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시의 익스레이버 '위그드라실' 팀. 익스퍼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히 생겨나는 범죄를 막기위해 설립된 실험적인 성격을 띈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익스파에 의한 범죄가 흔한 것은 아니며, 일어난다고 해도 모든 신고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
그런 이유로 진행중인 수사가 없을 때에는 모든 팀원이 행정 담당이거나 출동 대기 업무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교적 한가한 시간들이, 그렇지 않아도 거의 상시 반쯤 잠들어 있다고 해도 좋을 유우카를 더욱이 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지금도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휴게실에서 남모르게 자신의 인형 머핀을 끌어안고 미동도 않은채 자고 있는 모습이, 그 본인 자체가 누군가가 안치해놓은 또다른 인형같은 모습이다. 그것이 그녀가 위그드라실에서 보내는 일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현장에 나서게 되면 혼탁한 눈에 귀기를 서린채 움직이는 것이 동일인물이라고는 좀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의 수면은 용의자 체포를 위한 그 순간만을 위해서 기운을 축적해놓는 시간인 것일까.
"...💤"
...아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휴게실에 누가 들어왔는지 나갔는지도 모른채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시료우 유우카: 133 얼굴이 자주 붉어지는 편인가요? 거의 핏기조차 없어요 292 타인이 잘 모르는 몸의 상처가 있다면 상처는 아니지만 몸 전체적으로 산산조각 났었던 때의 흉터들이 많아요 170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피아노를 조금 했었는데요 어느 순간 할 수 없게 됐어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시료우 유우카의 오늘 풀 해시는 꿈속의_다른_자신이_숨기고_싶었던_것들을_말한다면_자캐는 "너는 이미 알고있잖아." 벌레를_본_자캐의_반응 바로 베어버려요 자캐는_자신의_생명을 느끼지 못해요 #shindanmaker #오늘의_자캐해시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필요한 것이 있다면 누군가에게서 빼앗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약한 사람은 죽거나 도태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었다.
하지만 난 그런 너를 떠날 수 없었다. 난 외로웠고, 기댈 사람이 필요했으며, 넌 그런 내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들어왔다. 네가 내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 거부할 수도 없었다. 난 기댈 사람이 필요했으니꺼. 넌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다. 어차피 내게 아무 감정이 없었으니, 그런 역할 정도는 쉽게 해줄 수 있던 거겠지.
...그랬을텐데.
건물이 무너져 우리 사이를 갈라놓기 직전, 네가 짓고 있었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 이성을 잃은 흉흉한 눈빛은 거대한 감정을 담고 나를 향하고 있었다.
평소엔 할 일이 없어보이는듯해도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익스퍼 관련 사건이 없다면 일반적인 경찰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우리 위그드라실 팀이다. 따라서 사건이 일어났을때 입는 위그드라실 제복은 캐비넷 안에 얌전하게 걸려있고 지금은 일반 경찰 제복으로 행정 업무를 보고 있었다. 물론 오늘은 사람도 별로 없이 조용해서 경찰청 내부 인트라넷으로 무언가를 뒤지고 있었다. 몇달 전에 속초항에서의 사건을 정리해둔 보고서가 분명 업로드 되어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문서로만 제출하고 업로드를 따로 하지 않았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 나중에 전화해서 물어봐야하나. '
장시간 컴퓨터를 봐서 눈이 아파오자 시선을 틀어서 시계를 바라본다. 별거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눈도 쉬고 앉아있던 허리도 쉬게 해줄겸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로 향한다. 솔직히 일하면서 자유롭게 휴게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근로 환경이 정말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이 보인다.
" 아? "
한가롭게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했더니 이름이 .. 아, 유우카였던걸로 기억한다. 성이 아마 시료우,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일본인들은 보통 성으로 불러주는걸 선호하지 않나. 근데 여기는 한국인데 음 ... 이름으로 부르는게 나을려나?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마구마구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애초에 자고 있는걸 깨워야하나, 싶은 생각에 그녀가 누워있는 반대쪽으로 가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다.
' 자고 있는데 굳이 깨울 필요는 없지. '
업무 시간이니까 자는걸로 쿠사리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소라나 예성씨나 이런걸로 뭐라할 사람들은 아닐 것 같고, 쉬는 시간에 조금 자는건 좋은거니까. 차라도 마실까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향한다. 티백을 꺼내고 컵을 찬장에서 꺼내는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 컵이 싱크대로 떨어진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지만, 쿵쾅!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휴게실을 울린다. 아, 이거 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