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장난 수준이 아니지 않을까. 빈센트씨의 정중한 자기소개에 반응하기도 전에 나무가 쓰러졌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빈센트씨는 별로 놀란 모습은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태연하게 쓰러진 나무에 앉았다. 나는 나무를 쓰러뜨린 정령에게 손짓하여 곁으로 부르고 빈센트씨를 보았다. 불의 의념.. ..방화광? 아니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왠지 맞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차분히 말을 골랐다. 빈센트씨도 같은 특별반 학생인 만큼 정령에 대한 지식은 있을 것이라 믿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는 중에 풀의 정령이 빈센트 근처에 섰는데 그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정령들이 빈센트씨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서는 일어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무가 쪼개지기 시작했다.
라는 반응에서 빈센트는 여러 해석을 했다. 순수한 감탄, 빈센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조소, 아니면 공포. 빈센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그에게 가장 유리한 해석인 "순수한 감탄"으로 해석하고는 지한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베로니카. 저는 여러 애칭 겸 별칭으로 부르죠. 베레니체, 베레니케, 베르니, 그 외 기타등등. 그런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냥 사람만 죽여도 큰일이 날 판에 가디언 후보생을 죽였고, 그 대가로 이제 감옥에서 평생 썩을 일만 남은 친구였습니다."
다시 술 한 모금. 아니, 두 모금. 빈센트는 술을 더 마시고 나서 지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런데, 가만히 감옥에서 잘 썩게 내버려두면 될 것을, 어떤 범죄조직이 그 멍청이가 갇힌 컨테이너를 통째로 들어서 훔치려 했습니다. 그건 아주 잘 진행됐죠. 그 잘나신 UGN UHN 높으신 분들도 일어날 일 다 일어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문제는 한 머리 빨간 멍청이가 일으켰죠."
다시 한 모금.
"범죄자 태우는 재미로 살던 멍청이가, 심심하답시고 그 컨테이너를 열어버리면서 모든 게 꼬였습니다. 멍청한 여자가 멍청한 남자가 좋다고 달라붙고... UHN 멍청이들은 거기서 쓸모 있겠다고 멍청이끼리 붙이고... 제기랄."
나무가 쪼개지는 것을 본 빈센트는 슬쩍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는 순간, 나무에 숨어있다가 나무가 넘어지며 깨어난 뱀이 빈센트가 앉아있던 자리로 올라오고, 뱀은 빈센트의 허벅지를 보다가, 그의 손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는 얌전히 숲 속으로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정령? 정령 말인가요?"
빈센트는 정령이라는 말에 고개를 다시 갸웃거린다. 정령, 들어는 보았다. 작은 요정들이고, 이 세상 모든 원소를 대표하는 정령들이 있다고. 하지만 빈센트는 그게 보이지도 않았고, 못 본다고 딱히 문제를 느끼지도 않았기에 그냥 살기로 한 차였다. 그런데 정령이 날 싫어한다고?
"흠. 아무래도 정령시 능력을 가지신 것 같은데... 정령들이 제 뭐가 싫은지는 말 안 하던가요?"
생각해보니, 싫어할 짓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유해세균 증식으로 죽음의 물길이 된 냇가를, 의뢰를 받아서 간 다음에 불로 지져서 물을 끓여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안 그래도, 아까 전에는 멧돼지가 셋이나 달려들더니."
확실히 순수한 감탄에 가장 가깝기는 했습니다. 조소나 공포는 아니지만... 뭐 그 둘이 아니면 그나마 가까운 게 그거잖아요? 베로니카라고 불리는 여자가 가디언 후보생을 죽였고 감옥에서 썩으려다가 범죄조직이 들고 나르려다가..
"빈센트씨가 열어버린 거군요." 음. 열었다라는 것보다는 결과적으로는 열어버렸다가 맞을까요.라는 말을 하며 음식을 떠먹습니다.
"베로니카 양이 그러니까.. 빈센트 씨가 좋다고..?" 그런 거군요..? 라는 의문문의 형식이긴 하지만. 그 말에는 큰 의문점이나 당혹감은 없이 사실확인에 가까운 말인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UHN이 둘을 붙여 놓은 건 처음 듣습니다. 하긴. 금방금방 말할 사안은 아니긴 한데요. 버거운 건지. 버거우면서도 그런 건지.. 음... 판단은 보류합시다. 빈센트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베레니체를 처음 만난 지 2주 뒤에, 베레니체가 저에게 전화를 하더군요. 어디 있냐고, 만나고 싶다고. 대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가족관계등록부를 떼 봐야 겨우 아는 부모님의 풀네임을 다 기억하고 있었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까지 다 꿰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로 무서웠다. 그저 불장난을 좋아하고, 불장난의 스케일이 좀 많이 크다는 것을 빼면 평범하디 평범한 빈센트는, 생애 처음으로 감시당하는 사람의 기분을 느꼈으니까. 어느 새 한 병을 다 비운 빈센트는 다음 병을 주문했다.
"공식적으로 베레니체를 제가 맡기로 한 뒤에는... 그녀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열었습니다. 그새 현관문 열쇠까지 복사했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문을 박살내지 않은 게 고마울 지경이지만... 뭐라도 먹이려고 요리를 하다가 칼에 손이 베여서 피가 흘렀는데, 그걸 보더니 베레니체가 정신이 나갔고..."
빈센트는 다음 병을 까고, 병나발을 불었다.
"어제도 범죄자긴 하지만 사람을 죽였죠. 네. 다시 말하지만... 전 모두를 사랑합니다. 멍청이들을 제외하고요. 나, 베로니카, 범죄조직, UHN 높으신 분들... 그 외 기타등등."
"베로니카 씨가 좀 많이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좀 많이 좋아해도 그정도는 아니야. 지만. 가디언 후보생을 죽이고 감옥에서 썩을 이라는 건... 어딘가 빙글해야 하는 게 아니던가. 저정도면 나름 준수한 편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는 지한입니다. 피를 보고 정신이 나가고.. 음.. 고생을 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일생일대의 실수였다고 말을 해드려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솔직히 자업자득이다라는 말을 하기는.. 지한은 그래도 아는 이에게 그정도로 모진 말은 못할 겁니다. 술을 넘기고 범죄자인 게 다행이지만 사람을 죽인 이의 목줄을 잡고 있는(상식적으로 레벨이 낮은 빈센트가 제어라도 하려면 그런 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짐작해서 소 뒷걸음친 것으로 때려맞춘 것에 불과했지만) 빈센트의 위장에 안녕을 빌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양배추가 꽤 효과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즙내는 곳에 가서 양배추즙이라도 하나씩 챙겨드세요. 라고 말하는 건 진심입니다. 베로니카 씨 때문에 위장에 구멍이 생기기라도 하면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같은 생각인가요?
잠깐, 잠깐.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정령들의 분노가 생각보다 대단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저 뱀도 정령이었고.. 물리면 그냥 아야! 하는 반응으론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정령)은 점점 내 곁에 모여들고, 인기가 많은 건 좋은 일이지만 눈 앞의 사람을 공격하는 아이들이라는 건 좀 슬프다. 나는 저 사람과 오래 알고지내며 친분을 쌓을 사람입니다 여러분..
“글쎄요.”
그러고보니 그걸 듣지 않았다. 잠시 내 어깨에 올라탄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왜 저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나요? 빈센트씨가 추측하는 이유도, 상당히 과격한 걸 생각하면 그럴 듯 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좀 더 근본적인 무언가였다.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잘 지내 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생각해보는 지한입니다. 잘 따져보면 빈센트의 생각대로 그게 그나마 최선이었을 거고.. 그것까지 생각이 닿지 않은 지한이라도 그걸 선택지에 주고라면 빈센트를 좋아하니 당신이 해라. 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것 뿐.." "...." 살기를 지한이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히 말하는 것과 가주시겠냐는 것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뭔가 일이 생긴다.. 지금까지 들은 거로는.. 베로니카 쪽과 관련된 일?
"식사는 괜찮았네요." 급한 일이 생긴다라면 그걸 우선시해야죠. 라는 말을 하며 일어납니다.
빈센트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나 되돌아본다.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그걸 빈센트가 제 입으로 말한 적도 없고, 숲은 불태운 적도 없는데. 해봤자 숲에서 나온 가지들을 모아서 불을 만드는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고, 말라붙은 나무를 태운 정도였다. 그래서 빈센트는 파필리오에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본 적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저는 그걸 말한 적도, 실제로 행한 적도 없는데, 정령들이 인간의 마음도 꿰뚫어보는 건가요?"
빈센트는 옛날을 생각해보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행한 적이 없다는 말을 정정한다.
"아, 게이트 안에 숲 전체가 보스라 불태운 적은 있습니다. 날씨가 가물어서 다행이었죠."
진짜였나요. 오늘따라 여러번, 말을 잃는 것 같았다. 그나마 내가 어느 정도 빈센트씨와 근접해 있어선지 정령들은 주변에서 불만스러움과, 나를 향한 걱정이 섞인 느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령은 자연의 아이들이며 그런 만큼 자연을 사랑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실제로 사실에 가까웠으며, 눈 앞의 사내는 생각보다도 더..
"그, 렇습니까."
자연의 적일지도 몰랐다. 어째 불의 정령들도 슬그머니 거리를 두더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괜찮다는 표시로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웃어보이고 그에게 말했다.
"대단한 아이들이니까요. 어느 정도 느끼는 바가 있는 거겠죠. 그러니까.."
방긋 웃어보였다.
"괜찮으시면 돌아가는 길은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아마, 좀 덜 피곤하실겁니다. 저는 다행히도 정령들의 호의를 받는 입장이라서요."
1. 각 캐릭터들에게 배당한 과거사에 대한 정리를 마쳤음. 장장 10어장만에 드디어 마친 일임. 2. 아마 저번 진행에서 상당히 사건들이 빠르게 전개되기 시작해서 어? 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래도 다윈주의자라 다행이란 생각을 해버림. 열망자였으면 시작이 창경궁 테러더라고. 3. 도기 코인샵의 물건을 조금 조정해볼 예정. 아이템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가 골자가 될 것 같음. 예를 들면 50개와 재료를 본인이 구해오면 확정적으로 장인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고민 중. 4. 기술에 관해서는 고민이 좀 있었는데 지금 당장은 건들지 않기로 했음. 대신 의념 발화의 획득 랭크를 무기술 A에서 B로 하향함. 그만큼 효과들이 감소하긴 하겠지만, 의념 발화를 필요로 하는 기술들에 대해선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될 것. 5. 아마 앞으로 새 NPC들의 등장 비율이 조금 늘지 싶은데, 가능하면 저레벨대 위주로 NPC들이 등장하게 될 듯 함.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데 사건이 하필 다윈주의자로 시나리오가 시작되서 수습하기 급급했음. 6. 아마 이번 사건이 정상적으로 끝나면 다들 의념기에 대한 감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듯 함. 7. 외에 궁금한 거 있으면 지금 얘기해주셈. PC일 때 빠르게 처리해야함
"만약 정령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있는 거라면, 그들에게 잘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숲은 불태우고 싶기도 했지만... 그 숲은 게이트 외래종에 의념을 각성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매우 해로운 기체를 내보내기 때문에 싹 다 태울 수밖에 없었다고요. 그래도 인간도 어찌 됐든 자연의 일부인데, 내버려뒀다가는 다 죽게 생겼는데 어쩝니까."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또다른 나무가 빈센트 쪽으로 쓰러진다. 빈센트는 간신히 피하고는, 다시 쪼개지는 나무를 보고는 정령들이 그에게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악의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증거로 그러든 말든 빈센트에게 휘둘러지는 나무가 있었다. 또한 정령들은 그가 과거에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생리적인 거부감일 수도 있을 듯 했다. ...학교 안에도 정령들은 많은데 괜찮을까 저 사람. 일단 이 숲에서 나가면 괜찮겠거니 하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숲에서 나갈까요?"
나는 한 정령이 다른 나무를 매만지는 걸 보며 애써 웃었다.
"..그래도, 저는 당신을 부정하지 않아요."
그의 곁에 서서, 혹시 모르니 잠시 고민하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걸어가려 했다. 붙어있으니 별 공격은 없겠지...?
>>240 마도로 구성하고, 구성한 마도를 연구해서 발동 조건을 간소화하고, 숙련되면 기술로 등록할 수 있겠지?
>>244 원래 망념을 증가시켜서 하는 공격은 일종의 버핑이라고 보면 돼. 어차피 전투 상태에 들어가는 순간 의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이전부터 쭉 얘기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까지 의념을 돌리고 있진 않음. 의념으로 인한 노화 방지나 신체 능력의 보정은 항상 있지만 직접적으로 의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망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는 묘사나 설명을 이전에 한 적 있음)망념이 증가하기 시작해.
간단한 예시라면 의념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해서 명진의 건강은 65정도의 효율을 지니겠지만 의념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원래 스텟으로 늘어나는 식이지.
망념 10을 소모하는 공격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력이냐, 라고 물으면 나도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데. 그럼 판타지에서 일반적인 기사가 검을 휘둘러서 낼 수 있는 위력은 어느정도야? 설명이 어려워지는게 내가 여기서 어떤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봐야 상대마다 다르게 위력이 책정되고, 보편적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어서 말해주긴 어려워.
일단 망념 10을 소모하는 공격은 시스템적으론 효과가 1.15배 증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약 15% 정도지. 다만 망념의 양이 늘어날수록 효율은 조금씩 감소해서 100 정도의 망념을 사용하면 80% 정도의 효과가 증가해.
애초에 망념을 써서 공격하는 거는 한 방 제대로 먹이고 시작한다거나 압박에 용이하게 한다는 용이지. 기본적인 전투는 망념에 추가로 소모하지 않고도 할 수 있어. 그래서 기술이 중요하다고 계속 언급하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