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스레는 에반게리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스레입니다. ◉ 설정 및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 아니며, 스토리 분기에 따라 TVA+EoE / 신극장판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 스토리는 총 4개의 페이즈로 나뉘어있으며, 페이즈4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나면 엔딩입니다. ◉ 진행은 평일과 주말 모두 밤 10시~11시부터 12시~01시까지 진행되며, 진행이 없는 날이 될경우 미리 스레에 공지드릴 예정입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사망 및 부상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본 스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규정(17금)을 준수합니다. 기준 등급은 2-2-3-2 입니다.
>>79>>82 레스 확인되었습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전투에서는 첫번째~두번째 진행레스부터 타카기와 나츠키, 나루미의 진행레스가 통합되어 처리될 예정인 점 미리 공지드리고자 합니다. 진행 처리 순서는 사전에 위키 전투시스템 부분에서 말씀드렸듯이 오퍼레이터-파일럿 순서로 처리될 예정입니다.
나츠키도... 아버지가 아닌 사람에겐 친절할거야요... 아마도(?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 :>
12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y6X5fFS8TI)
2021-10-09 (파란날) 23:01:46
>>114>>116 타카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엔트리 플러그의 문이 닫히고, 덜커덩 하며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예의 주홍빛 액체가 발끝부터 차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릿한 것이 영락없는 피냄새와 같은, 그 기분나쁜 액체가 말입니다. 그리고 플러그 전체에 물이 차오르고 난 뒤, 곧 조종석 주변의 화면에 이런저런 글자가 뜨더니, 잠시후 화면에 바깥의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만 밖의 모습이 너무 급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처음 타는 타카기로썬 계속 보고 있으면 좀 어지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호기는 빠른 속도로 사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영호기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레일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출구에 완전히 도착하였다면, 플러그 내에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 Five, Four, Three……
추측컨대 이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나면, 타카기는 더이상 이곳에 있지 아니하겠지요. 그것은 저 다른 게이트에서 조종석에 타고 있는 나츠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테스트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을 볼 수 있게 된 나츠키도, 타카기와 같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요. 이제 막 이 도시에 도착한 나츠키로서는 모르는 것,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버지에 대해서도, 지금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지만, 괜찮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알 수 있을 겁니다. 알게 될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자책하기보다는, 눈 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영문모를 상황이 끝나고 난 뒤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러 가도록 합시다.
- One.
이윽고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강한 진동소리와 함께 영호기와 초호기가 위로 발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상으로 완전히 올라갔을 때의 충격에 대비해 주십시오.
글자만 표시하던 화면이 바깥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기술(?)은 굉장하네. 하지만 바깥 풍경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멀미할 것 같아. 윽, 이거 뭔지 알 것 같은데. 몇 시간 전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차를 타고 움직일 때의 느낌이다. 그 때는 창이라는 좁은 범위만 보지 않으면 괜찮았지만, 이건 뭐 사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넓은 화면이니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차이가 있겠네. 묘하게 올라오는 구토감을 억누르기 위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떨리는 손끝으로 레버를 가볍게 고쳐 잡았다.
"...아― 진짜... 짜증나.“
아무것도 모르는 이 상황,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로봇(같은거). 미지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라고 했던가.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두려움을 넘어서 분노까지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허세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쩔 수 없다고. 다 쳐죽여버릴거야.
묘한 부유감이 들었다가 가라앉는다. 하지만 위로 상승하고 있는 느낌은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걸까. 바깥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슬그머니 이를 꾹 물고서 숨을 죽였다.
@ 초호기 발진! 충격에 대비합니다
132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y6X5fFS8TI)
2021-10-09 (파란날) 23:22:01
>>115 이오리는 주의깊게 나루미가 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말이 끝나자 마자 나직이 물으려 하였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저 적이 인간의 무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
공격에 따라 달리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눈앞의 사도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검은 거인이 정말로 지능을 보유하고 있단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에 정말로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적이라면, 상대하기 많이 까다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한정으로 쓸 수 없는 방식이라면 우리에게 승산은 있습니다. 단 한순간이라도 빈틈을 노리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
적에게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말입니다. 그 말을 덧붙이는 이오리의 두 눈은 놀라울 만큼 고요하였습니다. 한 부서의 부장이기에 침착한 것인지, 침착하려 노력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나루미와 이오리가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 흰 가운을 입은 기술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급하게 다가와 말을 건네려 하였습니다.
- 에반게리온 초호기 및 영호기 발진 완료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초호기? 에반게리온? 대관절 무슨 소리를 하고 가는 걸까요? 생전 처음 듣는 단어입니다만 맥락 등으로 미루어볼때, 전에 언급했던 파일럿들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직원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오리는, 돌아가는 직원을 뒤로하고 재빨리 나루미에게 고개를 돌리며 소식을 전하려 하였습니다.
“걱정은 한시름 덜었습니다. 조금은 마음을 놓으셔도 될 것같습니다. 출격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파일럿들에게 모든 걸 걸을 차례입니다. “
그리고 이오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앙의 거대한 모니터의 한켠에 파일럿들의 얼굴이 담긴 작은 화면이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딱 봐도 어른으로 보이지는 않는, 누가 봐도 학생이라 할 지긋히 앳된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13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y6X5fFS8TI)
2021-10-09 (파란날) 23:38:15
>>117 미츠루의 말을 듣고 아유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깊게 생각할 것까지도 없는 명백한 긍정의 의미입니다.
“원래는 영호기밖에 기동할 수 없지만…파일럿이 새로 온다고 하셨어. 그 아이가 탈거야. “
물론, 미츠루가 생각한 대로, 과연 초호기가 쉽게 기동될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되어 기동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확인. 하고싶다면 해도 좋아. “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미츠루에게 리모컨을 건네었습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다면 구석진 한켠에 모니터가 하나 걸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화면으로 미츠루는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모컨을 잘 눌러 맞추었다면 볼 수 있을 겁니다. 중앙지령실과 연결된 모니터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츠루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하늘에,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건물들, 그리고… 보랏빛 구속구를 달은 거인. 에반게리온 초호기입니다. 이제 막 올라온 기체의 등 뒤에는, 익숙한 검은 전깃줄이 달려있었습니다.
"아직은 모든 게 가정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N²탄을 막았던 방식을 괴물이 한 번 더 사용한다면, 음파를 대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해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은 민간 쿼드콥터의 상위호환 정도에 불과하다. 이 시점에서 단언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다. 괴물의 능력이 무한탄창이고 아인슈타인 뺨치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현실을 받아들여 유서를 쓰는 건 빼고.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직접 현장에 나가있는 만큼 가슴이 떨렸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적대적인 인간과 그들의 기계병기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외계인....
생각해보니 이 상황, 완전히 영화 속에서 보던 외계의 침공이네. 트라이포드처럼 말이야. 아하하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괴물에게 밟혀 쥐포가 되어도 금방 침대에서 눈을 뜰 느낌이다. 현실감이 없어.
"파일럿이요?"
상념에 빠져있던 나를 새로운 국면이 맞이한다. 에반게리온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파일럿 운운하는 걸 보니 SR-71쯤 되는 비밀항공병기 정도는 되는 물건인가본데. 냉전기 페이퍼플랜 SDI 체계의 유물이라도 되나?
"파일럿이 생각보다 어려보입니다."
소년병이군. 미래를 뜯어서 구멍뚫린 현재를 메우는 방책이다. 그 극약처방의 폐해는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5년 전과 같은 초 비상사태이니... 그렇게라도 할 수 밖에는 없겠지.
이오리는 나루미의 말에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더니, 나루미 자리쪽에 있는 모니터로 몸을 숙이려 하였습니다. 갑자기 가까워지게 되어 당황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녀는 나루미가 아니라 나루미 자리의 화면에만 관심이 있어보이니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 합니다...
“…지금부터 후카미즈 양 쪽으로 마이크를 연결해 놓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
갑작스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셔서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가 나루미에게 있어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오리가 명령문을 입력하기 시작하기 무섭게, 나루미는 중앙 화면에 보랏빛 기체와 하얀 기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눈앞의 검은 거인과 비슷한 키이지만, 온 몸에 특수 장갑을 끼고 있는 거체. 에반게리온 영호기와 초호기입니다.
한편. 빠른 속도로 바닥과, 녹빛 벽과, 지오프론트에 안녕을 고하고, 푸른 하늘을 마주하게 된 파일럿들의 앞에는,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걷고 있는 같은 가면을 쓴 거인이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중앙의 붉은 구체로 오는 포탄을 막으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제3사도 사키엘입니다.
주위를 둘러본다면 파일럿들은 서로가 탄 기체와 비슷한 기체가 올라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꽤나 멀리 떨어져 있어 전신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이트를 다른 곳으로 탄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둘은 서로 다른 길로 올라온 모양입니다.
[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하겠습니다. 들리십니까? ]
주위의 풍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조종석 내부에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종석 화면의 왼켠에 마이크를 붙잡고 있는, 기술부 부장 '유즈키 이오리' 의 얼굴이 담긴 화면이 작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 저는 여러분들의 안내를 맡은 유즈키 이오리라고 합니다. 갑작스럽지만 본 기체에 탑승해주신 파일럿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
깊은 감사? 감사의 말씀이요? 진심인 걸까요? 갑자기 이곳으로 불려와 타게 된 타카기와 나츠키로썬, 과연 깊은 감사를 할 필요가 있을지 싶습니다...
[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일단 올라오는 무기 중 하나를 아무거나 잡아 주십시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하나가 바닥 아래로 내려앉고, 그 자리를 라이플, 도끼, 나이프, 장검으로 보이는 무기 등이 꽂힌 무기고가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원하시는 무기를 잡아주세요. 무기를 잡고난 뒤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될겁니다.
14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위로 올라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팔을 휘저으며 걷고 있는 이상한 것. 가면을 쓴 것 같은 거인. 아까 보인 까만 다리는 이 녀석의 것이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보라색 대가리... 초호기?라고 했던가. 아무튼 지금 타고 있는 이거랑 비슷해 보이는 또 하나의 거대한 로봇 같은 것. 뭐야, 이거 말고도 하나가 더 있던거야? 그럼 저걸 내보내면 됐지 왜 나까지... 또 불평을 중얼거리려다가 조종석 안에 울리는 목소리-일단 내 것은 아니었다-에 깜짝 놀랐다.
"으앗, 누구? 아, 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화면 왼쪽, 얼굴이 뜬 작은 창에 시선을 고정했다. 유즈키...라고 했지만 아까 그 사람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보다 감사의 말쓰으으음?
"하...아...? 뭐 어쨌든... 알았어요.“
감사의 말씀이란거에 태클을 걸고 싶지만 이제 그냥, 아무래도 좋게 되어버렸다고 할까. 이해 불가능인 사태가 연속으로 이어지니까 아무래도 좋게 되어버렸어... 건물이 사라지고 나타난 무기고에서 도끼를 골라 잡았다. 음, 총은 써본 적도 없고, 고른다면 무난하게 날붙이가 좋겠지. 그리고 어쩐지 도끼가 끌렸다.
아유미는 그렇게 말하며 느린 걸음으로 미츠루의 뒤를 따라갑니다… 미츠루는 모니터로 뛰어가 화면을 확인하였습니다. 비록 저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이 모니터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초호기는 확실히 출격하였고 지금 지상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 저 안에 파일럿이 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화면은 계속 초호기 쪽을 보여주다가, 왼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기 시작하였습니다. 무너져가거나, 무너졌거나, 부서진 건물이 비춰지다가, 이내 한 거인의 모습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초점이 잠시금 흐려졌다가 명확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츠루는 눈앞의 거인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괴상한 얼굴인지 가면인지 모를 것을 끼고 있는, 그리고 가슴 중앙에 붉은 구체가 박혀있는 거인. 제3사도 사키엘입니다. 미츠루가 그동안 교육받고 훈련받아온 ‘이유’는, 여전히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정정히 도로 위에 서 있습니다.
역시 여긴 꿈속이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 맞서싸우는 건담이 존재할 곳은 만화와 꿈속뿐이다! 나는 손가락을 뒤로 젖혀보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손가락은 어느정도 넘어가더니 딱 소리와 함께 멈췄다. 꿈이라면 완전히 손가락이 뒤집혀서 손등까지 가야 한다.
결국 나 혼자 현실을 부정하는 정신병자가 된 거냐... 이게 뭐냐고 아까처럼 또 소리지르고 싶은데 마이크가 있어서 그것도 이제 못한다. 젠장.
"저는 상황을 계속 관찰하고 있겠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일로 도망치는게 속편하고 좋다. 생각하지 말라고. 머리 비워! 지성 버려! 뭐 남극에 운석이 떨어져서 세상이 불바다가 된 건 현실적인 일이냐?!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비우니 다음 할 일이 떠올랐다. 저 건담...하..에반게리온? 저것도 음향을 따 놔야지.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나는 한번도 망가지지 않은 스크류와 망가진 후 수리된 스크류도 소리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오리는 나루미의 말을 듣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복잡한 심정입니다만 그래요, 지금은 일에 집중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지요. 건담인지 모를 정체 불명의 갑옷을 입은 거체, [ 에반게리온 ] 들은 이오리의 안내를 듣고 하나 둘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루미의 헤드셋으로는 아직까지 그들에게서 별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된다면 조금 얘기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타카기와 나츠키는 제각기 다른 무기를 쥐어들었습니다. 타카기는 거대한 일본도 비스무리하게 생긴 장검을, 나츠키는 꽤나 큰 형태의 도끼를 집어듭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한없이 거대한 크기이지만, 지금의 둘로는 한손으로도 문제없이 들 수 있는 무기입니다.
타카기는 [ 마고로쿠 익스터미네이션 소드 ] 를 장착합니다! 나츠키는 [ 스매쉬 호크 ] 를 장착합니다!
[ 조종석 레버의 중앙 버튼을 누르시면 투명한 방어막이 전개될 겁니다. ‘AT 필드’ 라 하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분 앞의 거인 역시 전개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힘으론 이걸 찢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모쪼록 저 보이시는 붉은 구체를 부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적을 몰아붙여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서라면 여러분은 마음껏 이 도시에서 움직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덤덤한 여성의 목소리는 계속 설명을 이어가더니, 잠시 말을 멈추고 다음과 같이 덧붙이었습니다.
[ …무운을 빕니다. 파일럿 여러분. ]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예의 여성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 3 : 00 ] [ 5 : 00 ]
타카기와 나츠키가 출발하기 시작한다면, 둘은 화면 중앙 위쪽에 다음과 같은 숫자가 뜨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59, 58, 57… 점점 줄어드는 숫자로 보아 이것은 시간, 그것도 제한 시간입니다. 여러분이 이 [ 에반게리온 ] 에 타실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에반게리온은 더이상 기동하지 않고 멈추게 됩니다. 이 점 반드시 유의해 주십시오.
“안내가 끝났기 때문에, 이 마이크는 이제 후카미즈 양께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
설명을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르던 이오리는 마이크의 방향을 다시 나루미 쪽으로 다시 돌려주려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적을 관찰하시는 도중 빈틈이나 약점이 노출될 경우엔 바로 저기 파일럿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바로바로 안내해 주시면 파일럿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옵니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도, 사키엘이 괴성을 내며 속도를 내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인이 움직이는 방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파일럿들이 피하지 않으면 그대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74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2021-10-10 (내일 월요일) 01:16:22
>>160 미츠루는 혹여 누군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봅니다. 뒤를 돌아보자 무표정한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타치바나 아유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막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유미는 정말로 이제 막 건물 안에 들어온 참이었습니다.
“ … “
타치바나 아유미는 그저 묵묵히 화면을 올려다보다가, 미츠루를 보고 이렇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윽, 다른 사람, 저 다른 로봇에 타고 있는 사람하고도 통신이 되나? 저쪽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도 들린다. ...말 좀 조심해서 해야겠는데 지금은. 아니 상황이 맘에 안 드는데 말까지 가려서 해야한다니 이건 좀 열받지만. 이 열받음은 도끼로 저걸 때려눕히는데 쓰도록 해야겠다. 목표는... 붉은 구체인가. 목소리가 지시한 구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제한 시간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뭐? 제한 시간?!
"에? 제한 시간? 설마 이 5분?? 너무 짧지 않아요?! 저기요?“
무운을 빈다는 말을 끝으로 안내해주던 목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쫌! 5분으로 뭘 하라는 거야? 나, 나 아직 조종법도 익숙하지 않은데? 도끼를 쥐고 당황하고 있을 틈도 별로 없었다. 점점 줄어드는 숫자가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 때.
"...내가 타고 있는 게 보라색 대가리가 맞긴 한데. 그러는 그쪽은 저거에 탄 사람?“
뭐야, 저쪽은 왜 침착하게 작전 같은 걸 짜고 있는거야? 베테랑인거야? 또 다시 '저쪽만 내보내면 되지 왜 생초짜를 같이 내보낸거냐'라는 마음이 생겨났지만 일단 지금은 그것보다 바로 앞의 저게 더 급하니까.
"그러니까 빈틈이 생기면 치라는 거지? 알았다고!“
도끼를 고쳐 잡고 눈 앞의 거인을 응시했다. 시야각 내에는 하얀색의 기체도 들어와 있었다. 빈틈이 생기면... 피하든 반격하든 빈틈이 생기면...
중앙의 거대패널에 파일럿들의 얼굴과 기체명이 한 묶음으로 나온다. 영호기 파일럿은 이상할 정도로 떨지 않고 벌써부터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실전 경험이 있는 파일럿일까. 괴물은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에반게리온에게 명확한 적의를 보이는군요. 아까 군대와 싸울때는 저정도 반응이 아니었습니다."
숙적이라도 만난 모양이다. 자신과 비슷한 체급의 적을 보자 투쟁심이 불타오르기라도 하나.
"그리고 저거...어...."
나도 모르게 마이크를 손으로 덮었다. 아까 뭐 AT필드라 하셨습니까? 괴물도 쓰고 에반게리온도 쓴다고요? 그거랑 저거랑 같은건지 당신이 어떻게 단언해? 꼭 괴물을 가지고 셀 수 없이 생체실험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나는 보자마자 염동력같다는 생각부터 했는데, 벌써 그 힘에 이름을 붙이고 복제품까지 양산하고있어. 이건 어느정도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선을 넘은 것 같아.역사상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적이라며? 진짜로?
"아닙니다..."
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신변을 위한 직감이었다. 심적으로 동요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라 다행이다. 사실 아까 진심으로 동요하기도 했으니까 상관없나.
"계속 관찰하겠습니다."
나는 마이크에서 손을 뗐다.
@의문을 품으며 관찰합니다.
19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2021-10-10 (내일 월요일) 01:34:59
다음 진행부턴 회피 다이스 조정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레캡입니다.
>>194 저도 믿고싶지 않지만 예. 그렇습니다 (ㅠㅠ) 그래도 첫 시도인만큼 다음 공격에서 지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저희에겐 다음 턴이 있습니다!
상황이 지속되면서 의문 역시 커져만 갑니다. 나루미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갑니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네르프는 무언가 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앞의 기술부 부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적은, 비슷한 존재를 만났기에 반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이오리는 덤덤하게 다음과 같이 단언하였습니다. 분명, 처음 그녀는 화면으로 보이는 적을 미지의 적이라 말했던 것을 들은 걸로 나루미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유즈키 이오리는 방금도 그렇고 뭔가를 알고 있는듯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저게 미지의 적이 맞는 걸까요? 인류가 처음 대면하고 있는게 맞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눈앞의 사도는 움직이고 있고, 파일럿들을 향해 행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도의 행동 패턴을 분석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분석을 시도하시겠습니까?
[ 1 : 58 ] [ 4 : 01 ]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고, 타카기와 나츠키는 저마다의 생각을 품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윽고 투명한 파장이 타카기 앞으로 퍼져나감과 동시에, 타카기의 검이 사도를 향해 닿으려 시도합니다!
- 끼이이….
그러나, 사도는 너무나게 간단히 오른팔로 공격을 막으며 타카기가 탄 영호기를 밀쳐내려 합니다….. 팔에서부터 피 비스무리하게 보이는 것이 뚝 뚝 흘러나오고 있어서 공격이 통했는가 싶지만, 아직도 멀쩡히 서 있는 거인의 모습으로 보아 공격이 먹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AT필드를 전개하며 공격한 것만으로도 사도가 피를 흘리는 것으로 보아, 전개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성과가 있어보이는 듯 싶습니다만 아까 ‘유즈키’ 가 말해주었듯이, 가슴께의 붉은 구체를 공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듯 싶어보입니다. 좀 더 확실한 공격이 필요합니다.
그 틈을 타 나츠키가 도끼를 들고 돌진하였습니다. 타카기의 공격을 사도가 막고 있는 틈을 타, 나츠키가 도끼로 사도의 반대쪽을 노리려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츠키의 공격 역시 사도가 왼팔로 막으려 하면서 막히게 되었고, 나츠키의 초호기 역시 출발했던 방향으로 밀쳐지려 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빈틈을 노리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가 있어보이지만, 타카기의 공격을 막았을 때와 달리 나츠키를 막은 팔에선 크게 상처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AT필드를 좀 더 공격적으로 써봐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보도록 합시다.
사도는 타카기와 나츠키의 공격을 막느라 움직임이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다시 움직이기 이전인 지금이, 어쩌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준비가 되었다는 말에 아유미는 그렇냐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면을 보고는 잠시 동요하였는지 행동을 멈추었습니다. 사도, 사키엘은 비록 피로 보이는 것을 흘리고 있지만, 너무나도 간단히 양팔로 영호기와 초호기의 공격을 막아내었습니다. 과연 인류를 멸망시키러 온 적이 아니랄까봐,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 않는 모습입니다.
"슬슬, 준비하러 나가야 할 것 같아. "
시간을 확인하며 황급히 아유미가 미츠루에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영호기는 기동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기체에 비해 그닥 많지 않습니다. 곧, 미츠루가 조종석에 타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21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2021-10-10 (내일 월요일) 02:13:44
오늘 진행 처리 레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늦게까지 참여해주신 레스주분들 모두 다시한번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이건 진짜 성공 판정 다이스 문제때문이 맞는 거 같은데(...) 오늘 진행해보니 성공 판정 다이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파일럿에게 회피다이스가 필요할 때 아니면 최대한 생략하고 진행해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사도쪽에서 공격해오는 일이 없으면 회피다이스는 잠시 생략해둬도 괜찮으니까요.
>>219 사전 테스트가 없단 게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이 문제는 테스트기능으로 다이스를 돌린 후 캡쳐하여 결과를 올리는 식으로 해결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레캡입니다.
>>224 는 전투시스템 에도 나오지만 성공 판정 기준치가 (100 - 싱크로 테스트 결과) 이상 으로 잡히기 때문인데(...) 아무튼 그래서 싱크로 테스트 결과가 좋을수록 공격 성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수치가 낮게 나와도 공격이 먹히도록 할수있습니다. 싱크로 테스트 결과는 뭐가 됐든 높게 나오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223>>225 말씀 정말로 감사합니다. 힘내서 더 나은 진행을 선보이는 레캡이 되겠습니다 (ㅎㅠ)
어서오세요 캡틴 :> 오늘 비가 오다 그치다하니 바람이 선선하네요. 제2의 관심사가 없는 것은... 제가 생각 안해두기도 했고(?) 나츠키의 정신상태가 차마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의외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복선일지도 모르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중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하여간 그렇습니다?(?? 나중에 끼워맞추면 뭐라도 나오겠죠...ㅎ...(대체
Q 에피소드가 네 개인데 왜 최대 6주를 예상하고 계시나요? A 이 수치는 개인 퀘스트 전개까지 포함한 것인 점 미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80>>281 어서오세요 나츠키주, 타카기주. 좋은 저녁입니다. 두분 모두 저녁 든든히 챙기셨나요? 어제 진행 마지막 판정레스로 보여드렸듯이 비록 공격은 실패하였지만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타카기가 생각했던 작전은 성공적인 작전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놈의다이스만아니었더라면 좀 더 전개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여기가 중요한 부분이다. 세컨드 임팩트로 인해 전 세계의 해양이 붉게 물들어 해양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지. 이 변화가 가져온 파급 효과에 대해 발표해 볼 사람?”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교실 안에 선생의 목소리가 울린다. 수업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은 녀석들은 조용히 졸거나, 가만히 앉아 한 귀로 흘리거나, 아예 선생의 눈을 피해 딴 짓을 한다. 나 역시도 책상에 엎드려 있다. 듣는 척도 하지 않으면서. 딱히 불량 학생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모범생 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두 종류의 거부감이 오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지금의 결과다. 생각 없이 결석했다면 좋았을 텐데. 얼굴을 실컷 비추는 햇볕이 따갑다. 뒤척이듯 그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동급생이 일어나 발표한 후 다시 앉는 소리가 들린다.
‘이 다음은 해양 자원의 붕괴와 그것이 가져온 인류의 위기에 대해 설명하겠지.’
듣지 않으려 해도 귀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고, 하던 일을 마저 한다. 전투 시뮬레이션과 이미지 트레이닝. 머릿속으로 그려 볼 뿐이라 어찌 보면 의미 없다 할 수 있는 것들. 미지의 적 앞에서 한낱 나의 상상력 따위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도라 불리는 그것들과 싸우는 상상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뎌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이 끊임없이 다가온다. 녹슬어 버리는 것은 무서웠다. 아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끼가 끼어 버린다면 그런 나는 행복했을까. 아무리 무뎌진다 해도 완벽한 원이 될 수 없기에 차라리 날카롭고자 했다. 그렇지만.
‘역시 이런 거 의미 없어. 시간만 낭비할 뿐인데.’
학교가, 집이, 제3도쿄시가 파괴되는 모습을 한가득 떠올려 보고 나서는 전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스스로가 지쳐 가는 것이 느껴진다. 계속되는 일상에 지쳐 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평화에 지쳐 있다. 그것들, 인류의 적을 기다리다 지쳐 있다. 그것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마음속으로 대비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대로는 무엇을 위해 벼려진 칼인지 모른 채 썩어 버릴지도. 무엇을 해도 전부 의미 없다 느껴질 정도라면 차라리 지금 당장 전장에 나가는 것이 편할까.
‘아냐,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와.’
마음을 그렇게 먹는 편이 낫다. 단순한 것이 강력하다고 하더라.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만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조금 무뎌진다 하더라도 때가 오면 단번에 녹슨 표면을 깨부수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아무리 머리를 싸맨들 소용없을 것이다. 알면서도, 알면서도. 지금의 나는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까. 스스로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겨우 재건된 사회가 다시 파괴되길 바라다니. 그러나 소망은 파괴 자체가 아닌 또 한 번의 회복에 있다고 자기변호를 해 본다. 그것들을 격퇴하고, 도시가 재건되고, 그 안에 섞여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이라 결론 내리기도 전, 문득 자신과의 대담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소모적일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이 이상은 그만두자. 너무 깊은 사색은 도움이 되지 않아.’
햇볕이 쨍하니 내리쬐고 선생은 수업 내용을 읊고, 나는 아무 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다. 놀라우리만치 평온해진 찰나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자문자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선잠으로 도피하고 만다. 冴えすぎるままに不一致が流れてく 꿈조차 꾸지 않고 현실로 돌아오기 전까진.
도끼가 팔로 막힌 거야 그렇다 쳐도, 상처가 없잖아? 저쪽 파일럿이 공격했을 땐 잘 들어간 것 같은데. 뭐지. 뭘 잘못한거지? 열심히 공격이 실패한 원인을 생각하면서, 일단 밀쳐지고 있으니 뒤로 물러서서 자세를 다시 잡았다. 뭐지, 뭘 놓친걸까 나는... 앗. 그 방어막인지 뭔지를 안 했구나. 그래서 그런가?
"아 진짜! 짜증나 열받아 개빡쳐!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진짜!“
거의 내려치듯이 거칠게 조종석 레버의 중앙 버튼을 눌렀다. 이제 이걸로 공격이 먹히는 거겠지? 움직임이 멈춘 지금이 찬스... 힘껏 레버를 당기며, 도끼를 들고 다시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빡치니까... 한번 더, 받아라!!“
어느정도 가까워졌을 때 점프, 그리고 그대로 체중을 실어서 위에서 아래로, 사도를 향해 도끼를 내리쳤다.
이젠 노골적으로 비슷한 존재라고 말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지 분간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단 하나. 네르프는 오래전부터 저 괴물의 존재를 포착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우리 사는 둥근 세상이 고작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작은 점 위에서 살아가는게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냐. 고작 우주를 표류하는 돌조각 위에서.
'괴물을 모방하는 연구가 단시간에 끝날 리 없다. 적어도 수년에서 십수년은 걸릴 과제. 그리고 동기. 괴물과 조우하고 대비해야겠다는 동기. 그 동기를 얻을만큼 극적인 사건. 십수년 안에서.'
세컨드 임팩트. 내가 아는 한 그것말고는 없다. 괴물이 유성에 묻어오기라도 했나?
"분석...부, 분석합니다."
머리통을 돌려서 부장의 눈치를 보려는 반사반응을 의지로 참아냈다. 이를 앙다물고 눈 앞의 모니터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루미는 최대한 침착하려 하며, 눈 앞의 모니터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사도의 행동을 분석하려 시도하였습니다…
정리해 보도록 합시다. 거인의 움직임은 공격을 받으면 느려지고, 공격을 받지 않으면 뛰어가다시피 하였습니다. 재래식 병기는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거인의 걸음을 느리게 만들 수는 있었습니다. 거인은 가슴께의 붉은 구체로 날아드는 공격을 유난히 막으려 하였고, 아니, 그걸 막는 데에만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인류가 준비한 병기 [ 에반게리온 ] 이 달려드는 걸 막느라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원거리에서 인류가 날린 포탄은 실패하였지만, 에바가 가까이 달려들어 날린 공격은 어느정도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인의 행동 패턴으로 보면 이렇게 생각해 볼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근접전으로 거인을 몰아붙이면서 저 구체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저 거인을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요?
나루미는 패턴 분석에 성공합니다!
타카기는 다시 검을 잡고, 사도를 향해 검을 들어올리려 시도하였습니다. 역시 처음 타고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일까요, 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공격하는 데 있어 아직은 미숙하였습니다. 겨우 사도가 피를 흘리게 하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지금으로썬 아직 그 뿐이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며,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은 없습니다.
제 앞으로 팔각형의 투명한 파장을 퍼트리며, 타카기는 검을 들고 사도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다시금 이쪽으로 달려드는 타카기를 본 거인은 재빨리 타카기를 향해 손을 뻗어 AT필드를 전개하려 하였습니다만, 과연 그가 알았을까요. 자신이 검이 아닌 AT필드를 먼저 맞게 되리란 것을요. 순간이었지만 두 파장이 겹쳐지더니, 곧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파장이 끊기었고, 이내 필드의 안쪽으로 검이 관통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밑으로. 동시에 옆으로.
- 키이이이이이이….
사도, 사키엘은 타카기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밀려납니다…. 고통스러워 내고 있는, 절규하는 소리입니다. 붉은 구체가 당장 완전히 깨지진 않았습니다만, 이것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타카기가 한 공격으로 인해 구체에 선명하게 패인 흔적이 남게 되었음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나츠키 역시 필드를 전개하며 사도를 향해 달려들려 시도합니다. 이제 막 에바를 처음 타는 나츠키로썬, 지금 타고 있는 기체에 대한 정보도, 눈앞의 적에 대한 정보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만, 지금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거란 것은 확실합니다.
타카기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도의 머리를 향해 나츠키의 도끼가 내려갑니다! 사도, 사키엘은 재빨리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려 하였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칼날은 파장을 관통하여 그대로 사키엘에게로 닿았습니다. 곧, 푸슉 하며 피로 보이는 무언가가 사키엘의 머리 위로 치솟았습니다. 비록 머리가 아닌, 왼쪽 어깨 부분에 내리찍혔습니다만, 필드를 뜷고 공격이 먹혀들어간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입니다. 이대로 계속 몰아붙이기만 하면, 분명 나츠키에겐 승산이 있을 겁니다.
…시간이 충분하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 1 : 01 ] [ 3 : 04 ]
시간이 00 이하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 땅이 요동치며, 에반게리온들의 뒷 쪽으로 땅이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영호기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곧 교대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카기가 처음으로 발을 딛었던 땅이 요란한 진동을 일으키며 갈라지고, 바로 밑의 녹색 벽을 드러내려 하였습니다.
영호기의 제한시간은 3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 영호기를 계속 타고 있다간 타카기의 영호기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행동불능이 올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1분이 타카기에게 남은 이동 가능한 시간입니다.
32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2021-10-10 (내일 월요일) 23:40:15
>>311 사도 역시 인간과 같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적 역시 인간과 다를 바 없이 피를 흘린다는 것은 미츠루에게 있어 조금은 구역질이 나는 사실이었습니다. 동족혐오라는 걸까요? 천만에요, 저 눈앞의 재앙이 우리와 같거나 비슷한 존재일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미츠루는 교대를 준비하기 위해 건물을 나섭니다... 곧 교대하게 될 시간임을 알리듯, 건물을 나서자마자 미츠루는 요란한 레일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부 직원들이 웅성이며 서 있는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츠루가 테스트를 받으러 갔을 때 엔트리 플러그가 있었던 그 자리입니다.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영호기가 곧 올겁니다. 가장 먼저 개발된 에반게리온. 프로토타입prototype. 최초의 에반게리온이 돌아올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아직 영호기가 돌아오지 않은 듯 하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보도록 합시다…
32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73L9YXBnRw)
약점이 있고, 무기가 있다. 단 하나의 길이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무기로 약점을 찌른다. 끝. 이미 부장이 파일럿들에게 전파한 내용이다. 모쪼록 붉은 구체를 부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말이다.
문제는 무기로 약점을 '어떻게'찌르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파일럿들의 역할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검과 도끼로 괴물을 몰아붙이고 있고, 붉은 핵에 유효타도 먹였다. 워낙 초유의 사태에 초유의 적을 맞이하니 도출되는 결과도 구태의연할수밖에. 정보가 많이 없으니까.
"지금으로선 에바로 핵을 부수라는 말밖에는 못 하겠습니다. 사실 부장님이 이미 하신 말씀이었고, 파일럿들도 알아서 그곳을 노리고 있으습니다."
어라. 그렇게 되면 내가 할 일이 있나?
".......적어도 괴물이 격투기에 소양이 있어보이진 않으니 다행입니다."
막 괴물이 가드를 올리고 잽잽 스트레이트를 그림같이 박아넣으면 위험하겠지. 그래도 괴물은 AT필드 어쩌구가 있다고 격투술을 익히는 걸 게을리한 모양이었다.
도끼로 내리친 왼쪽 어깨에서 피로 보이는 것이 치솟는다. 아까와는 다르게 제대로 공격이 먹혔다! 머리를 찍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래도 왼쪽 어깨를 공격하는데 성공했다. 좋아, 이대로 하면 할 수 있어! 묘한 고양감이 전신을 감싼다. 이대로 공격하면,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 좋아, 이번엔 저 빨간 구체를 목표로 하자. 그보다 처음부터 저길 노리라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좋아, 간다-라고 기세놓게 외치려다가 멈칫했다. 땅이 다시 열리고 있고, 아까 유효타를 먹인 저 하얀 것에 타고 있던 사람이 돌아간다는 통신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에- 진짜?
"어? 에, 뭐야? 왜 돌아가는거야? 에? 진짜? 아니 진짜... 너무하잖아... 대체 뭐냐고...“
이럴수가. 베테랑(?) 파일럿이 빠진다고? 진짜로 생초짜인 나만 남기고 간다고?! 너무하잖아! 퇴장하는 하얀 쪽을 보다가, 거인을 보다가, 우왕좌왕하던 시선이 거인에게 고정되었다. 아 진짜!! 퇴장이라면 이쪽이 하고 싶은데!! 왜 나만! 왜 내가 이런 일을!! 이것도 전부 저 거인 때문이야, 전부. 전부!!전부!! 망할 아버지 때문이야!!
"진짜... 뭐냐고.. 진짜아.... 으으으아아아아!! 뒤져버려!!“
거인의 어깨에 박았던 도끼를 뽑아내어, 이번엔 야구배트를 휘두르듯 수평으로 휘둘렀다. 머리가 아닌, 붉은 구체를 노리고서.
최대한 남은 시간에 맞춰 타카기가 탄 에바 영호기는 뛰어갑니다. 처음 올라온 곳으로, 사출구가 있었던 곳으로 달려갑니다....
다행스럽게도 타카기는 시간에 맞춰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눈깜짝할 새 빠른 속도로 지오프론트, 2번 게이트에 도달한 영호기는, 행동 정지가 오기 전에 무사히 왔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 엔트리 플러그 사출시켜! - 파일럿 나오는 즉시 코어 교체 서둘러! 곧바로 발진시켜야 한다! -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엔지니어들과 기술부 직원들의 고함소리가 유난히 시끄럽게 들려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다급한 모양인데, 정말로 1~2분 안에 이 모든 걸 끝내고 교대할 수 있을까요? 곧, 에바의 주변으로 수많은 거대한 기계팔들이 닿고, 엔트리 플러그가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미츠루는 볼 수 있었습니다.
타카기가 엔트리 플러그를 빠져나오는 즉시, 미츠루는 바로 조종석에 탑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탑승하는 데 성공하였다면, 덜커덩 거리는 소리와 함께 LCL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이런 것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한 미츠루이지만, 역시 이 피냄새는 솔직히 말해, 기분이 나쁩니다.
한창 인터페이스 접속이 시작되기도 전에 에바가 사출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종석 화면이 바깥을 보여줄 무렵에는, 아예 발진하기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갑작스레 지상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충격에 대비해 주십시오.
조금 전에 분석하면서 나루미가 알수 있던 점이 또 있었습니다. 비록 필드 전개에 익숙해 막으려 할 필요가 없을 거인이었습니다만, 거인이 공격을 막을 때 유난히 팔을 중점적으로 쓰지 않았던가요? 분명, 두 팔과 두 다리가 멀쩡히 있는 거인이었습니다만, 처음 거인을 마주하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상하리만큼 거인은 발을 쓰는 법이 없었습니다. 공격이고 방어고 모두 양 팔 만 이용하였고, 발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였던 거인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거인은 격투술을 모른다 해도 그래도 팔로 막는 것은 아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
이오리는 나루미의 말에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마이크를 키고 나루미 편으로 다시금 돌려놓았습니다.
"일단 이 사실은, 지금 현장에 나가 있는, 곧 나갈 파일럿들에게 제일 먼저 알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나루미에게는 할 일이 없지 않습니다. 나루미에게는 여전히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파일럿들에게 나루미가 분석한 결과와 약점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눈 앞의 사도가 스러지기 전까지 이 업무는 계속될 것입니다.
갑작스레 돌아가는 에바 영호기를 나츠키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거인에게로 시선을 집중하였습니다. 영호기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이젠, 이젠 나츠키 혼자서 저 거인을 상대해야 한단 걸까요? 정말로? 물론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나츠키가 생각하고 있긴 어렵습니다. 지금은 저 거인에게 맞서 싸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츠키는 AT필드를 전개하며 다시금 거인에게로, 거인의 가슴 중앙을 향해 도끼를 내리치려 하였습니다. 제발, 제발 이번에도 또 공격이 닿는다면 좋을텐데요!
- 키이이.........
하지만...유감스럽게도, 이번에는 공격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사키엘은 예의 공격을 막을 때와 같은 괴성을 흘리며, 이번에는 오른팔로 나츠키의 공격을 막으려 시도하였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이전에 막았을 때는 거의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만, 지금의 사키엘은 도끼가 닿은 부분마다 피를 계속 흘리고 있단 점이었습니다.
나츠키의 초호기는 사도에 의해 다시 왔던 방향으로 잠시 밀려납니다.... 비록 공격은 실패하였습니다만, 저 거인이 다시 피를 흘리게 만들었단 점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정면을 향해 날린 공격인 만큼, 사도 사키엘이 나츠키의 공격을 바로 막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이렇게 사도가 공격을 막는 데만 급급해 있는 지금, 지금 빈틈을 노려야만 합니다. 다시 거인이 공격하려 하기 전인 지금이 기회입니다.
363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OB7u3YZmso)
하지만 성의없이 '쟤 격투술 모르니까 그냥 무기로 후리세요' 이딴 식으로 말하면 단언컨대 난 오늘 해고당한다. 그럴 수는 없어. 나는 '무기로 후리세요' 이 일곱 글자와 나의 배경지식을 결합해 최대한 그럴듯하게, 아니 그럴듯하게가 아니라 진짜 그럴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파일럿들에게 해주어야 한다.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입 가까이 대었다.
"그으... 대놓고 약점만 노린다면 공격이 단조로워집니다. 우선 눈 앞에 있는게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두 팔과 두 다리, 하나의 머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사람의 심장 외에도 노릴 곳은 많습니다. 괴물이 팔로 막으면 팔부터 끊는 것도 방법이 될겁니다. 팔을 잡아서 치우고 심장을 노려도 됩니다. 다리를 까서 주저앉혀도 됩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이것이다.
"파일럿은 지금 사람과 싸우고 있습니다. 사람과 싸우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시고, 그대로 행동해보세요."
@괴물이지만 서로 체급이 같고 신체구조도 비슷하니 이건 인간과 인간의 싸움으로 봐도 무방하다.
막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다시 원래 있던 방향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하지만 왼팔을 못쓰게 만든 건 확실하고, 오른팔도 도끼를 막은 부분에서 피가 계속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분하네. 한번에 해치우고 싶었는데!! 보란 듯이 저걸 쓰러트려서, 망할 아버지를 놀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 거지? 빨간 거? 하지만 팔이 계속 방해야. 팔을 노려? 그치만 빨간 걸 우선적으로 노리라고 했고. 으음...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또 통신이 들어왔다. 이번엔 다른 목소리... 어른의 목소리다. 작전지시라는 걸까.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음... 그치만..
"아니 저, 사람하고 싸워본 적이 없는데... 아- 아무튼 알았어요. 일단 팔부터 박살내라는 거죠?“
그럼, 지시를 받은 대로 해야겠네! 사람하고 싸워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팔을 잡아서 치우고 심장을 노리든 다리를 까서 주저앉히든 하라고 했으니까! 초짜인 나보다는 어른인 저쪽이 더 많이 알고 있겠지. 그럼 그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다시 거인에게 달려들어 오른팔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 팔을 공격한다. 다이스의 신이시여 제발...
371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OB7u3YZmso)
나루미는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통해 파일럿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합니다. 나루미가 보고 파악한 정보들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나루미가 판단한 대로, 거인과 에반게리온은 체급과 필드 유무, 신체 구조 등을 포함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일개 인간이라면 공격이 통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파일럿이 탄 에반게리온이 거인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최대로 활용해 몰아붙인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나츠키는 통신을 들은 대로 도끼를 들고 사도의 팔을 향해 돌진하였습니다. 사람과 싸우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사람과 싸우듯 적을 대하란 것을 의미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나츠키가 움직이면 되는 겁니다. 당황한 사도가 뒷걸음질치려고 할 때, 나츠키의 초호기가 든 도끼가 사도의 오른 어깨를 향해 내려가고, 닿으려 하였습니다.
- 끼이이이이!!!!!!!
아무리 지금 나츠키가 기체에 타고 있는 것이라지만, 도끼질 한번에 이렇게 깔끔하게 잘리게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평범한 로봇이 아니라고 해도 믿기 어렵습니다. 아니, 애초에 로봇은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끼가 사도의 오른 어깨를 정면으로 관통하고, 이윽고 사도의 팔이 도로 바닥으로 떨어지려 하였습니다….
나츠키는 사도 사키엘의 오른팔을 완전히 잘라내는 데 성공합니다!
나츠키가 한창 사도를 공격하고 있는 동안, 2번 게이트에서부터 영호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다만, 아까와 달리 전혀 다른 새로운 파일럿이 타고있는 채로 말입니다. 이제 막 지상으로 올라온 미츠루의 앞으로, 방금 무기를 집어갔던 무기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 3 : 00 ] [ 2 : 04 ]
원하시는 무기를 들어주세요. 무기를 들자마자 바로 공격에 돌입하셔도 무방합니다. 공격을 시작하는 즉시 영호기의 시간은 흘러갈 겁니다.
손에 감촉이 남은 것 같은... 착각일까, 착각이겠지? 내가 잘랐지만 정작 잘릴 줄은 몰랐으니까, 아니 분명 박살내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건 그냥 방어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이었고... 사람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격했는데 팔이 뎅겅 잘려버렸으니, 뭔가... 뭔가.. 모,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감정이나 충격에 빠져있기엔 이른 것 같았다. 아직 눈 앞에 저게 서있고, 또 다시 공격을 해야하니까. 이번에야말로 저 빨간 걸...!
"이걸로 끝이다!!“
이번에야말로, 빨간 구체를 노리고 도끼를 휘두른다. 마지막 풀스윙이다! 이것만 맞추면 끝이야! 보라고, 망할 아버지!!
지상으로 올라와 사도와 대면. 화면 상으로 본 것보다 더 흉악해 보이는 그것의 모습에 잠시 주춤할 뻔도 했다만- 이제 와서 도망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자신은 사도를 섬멸해야만 한다.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미츠루는 다른 파일럿이나 본부와의 통신 상태를 확인하고는 한 마디 던진다.
"다음 번엔 급소를 노리는 게 좋을 거야."
무기고에서 라이플을 꺼내들고는 사도를 향해 발사한다. 낮은 싱크로율의 영향인지 날렵한 기동이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뛰어들어 섬멸하는 것이 안 된다면 자신은 조금이라도 저것의 주의를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초호기가 공격하는 동안 AT필드를 전개한 채 사격 공격으로 사도를 방해하여 다이스 난이도를 낮추려 해 봅니다...
미츠루는 라이플을 꺼내들고는, 사도를 향해 초점을 맞추려 하기 시작합니다. 비록 낮은 싱크로 테스트 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지금의 미츠루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원거리일지라도 충분히 사도를 섬멸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이 라이플로, 이 AT필드를 통해. 그러니, 지금은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도를 섬멸하는 데 집중하여도 괜찮습니다.
이윽고 라이플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사도 주변으로 AT필드가 전개된 미츠루의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발 한발 쏘아질 때마다 총알이 날아간 곳이 한 곳, 한 곳씩 푸른 하늘색으로 채워지는 것을 미츠루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손가락, 그 다음에는 팔, 다리, 어깨……
미츠루의 공격은 모두 사도에게 명중하였습니다. 적어도, 이제 사도 사키엘이 더이상 움직이기 어렵도록 하는 것은 성공한 듯 보입니다. 사도 사키엘은 반격하려다 말고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츠루의 화력 지원을 받으며, 나츠키의 도끼가 사도를 향해 날아듭니다. 이걸로, 이걸로 정말 마지막이 되기를 빌며, 나츠키는 사도의 가슴 중앙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으려 하였습니다.
- 끼이이...... - 끼이이이이.......
도끼가 사도의 가슴 중앙에 깊숙이 박히고, 붉은 구체가 완전히 박살나 도롯가로 일제히 구체의 파편이 떨어질 무렵,
- 끼이이이이!!!!!!!!!!!!
비명을 지르는 사도, 사키엘의 머리 위로 동그란 무지갯빛이 퍼지더니, 일순간 주위가 새하얘지기 시작합니다. 한순간이지만 파일럿들의 시야가 모두 눈부시게 하얀 백색 빛으로 가득차려 하기 시작합니다! 엔트리 플러그에 탑승한 상태이기에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빛을 바라보는 건 주의해주십시오.
중앙지령실의 화면에 비치는 풍경은, 사도 사키엘이 있었던 자리에 십자가형 광선이 내뿜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방금 전까지 도시를 호령하던 거인의 형태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는 눈부시게 새하얀 빛이 십자가 형태로 채우고 있습니다. 멀리서 비추고 있는데도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울만큼 거대한 크기입니다. 화면상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마 이 빛이 사라지고 나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굳이 빛이 사라지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화면상만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나루미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사키엘의 모습은 더이상 화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말도 안돼. “
그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유즈키 이오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꼭, 이러한 형태의 최후로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단 5분,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에반게리온이 보여준 성과는, 예상 그 이상의 결과였습니다. 인간의 무기 앞에선 기세가 등등하던 거인, 사도 사키엘은 에반게리온의 출격 이후 그 기세를 잃고,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그 누구도 이 정도일줄 생각하지 못했을 엄청난 성과입니다.
[ 2 : 40 ] [ 1 : 21 ]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남기고, 파일럿들과 에반게리온은 제3사도 사키엘을 무찌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오로지 온전한 인간의 정신만으로, 에바를 조종해 제압하였습니다.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파일럿 여러분들께서는 사출구가 열리는 즉시 게이트로 내려가 주십시오. 곧 엔트리 플러그 사출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나츠키는 모르거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했던 나츠키의 말은 중앙지령실 전체에 퍼졌습니다. 과연 누가 듣고 있었을지는 부디 좋은 쪽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402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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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모두 수고..) 02:13:00
오늘 전투 진행은 >>401 반응레스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늦게까지 전투에 참여해주신 레스주 여러분들 모두 진심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눈부신 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제대로 부순 거 맞겠지... 제대로 끝낸 거 맞겠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열린 사출구를 통해 내려왔다. 다시 아래로. 이 이상한 피냄새 나는 물이랑도 이제 안녕인가.
"...하아.. 뭔가... 엄청나네...“
꿈인가. 꿈이 아닌가? 현실이겠지? 팔을 잘랐던 그 느낌도, 고양감도 전부. ...꿈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이상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상한 로봇에 탄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는데도 꿈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플러그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다보니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기세에 맡겨서 망할 아버지라고 힘껏 외쳐버린 것 같은데. ...통신... 이어져 있었던가...? 아니, 그야 망할 아버지 들으라고 한 말이긴 하지만, 아니 사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 들었으면 좋겠네 정도지! 아무튼 아버지가 들었다면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일이야. 반쯤은 그럴 의도긴 했고,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버지 외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면... 그것도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거의 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인데...
"...내 이미지가... 첫날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 진짜아아...“
이것도 전부 망할 아버지 때문이야... 갈아입고 벽에 걸어둔 슈츠를 가볍게 주먹으로 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 세상에 정말 불가능이란 없을까? 모든 상황에 그 말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것에게 공격이 한 발 한 발씩 명중하는 것을 보고, 미츠루는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낀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또한 아직 그것에 완전히 삼켜져서는 안 된다.
미츠루가 사격하는 동안 초호기는 도끼를 휘둘러 사도의 가슴에 깔끔하게 명중시킨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전투 내내 버틴 것은 인상적이다- 라고 생각할 무렵 들려온 소리.
분명 아버지라고 했지? 전학생, 새로운 적격자, 초호기의 파일럿. 그리고 그 애의 아버지.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그러나 우선은 십자가 형태로 우뚝 솟은 빛기둥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눈이 부시고 또 부셔서 멀어 버린다 해도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동공에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좋을 것은 또 뭐람. 얌전히 매뉴얼을 따른다.
첫 전투에서 에바는 굉장한 성과를 보였다. 이제 에바 파일럿은 그 누구보다 귀중한 전력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데는 조금 걸릴 것이다. 그러나,
>>418>>419 만족스러운 진행이 되셨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ㅋㅋ) 에필로그 진행은 캐릭터들이 처음 출발한 게이트 내부에서 시작될 예정입니다. 총사령관과의 조우는 아마 2~3번째 진행레스에서 이루어질 듯 싶습니다.
>>421 첫 전투 진행인만큼 이번 진행에서 오퍼레이터 관련 튜토리얼은 확실히 해두고자 하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어떻게 진행에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어제오늘 전투 진행에서 나루미는 정말 오퍼레이터로써 훌륭히 활약해주었습니다. 유일한 오퍼레이터로써 꾸준히 진행에 참여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전투때도 이번 전투를 참고하셔서 움직여주시면 됩니다!
나는 목마를 타고 부엉이처럼 모가지를 까딱거린다. 권총을 휘두르는 장교의 어깨, 손목을 자세히 보았다. 별 하나에 굵고 짧은 선이 하나씩. Lieutenant Junior Grade, 자위대로 치면 이등해위 정도. 패스다.
"어때, 좀 보여?"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요."
"야이...진짜 믿어도 되는거야?"
"서둘러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니까!"
이등해위는 무늬만 장교지. 맘대로 뭘 할 처지가 아니다. 비장의 패를 저 정도의 사람에게 내보였다간 일을 망칠 공산이 컸다. 최대한 높은 사람. 스스로 지휘하고 책임지는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아저씨는 나를 땅에 내려주고, 인파를 뚫으며 힘겹게 길을 열었다. 가족들과 나는 억센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인파의 격류는 쉬는 법을 몰랐다.
..........
부채꼴에 브이자 두개, 엑스자 닻에 새 마크. CPO, 이등해조.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줄 둘. Lieutenant, 일등해위. 패스.
별 하나 선 하나. Ensign, 삼등해위 . 완전 쏘가리네. 패스.
별 하나에 굵은 선 두개 사이 얇은 선. Lieutenant Commander, 삼등해좌. 이건....해볼만한가...?
"어떠냐! 이번에는 좀 가자....!"
"패스."
"야 임마 너 장난하냐!!"
"목숨걸고 도박을 할 생각이에요?! 확실하게 가야할거 아냐!"
사람들은 조급해졌다. 배가 하나 둘 떠나는게 보였기 때문이다. 승선을 포기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온건한 편이었다. 피난민 무리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미군들은 기관총을 장벽 위에 걸고 총구를 겨눴다. 군인에게 달려들다 납탄 한 방에 가는 사람도 있었다. 웅성대는 사람들은 으르렁거리는 가스탱크 같았다. 밸브가 헐거워지고 철판에 금이 가서, 불똥 하나만 떨어져도 펑! 터져버릴것처럼..
"정신차리고 똑바로 찾아! 여기서 못하면 다 죽는거다! 이젠 뒤로 돌아갈수도 없어! 여기가 마지막 초소야!"
"보채지 마요 제발... 나도 미치겠어....!"
숨소리가 떨린다. 입 안은 바짝바짝 말랐다. 아저씨 말대로 이 초소가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눈에 실핏줄이 터지도록 그곳을 노려다보았다. 하지만 구원군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지었다.
"어! 야야!! 초소 말고 저기! 옷이 좀 화려해 뵈지 않냐?!"
"어디요?!"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초소가 아닌 장벽 위였다. 장교복을 입은 두 사람이 피란민을 내려다보며 거닐고 있었다. 한 사람은...일등해위. 이런 씨발! 다음 사람은? 나이가 있어보이는데! 잘 안보인다! 조금, 조금만 더...
별 하나에 아주 굵은 선 하나. 그 안에 또 선 두개....
Rear Admiral. 이종 해장보나 일종 일등해좌.
....찾았다. 장성이다!
나는 홀린듯 내려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많던 사람을 어떻게 혼자 뚫어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입은 척수반사적으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살기 위해서 장성의 발가락이라도 햝을 각오를 품었다.
..........
- Admiral!!!!!! - Admiral!!!!!!! - Please listen to me!!!!!
일본어로 나불대면 묻힌다. 나는 영어로 말하면서, 준장을 똑바로 쳐다보고, 멧돼지처럼 날아들었다. 중간에 군인에게 막히겠지. 하지만 준장을 보고 달려가야 붙잡는 선에서 끝난다. 총든 군인을 보고 달려들면 총을 맞지. 관심사는 네가 아니란걸 어필해야 했다.
- hey, hey! stop!
군인에게 붙잡히는 동시에 준장과 눈이 마주쳤다. 절반은 성공했다.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얇은 종이배를 엮어 끓는 군중의 파도 위에 띄웠다. 나의 모든 희망. 꼬깃꼬깃한 종잇장들이 찢어질 듯 팔랑거렸다.
아버지의 미군 친구들에게 귀염받으면서 익힌 영어와 지식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죽어 진즉 주검까지 썩어버렸을 것이다. 사세보까지 오는데 고생을 많이 해서 거지꼴인게 다행이었다. 더 처량하고 절박하게 보일테니까. 머릿속에서 준비한 대사를 목이 쉬도록 질러댔다.
- [50년 전 흥남처럼!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준장님!] - [██ 준장니임!! 절대 미국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가 되지 않겠습니다!] - [반드시 미국에 보답하겠습니다! 절 데려가 주십시오!!!!!!]
생존본능이란게 정말 놀라운 것이다. 나는 난리통 속에서 준장의 명찰을 똑똑히 보고 즉시 활용에 나섰다. ██ 준장은 수상할 정도로 눈치가 빠르고 영어가 유창한 일본인 여자를 빤히 보았다. 그는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이다. ██ 준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의 진언이었다.
- [가까이 와보게]
그의 입과 혀는 마법 열쇠와 다름없었다. 군인의 손이 놓였다. 장벽에 찰싹 달라붙어 서류를 높게 들자, 아까 씨발이라고 생각했던 일등해위가 종이를 받았다. 그는 ██ 준장의 부관이었다. 나는 피란민들의 눈빛을 등으로 느꼈다. 일대가 소름끼치도록 조용해졌다. 쟤가 들어가면 그걸 포석으로 나도 들어가야지. 그들의 생각을 맡을 수 있었다.
- [왜 현지 협력자 이송일에 맞춰서 오지 않았나?]
- [아버지랑 어머니가... 동생을 찾으러 나갔다가 실종되셨습니다. ██월 ██일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혼자라도 가라고 하셔서...]
- [준장님, 신원 확인 끝났습니다. 현지인 근로자의 직계 혈족이 맞습니다]
- [어디, 나도 신분증 좀 보세]
██ 준장은 더듬더듬 내 이름을 읽었다. Narumi Fukamizu. 내가 영어를 하는 만큼 그도 일본어와 가나에 익숙했다. ██ 준장의 입에서 내 이름이 읽혔다는 것은, 뭐라고 할까, 생명책에 내 이름이 오른 셈이었다. 그의 어투에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 [거주지가 요코스카로 나오는군. 가족 일은 유감이고,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들어와도 ㅈ...]
- [...██ 준장님, 염치불구하지만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어?]
- [부디 저 사람들도 함께 들어가게 해주시면..... 저 일가족이 아니었으면 전 사세보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피란민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가는데 내가 말한 일가족만 눈치없게 환히 웃고 있었다. 나는 야마다 일가를 시즈오카의 앞바다에서 처음 만났다. 요코스카와 사세보는 열차로 8~9시간 거리다. 도쿄가 폭탄을 쳐맞아서 주변이 쑥밭이 되기도 했고. 자력으로 시즈오카까지 간 것도 기적이었다.
운 좋게도 야마다 일가는 보트가 있었고, 나에게는 정보와 서류가 있었다. 함께 사세보까지 가서 미군 배를 타자고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육상 장애물을 스킵하고 기타큐슈를 거쳐 이마리에서 보트와 작별했다. 가끔 기름을 찾아다니고 군함을 피해 숨는 것만 빼면, 그리고 일본 열도가 폭삭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교적' 쾌적한 여정이었다.
그들이 날 사세보까지 데려왔으니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 준장이 조금만 더 자비를 베풀었다면... 마무리까지 완벽했을텐데..
- [그건 안되네. 난민 자격이 없는 사람일세]
- [하지만 저, 저들이 아니었다면....]
- [같은 말 두번 하게 하지 말게]
- [야마다 씨는 보트를 잘 다룹니다! 오는 동안 한번도 군함에 들키지 않았다구요!]
- [그러면 계속 거기 있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 [미안하게 됐네. 들어오는 사람은 자네 하나야]
저기 옆에, 잠겨있던 작은 철문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이 내게 이리 오라 손짓한다. 하지만 야마다 일가는 저지선에 가로막혀있다. 상황 돌아가는 걸 분간한 야마다 일가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간다.
- [이보쇼! 우리가 저 아가씨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지금 우리만 안된다고 하는 거야?!]
"나루미 누나? 아니지? 우리 같이 왔잖아. 저 아저씨한테 뭐라고 해봐 빨리!"
야마다 아저씨도 선박통신 덕분에 영어를 알았다. ██ 준장은 고개를 젓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가스탱크에 불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희망을 빼앗긴 야마다 아저씨의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난 바닥에 못이 박힌 채였다.
- [개새끼들아! 배은망덕한 년! 내가 이러려고 여까지 온줄알아! 어!! 그냥은 못 간다! 어디 쏠 테면 쏴 봐라!!]
결국 아저씨는 어리버리한 군인의 총에 손을 대려 했다. 대가는 단호하고 잔인했다. 쾅!! 쾅!! 쾅!! 다시 보니 날 데리러 온 사람은 하늘에 권총을 쏘던 장교였다. 그는 인정사정없이 아저씨의 가슴팍에 총알을 박았다. 불이 붙는다. 그 세 발에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열린 철문을 보고 외쳤다.
"문이 열렸다-!"
..........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렸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퍼졌다. 피란민 무리의 짐승같은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살아있는 좀비였다. 통제불능의 성난 군중. 절벽으로 달려가는 레밍 떼처럼... 와아아아- 와아아아- 하고 달려온다. 난 그때 선채로 기절했던 것 같다. 장교가 날 끌고 들어와 문을 닫고, 기관총 소리 소총 소리 함성과 비명소리.. 화약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아마... 결사의 돌격도 오래가진 못했을 것 같다. 그들은 한낱 민간인이다. 죽음이 닥치면 놀라서 달아나겠지. 많이 죽지는 않았을 거다. 본보기로 몇 명만... 나는 ██ 준장의 곁에서 걸으며 뒤를 돌아봤다. 장벽 위의 군인이 나를 보고 있었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게 분명했다. 황급히 바닥을 보았다. 하지만 ██ 준장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 [미국에게 보답하겠다고 했지? 그러려면 고생 좀 하겠어 그래] - [우리 병사들을 살인마로 만들어버렸잖나]
나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부두로 달려갔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 속에 있는 걸 몽땅 토해냈다. 하지만 그러고서도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를 내려다볼수록 울렁거림은 더 심해졌다.
전혀 구리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 세기말 그자체였던 시기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한 독백이었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건 역시 어쩔 수가 없군요(...) 나루미의 과거에 진심으로 joy를 표하는 레캡입니다.
>>448 맞습니다. 본 어장은 성장물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절망적인 과거가 있었다 해도 나루미는 차차 이를 극복해 나갈수 있을겁니다!
참, 관전스레에 저희 스레에 대한 내용이 올라와 확인하였습니다. 저희 스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번 기회로 저희 스레와 특무기관 네르프에 대해 흥미가 생기셨다면, 언제든지 시트스레의 문을 두들겨주셔도 좋습니다. 네르프의 문은 언제나 오퍼레이터와 적격자 여러분들께 열려있습니다!
에필로그 끝나면 모여서 과자파티라도 했음 좋겠네요 첫 승리 축하라는 의미로ㅋㅋㅋㅋ 그틈에 막 자기소개도 간단히 하고 막... 방과후 작전타임 밴드 결성도 하고 막... 그랬음 좋겠어... 나루미 언니도 보호자 명목으로 파티에 참가했다가 얼떨결에 밴드멤버되고 막 그랬음 좋겠다고...(오열(???
오열<-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 하아... 진짜루... 사도 처음으로 무찔렀으니까... 얘들아어쩜이렇게귀여운거야 진짜 에필로그에 미츠루가 아니라 제가 있었으면 바로 시트캐들 볼주물주물부터 할겁니다 수고했어 얘들아!!!!! 밴드 결성되면 학교축제에도 나가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망상의 나래 펼치는 중
저녁일 하던 도중 잠시 쉬엄쉬엄하면서 잠깐 온 레캡입니다. 다들 반갑습니다. 모두들 좋은 저녁 보내고 계시실까요? 아마 수요일 쯤에 진행을 하루 쉬게 될 거 같은데 만약에 과자파티같은 레스주 일상 이벤트를 열게 된다면 그때쯤에 열게 될 것 같습니다. 시작 레스를 몇시에 올리느냐가 관건이긴 합니다(...)
눈부신 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제대로 부순 거 맞겠지... 제대로 끝낸 거 맞겠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열린 사출구를 통해 내려왔다. 다시 아래로. 이 이상한 피냄새 나는 물이랑도 이제 안녕인가.
"...하아.. 뭔가... 엄청나네...“
꿈인가. 꿈이 아닌가? 현실이겠지? 팔을 잘랐던 그 느낌도, 고양감도 전부. ...꿈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이상한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상한 로봇에 탄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경험을 했는데도 꿈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플러그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다보니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기세에 맡겨서 망할 아버지라고 힘껏 외쳐버린 것 같은데. ...통신... 이어져 있었던가...? 아니, 그야 망할 아버지 들으라고 한 말이긴 하지만, 아니 사실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 들었으면 좋겠네 정도지! 아무튼 아버지가 들었다면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일이야. 반쯤은 그럴 의도긴 했고,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버지 외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듣는다면... 그것도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 거의 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인데...
"...내 이미지가... 첫날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 진짜아아...“
이것도 전부 망할 아버지 때문이야... 갈아입고 벽에 걸어둔 슈츠를 가볍게 주먹으로 치고, 밖으로 나왔다.
이 세상에 정말 불가능이란 없을까? 모든 상황에 그 말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것에게 공격이 한 발 한 발씩 명중하는 것을 보고, 미츠루는 자신 안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낀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또한 아직 그것에 완전히 삼켜져서는 안 된다.
미츠루가 사격하는 동안 초호기는 도끼를 휘둘러 사도의 가슴에 깔끔하게 명중시킨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전투 내내 버틴 것은 인상적이다- 라고 생각할 무렵 들려온 소리.
분명 아버지라고 했지? 전학생, 새로운 적격자, 초호기의 파일럿. 그리고 그 애의 아버지.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그러나 우선은 십자가 형태로 우뚝 솟은 빛기둥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눈이 부시고 또 부셔서 멀어 버린다 해도 똑바로 보고 싶었지만, 동공에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좋을 것은 또 뭐람. 얌전히 매뉴얼을 따른다.
첫 전투에서 에바는 굉장한 성과를 보였다. 이제 에바 파일럿은 그 누구보다 귀중한 전력이다. 그것을 실감하는 데는 조금 걸릴 것이다. 그러나,
54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22:45:34
>>540 타카기는 예의 하얀 건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합니다... 확실히, 에반게리온을 탔을 때는 보통 로봇을 조종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로봇을 조종하는 것이라면 조금 부자연스럽게 움직여질 수도 있을텐데, 에바를 조종하는 것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꼭 제 몸처럼 움직이는 듯 편안하였습니다. 플러그 슈츠의 영향일까요?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일까요? 다음에도 또 이렇게 타게 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좋을 겁니다. 당장의 일도 아닐 것이니 느긋하게 생각합시다. 타카기의 생각대로, 그 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실례합니다. 요리미치 타카기 군? "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느긋하게 타카기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도중, 기술부 직원이 들어와 타카기에게 말을 걸려 하였습니다.
"마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장 가도록 하죠. 여러모로 이야기도 듣고 싶고 빨리 끝냅시다."
타카기는 느긋하게 앉던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서며 기술부 직원을 따라간다.
@
547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23:08:46
>>541 나루미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구석진 곳으로 대피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상에서 한참 아래에 떨어진 이곳 지오프론트이기에 이곳에는 아무 영향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잠깐... 아주 잠깐 건물에 진동이 있었을 뿐입니다.
진동이 멈춰갈 무렵, 십자가를 본 직원들에게서 일제히 저게 뭐냐고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에반게리온의 활약에 대해 옆사람에게 얘기하는 직원의 말도 들려왔고, 왜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았냐며 푸념하는 군인의 말소리도 들려왔습니다. 한편으론 안도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상황이 끝났기 때문인지, 어째 처음 지령실에 들어왔을 때보다 지금이 더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부정적인 말과 고함소리가 많이 들려왔고, 지금은 그나마 긍정적인 말이 더 많이 들려온단 점입니다.
카메라가 좀 더 위로 올라가 밑을 비추려 하자, 화면에 조금 이상한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빛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빛나고 있었습니다만, 사도 사키엘이 있었던 자리에 이상한 주홍빛 액체로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꼭, 저 너머 붉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핏빛 웅덩이였습니다. 사도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아니면 저게, 설마 사도였던 것이기라도 하단 걸까요?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적에게서 폭발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이오리는 구석으로 피한 나루미를 향해 다가가 말하려 하였습니다. 뭐가 되었던 간에 당장은, 더이상 저 거인이었던 것에 대해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에서 떨어지고 눈을 가려라. 무엇이든 붙잡고 충격에 대비하라.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쪽팔리게스리!
"신고식 한번 호되네요..아...."
나는 모니터로 돌아와 풀썩 앉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던데, 저 고약한 놈은 죽을 때도 곱게 죽지 않고 눈뽕에다 진창까지 만들어 두고 떠났다.
의심할 것들이 한 드럼통인데. 나중애 할래. 지금은 지친다.
@
549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OB7u3YZmso)
2021-10-11 (모두 수고..) 23:32:06
>>542 나츠키는 다시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 하얀 건물을 빠져나옵니다... 정체불명의 거인과 마주한 것도, 그리고 그를 베어낸 것도, 물리친 것도 꿈이 아니라니 솔직히 놀랍기만 합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마지막에 망할 아버지라고 외쳤던 것도 꿈이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누가 들었을까요? 들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아버지'는 과연 나츠키의 마지막 말을 들었을까요?
"실례합니다. 카시와자키 양? "
복잡한 마음으로 건물을 나오는 나츠키를 저 너머에서 흰 가운을 입은 기술부 직원이 불러세우려 합니다...
"저어, 갑작스레 이런 말씀을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중앙지령실로 올라오시란 총사령관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
역시, '아버지' 께서는 나츠키의 말을 똑똑히 들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43 눈앞으로 비치는 빛을 피하며, 미츠루가 탄 영호기는 사출구를 통해 왔던 게이트로 이동합니다! 빠른 속도로 녹빛 풍경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에바 영호기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으로 바닥에 착지합니다.
곧, 이전에 테스트를 받았을 때처럼 엔트리 플러그 사출 작업이 진행되었고, 피냄새가 나는 액체가 조종석에서 빠져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츠루는 녹빛 천장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엔트리 플러그를 빠져나왔다면 미츠루에게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기술부 직원 몇몇이 다가와 미츠루를 살피다 놓아주려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의 그 하얀 건물 앞에, 타치바나 아유미가 교복을 입은 채 여전히 서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츠루를 본다면 이렇게 말하였겠지요.
"중앙지령실, 사령관님의 호출이야. "
중앙지령실? 부른 것은 총사령관일까요, 부사령관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전투에 대해 얘기하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격려의 말을 건네려 하는 걸지도 모르고요. 가보아도 나쁘진 않을 듯 보입니다.
건물을 나오던 나를 붙잡은 것은 기술부 직원의 말이었다. 총사령관, 그러니까 그 망할 아버지가 나를 호출했다는 말. ...아- 역시 들었나? 망할 아버지만 들었다면 상관없지만, 혹시 눈 앞의 이 사람도 들었을까? 나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묘하게 정중한 것 같은 직원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끼긱거리는, 녹이 슨 톱니바퀴에서 날 것 같은 소리가 내 목에서 나는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아... 네. ...근데 그거 꼭 가야해요? 가야하겠죠. 젠장.“
아니 뭐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이니까, 분명 높은... 거겠지? 높은 자리라는 건 틀림없고,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거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따라야 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난 아직 정식으로 여기 소속된 적이 없는데? 총사령관이든 뭐든 나한테는 그냥 망할 아버지일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안...가면 안 될까요. 작은 희망을 품은 말을 툭 내뱉었지만 뭐, 그게 먹힐 리가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서. 희망을 품은 것에 비해 그냥 푸념처럼 되어버렸다.
"...아- 진짜. 알았어요. 그치만 저 여긴 잘 모르니까. 그 망... ...음, 그, 안내라던가, 아니면 뭐, 내부 안내도라도 한 장 주시면 안될까요?“
556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vWPJ0oIXWI)
2021-10-12 (FIRE!) 00:14:01
>>546 타카기는 느긋하게 일어나 기술부 직원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따라갑니다... 중앙 지령실로 가는 길은 좀 많이 방향을 틀어야 할 길이 많았습니다. 타카기의 체력이 괜찮은 편이어서 망정이지 다른 학생들이라면 그냥 걸어갔다면 금방 지쳤을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레일을 타고 이동하였기 때문에, 타카기가 걸을 일은 그닥 많지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간다면 타카기는 거의 벽밖에 안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 층에 문이 이 정도로 거의 없을 수가 없는지 싶을 정도로. 저 안에 상당히 넓은 시설이 자리잡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
"들어가시면 내부 엘리베이터를 통해 윗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사령관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
잘은 모르겠지만, 빨리 끝날 일이 될 가능성이 높을테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548 나루미는 모니터로 돌아와 자리에 앉습니다... 죽으면서 빛기둥이나 남기고 소멸하는 거인이라니, 대체 세상에 어떻게 저런 존재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루미가 의자에 앉아 쉬는 사이, 분홍 머리를 높게 올려묶은 여인이 다급하게 중앙지령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굉장히 창백히 질린 얼굴을 한 채로, 여인은 이오리를 향해 다가와 이렇게 소리치려 하였습니다.
"어떻게 됐어!? [ 사도 ] 는? 소멸했어?! " "...소멸하였습니다. 3분 전, 초호기에 의해서. " "소멸했어...? 소멸했다고!?! 정말 그런거 맞지?!! " "확실히 확인하였습니다. 사도는 확실히 존재가 소멸하였습니다. "
다급해보이는 여인과는 달리, 여전히 예와 같이 덤덤하게 답하며, 이오리는 여인에게 말하였습니다.
"유즈키 부장님, 저는 신입 오퍼레이터분과 잠시 대화중이었던 지라, 이만 실례하여도 되겠습니까? " "어? 어.... 저기, 나 혹시 방해했니? " "그런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윗층으로 올라가실 때 부사령관님께 말씀 전해주십시오. 그럼, "
자세히 보지 않아도 둘은 꽤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너무 신경쓰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보는 사람이 왔다 간 것이니까요. 설마 다시 볼 일이 있겠습니까?
"첫 업무이셨는데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자리를 비우신 부장님을 대신하여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윗층으로 올라가는 여인을 보내며, 이오리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다가와 나루미에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까 사도의 행동을 분석하였을 때 좋은 인상이 남은 모양입니다...
"방금 전처럼 적이 침입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중앙지령실로 항시 출근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
557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vWPJ0oIXWI)
우와,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이게 지도야 암호문이야. 다행히 펜으로 선을 그어서 표시해주기는 했지만 까딱했다간 길을 잃고 미아방송(?)나오기 딱 좋을 정도로 복잡한 안내도. ...갈 수 있을까. 하지만 굳이 안내해주지 않고 이걸 건네준 걸 보면 알아서 가라는 뜻이겠지? ...뭐, 뭐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두고 봐라! 감사인사를 건넨 후 위풍당당하게 발을 내딛었다. 좋아, 가보자고!
그리고 코너를 몇 번인가 잘못 돌아서 길을 조금 헤맸지만, 어쨌든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것 같았다. 위풍당당하게 시작한 것 치고는 중간에 조금 여러 일이 있었지만, 뭐... 급하니 빨리 오라던가 긴급사항이라던가 그런 말은 없었으니까. 여유있게 가도 될거야. 아마. 아니, 사실 여유있게 가고 싶어. 가능하면 늦게 도착하고 싶었다고. ...위풍당당했지만 내키지 않는 걸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엘리베이터에 도착했고, 이제는 더 시간을 끌 구실도 없다.
"하아... 진짜 짜증나.“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꼭대기층으로 올라간다. 망할 아버지, 이번엔 소리가 아닌 한숨이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화나면 냅다 집어던지지만 가능한 고장나지 않게 푹신한 곳에 던진다던가, 던질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부들부들 떨다가 다른 걸 대신 던진다던가, 막 굴리는 것 같지만 연식에 비해 손질이 잘 된 상태라거나 자기말고 다른 사람이 절대 손 못대게 한다던가... 망상이 폭 주 한 다(???
우와, 뭐가 이렇게 복잡해? 이게 지도야 암호문이야. 다행히 펜으로 선을 그어서 표시해주기는 했지만 까딱했다간 길을 잃고 미아방송(?)나오기 딱 좋을 정도로 복잡한 안내도. ...갈 수 있을까. 하지만 굳이 안내해주지 않고 이걸 건네준 걸 보면 알아서 가라는 뜻이겠지? ...뭐, 뭐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두고 봐라! 감사인사를 건넨 후 위풍당당하게 발을 내딛었다. 좋아, 가보자고!
그리고 코너를 몇 번인가 잘못 돌아서 길을 조금 헤맸지만, 어쨌든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것 같았다. 위풍당당하게 시작한 것 치고는 중간에 조금 여러 일이 있었지만, 뭐... 급하니 빨리 오라던가 긴급사항이라던가 그런 말은 없었으니까. 여유있게 가도 될거야. 아마. 아니, 사실 여유있게 가고 싶어. 가능하면 늦게 도착하고 싶었다고. ...위풍당당했지만 내키지 않는 걸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엘리베이터에 도착했고, 이제는 더 시간을 끌 구실도 없다.
"하아... 진짜 짜증나.“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꼭대기층으로 올라간다. 망할 아버지, 이번엔 소리가 아닌 한숨이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미츠루는 문을 열고 중앙지령실 내부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그 뒤를 타치바나 아유미가 따라갑니다. 사도는 섬멸되었지만 중앙지령실 내부는 여전히 시끄러운 분위기입니다. 네르프 정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보이는 게 눈에 띕니다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미츠루가 가는 곳은 이곳 모니터링하는 층이 아니라, 그보다 더 윗층, 사령관들이 있는 층이기 때문입니다. 위를 올려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더 높은 층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내린다면, 그 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또 있음을 미츠루는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츠키와 타카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물론,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말입니다. 게이트와는 달리 푸른 형광빛이 비추는 엘리베이터입니다. 덜커덩거리거나 우웅거리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오는 듯 하였지만, 다행히도 엘리베이터 내부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층을 표시하는 표시판에서 B가 없어지고 한자릿수, 두자릿수로 빠른 속도로 점점 숫자가 바뀌어가더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습니다. 게이트와는 다르지만, 벽의 재질도 그렇고 역시 따뜻하다기보단 차가워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이 층의 문은 거의 보이지 않으니, 둘은 어렵지 않게 중앙지령실이 어디인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또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금 우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게 되면, 문이 열림과 동시에 파일럿 여러분들께서는 오른켠에 회색 머리의 남자가 서 있고, 중앙에 한 남자가 앉아있는 걸 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왔나. "
누군가에게는 망할 아버지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이 곳의 가장 높은 사람으로 생각될 자. 카시와자키 나오키입니다.
"첫 전투였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었군. 수고 많았다. 카시마, 요리미치, 그리고... 나츠키. "
나오키는 차가운 눈으로 차례대로 파일럿들을 보고 말하였고, 이내 그의 시선이 나츠키에게도 닿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수고했다는 말을 듣게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고를 보고 드디어 나사가 빠지시기라도 한 것일까요?
"질문할 것이 있다면 여기서 지금 말하도록. 물론, 내가 아니라 내 옆의 사이온지 부사령관에게 질문하여도 좋다.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바로 옆의 나이들어보이는 남자, '사이온지 소우타' 를 흘긋 바라봅니다.
"궁금한 거라면 뭐든 질문하여도 좋네. 자네들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 건지에 대해서라던가, 훈련에 대해서라던가, 자네들이 탄 기체에 또 타게 될 일이 생길것이냐라던가, 이 일을 하면서 받는 보상이 있느냐라던가... 뭐든 좋네. 뭐든 물어보도록 하게. "
사이온지 부사령관은 총사령관과 달리 한결 따뜻해 보이는 눈길로 말하며 파일럿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다만, 어째서인지 미츠루에게 닿는 눈길은 슬퍼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695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vWPJ0oIXWI)
2021-10-12 (FIRE!) 23:13:06
Q 님 왜 스크롤을 내려도내려도 계속 글이 있나요?? A 에피1 마지막 진행인만큼 힘을 줘봤습니다.
아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기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엘리베이터가 있다. 대체 이 건물 뭐야? 무슨 구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문이 열리자 오른쪽에는 회색 머리의 아저씨가, 그리고 중앙에는... 망할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파일럿...같은 사람들도. 이 중에 그 베테랑 파일럿이 있는 건가. 흘끔흘끔 다른 파일럿들을 보면서 적당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서서 기다렸다.
"......으, 아, 어어... ...흥, 당연한 말을...“
수고했다는 말이 들릴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차가운 시선은 예상했지만, 망할 아버지라고 부른 걸 혼낸다던가, 아니면 뭐, 아무튼 수고했다던가 그런 말은 전혀 예상을 못해서 그야말로 새총을 맞은 참새마냥 움찔하고선 멍하니 망할 아버지를 보았다. 지금 내가 잘못들은건가? 아니면 저 망할 아버지가 머리가 이상해진건가? ...하지만, 그런 놀라움과 동시에 기쁜 마음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될 것 같아 입술을 꾹 다물고, 기쁨으로 파르르 떨리는 손끝을 뒷짐을 지는 것으로 감췄다. 왜 이제야, 아니, 이제라도... 날 봐주었구나, 아버지.
"...그, 내가 탔던 건 대체 뭐야. 그리고 왜 지금까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야.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총사령관이라는 것도, 아까 그 차로 데리러 왔던 사람한테서 들었단말이야.“
질문인지 불평인지 모를 말을 하다보니, 옆의 다른 사람-파일럿 중 한 명은 완전히 초연한 태도로 질문도 안 하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은... 정말로 그걸로 된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다가 아버지의 옆에 선 사람. 회색 머리를 한... 좀 더 나이가 있어보이는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그리고 그거, 또 타야하는 건가요? 설마 앞으로 계속 타야 한다던가... 그런 거 아니죠?"
703Episode One : Invasion ◆5J9oyXR7Y.
(vWPJ0oIXWI)
2021-10-12 (FIRE!) 23:34:50
>>690 나루미의 말을 듣고 이오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끄덕인 걸로 보아, 나루미가 예상했던 게 맞는 모양입니다. 출근 전에 안내받은 정보에는 분명 이 중앙지령실 관련 업무가 언급되지 않았던 걸로 나루미는 기억하고 있을텐데 사실입니다. 본래대로라면 나루미는 이 업무는 맡을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도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적이 계속 이 도시에 몰아치듯 침입하지는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빈번하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니 마음을 놓으셔도 괜찮습니다. "
이오리는 예와 같은 덤덤한 태도로 나루미의 질문에 답변하였습니다. 예상하고 있다는 말이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아무튼 계속 이곳으로 출근할 일은 없다고 하고 있으니 정말로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듯 합니다...
"본래 업무가 아니신 만큼 오늘과 같은 일이 또 있을 경우 추가 수당이 뒤따를겁니다. 충분하다못해 넉넉한 금액이리라 장담드립니다. "
국제연합 산하 조직인 특무기관 네르프인만큼, 월급을 받지 못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겠지요. 이것만은 확실할겁니다.
- 영호기 점검 준비 완료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곧 그리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
저 멀리서 들리는 흰 가운을 입은 기술부 직원의 말에 이오리는 답변하면서, 나루미를 향해 이렇게 말하려 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본래대로 첩보부 사무실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타카야마 켄이치' 부장대리분을 찾아가시면 상세한 업무 설명을 해주실 것입니다. 업무가 과중하거나 하진 않을 터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
정말로, 내일부터는 본래 보직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만은 마음이 놓이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첫 출근부터 정말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
이오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자리를 빠져나갑니다... 아까 그 기술부 직원을 따라가는 듯 합니다.
나오키는 그 말을 듣고 타카기에게 시선을 주며 말하였습니다, 뉘앙스도 그렇고, 정말로 그렇냐고 묻고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네 말대로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알게 될 터. 그러나 지금 당장 그 부분이 궁금한 자들도 있을 것이니, 이에 대해 설명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펜을 들고 종이로 보이는 것에 무언가를 적어나갔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뭘 적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보기가 어렵습니다.
"네가 탄 것은 사람이 만든 인조병기 [ 에반게리온 ] 이다. 우리 특무기관 네르프에서 오래전부터 개발해온 것이지. "
나츠키의 질문에 나오키는 딱 잘라 대답하였습니다. 여전히 필기하고 있는 채로, 나츠키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모습입니다.
"극비리에 개발중이었기에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었다. 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느냐면, 이 이유 때문이라고 말해주도록 하지. 네 엄마, 유리나도 아무 얘기 없던 건 이때문이다. "
갑자기 어머니 얘기가 왜 나오는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나오키는 그렇게 말하며 그제서야 나츠키를 향해 시선을 옮겼습니다. 여전히 차가운 시선입니다만, 뭔가 나츠키를 꿰뜷어보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그는 나츠키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츠키를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나츠키에게서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요?
"대단히 유감스럽네만, 자네들은 앞으로도 계속 에바에 타야 하네. "
허허 하고 사람좋게 웃으며, 사이온지는 나츠키의 기대를 부수려 하였습니다. 눈물나는 사실이지만, 나츠키가 좋던 싫던간에, 여기서 아버지와 부딪힐 일이 잦을 것 같습니다...
"사도 말인가? 유감스럽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네. 저길 보게. "
사이온지는 미츠루의 말에 대답하며 한 화면을 가리킵니다... 이곳 층은 벽이나 창문 없이 뻥 뜷려있는 탑이었기 때문에, 파일럿들은 모두 어렵지 않게 중앙지령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부서지거나 손상입은 건물 사이로, LCL로 이루어진 거대한 피웅덩이가 도심가에 형성된 모습이었습니다. 방금까지 미츠루와 나츠키, 그리고 타카기가 싸우고 왔던 바로 그자리에,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방금 전에 하얀 빛을 보았겠지만, 사도는 자네들이 붉은 코어를 부수면서 완전히 형체가 없어지고 말았네. 샘플을 채취하고는 싶지만 아예 저렇게 되 버린 이상 뭘 조사하기도 쉽지 않아. 지금으로썬 어렵다고밖에 대답해줄 수가 없을 것 같네. 유감이네. "
사이온지는 다시 미츠루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대답하였습니다. 정말로, 저렇게 되버린 이상, 뭘 조사하긴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인조병기 에반게리온. 오래전부터 개발해왔다는 건가. ...엄마 이야기는 왜 나오는거야? 하지만, 이 일에 엄마도 관련됐었다는 건 방금 처음 알았어. ...엄마... 희미하게 남아있는 엄마와 함께있었던 기억을 더듬어도, 확실히 이런 걸 얘기해주거나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잠시 엄마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드니 이쪽을 보는 망할 아버지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마주쳤는데도 꿈쩍도 안 하고,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야? 아까는 보지도 않고 대답만 던져주더니, 망할 아버지! 지지않겠다는 양, 나도 망할 아버지를 있는 힘껏 노려봤다. 아마 그 옆에서 한 말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보고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진 못했다.
"네?! 어째서?! 끝난 거 아니에요!?“
다급하게 시선을 그 옆의, 회색 머리의 아저씨에게로 돌린다. 아니, 사람좋게 웃는다고 이야기의 내용도 훈훈해지는게 아니니까! 난 전부 끝나고 돌아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의 기대를 그렇게 부수면서 웃지 말라고요! 망할 아버지가 대상이었다면 생각의 절반 정도는 쏟아부었겠지만, 아쉽게도 상대는 오늘 초면인 아저씨다. ...참아야지.
이윽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저길 보라는 말을 따라 움직여 화면에 다다랐다. 부서진 건물 사이로 거대한 웅덩이가, 피웅덩이 같은 것이 있었다. ...아까 내가 싸우고 온 곳이다. 대체..
"...하나 더 물어봐도 돼요?“
생물이었을까. 기계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도끼로 내려칠 때마다 솟구치던 것은 기름도, 윤활유도 아닌 생물의 혈액이라는 느낌 그 자체였다. 내가 잘라낸 오른팔도 기계가 아닌... 생물체의 살과 뼈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 대체 어디에... 핵을 부수면 액체가 되어버리는 생물이 있다는 것일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이 돌아오든 아니든간에 일단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도 딸도, 딱히 공사 구분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었을까. 중앙지령실에서 반말로 가족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만, 자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미츠루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인조병기 에반게리온. 네르프에서 절대 비밀을 엄수해 가며 만들어 낸 대 사도 결전병기. 그리고 자신의,
"...."
그렇게 생각하던 중 부사령관의 말소리를 따라 보게 된 중앙 모니터에는, 그야말로 미츠루가 '실망'할 만한 결과가 표시되었다. 샘플로 쓸 만한 것이 남지 않닸다는 사실은 뒤로하더라도,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웅덩이는 아무리 보아도 LCL이었다. 바보, 지금까지 사도의 체액 속에서 숨 쉬고 있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도, LCL은 대체 뭐야? 애써 평정심을 유지해 보려 하나 표정을 완벽히 숨기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망할 아버지와는 다르게 친절한 말씨.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어딘가 아쉬웠다. 가장 원하는 답이 빠진, 아니, 일부러 감추는 걸까? 괜한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납득해주게나'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다. 더 캐물어도 캐낼 수 없겠지. 어째서 이 도시로 침입해 올거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자. 그리고 이어지는 말도 대충 넘기려다가, 멈칫했다.
"...어? 뭐? 어째서??“
보상금은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다. 돈을 바라고 탄 건 아니었어. 애초에 탈 생각도 별로 없었기도 하고. 그보다 여기로 오라고 불렀으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함께 지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같이 지내는 게 무리라도 상관없어. 지내는 건 따로 지내더라도 이제 친척이 아닌 아버지가 나를, 내 보호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또 다시... 왜 나를 다시 버리는 거야? 어째서?!
"또 떠넘기는 거야? 이번엔 친척도 아니고 생판 남한테!? ...어째서.... ...하, 아니지. 어째서라고 말할 것도 없네! 그래.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 망할 아버지!! 진짜 짜증나!“
생판 남한테, 라고 외칠 때쯤엔 그 생판 남인 사람이 이미 이 방에 들어와 있던 것 같지만, 그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망할 아버지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수고했다는 한마디에 기뻐하던 내가 바보같아. 이럴 줄 알았어.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니길 바랐는데!! 바보같아. 바보같아. 정말 싫어! 망할 아버지따윈!!
"...아아 진짜, 이제 됐어. 할 말은 그게 끝이야?“
뒷짐을 지던 팔을 어느새 앞으로 나와 팔짱을 굳게 끼고 있었다. 주변 상황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금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하지만 분노와 비슷한 무언가라는 느낌이 드는 그런 것이 전부였다.
나오키는 묵묵히 나츠키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나츠키가 망할 아버지나 뭐니 하는 얘기를 꺼내고 있음에도 그의 표정은 예와 다를 바 없이 아무 표정도 보이지 않는 무표정이었습니다. 냉혈한을 표현하자면 이런 사람일까 싶습니다. 딸이 눈앞에서 짜증난다고 외치며 노려보고 있음에도 아버지에게성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저, 유즈키 대령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해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이곳 특무기관 네르프의 총사령관이고, 그렇기에 수많은 업무와 결재를 처리하여야 한다. 네 사소한 일상 같은 데 신경쓸 시간이란 없다. 그렇기에 내가 아닌 유즈키 대령이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굉장히 가라앉은 말씨로 말을 끝내곤 나오키는 눈썹을 살짝 올립니다. 꼭, 이런 말을 듣고 있단 거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괜찮다면 다행이구나, 첫 실전이라 다들 괜찮은가 하고 많이 걱정했었어! 저 밖에 상황이 많이 난장판이기도 했으니까! "
사오리는 많이 걱정했다는 듯 미츠루를 향해 다가가 말하곤, 잠시 제 재킷을 뒤적이다 명함 하나를 꺼내 미츠루에게 건네려 하였습니다. 네르프 로고와 함께 이름과 [ 전술작전부 부장 ] 이란 직책이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띄는 명함입니다. 뒷편에는 사무실 번호와 이메일, 휴대폰 번호 따위가 적혀있습니다. 타카기에게도, 나츠키의 손에도 쥐어주려 하는 것으로 보아, 파일럿 모두에게 연락처를 돌리려는 것 같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거나 해서 연락이 필요하다면 이 연락처로 연락해주면 된단다. 반대로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이 올거야! "
추측컨대, 사도가 침입한다거나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시 이 유즈키 대령의 번호로 파일럿 여러분들께 연락이 온다는 것 같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명함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기적으로 싱크로 테스트가 있을 것이니, 그 날은 웬만해선 빠지는 일 없이 꼭 참여하도록. 그것 외엔 더이상 공지할 것은 없다. "
나오키는 딱딱한 말투로 파일럿 여러분들께 고하였습니다... 그래도 이 아버지의 머릿속에 나츠키가 딸이라는 인식은 박혀있기는 할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호자를 둔다는 것 자체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겠지요?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지상이 아직 복구가 안 되었으니 조심히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이상이다. "
총사령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타치바나 아유미가 버튼을 눌러놓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요? 사전에 지시받은 것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모두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가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제 집에 갈 수 있을겁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느낄만큼 정말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말도 안되는 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어떤 일을 겪게 되는 걸까요? 어떤 걸 보고, 뭘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지금 이제 눈 앞에 놓인 새로운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들은 계속해서 끌려나와 적을 마주해야 할거란 것입니다.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은간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1. 정신수치는 에반게리온 탑승(싱크로테스트X)시 한번에 10, 사도와의 대치 도둥 30초당 5씩 깎여나갑니다. 6초에 1씩 빠져나가는 걸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1-1 사도와의 접촉 시 추가적으로 또 정신수치가 꺾일 수 있습니다. 2. 이 계산대로 하면 5분 내내 탑승해 사도와의 일절 접촉 없이 움직일 시 파일럿에게서 깎이는 총 정신수치는 60 입니다. 3. 강인한 정신 특성의 경우 에바 탑승시 정신수치가 깎이는 것을 면제받습니다.
오른켠에 방 두개, 왼켠에 방 하나, 현관쪽에 보이는 화장실 하나. 좁은 현관으로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풍경이 반겨주고 있습니다. 베이지톤의 벽과 가구로 꾸며진, 혼자 지내기에는 확실히 넓은 집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명이 모여 놀기엔 적합해보이는 공간입니다. 비교적 넓은,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은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었기에 이제 막 정리하였는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현관쪽에 놓인 쓰레기봉투로 보아 아마 사실인 것 같습니다.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유즈키 사오리는 여러분들에게로 손을 흔듭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 것이라는 듯, 그러나 오래는 걸리지 않을 것처럼.
"금방 버리고 올게~! 잘 놀고 있으렴 얘들아! "
쾅, 하고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유즈키 사오리는 모습을 감춥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는 전술작전부 부장의 연락을 받고 이곳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첫 사도와의 전투를 기념하는 뒤풀이파티라면서 오게 된 곳은 유즈키 대령의 집이었는데, 추측컨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평소에는 잘 모이지 않을 파일럿들 전원을 모이게 하다니 그것만은 대단하다 할 법합니다. 연결고리라고는 에바에 탄다는 사실 하나뿐인 이들이 모였으니까요. 오늘은 또 평소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을 사람도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벽에 넓게 깔린 베이지색 소파에 타치바나 아유미가 앉아 졸고 있는 게 보입니다. 상당히 곤히 자고 있으니 지금은 깨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깨어날 겁니다.
거실 중앙에 놓인 넓은 탁자에는 갖가지 과자류나 빵, 쇼트케이크 등이 정돈되어 올려져 있습니다. 감자칩이나 쿠키류, 비스킷류 등 비교적 다양한 종류입니다. 개최자가 아이들 입맛을 생각하여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음료수는 탄산음료, 이온음료, 그냥 주스 등 알코올류를 제외한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냉장고를 열어 꺼내가시면 됩니다. 이상한 곳을 열었다간 수상한 맥주캔이 다량으로 숨겨져 있는걸 발견할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이번엔 정말로 가족처럼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희망은 보기 좋게 끊어졌다. 또 누군가에게 넘겨진다. 이번엔 안면도 없는 생판 남인 사람에게 넘겨졌다. 거기에 내 의지는 요만큼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위에서 내려온 결정에 따라 이리저리 넘겨질 뿐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화가 나고, 비참하고, 우울하고, 분해서... 방에 며칠 정도 틀어박혀 있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보호자 대리가 된 이 사람이 뭘 하든 어떻게 하든 아무 상관없이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앞으로 거처가 될 곳에 도착하면 넉넉잡아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기도 했었다. 그래. 그랬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너무나도 굉장한 집이었다. 주로 위생적인 쪽에서.
...아니, 이걸 집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솔직히 집보다는 쓰레기 집하장이라던가 매각지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이었다. 실례가 될 것이 확실해서 차마 말로 꺼내진 못했지만 내가 유즈키 씨의 얼굴을 보며 지은 표정에서 50% 정도는 묻어나왔을 것이 확실했다. 그.. 아무튼 보자마자 부정적인 감정마저 사라질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았던 거야? 잠은 잘 수 있었던건가? 밥은 어디서 먹었던거지? 벌레는 안 나오는 건가?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하나? 틀어박히고 자시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청소가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큰 스케일로. 아니, 틀어박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치워야한다. 얼떨결에 에바라는 것에 탔을 때보다 더 비장한 자세로,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라는 것이 어제까지의 이야기. 치우고 나니까 확실히 알겠다. 이 집은 진짜 넓은 집이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공간이 이제는 확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오늘 모이는 사람들-파일럿들은 아마 이 집의 첫 모습을 상상도 못하겠지... 태평하게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한 사람을 슬쩍 보면서 콜라를 홀짝였다. 푸른 머리카락. 어디선가 본 기억이... ...그래, 역에서 나왔을 때 봤던 것 같은데. 하지만 금방 사라졌었고, 잘못 봤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땡볕과 새까만 아스팔트 위에서 선명하게 보이던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가, 그냥 착각이었다고 하기엔... ...뭐였을까, 그건. ...이 아이랑 관계가 있는 걸까나. 본인이 일어나면 그때 물어봐야겠다. 혹시 그 날 역에 갔었는지. 한참 나중의 일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 겨우 과자파티? 외식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정말...“
약간의 불평을 담아 중얼거리면서 과자로 손을 뻗었다. 불평하는 것 치고 잘 먹네라는 말을 들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왜 뭐 왜. 불평이랑 과자가 맛있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그리고 그렇게 거대한 적하고 싸워서, 나름대로 좋은 성과도 낸 것 같은데 좀 더 대단한 걸 받을 줄 알았단 말이야. 그리고 난 청소까지 했으니까 더 고생했는데! 선객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소파의 반대편에 앉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뭐, 혼자 불평해도 아무 소용 없으니까.
가족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리사는 먼저 나갔다. 대학 공부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바쁘다고는 하는데, 무슨 공부를 하느라 그렇게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지는 부모에게도 미츠루에게도 잘 말해 주지 않았다. 오늘은 자신도 늦게 돌아올 것 같다고 그녀에게 알려주려 했으나 역시 그만두었다. 의례적인 대답만 돌아올 것이 뻔했으니까.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카시마 미츠루는 유즈키 사오리의 아파트에 감자칩 한 봉지를 들고 들어와 있다. 지금 보니 정말로 다종다양한 과자와 음료수가 있어, 굳이 자기 것을 안 들고 왔어도 될 뻔했다. 뭐, 준비한 양을 알았어도 신세 지기만 하는 건 조금 불편하니 어차피 뭐라도 챙겨 왔겠지만. 과자를 먹으며 집안을 둘러본다.
"집안이 확실히 혼자 살긴 넓네."
방금 막 치웠다고 해도 꽤나 괜찮게 정리된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타치바나 아유미와, 과자를 먹는 초호기 파일럿 카시와자키 나츠키를 보며 미츠루는 음료수를 빨대로 마시고 있었다. 배가 그리 고픈 건 아니었지만 집주인이 열심히 준비했으니 어느 정도 먹긴 해야지.
"......."
사오리 씨가 나갔더니 할 말은 없어졌다. 업무 이야기, 작전 이야기, 에바 이야기 외의 개인적인 말들을 섣불리 꺼내기 어려웠다(고 쓰고 그냥 내키지 않았다고 읽는다). 타치바나를 깨우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카시와자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지금의 자신에겐 아주 용이한 것이 아니었다만,
>>804 음악은 안 틀어? 라는 말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악이라. 나름대로 파티니까 트는 쪽이 좋겠네. 테이블에 콜라를 내려놓고 MP3를 꺼냈다. 나름대로 승전 축하 파티니까 좀 밝은 분위기가 좋겠지? 적당히 고른 곡을 반복으로 해놓고 스피커에 연결하자 밝은 곡조가 흘러나왔다. 자고 있는 사람을 배려해서 낮은 볼륨이긴 하지만, 흥을 돋구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쪽 맘에 들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트니까 분위기가 좀 사는 것 같네.“
나쁘지 않은데? 살짝 웃었다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꽉 잡았다. 뭐, 음악 하나 튼 걸로 들뜬 건 아니니까...
아예 본인 몫을 채비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뻔했다는 미츠루의 생각은 요리미치의 간식을 보고 또다시 점화되었다. 만쥬를 두 상자 챙겨 온 녀석에 비하면 자신이 가져온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이거 다 먹을 수는 있는 걸까? 남은 음식은 어떻게 하느냐는... 자신이 상관할 바는 확실히 아니다.
"그럼 초코만쥬 하나 먹을게."
초콜릿색 상자를 열고 만쥬 하나의 포장을 까서 한 입 베어문다. 단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도, 맛있게 달다. 남은 부분도 입에 넣고는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다. 그리고 거실로 돌아오면서 냉장고를 지나치는데, 마침 그것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음료수는, 안 마셔?"
상대를 보면 어쩐지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아서 무심코 그리 말해 버린다. 괜한 말을 꺼낸 것일까. 물론 안 마신다고 해도 미츠루 본인 것만 가지고 오면 되지만.
나도 모르게 '띠용'이라는 효과음이 날법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처음인데... 그르케... 침착하게 작전을 짜서 대응한다고? 그게 가능해? 가능한 사람이 눈 앞에 있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어도 확실히 존재하는 현상이란 것도 세상엔 있지. 그게 바로 요리미치인 것 같고...(?)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로 했다. 대단하네. 적성이 딱 맞는 거 아니야?
잘 싸웠던...건가? 뭐, 생각해보면 그 망할 아버지한테서 수고했다는 말도 나왔으니까. 의외로 굉장했던 거 아니야? 처음치고는? 하지만 그땐 엄청나게 열받아 있기도 했고, 화풀이 삼아서 마구 때리다보니 잘 풀린 게 아닐까. 다음에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으니... 역시 걱정은 되네.
파일럿 여러분들께서 한껏 파티를 즐기고 계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저 소파 구석진 곳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타치바나 아유미가 드디어 희마하게 눈을 떴습니다. 처음에는 실눈으로, 그다음엔 또렷한 눈으로, 낯설다면 낯설은 전술작전부 부장인 유즈키 대령의 아파트 천장을 올려다보던 타치바나 아유미는, 눈을 비비적이더니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일어나, 소파 오른켠에 내려놓은 가방을 뒤적이었습니다.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싶어보이는 모습입니다. 웬 과자봉지를 꺼내려는 듯 싶어보이시겠지만,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과자도 초콜릿도 뭣도 아닌, 굉장히 많은 약이 들어있는 약봉지 한 포였습니다.
"..."
타치바나 아유미는 조용히 그걸 부욱 찢더니, 바로 입에 털어넣고, 탁자에 놓인 물을 곧장 머금으려 하였습니다. 눈깜짝할 새 일어난, 굉장히 칼같은 속도로 일어난 일입니다. 꼭 서둘러 먹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싶어보이는 속도입니다.
타치바나가 약을 삼키고 있는 사이, 저 멀리 현관쪽 철문에서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경쾌하게 누르는 듯한 소리가 몇번 울려퍼지더니, 이윽고 문이 열리고, 포장 음식을 한아름 양손에 한 봉지씩 들고 온 유즈키 사오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간 뒤로부터 상당히 오랫동안 시간이 흘렀었는데, 아마 가게에서 요리를 포장해오느라 늦은 듯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파티인데 왜 직접 해 먹지 않느냐 하는 궁금증이 만약에 드신다면, 그냥 직접 사먹는게 차라리 나으리라고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녀왔단다 얘들아~! 늦어서 미안해! 그동안 잘 놀고 있었니? "
사오리는 예와 다를 바 없는 경쾌한 어조로 여러분들께 말을 건네며, 식탁에 봉투를 올려놓습니다....
그건 정말로 좋은 일일까? 반문하듯이 툭 내던진 말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냉랭한 어조였다. 어째서지. 힘들면 언제든 말하라는, 마치 기대라는 듯한 말에 대한 반응? ...그만두자. 자기분석따위. 제대로 관련 학문도 배운 적 없는 내가 자기를 분석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냉랭하게 말한 다음 시선을 돌리자 소파에서 졸고 있던 쪽이 눈을 뜨는 게 보였다. 잠에서 깬... 타치바나였던가? 타치바나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과자도, 음료수도, 다른 것도 아닌 약봉지였다. 그것도 내용물이 많이 들어있는. 다급하게, 그야말로 칼같은 속도로 그 많은 약들을 삼키는 것을 보고 잠시 말을 잃었다. 대체... 뭐야 그거...
"...먹을래?“
슬그머니 탁자 위에 놓여있던 것들 중, 카라멜을 하나 집어 타치바나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약을 먹고 나면 입이 쓰니까, 이런 거라도 먹는 게 좋지 않을까.
>>853 -라고 하기가 무섭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보호자 대리인이자 이 집의 주인, 유즈키 씨였다. 양손 가득히 봉투가 가득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포장해온걸까? ...재료를 사온 쪽이 아니라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청소하면서 봤던 싱크대의 참상을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또 예상 외의 답변인데. 차라리 '나 단 거 싫어해'라던가 '카라멜 말고 사탕이 좋아'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니. 오늘자로 두 번째 '띠용'이다 진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타치바나를 보다가 다른 카라멜을 집어서 손수 포장을 뜯었다. 천천히, 보고 따라할 수 있게.
"아... 뭐... 이렇게 뜯어서 먹으면 돼. 약처럼 넘기지 말고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서. 씹으면 이에 달라붙지만, 씹어서 먹어도 딱히 상관은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포장을 벗긴 카라멜을 건넸다. 벗기는 걸 옆에서 봤으니 다음엔 스스로 할 수 있지? 뭐 어쨌든, 근데 정말로 먹어본 적이 없는 건가? 아니면 놀리는 건가... ...놀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니면 한가득 챙겨먹는 약도 그렇고... ...장기입원? 병원에 오래 있다보니 간식도 제한당하고... 그래서 먹을 줄 모른다던가.. 그렇구나.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 어디가 아픈 건진 모르겠지만, 아직 약을 많이 먹는 걸 보면 다 나은 것도 아닌 것 같고... 혹시 카라멜 먹으면 큰일나는 거 아니야 얘?
"저기... 혹시 당뇨나 식이제한이 있다던가 아니지? 먹으면 안 된다고 들은 것중에 카라멜이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
괜히 내가 준 카라멜 때문에 다시 입원하게 된다던가 목숨이 위험해진다던가, 그런 건 진짜 절대 사양하고 싶은데요! 간절함을 담아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지나치게 짜고 자시고 간에 그.. 아니.. 아닙니다. 떠오르려는 참상을 다시 깊은 곳으로 밀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가스와 볶음밥, 먹기 편하고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음식이지. 양은... 괜찮을까. 요리미치, 덩치가 크니까 많이 먹을 것 같은데. 모자라진 않을까... 내가 좀 적게 먹으면 되려나?
"그럼 접시 가져올게요, 사람 수대로... 일회용 수저 있나요? 아니면 수저도 챙겨올까요?"
>>872 작지만 확실하게 들린 탄성에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카라멜은 맛있지! 그래도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뒤늦게 알레르기 반응이 온다던가 그런거라면, 엄청난 죄책감으로 반쯤 죽을 자신이 있어...
"맛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으음... 뭐 아무튼, 상관없나.“
병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진짜 안 먹어본 거라서 그런거라고 하니... 뭐라고 더 말을 얹기도 미묘하지. ...뭐, 괜찮겠지. 자기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닥 먹을 일이 없었다는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물어볼 사항은 아니겠지. 실례가 될지도 모르고.
>>878 앗, 내가 찾아오려고 했는데...! 라고 손을 뻗기도 전에 이미 주방으로 유즈키 씨가 사라졌다. 이어서 들리는 우당탕 소리. ...어쩐지... 해탈할 것 같아... 이제...
"아.하.하.하. 다행이네요. 정말.“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있어... 써도 되는 걸까... 포장된 거니까 써도 되겠지... 내키지는 않지만 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렇게 먼지가 쌓이려면 대체 언제적 물건인거야 이거. 그러다가 어째선지 요리를 추가로 하겠다는 요리미치의 말에 '진짜냐'라는 얼굴로 돌아봤다. 그리고 도와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유즈키 씨의 말에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 아니↗이↘?! 유즈키 씨는 이미 저기! 많이 사오셨으니까! 앉아서 조금 쉬시는 게 어떨까요? 아, 그래! 냉장고에 차게 식혀둔 맥주!! 밖에 많이 더웠죠? 지금 가져올테니까 한 잔 하시는 게 어때요??"
>>888 어라? 맥주가 아니라 콜라? 어쩐지 필사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할뻔했다. 왜...지...? 친척 아저씨는 식사 때마다 반주로 한 캔 정도는 가볍게 하셨던 것 같은데. ...유즈키 씨, 의외로 술을 별로 안..좋아할 리가 없겠지. 이렇게 가득인데. 하지만 어째선지 콜라를 달라고 하고 있으니. 뭐, 상관없나.
"네네. 시원한 콜라네요. 네 여기요! 앉아서 느긋하게 쉬세요, 유즈키 씨.“
냉장고에서 막 꺼낸 시원한 콜라. 이건 못참지. 뽀득거리는 소리가 나게 닦아뒀던 잔과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제발. 이걸 드시면서 쉬시고 주방엔 가지 말아주세요...
사오리는 나츠키가 건네는 콜라를 받고 무척 기분이 좋은 듯한 얼굴로 식탁 앞 의자에 앉아 콜라를 들이키었습니다. 탄산을 마시든 맥주를 마시든, 능숙하게 원샷을 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아 애초에 어느쪽을 마시던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사오리는 식탁에 잔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고어떡하지, 그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일어서야지...! "
타카기의 말을 듣고 사오리는 이런 말을 꺼내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습니다. 굉장히 유감스럽게도, 나츠키의 유즈키 사오리가 주방에 못 가게 하려는 시도는 실패한 듯 싶어보입니다....
>>894 안!!!돠!!!!!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솔직히 이 자리에 나만 있었으면 외치고도 남았다. 아니, 나만 있었으면 외칠 이유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겠지만!! 으아아 안돼요 하면서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나는... 나는... 주방으로 사라지는 유즈키 씨의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냐... 그래도 요리는 요리미치가 다 해놨겠지... 유즈키 씨가 요리를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겠지? 제발...
"...인생... 덧없네...“
주방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아니.. 짜증보단 허탈하다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결국 실패했네요... 하하... 차라리 주방에 가라고 부추길걸 그랬어..(????
ㅋㅋㅋ... 아 사실 너무 심한가 싶어서 첫 레스에 썼다가 뺐는데... 나츠키는 사오리의 아파트에 들어서서 맨 처음으로 한 생각이 '이 사람을 내 보호자로 한 건, 망할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나한테 빅엿을 먹이려고 한 게 틀림없다'라는 것이었다는... 서술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기했습니다(?
Q 어제 진행하면서 들으신 곡 알려주세용 A 굉장히 선곡이 자주 바뀌었는데 아무튼 케이팝이었고 주로 이 곡을 들으면서 진행했습니다.
>>927 빅엿(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까지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젊은 나이에 부장직까지 올라간 인물인 만큼, 총사령관으로썬 나름 그녀를 신임하고 나츠키를 맡긴 걸겁니다. 다만 이게 나츠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선택이었던지라, 나츠키 입장에서는 확실히 진심으로 분노할만했을겁니다(...)
이번 에피소드2의 경우 자유롭게 학교 등의 장소에서 시작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전개에 따라 개인퀘스트가 해당 진행에서 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금요 싱크로테스트 건 때문에 파일럿 캐릭터들의 경우 무조건 금요진행때는 네르프 본부를 방문해주셔야 한단 점 꼭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