라도 가라고 하셔서...]
- [준장님, 신원 확인 끝났습니다. 현지인 근로자의 직계 혈족이 맞습니다]
- [어디, 나도 신분증 좀 보세]
██ 준장은 더듬더듬 내 이름을 읽었다. Narumi Fukamizu. 내가 영어를 하는 만큼 그도 일본어와 가나에 익숙했다. ██ 준장의 입에서 내 이름이 읽혔다는 것은, 뭐라고 할까, 생명책에 내 이름이 오른 셈이었다. 그의 어투에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 [거주지가 요코스카로 나오는군. 가족 일은 유감이고,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들어와도 ㅈ...]
- [...██ 준장님, 염치불구하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어?]
- [부디 저 사람들도 함께 들어가게 해주시면..... 저 일가족이 아니었으면 전 사세보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피란민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가는데 내가 말한 일가족만 눈치없게 환히 웃고 있었다. 나는 야마다 일가를 시즈오카의 앞바다에서 처음 만났다. 요코스카와 사세보는 열차로 8~9시간 거리다. 도쿄가 폭탄을 쳐맞아서 주변이 쑥밭이 되기도 했고. 자력으로 시즈오카까지 간 것도 기적이었다.
운 좋게도 야마다 일가는 보트가 있었고, 나에게는 정보와 서류가 있었다. 함께 사세보까지 가서 미군 배를 타자고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육상 장애물을 스킵하고 기타큐슈를 거쳐 이마리에서 보트와 작별했다. 가끔 기름을 찾아다니고 군함을 피해 숨는 것만 빼면, 그리고 일본 열도가 폭삭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쾌적한 여정이었다.
그들이 날 사세보까지 데려왔으니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 준장이 조금만 더 자비를 베풀었다면... 마무리까지 완벽했을텐데..
- [그건 안되네. 난민 자격이 없는 사람일세]
- [하지만 저, 저들이 아니었다면....]
- [같은 말 두번 하게 하지 말게]
- [야마다 씨는 보트를 잘 다룹니다! 오는 동안 한번도 군함에 들키지 않았다구요!]
- [그러면 계속 거기 있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 [미안하게 됐네. 들어오는 사람은 자네 하나야]
저기 옆에, 잠겨있던 작은 철문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이 내게 이리 오라 손짓한다. 하지만 야마다 일가는 저지선에 가로막혀있다. 상황 돌아가는 걸 분간한 야마다 일가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간다.
- [이보쇼! 우리가 저 아가씨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지금 우리만 안된다고 하는 거야?!]
"나루미 누나? 아니지? 우리 같이 왔잖아. 저 아저씨한테 뭐라고 해봐 빨리!"
야마다 아저씨도 선박통신 덕분에 영어를 알았다. ██ 준장은 고개를 젓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스탱크에 불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희망을 빼앗긴 야마다 아저씨의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난 바닥에 못이 박힌 채였다.
- [개새끼들아! 배은망덕한 년! 내가 이러려고 여까지 온줄알아! 어!! 그냥은 못 간다! 어디 쏠 테면 쏴 봐라!!]
결국 아저씨는 어리버리한 군인의 총에 손을 대려 했다. 대가는 단호하고 잔인했다. 쾅!! 쾅!! 쾅!! 다시 보니 날 데리러 온 사람은 하늘에 권총을 쏘던 장교였다. 그는 인정사정없이 아저씨의 가슴팍에 총알을 박았다. 불이 붙는다. 그 세 발에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열린 철문을 보고 외쳤다.
"문이 열렸다-!"
..........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퍼졌다. 피란민 무리의 짐승같은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살아있는 좀비였다. 통제불능의 성난 군중. 절벽으로 달려가는 레밍 떼처럼... 와아아아- 와아아아- 하고 달려온다. 난 그때 선채로 기절했던 것 같다. 장교가 날 끌고 들어와 문을 닫고, 기관총 소리 소총 소리 함성과 비명소리.. 화약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아마... 결사의 돌격도 오래가진 못했을 것 같다. 그들은 한낱 민간인이다. 죽음이 닥치면 놀라서 달아나겠지. 많이 죽지는 않았을 거다. 본보기로 몇 명만... 나는 ██ 준장의 곁에서 걸으며 뒤를 돌아봤다. 장벽 위의 군인이 나를 보고 있었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게 분명했다. 황급히 바닥을 보았다. 하지만 ██ 준장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 [미국에게 보답하겠다고 했지? 그러려면 고생 좀 하겠어 그래] - [우리 병사들을 살인마로 만들어버렸잖나]
나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부두로 달려갔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 속에 있는 걸 몽땅 토해냈다. 하지만 그러고서도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를 내려다볼수록 울렁거림은 더 심해졌다.
전혀 구리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세기말 그자체였던 시기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한 독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건 역시 어쩔 수가 없군요(...) 나루미의 과거에 진심으로 joy를 표하는 레캡입니다.
>>448 맞습니다. 본 어장은 성장물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절망적인 과거가 있었다 해도 나루미는 차차 이를 극복해 나갈수 있을겁니다!
참, 관전스레에 저희 스레에 대한 내용이 올라와 확인하였습니다. 저희 스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번 기회로 저희 스레와 특무기관 네르프에 대해 흥미가 생기셨다면, 언제든지 시트스레의 문을 두들겨주셔도 좋습니다. 네르프의 문은 언제나 오퍼레이터와 적격자 여러분들께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