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게 헌터의 삶일지도 모르겠네요. 타인에게 도움을 바라거든 그에 걸맞는 가치를 내놓아라. 라는 건가요? 그럼 제게 가치가 있을만한 건... 잠깐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에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하지 말라는 그 말씀의 주인공은 저의 뒤라님이시네요. 마치 하나의 얼굴에 여러 명의 표정을 가진 것 같은 목소리세요. 귀가 황홀해지는군요... 하지만 그 내용은 좋은 가르침이에요. 저쪽은 즐거워하는 쪽이라... 그렇군요. 그런 거라면, 즐거움을 줘도 되겠지만 뒤라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저는 안 하겠어요!
"어쩔 수 없네요~ 할 수 없다는 사람보고 하게 해달라고 바짓자락을 붙잡고 애원하는 건 추하니까요.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볼게요. 그 편이 더 즐거우실 것 같고요."
이건 나중에 뒤라님께 감사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하르트만 교관님께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조금은 신난 발걸음으로 빠져나가요.
텅빈 교실에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토오루, 그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착실히 끄덕이는 화엔. 역시 학교라는 곳은 교육의 장소였다. 오늘도 어린 멍청ㅇ.. 아니, 학생이 새로운 지식(?)을 전수 받는다.
...더불에 중간에 후방 지원이라는 토오루에 말에 역시..! 하는 표정과 함께 알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악력이 약한 편이었나. 함께 싸우게 되면 신경써야겠군. 당사자 키사라기 토오루 (특이상황: 11살 연상, 매우 건장함)가 듣는다면 기분 나빠 할것을 넘어 당황할 속마음이었다.
그렇게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임의 연속이었던 화엔. 대강 거리를 두면 되는 구나, 하고 토오루의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다가, 마지막 대사에 멈칫한다.
"...?"
영문모를 말을 들을 듯이 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 이내 직접 말을 꺼낸다.
"친해지는 것을 관두라 하면 그리하겠습니다만, 원래 친구라는게 미래에 도움되야 만드는 것입니까?"
situplay>1596321093>767 <라임> 라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파필리오는 어떤 존재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듯해 보였습니다. 파필리오에게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요? 아무튼, 나무가 굉장히 호의적으로 반응하네요!
"그렌트 나무 할아버지? ... 응. 알겠어.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나무야!"
저희는 지금 무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지만, 또 나무 할아버지가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가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지요.
물건 대신 부탁을 들어주는 등으로 거래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무를 올려보며 빵끗 웃어보인 라임은, 곧바로 그렌트 나무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
<파필리오> 세계를 남들보다 조금 더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건 늘 어색하면서 두근거리며, 따뜻하며 어딘가 그립다. 시야가 넓어지며 보이는 귀엽고 밝은 정령들은 항상 심상에 여러 마음이 들게 만든다. 정령들을 본다는 건 그랬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중 가장 특출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의 두 배 정도의 수로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손을 들어 올려 양옆으로 흔들흔들, 살랑살랑 거렸다. 열매의 요정, 풀의 정령, 빛의 정령, 불의 정령, 물의 정령. 지금 자신의 시계에서 노니는 모든 아이들에게 소년은 인사를 건넸다. 눈앞의 커다란 나무씨도 정령이라는 건 조금 놀랐지만, 생각해보면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닌 듯 했다. 머리에 올라간 열매를 두 손으로 잡아 내리고 살살 그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잠깐 말이 안 나왔다. 나는 말을 고르다가, 겨우 내뱉었다.
"아. 감사해요."
내뱉고 생각하니 너무 단촐했다. 아마 지금 내 얼굴은 조금 붉을 듯 했다. 베시시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나무씨를 올려다보았다.
"..다음에 다시 와야겠네요. 영양제는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 게이트에 들어오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며, 아마 허락이 내려올 가능성도 적으니 나중에 이 곳으로 오는 의뢰 하나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주변에 다가와 빙글빙글 장난치는 정령들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괜찮으면 누구 한 아이는 쓰다듬어주고 싶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렌트 할아버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나무씨네요.”
거래를 좋아하시는 그렌트 할아버지.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없지만 거래란 물물교환만 뜻하는 것이 아니며,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의뢰 역시 거래의 일종이었으니.. ..어찌 되지 않을까? 막연한 긍정이 솟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열매를 만지작거렸다. 뭔가 선물로 받은 것이다보니 먹기가 아까웠다. 화분을 사서 심을까?
"친구는 좋으면 하는 거긴 하지. 마음이 끌리고 가까워지고 싶고 같이 있는 게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야. 하지만 세상을 그런 것만으로 살아갈 순 없다는 뜻이다."
토오루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이마를 짚었다. 정말 내가 이런 것까지 설명해줘야 하고 있어야 하나? 하지만 이걸 어물쩍 넘겼다가는 다음에 더 큰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자라나는 새싹이 바른 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었으니. 거기다 엘터 교관한테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406 이런 반응은 이미 상대가 (범죄자라면)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전제 하에서 나오는 것이빈다. 현행범이거나 아직 안 잡힌 범죄자는 아마 평범하게(?) 잡아서 경찰이나 가디언들에게 넘기려고 하든지 아니면 피하든지 할 것 같네요. UHN이나 미리내고도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상황을 만들진 않았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흐음, 그렇군요. 이따금씩 추임새를 넣으면서, 왠지 새겨들어야 할 말같다고 어렴풋히 생각한다. 함께 자라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은 재쳐두더라도, 친구라 하면, 곧바로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지한이라던가, 라임이라던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굳건히 다시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화엔.
"흠, 대강 알겠습니다."
마음이 끌리고 가까워지고 싶고 같이 있는 것이 즐거우니 괜찮은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음! 그런 것 만으로 살아간다면 안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키사라기 토오루, 당신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군요. 마음이 끌리고 가까워지고 싶고 같이 있는 것이 즐거워도."
따박따박 고대로 읋고서, 왠지 허탈한 모습으로 이마를 짚는 토오루에 어리둥절히 팔짱을 끼는 화엔. 왠지 토오루의 스트레스에 휘발유를 콸콸 들이부은 느낌이지만, 화엔은 그런거 모른다. 범죄자에게 인생조언을 받아듣는 주제에 알면 더 괴상할 것같지만 말이다.. 한 술 더 떠 고개를 갸웃거리고 질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