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소부는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오랜만에 찾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자신을 알아보긴 할까 싶어 벌인 일이었다. 손에는 전달해줄 편지를 들고 얼굴은 마스크로 가린 상태였다. 모자는 쓰지 않았다. 그랬다간 모처럼 차려입은 옷의 태가 살지 않을테니까.
정말 오랜만에 청소부는 청소복이 아닌 다른 옷을 입었다. 원래라면 잠옷과 청소복을 번갈아가며 입었을 테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그렇게 대충 입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청소 수레도 당연히 집에 두고왔다. 청소복을 입은것도 아닌데 그 큰걸 이리저리 끌고다녔다간 시선이 집중될테다.
" 흠. 흠... "
어느 건물의 문 앞에 서서, 괜히 헛기침을 몇번 해보고, 뭔가를 생각하는 척 하면서 땅에 발을 동동 구르며 시간을 얼마간이나 죽이고 나서야 그의 손이 결심한 듯이 초인종에 올려졌다. 그마저도 누르기 직전에 조금 망설인것 같지만, 아무튼 눌러내긴 했다. 초인종이 청량하게 울렸으리라.
문이 열렸다면,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트 차림의 청소부가 상대를 반겨줄 것이다. 어두운 회색의 정장은 그의 붉은색 머리를 유독 돋보이게 만드는 듯 했다. 상대가 나오기 전에 그는 마스크를 내린 상태였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흉터들이 상대를 반겨주었을 테다.
" 오랜만이야, 내 사랑? "
마르티네즈가 반겨주러 나왔다면, 미리 준비해둔 꽃다발을 그녀에게 내밀었을테다. 꽃다발 속에는 장미, 튤립, 달리아, 등등. 여러가지 사랑고백을 위한 꽃들이 담겨져있었다. 대충 봐도 10송이는 되는 듯 했다.
" 나 없이 울고있을 자기를 생각하니까 잠이 오지 않더라구. "
아까까지 망설였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웃음짓는다.
만약 반겨준 사람이 마르티네즈가 아니었다면, 그는 정색하며 마스크를 쓰고 근처 골목으로 몸을 피했을테다.
초인종이 울렸어요. 애초에 이곳에 올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 저 뒤에 누가 있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죠. 편지를 받아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예고 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터라...차림이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썩 알맞지 않았어요. 그렇다 해도 무슨 상관인가요, 어차피 당신일 터인데.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요. 여자는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 서있었죠.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구불거리며 내려왔어요. 속눈썹 끝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물방울은 여자가 눈꼬리를 휘자 볼을 타고 흘러내렸죠. 갈색의 피부 위로는 흰 샤워 가운을 걸친 채였어요. 여자는 천연스럽게 말을 건넸어요.
"오랜만이네."
이렇게 말도 없이 올 줄은 몰랐지만. 짧게 웃으며 덧붙였어요. 당신의 말에 답하거나 내밀어진 꽃다발을 건네받는 대신, 여자은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죠.
"당신에 비해 꼴이 좀 그렇긴 하지만, 온 김에 들어와."
그리곤 당신이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기라도 하는 것인지, 팔랑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죠.
톡 쏘아붙였죠. 들어올 때 문 닫고, 한 손을 대충 휘적이며 말했어요. 소파로 향하다, 들려오는 말에 뒤를 돌았죠.
"어머, 그래?"
작게 웃음을 터뜨렸죠. 그러면서 사뿐사뿐 걸어 당신의 앞에 섰어요. 분명 당신을 올려다 보고 있음에도, 내리뜬 눈 때문인지 내리다 보고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여자는 느릿느릿 손을 들어 당신의 턱을 붙들려 했어요.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흉터를 따라 그림을 그리듯 움직였죠. 여자는 입매를 비틀어 웃으며 말했어요.
"여기 있잖아, 예쁜 사람."
당신의 푸른 눈을 마주 보며 눈매를 휘었죠. 그리곤 당신의 턱가를 강아지한테나 하듯 몇번 긁다, 미련없이 손을 떼려 했어요. 원래 가려던 대로 소파를 향했죠. 풀썩, 앉더니마는 그대로 상체를 옆으로 기울여 누웠어요.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꼬다 당신의 말에 답했죠.
당신의 말에 여자는 짧은 헛웃음을 내뱉었어요. 웃겨, 정말. 작게 중얼거렸죠. 그렇지만 평소처럼, 자신은 안 예쁘다느니 눈이 삐었다느니 하는 반박을 하진 않았어요. 당신에게 말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걸까요. 당신이 하던 말들을 떠올리면 오히려 늦은 깨달음일지도 몰랐죠.
"저기, 우리 언제 사귄다고 한 적 있나?"
작게 코웃음을 쳤어요. 기가 다 찬다는 목소리였죠. 애초에, 바람이라뇨! 바람은 연인 관계에서 다른 사람과 애정 관계를 맺을 때나 성립되는 말이잖아요. 여자와 당신의 무슨 연인이 된 것도 아닌데, 여자가 누굴 만나던 무슨 상관인가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당신답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에 와서도 일관적인 게 아주 인상적일 정도였어요. 여자는 짧은 말을 툭 내뱉었죠. 예의 그 미적지근한 목소리로, 무성의할 정도로요.
청소부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아님 말고~' 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청소부의 기분이 조금 좋아보이는 것 같은건, 그저 한 번쯤 이런 말을 내뱉어보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아도라가 그리웠다고 말하는 것에 콧노래를 뚝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 ..... "
청소부로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것이 비록 건조하고, 성의없는 대답일지라도. 그런 대답에도 그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라고 말하는 것에 청소부는 조금 움찔했다. 어째서인지는 본인도 잘 몰랐다. 어쩌면 그 뒤에 이어질 그녀의 말을 예측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어진 말은 청소부가 예상한 그 말이었을테다.
" 그건.... "
그는 처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라면 그리워했을까,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1초도 안되는 순간에 수십, 수백의 생각을 하면서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정해진 질문이 아니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아도라도 정답을 정해놓았을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청소부는 그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어. "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청소부는 언제나 솔직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도라는 아무런 감정 없이 질문하고 청소부를 기다렸다. 그것에 맞춰 청소부는 한껏 감정을 담아서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옆에 찰싹 달라붙으려 했다.
" 근데 그리워했다니까 너무나 기분이 좋은걸? "
그렇게 말하는 청소부의 머릿속에, 아마 아도라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는 사실은 이미 사라져있을 테다. 어쩌면 기적적일 정도의 필터링을 통해 달콤한 속삭임으로까지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청소부의 기분이 좋아보이니까 나쁜 결과는 아닌걸까...?
" 아, 맞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 "
좋은 소식. 이란것은 아마 본인에게 좋은 소식이겠지. 그 말인 즉슨 아도라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 이거나, 어쩌면 나쁜 소식으로까지 들릴 수도 있는 일이다. 아무튼 청소부는 그런것은 개의치 않는듯이 말을 이었다.
" 내가 홈리스가 되었다는 소식! "
....그것은 청소부에게도 나쁜 소식이 아닐까 싶지만, 그 말에 숨어있는 속뜻을 아도라라면 알아차릴 수 있을테다.
아뇨 저도 너무 늦어버렸는걸요ㅠㅠㅠㅠㅠ 이만큼 늦고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네요... 그래도 이제 얼추 정리되었으니까 다시 전처럼 돌릴 수 있을거에요! 저는 기다리는거 잘 하니까 마르주 너무 죄송해하지 마시구 천천히 시간 나시면 답레 올려주세요! 그리고 마르 여전히 너무 예뻐요.....8ㅁ8 저도... 저도 괜찮은 픽크루 찾아서 올려볼래요...! 캔이 캔인지라 에쁘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_.) 아무튼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요 마르주! 나중에 봐요!!
당신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반 정도만 옳은 말이죠. 만약 당신이 이런 간단한 질문에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꽤나 실망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당신이 직접 말했잖아요, 당신은 솔직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그 말을 어긴다면 당연하게도-, 실망했겠지요.
"그래."
여자는 짧게 답했어요. 그랬구나, 정도의 말이 지워진 것도 같네요. 표정으로 그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여느때처럼 무심하기만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잔잔함은 곧 깨져나갔죠.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당황이었죠.
"...뭐?"
당신이 좋은 소식이라 한다 하여 곧이곧대로 믿은 것은 아니었으나...예상 밖의 말이라, 꽤나 당황스러웠죠. 그 다음에 찾아온 것은 황당함이고요. 여자는 머리가 다 지끈거리기라도 하는지 손으로 눈가를 가렸죠.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앓는 소리만 잠시 내다가, 겨우 목소리를 꺼냈어요.
오랜만이에요. 캔주가 괜찮아지셨는데 또 제가 바빴네요... 저번처럼 또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은 안 할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캔주.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요즘 날이 춥던데 건강은 잘 챙기시고 계시고요?(*´︶`*) 그리거 캔 픽크루는 오랜만인 기분이네요. 확실히 캔의 흉터는 픽크루 구현이 힘들죠... 캔은 여전히 귀엽고 멋지네요! 캔주도 좋은 하루 보내셨길 바라요~!(*˙︶˙*)ノ
짧은 연극을 마주한 여자는 짧은 헛웃음을 내뱉었어요. 당황마저 얼굴에서 천천히 지워지자 남는 것은 그저 피곤함이었죠. 프로포즈는 무슨. 그건 당신 희망사항을 멋대로 나열하는 것뿐이잖아요. 같이 살자, 라고요. 내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같아 관자놀이 부근을 꾹 눌렀어요.
그러나 거부할 방법이라도 있던가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길바닥에 자라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곳으로 보내기에는 아래층이 그나마 공간이 있지만...그곳은 누군가 사용하려면 정리가 필요했죠.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었으니까요. 문득 해결할 방법도 없는 일로 고민하는 것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여자의 머릿속에 떠올랐죠. 그래서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여자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죠.
"좋아."
마침내 여자는 답했어요.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뭐, 자신이 집을 나가거나 하면 되지 않겠어요. 아니라도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죠. 그나저나, 어디보자. 이 집에 따로 잘만한 곳이 있던가요? 잠시 고민하던 여자는 짧게 중얼거렸어요.
"내가 소파에서 자면 되겠네."
마침 여자의 키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죠. 소파에 누워도 불편하기는 커녕 편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로요. 말을 마친 여자는 몸을 꿈지럭거려 소파에 바로 누웠어요. 어쩐지 피곤한 기분이었죠...어쩌면 원인을 알 것같기도 하네요.
먼저 늦었지만, 캔주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요. 그리고 시간이 빠르다는 말에는 정말 동감해요... 2021이라는 숫자도 익숙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2022년이네요. ( •̥́ ˍ •̀ ) 아쉽긴 하지만 캔주 말씀처럼 즐거운 일이 한가득인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캔주도 그런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고요!
마르, 오늘의 문장은: 나는 너한테만 상처입고 싶어. #shindanmaker #나를위한문장 https://kr.shindanmaker.com/707038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진단 하나 놓고 가요. 돌려봤는데, 결과가 왠지 마르 나름의 사랑 고백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 속에 들여놓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제는 가봐야겠어요. 좋은 밤 보내시길 바라요, 캔주! ٩(*˙︶˙*)۶
잠시 그녀가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짧게 '좋아' 라고 말한 것에 청소부는 환하게 웃음지었다. 솔직히 그로써는, 이렇게 쉽게 허락받을지 몰랐던 것이다. 꼭 몇 마디 정도 더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녀가 마지못해 승낙하던가, 혹은 청소부가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나던가. 그런 결말이 있을것이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결과가 나오니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어, 어? "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고 하던가. 엣날에 그랬던 것 처럼, 청소부는 아도라의 침대를 뺏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소파는 얹혀살게 된 자신이 써야 하는것이 아닌가? 그런데 아도라가 그대로 소파에 누워버리니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그러면... 안되는데? "
뭐, 아예 예상 못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침대를 뺏어버리는 결과가 진짜 나타나니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그는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 안돼! 아도라가 소파에서 자면, 내가 이 집을 나가버릴거야! "
그게 맞는건가? 싶을 정도의 이상한 말이었다. 방금 얹혀살겠다고 선언해놓고, 침대를 쓰지 않으면 나가버리겠다니. 협박조차도 아닌 말을 내뱉고서 잠시 어버버거리던 그는, 아무래도 긴 여행으로 인해 피곤했다는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당신이 당황해하자 여자는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으로 답했죠. 싫으면 나가든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예요. 그러니 당신의 횡설수설한 말에 "그러든가."하고 즉답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고작 그런 이유로 나가준다면 여자에게는 좋은 일 아니겠어요? 아마도 그렇겠지요.
당신의 촌극을 느긋이 구경하던 여자는 이내 헛웃음을 지었어요. 애초에, 도덕을 따지자면 타인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 눌러앉겠다 이야기한 것은 도덕적인가요? 양심적인가요? 아니잖아요.
"뻔뻔하게 굴 거라면 끝까지 뻔뻔하게 굴기나 하지. 이제와서 도덕이니 뭐니 하지 말고."
비틀린 입매 사이로 비웃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차라리 그렇게 하면 내가 귀엽게라도 봐줄지 모르잖아, 마음에도 없는 소릴 지껄였죠. 그러며 눈을 감았어요. 그 모양이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여자는 곧 눈을 뜰 수밖에 없었어요. 갑작스런 접촉에 놀라 몸을 움찔거리면서요. 황당한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봤죠. 버둥거리도 할 것처럼 몸에 힘을 주고 있던 여자는, 이내 당신에게 기대어 몸을 늘어뜨렸어요. 이게 뭐하는 짓이야! 소리 지를까도 고민했고 몸을 버둥거릴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너무 귀찮았죠.
오랜만에 당신을 대해 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모습과 대화를 하는 건 당신이 유일한 걸요. 작게 한숨을 쉬며 상념을 물린 여자는 당신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어요. 두어 번 눈을 깜박이곤 말했죠.
즉답...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소부의 입장에서는 씁쓸한 말이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며, 대충 능글맞게 웃어넘겼다. 아무튼. 뻔뻔할거면 끝까지 뻔뻔하라는 말에는 동의했다. 확실히 이제와서긴 했다. 청소부가 그렇게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기도 했고, 원래 뻔뻔한 사람이었으니까.
" 흠. 틀린 말은 아니야, 아도라. 하지만 한 가지 틀린 게 있다면, 나는 이상한데서 도덕을 지키는걸 좋아하거든. "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한가? 길거리에 쓰레기를 치우고, 막무가내로 구애하지만 그 이상의 일은 저지르지 않고... 조금 이상한 포인트에서 도덕을 지키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아도라를 안아드는 데에 성공한 청소부는, 뭔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도라의 체온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아, 이거야. 이게 부족했단 말이야. "
지금까지의 고단함을 모두 날려버리려는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고, 어디서 잘거냐 묻고 기울어지는 아도라의 고개를 따라 자신의 고개도 같이 기울였다.
" 글쎄 뭐, 바닥에서 자든가, 아님 아까 그 소파에서 자든가? "
솔직히, 이제 소파정도만 되어도 청소부에겐 충분히 좋은 침대였다. 눕자마자 잠들 자신이 있었다.
" 그치만 아도라의 자는 얼굴이 보고싶으니까, 옆에서 좀 지켜볼까 하는데. 어때? "
근처에 의자가 있었다면 대충 끌어와서 거기에 털썩 앉았을 것이고, 없다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하! 여자는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렸어요.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죠. 아뇨, 물론...지금까지 당신의 언행을 살펴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은 거리낌없어 하면서도 이런 사소한 것 하나에 매달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잖아요.
이상한 사람. 여자는 속으로 중얼거렸죠. 생각해보니 당신이 그렇다는 걸 옛적에 깨달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의 첫만남에서, 여자가 당신에게 빼빼 마른 시체를 건네주었을 때서 말이에요.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지."
내가 깜박 잊었네. 여자는 짧게 덧붙였어요. 그리곤 당신의 품에 머리를 기대었죠. 그래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그런 사람이기에...당신을 집에 들이지 않았나요. 당신이라면 나를
당신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들어 쏘아보았어요. 치켜뜬 눈매가 제법 날카로웠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톡 쏘아붙였어요. 세상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애초 소파는 자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여자는 더 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 대신 당신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가늘게 떴죠.
"그래?"
여자는 몸을 일으켜, 침대 곁에 서있는 당신에게 팔을 뻗었어요. 사뭇 다정한 손길로 목가를 끌어안았죠. 그리곤 부드럽게 제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어요. 마치 내 옆에 누워 밤을 흘려 보내지 않겠냐 묻듯이요. 나긋나긋한 어조로 속살거리듯, 그렇게요.
아무래도 저도...그렇게 자주 오지는 못하고 있고, 캔주라면 늦어도 오실 거라 믿고 있으니까요. 오랜만이에요. 캔주는 잘 지내고 계실까요? ( ´͈ ᵕ `͈ )
맞아요... 며칠 전 한낮에 나갈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더니, 무슨 한여름 낮만큼이나 덥더라고요. 심지어는 모기마저 한둘 등장하고 있어요... ( •_ •̥ ˳ ˳ )
앗, 기대해도 되는 부분이죠, 이거? ( ⸝⸝⸝ʚ̴̶̷̆ωʚ̴̶̷̆⸝⸝) 기대...많이 하고 있겠어요!!
저에게도 여기 오는 시간은 휴식이 맞아요. 캔주와 캔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요. ( ´ꇴ`) 별개로, 최근 그...들은 노래 가사가 왠지 모르게 마르가 생각나서, 두고 가볼게요. 노래 자체도 중독성 있어서 좋더라고요. 캔주의 마음에도 들길 바라요, 그리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품에 기댄 아도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려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말에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니 그야, 방금 전엔 아도라도 침대가 아니라 소파에서 자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않았던가. 그래놓고 청소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한다니. 언어도단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구태여 말로 하지는 않고 그냥 아도라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 어? "
그러다, 침대에 내려준 아도라가 갑작스럽게 청소부의 목에 팔을 감아왔다. 저항할 수 있는 힘으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을, 저항하지 않고 그녀가 끌어당기는 것에 맞춰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의 침대가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말에, 청소부는 조금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평소의 청소부라면, 대화하는 대상이 달랐다면 아마 능글맞게 상대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유도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그야, 상대가 아도라인데다가 오랜만에 만났는걸. 대처할 생각이 따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대처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먼저 자릴 비운 건 당신이면서. 가볍게 덧붙였죠. 언뜻 원망스레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무감한 목소리 탓에 담긴 속내를 알긴 어려웠어요.
"허, 누구 맘대로?"
그러나 적어도, 당신이 내린 답을 원치 않았다는 건 확실해 보였어요. 어조가 무척이나 퉁명스러웠거든요. 여자는 눈썹까지 찡그리며 당신을 올려다 보았어요. 하지만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었죠. 뭐, 언제는 당신이 마음에 들게 움직였던가요...
당신이 무슨 의미로 바라보는지는 알기 쉬웠어요. 하지만, 들어보세요. 여자는 무척 키가 작은 편이지만 당신은 아니죠. 한마디로 여자에겐 소파가 넉넉한 크기일지 몰라도 당신한테는 아니란 소리예요. 하지만 그 모든 말을 내뱉고 실랑이를 계속하는 것은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죠. 그래서 여자는 특유의 순진무구한 낯으로 눈을 깜박여 보였어요. 적당히 넘어가주면 덧나? 타박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네요.
체온이 닿는 거리에 있다는 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가령 당신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는 사실처럼 말이에요. 작은 웃음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죠. 아, 여자는 정말로 이런 순간이 좋았어요. 명백히 벗어날 힘이 있는 자가 순순히 제 뜻대로 휘둘려주는, 그런 상황 말이에요. 여자는 눈매를 휘어보이며 미려히 웃었어요.
네....마르주입니다..... 일교차가 심하다던 때도 다 지나고 이젠 열대야가 한창이네요... 늦게 와서 죄송해요, 캔주.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ɵ̥̥ ˑ̫ ɵ̥̥)
캔주가...곰손이라뇨? 0ㅁ0 그럴리가요! 캔주는 이미 잘 쓰시는걸요. 별개로 시나 소설의 구절을 인용하는 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지만요... 마르....사실 저도 상상이 아주 잘 가진 않아요. 어쩌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틱틱거리면서도 붙잡고, 제멋대로 굴면서 휘두르고 싶어하고...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마르 완전 성격파탄자라는 생각이......들고 있어요 (๑ó⌓ò๑)
그리고 저번에 만들어본 마르를 살포시 내려놓고, 이만 가볼게요. 캔주도 좋은 나날 보내고 있길 바라요!
안녕하세요. 캔주입니다. 음... 이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인코도 까먹고 마르주도 여길 잊으셨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이대로 그냥 묻어버리기엔 제 알량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글을 남깁니다. 참치를 찾지 못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될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여기에 글을 남기는 것도 자기 양심이 아픈걸 덜어내려는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정말 죄송해요 마르주. 그 이야기를 하고싶었어요. 무통보 잠수가 얼마나 화나고 슬픈 일인지를 알고있으니까.... 굉장히 늦어버린 시간이지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