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S급 이상의 익스퍼들은 기존의 익스파를 뛰어넘은 익스파. 오버익스파를 다룰 수 있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면 가능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기존의 익스파를 뛰어넘은 익스파인 오버익스파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들어봤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금시초문일지도 모른다. 허나 예성은 일단은 그에 대해서 더 설명하진 않았다. 단지 그런 것이 있다고 이야기할 뿐. 잠시 생각을 하다 소라 역시 가지고 있다는 말을 살며시 덧붙일 뿐이었다.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제 익스파로는 불가능했어요. 어떤 기술력이 사용이 된건진 알 수 없으나, 거기에는 다른 익스파가 간섭하는 것을 막아놓은 것 같으니까요. 물론 제 큐브 웨폰은 제 익스파가 등록이 되어있으니 가능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딱히 바꿀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지금의 경찰봉이 편하다는 듯이 예성은 가볍게 팔을 휘두르며 경찰봉을 휘두르는 자세를 취했다. 허나 자신의 익스파로도 완전히 뚫을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지 아주 작은 한숨을 내쉬며 괜히 혀를 차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월급루팡의 의미가 아니길 빌겠습니다. 아무튼 혹시나 필요한 훈련장이 있으면 나중에 제 책상에 관련 내용을 적어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보고 검토 정도는 해야하니까요. 정말 아무거나 다 만들어주면 큰일 날지도 모르고. 이를테면... 불바다로 이뤄진 훈련장 같은 것은 곤란하잖습니까."
물론 그런 극단적인 사태가 있을 거라고는 예성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예시를 들었을 뿐. 뒤이어 예성은 화연을 바라보면서 주제를 살며시 바꿨다.
"그러고 보니 화연 씨는 훈련을 하러 온겁니까? 퇴근 시간이 지난 후에, 여기서 누군가를 보는 것은 소라 선배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감정이 없다기보다는...그냥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하는 것 뿐이지만..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지요!
이따가 점심시간이라. 이미 2~3분 남은걸로 기억하지만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짓고 있었을뿐입니다. 그리고 곧 이어 시계를 확인하며 2분간의 이별을 고하는 상대방에게 그녀는 어깨를 으쓱인뒤 가지고 온 장치를 빠르게 설치해뒀습니다. 보고서를 내러가는 당신을 살짝 봤던 그녀는 그냥 겉치레로 한 말이 아니었을까. 기대를 하면서 남은 시간동안 얼마 안 되는 휴식을 가졌습니다.
"흐음"
당연히 돌아오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고.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 당신을 한번 본뒤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습니다. 으음- 식사를 하면서 일을 하는건 상관없겠죠. 노트북을 챙긴 그녀. 당신이 다가오는걸 미리 확인하고는 미소를 띄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태연하고 신경쓸 필요 없다는듯.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부대찌개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애초에 음식에 대한 기호가 없기도 해서 정말로 뭘 먹든지 크게 상관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다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조용히- 다가와서 물어보는 모습은 뭐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꽤 거슬리는 타입의 인간은 아닌거 같다 생각하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죠.
"그럼 갈까요?"
일단은 업무모드. 그녀는 지갑과 노트북이 든 가방 정도만 챙겨서 일어났습니다. 다소 사람들이 남아있긴 했어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관계없는 이야기였으니 말이죠.
괜찮다는 말에 사민은 숨을 느릿하게 내쉬며 주먹을 꼭 쥐었다. 아싸, 그러면 2인 부터 주문 가능한 부대볶음을 시켜야겠다. 작은 머리통으로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직장에 밥먹으러 오는건지 일하러 오는건지 월급 루팡이 여기있다.
"좋네요! 제가 알아온 맛집이 있어요. 가보셨을까요? 여기 바로 옆에 XO 부대찌개 집이 그렇게 맛있대요. 기본으로 계란 후라이도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생판 모르는 인터넷 리뷰어들이 그랬다. 평점이 무려 사점팔! 이것까지 말하면 너무 인터넷에만 의존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보더니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이란. 연우가 척척 잘 받아주니 사민 나름대로 편하게 느끼고 있었나보다. 아까보다 한결 표정이 펴졌다. 그도 잠시 사교성 없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자신의 말과 행동을 곱씹어보는 것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호옥시 다른 곳 가고 싶으시면 알려주세요. 으음... 전 상관 없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대찌개가 먹고 싶은 티를 그렇게 팍팍 내더니 이제는 또 상관 없댄다. 변덕이 심해서가 아니라 걱정이 많아서 그렇다. 사민의 소심한 성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사민이 우물쭈물 연우를 곁눈질해보았다. 표정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노트북은 왜...?"
사민의 시선이 잠시 가방에 머문다. 밥 먹으로 갈때 보통 노트북을 챙기나?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는데 그런 기색은 없어보였다.
친절한 이웃 컨셉의 경찰이라... 의외로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장난기 넘치는 성격이나 수다스러운 성격도 조금 닮았고, 무엇보다 이유모를 친근함 같은 것도 그녀에게서 느껴졌으니까.
...아니면 이 친근함은 같은 출신이라 느껴지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조금은 나태해져도 좋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파라다이스란 개념이 조금 끔찍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약과 당근은 커녕 병과 채찍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시간을 보냈기에, 그것이 왜 문제인지 알지 못 했다. 뭐, 사실 어느정도는 알 것도 같았지만... 하여튼. 그는 무심결에 그런 파라다이스란 세상에 동경을 품고 마는 것이었다.
"도발인데."
지금 이렇게 웃는 것도 도발인데. 라며 빠안히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빙글거리는 얼굴이 이렇게나 얄밉기는 또 처음이었다. 친구라면 당장 볼을 꼬집으려고 했겠지만 아직 그런 장난을 칠 정도로 가깝지는 않으니까... 다음을 기약했을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네가 먹었으면 나도 먹을 수 있을게 당연하잖아."
티스푼을 잡은 듯 손을 내미는 키라를 보며, 살짝 퉁명스레 말한다. 괜히 키라의 손을 가볍게 툭툭 건드려보기도 하고? 어쩐지 고양이가 냥펀치를 날리는 느낌에 가까웠을까... 꽤나 커다란 고양이었지만.
"아니, 아니. 매운 건 정말 사양이야..."
그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미 매운 것은 한국에서 충분히 겪으며 고생한 경험이 있던 그였다. 이미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그는 괜히 더 아픈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