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청해시의 지하철은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다음 정차역을 이용해 이동했다. 다음 정차역인 시청역은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번화가 중 하나였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기 위해 출구 쪽으로 천천히 향했다. 반듯한 줄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데 불편함은 없도록 사람들은 공간을 잘 이용해서 빈자리에 서서 내릴 준비를 했다.
"엄마. 엄마. 저거 왜 저래?"
한편 자리에 앉아 지하철 천장을 바라보던 어린아이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어린아이가 가리킨 곳에선 스파크가 아주 미세하게 튀고 있었다. 그 모습을 금방 확인하지 못했는지 아이의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가리킨 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뭐 말이니?"
"그러니까 저거! 저거! 아까부터 계속 파직파직 소리 내고 있어!"
"파직파직?"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며 아이의 어머니는 더욱 눈을 갸늘게 뜨며 아이가 가리키는 것이 뭔지 확인하려고 했다. 그 순간 일어날리 없는 이변이 일어났다. 스파크가 미세하게 튀던 곳을 시작으로 지하철 내부에 강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아래로 숙였다. 급격하게 파직파직 스파크 튀는 소리가 지하철 내부에 계속 울렸고 사람들의 비명소리 역시 크게 울렸다. 아주 잠시동안의 혼란이 이어졌고 마침내 스파크 튀는 소리가 사라지는 듯 했고 사람들은 겨우겨우 몸을 들어올렸다.
"뭐, 뭐야?! 저기요?! 저기요?!"
지하철 너머로 시청역이 지나갔다. 지하철은 멈추지 않고 역을 돌파해 계속 앞으로 달렸다. 어디 그 뿐일까.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 창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었다. 순간적으로 강한 패닉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당황하기 시작했고 곧 지하철 내부에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승객 여러분! 본 열차에 이상이 생겨 지금 대처중입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자리에 앉아계십시오. 다시 한 번 전달합니다. 승객 여러분! 본 열차에...
다음 역도, 다음 역도 정말로 빠르게 지나가나 지하철은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그 뿐일까. 속도는 점점 올라가며 바깥 풍경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패닉에 정점을 찍겠다는 듯이 강한 노이즈 튀는 소리와 함께 기계음이 울려왔다.
-지금부터 이 지하철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질주하게 될 예정입니다. 멈추는 조건은 단 두 개 뿐. 청해시 지하철공사가 인당 100만원으로 해서 모두의 몸값을 내던지, 아니면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어딘가에 충돌하던지. 그러니 모두 안심하고 지하철 고속이동을 즐겨주세요. 캬하. 캬하하하하하!!
진득한 웃음소리가 울려오며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살려달라는 소리가 강하게 울려왔다. 핸드폰을 들어 연락을 취하려는 이도 있고, 빠져나갈 곳은 없는지 어떻게 대처할 방법은 없는지 살피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 그렇게 계속 하면 돼." "그게 신이 원하는 거니까." "당신의 행복을 신은 기원해줄거야."
사민 머릿속에 줄세워져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연우가 한줄 위로 올라갔다. 이미지 좋음. 전세계에 연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미지가 격상되었달까. 작은 사무실에서조차 세계를 논할 수 있는게 사민이다. 정말로... 단순했다. 사민이 조금 더 분석적이고 대화를 나눈 시간이 늘어난다면 당장의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만 저 어리버리해보이는 얼굴을 보자니 그럴 일은 요원해보였다. 멍청해보인다는 소리다.
"저 그러면 이따가 점심시간에 봬요. 그러니까..."
사민이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시계를 확인한다.
"2분후요!"
연우에게 (매우 짧을) 이별을 고하며 사민은 프린터쪽으로 걸어갔다. 1분이라도 점심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괜히 조급해진다. 탁탁 보고서를 한데 모아 스테이플러로 찍는다. 수직으로 반듯한게 마음에 든 모양인지 손끝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을 꾹꾹 누르기를 잠시,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늦는다고 허둥된 것 치고는 일찍 나왔다. 당연하다. 제출하러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2분이나 걸릴리가 없지 않은가.
자리에 돌아온 사민은 책상정리도 하고 손톱도 만지고 시계도 무려 3번이나 확인했다. 그럼에도 시간은 몹시 느리게 흘러갔기 때문에 사민은 또 다시 책상을 정리하고 괜히 타자도 쳐보고 파일 정리도 조금 하고... 12시다. 사민은 목을 쭉 내밀고 주변 사람들을 살폈다. 사민은 이곳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비울 배짱이 없었다. 누군가 밥 먹으러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사민은 연우를 훔쳐보았다. 일에 집중한 것인지 아니면 딴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밥 먹을 시간이라며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는 동안 사민이 조용히 연우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혹시 점심으로 부대찌개는 조금 부담스러울까요?"
비밀을 전하는듯 조심스럽다.
//늦었.다...... 답레와 함께 갱신할게요 ^~T 해야할 게 있어서 텀이 조금 늦을 것 같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