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걸린 가방이 토오루에게 넘어가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뭔가 멍한듯이 서있기만 하는 토오루의 모습에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뿌리지만, 토오루의 대답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음, 하고 대답일지 신음일지 모를 소리를 내고선, 가만히 먼지를 터는 토오루를 내려다본다. 그는 아마 화엔이 토오루를 이만 내버려두길 원한 모습이지만...
"저기, 실례가 아니라면. 키사라기 토오루, 당신께 여쭈어볼께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고서 말을 꺼내는 화엔. 자리에 앉아 있는 토오루와 달리 여전히 각잡고 빳빳히 서있는 화엔의 모습은 평온한 얼굴과 달리 불편해 보인다. 다음 말에 더 불편해질 사람은 토오루겠지만 말이다...
"당신과 같은 범죄자는,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입으로 폭탄을 떨어트릴수 있는 자가 여기 있었다. 샌드위치는 어떻게 만드는 지 물어보는 듯이, 예의 깊은 존댓말에 지극히 가벼운 어투. 범죄자를 이렇게 같은 자리에서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라 말입니다. 꿈벅꿈벅, 답을 기다리는 화엔. 뒷골이 땡긴다. 미안하다 토오루. 힘내라 토오루.
왜 캡틴은 아프리카를 마굴이라고 표현하나요? - 설정상 아프리카는 강하니까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해지는 타입입니다. 게이트 초창기의 혼란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아프리카로 가시면 됩니다. 붕괴되어 강화된 초대형 게이트가 다섯개! 외에도 초대형 게이트 무더기! 대형 게이트는 심심풀이! 중형 게이트는 일상! 소형 게이트는 모래 정도로 많죠! 설정 상 잘 훈련된 가디언의 생존률도 3일 이상 버틴다면 오래 버텼단 평가가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껏 깨끗해진 가방이 또 바닥에 떨어졌다. 토오루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화엔을 올려다봤다.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들을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저건 어떻게 봐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진짜 비웃을 생각이었다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는 없다. 이곳이 말만 특별반이지 사실 평범한 애들 사이에 섞어두면 난리나는 폭탄끼리 모아둔 곳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가까쓰로 정신을 차린 토오루는 일단 화엔이 대체 왜 이러는지부터 알아볼 생각으로 화엔에게 되물었다.
"의사선생님은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식당 직원은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물어보고 다니진 않을 것 아냐."
시선이 다시 한번 슬프게 바닥으로 돌아간 가방을 따라간다. 키사라기 토오루는 혹시 악력이 약한 편인가? 어이없다는 토오루의 표정에 미미한 억울함을 느꼈으나, 자신이 타당하다는 (틀린) 믿음은 놓지 않는다. 오히려 토오루의 말에 두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흐음, 하고 길게 신음을 흘린다. 물론 이 신음은 토오루가 아마 원하는 데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봄의 결과가 아닌, 그저 추진력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야 물론, 당사자니까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꿈벅꿈벅.
"당신은 크게 예외적이기도 하고요."
원래라면 자신이 적대해야할, '그'를 위해 경계하고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는 없었고, 지금 저 사람은 자신의 같은 반학생이다. 상하관계라는 틀에 맞추어진, 그리고 머리속이 워낙 깨끗한 편에 속하는(...) 화엔에게는 혼란스러운 안건이었다.
범죄자는 법에 넘겨 처분을 맡겨야하는 상태, 반대로 반 친구는 친해져 보조해야 하는 상태. 그 상극의 지위를 둘 다 지닌 사람이 토오루였다.
애초에 만약의 상식이 있었다면 대체 왜? 하고 당황했을 처우였을테니까. 애초에 범죄자라는 게 기피해야 할 대상이라 배우지 않은 탓일까? 그래서 두배로 당돌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식이 없는 화엔은 나름 차선의 선택을 했다고 자부했고, 그렇게 맑은 두 눈으로 토오루의 답을 인내심있게 기다렸다.
아 그러고보니 전투 스타일 하니까 떠오른 게 있는데요. 이건 아무래도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제가 강산이 성향을 DnD식으로 혼돈 중립~혼돈 선으로 상정하고 있거든요? (돌리면서 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달리 말하자면 제가 얘 성격을 대략 '자유로운 영혼'같은 느낌으로 잡아놔서... 강산이랑...준혁이가...같은 파티가 된다면.....강산이가...아무래도...준혁이 성격이나 전투 방식에.....반발할 가능성이 있어요...혹은 말을 안 듣거나... 선관 없이 만나면 혐관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저는....
그래서 말인데 준혁주 혹시 괜찮으시면 악우 선관이라도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게 어떠실까요...! 둘다 메인 특성이 별의 아이라서 좀 오래 알고 지냈다는 설정도 위화감 없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래도 초면+혐관보다는 그래도 오래 알고 지내서 둘이 조금은 신뢰도가 있는 게 차후 같이 행동하는 경우라든가 그럴 때 문제가 덜할 것 같아서요. 어...물론 혐관을 감수하시겠다면 그러셔도 되긴 하지만요...!
신체 170이지만 악력이 약한 취급을 받는 키사라기 토오루(27세, 남)는 그제서야 화엔을 평범한 사람 대하듯이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있었다. 이런 상대는 자신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들으면 별 불만 없이 넘어가주는 편이니까. 토오루는 어디서부터 대화를 끌어가야 좋을지 잠시 머릿속으로 단어를 골랐다.
"내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뒤통수를 칠까봐 걱정인 거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좋아. 애들 상대로 그럴 생각도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랬다간 바로 다시 잡혀 들어가서 사형이거든. 후방 지원인 내 입장에서도 다른 파티원이 나를 불신하게 되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하고 감정적인 교감을 하고 싶다, 친구가 되고 싶다, 뭐 그런 뜻이라면 관두는 게 좋아. 네 미래에 별로 도움 안 될테니까."
Q. 근데 토오루 관해서는 왜 저런 말(>>391) 안 해요? A. 강산이놈은 상대가 일단 자기 눈앞에서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뉴스에 나왔다고? 범죄자라고? 그래서 뭐?"라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화엔이 선관 짤 때도 아마...화엔이가 신문에 나온 거에 대해 강산이는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 말했었고요.) 그리고 시트와 그동안 묘사된 언행을 보면 토오루는 일단 특별반에게는 조금은 호의적인 편으로 나오고 있지요...그러므로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일부러 자극하지 않는 한 큰 충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훈의 설명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점은 이거였다. 재현형 게이트는 성녀도 실패할 정도로 캡사이신을 들이부은 핵불닭이며 미친 다윈주의자보다 더 상대하기 곤란할 수 있다. 그리고 재현형 게이트를 돌파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은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추리력, 게이트 안에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해석하는 현명함, 숨겨진 힌트를 알아낼 수 있는 관찰력 정도다. 맨 마지막 정도는 무리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긴 하겠다만... 토오루는 자신이 그렇게 머리가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된다! 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