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321093>940 지금 시점에서 받을 만한 도움이...얘 엄마는 애가 잘못 휘말려서 죽는 걸 걱정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 가야금 사달라고 하면 너무 철없어보일 것 같아서...? 얘 나이도 19세니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것 같달지 그렇네요. 도움은 미리내고 입학 준비할 때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고... 그래도 이번엔 다른 특성이 아니었으면 얻기 어려울 수도 있을법한 정보를 얻었다는 점만으로도 좋습니다...ㅠㅠ
그리고 이번 시나리오 말인데... 아마 강산이는 엄마한테 들은 말도 있고 해서 (이건 강산이 수준에서 감당할 일이 아니라고 조언했으니까요) 무작정 개입하진 않겠지만...다른 누군가가 시나리오에 휘말려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때부터 끼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누가 단톡방에 헬프 요청하면 도와주러 가려고 할 수도 있어요. 진행 중에 강산이가 엄마랑 통화하다가 '내가 위험하면 쟤네도 위험한 거 아님?'이라면서 특별반 애들 떠올린 건 이런 플래그였다고나 할까 그렇습니다.
빈센트는 씹기 좋은 것들만 골라서 먹고 있었다. 섬유질이 가득한 야채, 웰던을 넘어 바짝 익혀 먹을 수 있는 타이어 같은 느낌이 된 스테이크를 잘근잘근 씹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절반은 스트레스 통제에 실패한 빈센트 탓이었고, 절반은 그의 스릴이요 스트레스 제조자인 베로니카 때문이었다.
"이제 올 때가 됐는데."
빈센트는 헌터 네트워크에 올린 글을 확인한다. [헛소리 들을 사람 구함 - 식사 공짜]라는 글을 올렸는데 진짜로 오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헛소리를 들어주는데 식사를 산다니.' 헛소리 들을 사람이라고 식사를 공짜로 준다니. 별난 사람같다는 생각을 하며(그러나 그 제안에 응한 지한도 별나다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식사를 공짜로 줘서가 아니라. 헛소리가 궁금해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하지만 누가 봐도 공짜 식사를 먹으러 가는 걸로 보이지 않을까? 약속된 장소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빈센트를 보고. 다시 장소를 확인하고는 음. 여기가 맞는데요. 라는 혼잣말을 한 다음
"빈센트씨가.." "헛소리 들어주시는 분 구한 거 맞습니까?" 자리에 앉으며 의자를 끌어당깁니다. 맞으면 들어주면 되는 거고요. 아니라면 무슨 소리냐는 시선은 받아도 다시 찾아야 하고요.
빈센트는 눈 앞에 나타난, '헛소리 들어주는 사람'의 정체를 보고 침묵을 지킨다. 기분이 나빠서 아무나 부른 거였는데, 계산 외 상황이다. 빈센트는 아무나 불러서 적당히 다시는 안 볼, 햄버거 시키면 나오는 작은 케첩 한봉지 같은 일회용 말동무를 원했건만, 잘 아는 사람이라니.
"어서 와요. 저 맞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뺄 수도 없으니. 메뉴판을 밀어서 그쪽으로 보내주며 말한다.
빈센트의 지갑사정도 있고. 뭔가 많이 시켜봤자 지한이 다 먹을 수 없으면 아깝지 않습니까. 말을 고르는 것을 기다리다가 뜬금없이 나오는 사랑에 대한 말. 지한은 의외로 신중하게 말을 골라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분법이라면 사랑한다에 가깝죠" 그 사랑의 갈래가 어떻느냐라는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는 말하지 않고 일단 이분법적으로는 사랑한다에 가깝다고 말해봅니다. 반문을 차단하는 듯한 말을 하는 빈센트를 보며 물을 홀짝거립니다. 헛소리와 관련이 있는 걸까..
가끔 정령을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묻는 사람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가정집에서 살 무렵에 일 년에 몇 번 정도, 들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몇 번 바뀌다가 최근에 들어서 거의 고정되었다. <그건 현실에 동화를 겹쳐 놓은 듯한 환상을 보는 느낌>이라고. 부드럽고 귀여우며 신비로운 아이들은 대체로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물론 그 아이들도 생각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고, 개..인? 개체? 마다의 취향과 좋고 싫음은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 그 아이들의 취향인 것이고.. 저런 경우도 없진 않은 것이다. 나는 눈을 깜빡거리며 내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과.. 이상하리만치 아이들이 피해가는 한 사람을 보았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다. 같은 특별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붉은 머리카락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나는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다 빙긋이 웃어주고, 그 쪽으로 다가갔다.
이름이, 분명, 빈센트였던가?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정령들이 내 뒤에 숨는 걸 느끼며 웃어보였다. 사실 물의 정령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물을 뿌리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도 있었다. 내가 근처에 있으면 그러진 않지 않을까..? 조금 오만한 생각일까? 애초에 정령들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건 그다지 본 적 없었다. 착한 아이들입니다. 그건 그렇고, 숲에 오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싶었다.
"관대하다면 다행이지만요." 처신을 잘한다고 볼 수 없어서 멍청이 기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빼고. 지한은 스스로가 멍청이라는 빈센트를 봅니다. 술을 마시면.. 의념으로 강화해서 취하면 들고 갈 수 있겠지. 같은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지한은 빈센트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아. 레벨이 38.. 38이요..?" 레벨이.. 38이나 되는 헌터가..? 라는 말을 듣고는 아는 분인가 싶었는데. 따라다니고 이것저것 챙겨준다는 말을 듣고는 무슨 해괴한 일인가 싶은 생각을 합니다.
"음.. 저라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챙겨주면 좀.. 그렇지 않나? 좀 무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할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숲은 좋은 장소다. 가연성 물질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한번 불을 지르면 끝내주게 잘 타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을 머금어서 잘 타지 않지만, 적당히 따뜻하고 극도로 건조한 가을과 봄에는 이곳은 훌륭한 연료 덩어리였다. 나중에는 경찰 회선 백도어가 아니라, 산림청 백도어도 뚫어놔야겠다고 생각하며, 빈센트는 숲으로 들어가서 자연을 만끽하다가 한 사람과 마주한다.
"좋은 하루라, 네. 더할 나위 없이 좋죠. 그런데..."
빈센트는 상대가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빈센트는 상대를 살피다가 그가 특별반의 파필리오, 라는 사람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떠보듯 물어본다.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렇지요?"
그리고 나뭇잎에 잔뜩 묻어있던 물방울이 비처럼 떨어지려고 하자, 바로 불의 장막을 펼쳐 막아버린다.
빈센트는 도수가 99도인, 물에 알코올을 섞은 게 아니라 알코올에 물을 섞은 것이나 다름없는 술을 든다.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달성 불가하지만 게이트에서 온 장인들이 해냈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술을 마시며 자신의 식도가 어디에 있는지, 위는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알게 된 빈센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누군가는 좋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게이트에서는 죽을 일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도와주겠다는데 싫을 사람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생각하다보니 화가 나서, 다시 술을 마신다. 의념의 힘이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하는 모양인지 마셔도 잘 취하지 않았다. 빈센트는 의념 각성자용 술이라도 시킬까 고민하며 말을 맺는다.
"그 레벨 38짜리 헌터가, 가디언 후보생을 살해한 전적이 있는 의념범죄자고, 피 냄새를 맡으면 돌아버리는 광인... 아니, 멍청이면 다들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그가, 빈센트가 태연하게 불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이차적으로 식겁했다. 일차적으로 놀란 건, 물의 정령이 진짜로 물방울을 후두둑 떨어뜨렸을 때였다.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닫은 나는 조용히 물의 정령을 안된다는 사인을 했다. 왜이렇게 빈센트씨에게 적대적일까 싶었다. 불을 사용해서라기에는 불의 정령도 있다.
"네. 같은 특별반이니까,요."
잠시 생각에 빠졌어서 대답은 늦어졌지만 솔직하게 긍정했다. 무표정하게 있으면 인상이 좋지 않은 걸 알고 있기에 (잘 웃기 전에는 공포 영화에 등장할 생각 없냐는 농담도 곧잘 들었다.) 방긋 웃어보이며- 빈센트씨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나뭇가지를 의념을 이용한 번데기로 살짝 비껴냈다.
저 술은 자신도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알코올은 순수하게 100%로 만들려면 뭔가 특수한 유기용매가 있어야 하고.. 술로 만드려면 좀 뭔가 특수한 공정이 있어야 한다는.. 그래서 의료용 소독 알코올도 80몇퍼센트.. 아니 이런 쓸데없는 지식은 그만두고. 저걸 들이키는 빈센트를 봅니다. 자신은 마셨다간 훅 갈거라고 생각하면서 좋다고 한다는 말에
"그럴지도 모르죠."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들으면 38정도의 헌터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는 거잖아요?
"오." 그리고 빈센트의 입에서 38짜리 헌터가 가디언 후보생을 살해하고 피만 보면 돌아버린다는 말이 나오자.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어쩌다 만나시게 된 건지." 음. 그것보다 빈센트씨를 왜 도와주고 그러려 하는 거지..? 이미 잡혀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매우 알기 힘든 속사정을 나름 궁예해봅니다. 그걸 말로 안해서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