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끄아 악(더 큰 관문에 짓눌려버림) 문하 아픈것도 보고 싶지만 새슬이 아픈것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8.8..... 둘 다 자기 몸 아픈거에는 무관심해서 속 터지게 만드는 건 매한가지일 것 같긴 한데...... 아악 결정장애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선택 ㅇ(-(... (죽엇음)
>>415 새슬이 아파서 학교 안나오면 문하 일단 보육원 담장부터 타넘을 것 같아.. 그런데 이제 새슬이는 아픈데도 그냥 헤헤헤 하고 학교 나와서 열 펄펄 끓는 채로 돌아다니다 풀썩 쓰러지거나 어디 구석에 기운없이 앉아있거나 하고 있을지도.
문하는 무관심하다기보다는 자기 혼자 잘 드러누워.. 약 잘 찾아먹고 학교며 도장에 알아서 전화하고 뜨끈하게 인스턴트 육개장 한그릇 끓여먹은 다음에 전기장판에 드러눕고 다음날에 멀쩡하게 등교하는 그런애라.. 그런데 이제 새슬이가 없던 나날들은 이렇게 아파서 혼자 드러누워 있어도 자신이 혼자라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런가... 하고 하루종일 병든 닭처럼 얌전히 자면서 보낼 수 있는데, 오히려 새슬이와 만나고 나니까 혼자 앓아누워 있는 게 왠지 가슴속에 따끔따끔하게 올라오는 그런
>>416 ㅠㅋㅋㅋㅋㅋㅋㅋ보육원 담장을 타넘었다간.... 쫓겨나버려 ㅇ(-(...!!! 안디야...~~! 유새슬... 아마 지는 아픈 자각도 없고 세상이 좀 빙글빙글 도네 ( ᐛ )~~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그런데 이제 이마에 손 대보면 열이 불덩이같은? 그런 거 <:3...... (글러먹은 오너)
문하는 혼자서도 척척 잘 하는 친구군요..... 하긴 생각해 보니 스포츠계열이니 자기 컨디션에 스스로 예민할 수 밖에 없겠지요! 썰이 너무 단데요... 매운맛 달달함이네요.........(무한점)
오늘도 땡땡이의 화신, 유새슬은 교내를 이리저리 쏘다니던 참이었다. 딱히 목적지도 없이 발길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거나 마음에 드는 낮잠 장소를 찾아낼 때까지 그저 운동장이나 복도 따위를 마구 활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라. 이상하기도 하지. 타박거리는 발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불규칙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안 그래도 나른했던 인상이 오늘은 어딘가 몽롱해 보일 정도로 풀어져 있기까지 하다. 비록.. 상당히 눈썰미 좋은 사람이 세세하게 뜯어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 할 변화라는 게 문제이기는 했지만.
새슬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따라 어디에도 흥미가 끌리는 것이 없고, 몸은 요상하게 나른하지, 가끔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세상이 하루아침에 무언가 달라져서 정말로 도는 건가? 어쩌면 처음부터 돌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숨겨 온 걸지도 모르지. 지구 자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돌고 있었잖아. 아득한 의식의 흐름을 겨우 쫒아 브레이크를 걸었을 때는 이미 무의식적인 발걸음이 옥상 계단을 밟고 있었다.
달칵, 끼익. 녹슨 소리를 울리며 작은 문이 열렸을 때. 서늘한 가을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간다. 벌써 이렇게 날씨가 추워졌나? 날씨에 맞지 않는 한기 같은 것을 느끼며, 새슬이 대충 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ㅡ 그래도 역시 햇살은 기분 좋다.
일렁이던 시야가 한 순간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문득 다시 되돌아왔다 싶을 때(아마 깜빡 잠이 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당연하게 학교 옥상 바닥이 있었어야 했을 곳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자리잡고 있다. 웅크려 앉은 사람의 다리가. 아? 고개를 들면 익숙한 얼굴이 시야를 채운다. 그런데... 평소와 같은 얼굴은 아닌 것 같지. 이마를 뒤덮은 서늘함이 서서히 열기를 앗아간다. 이상하리만치 뜨끈한 이마였다.
“어ㅡ 나?”
질문을 이해하기까지 아주 조금,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그런 질문이 왜 지금 튀어나왔는지 새슬은 알지 못 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소 맹한 얼굴에 몽롱한 눈을 하고서는 가만히 소년의 눈을 마주하다가, 아~! 하는 감탄사 비슷한 소리와 함께 뭐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헤실거리는 얼굴을 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엄ㅡ.”
괜찮지이. 그런데 손 되게 시원하다. 시답잖은 소리를 하면서 커다란 손에 슬쩍 고개를 맡겼다.
새슬의 얼굴 절반 정도는 넉넉히 파묻힐 수 있을 만한, 그런 하얀 손이었다. 퍽 시원했다. 하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새슬이 자신의 손에 열을 덜어놓도록 기다렸다. 차갑던 손이 미지근해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는 손을 뗐다. 다른 손을 내밀어주려는 걸까? 그러나 상황이 조금 다르다. 뭔가 부시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슬의 몸에 뭔가 미지근하니 따뜻한 게 덮어진다. 이젠... 꽤 낯익은, 검은 바탕에 흰 옆선 세 줄이 들어간 트랙탑이다. 그리고 뭔가 튼튼한 게 새슬의 고개등과 어깨를 감싸안는 게 느껴졌다.
"뒤로 푹 누워봐. 내가 받치고 있을 테니까."
그 말대로 등 뒤를 감싸안은 무언가에 체중을 실으면, 이내 새슬의 다리를 무언가 받치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번쩍, 하고, 새슬의 시선 밑으로 일 미터하고도 몇십 센티미터쯤을 움푹 꺼지는 세상. 혼자 솟구쳐올라 굴러떨어지듯 기대인 곳은, 꽤 낯익게 느껴진다.
다행히도, 새슬이 소년의 행동에 저항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순순한 편이었다. 사실은 하도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무언가 생각할 틈도 없이 휩쓸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체중을 등 뒤로 옮기며 고개가 힘 없이 휘떡 넘어갈까 싶던 찰나, 갑자기 시야가 훅 높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우와, 어지러워. 작고 맥 없는 짧은 소감.
“어디로, 가는데?”
달아오른 고개가 서늘함을 찾아서 소년의 목덜미를 슬쩍 파고들었다. 가까이서 들으니 숨이 조금 가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새슬은 재미있겠다ㅡ 하며 킬킬거리는 소리 따위를 웅얼댔다. 아마 하가 새로운 낮잠 포인트라도 발견했나 봐.
그렇게 새슬은 늘어트린 팔다리를 덜렁거리며 소년에게 들려 옮겨지기 시작했다. 아마 누가 보면 시체라도 옮기고 있는 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흔들리는 움직임에 맞춰 머릿속이 텅텅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로 가는데? 하는 질문에, 하는 달래듯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새슬의 정수리에 자신의 뺨을 살짝 부볐다. 그에게서 퍽 드문 애정의 편린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서슬에 새슬의 머리가 흔들리자, 하는 발걸음에 조금 더 조심해 균형을 잡았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흔들림이 훨씬 덜해졌다. 창밖을 문득 바라보면 푸른 하늘빛이 비껴드는 본관 1층. 창 밖에서 체육시간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하의 스니커가 복도를 저벅이는 나직한 소리뿐이었다. 문하는 새슬을 안아든 채로 몸을 조금 돌려 문에 손을 가져다대고 노크를 똑똑 했다. 그리고 교실에 흔히 쓰는 미닫이문이 아니라 보통의 문이 달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면 하얀 조명 아래에 알콜 냄새가 흐릿하게 맴돈다. 웅얼웅얼 뭐라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히 알아듣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다만 풍경이 조금 더 옮겨지더니, 옥상과는 비교도 안 되게 푹신한 무언가에 몸이 부드럽게 내려놓이는 게 느껴질 뿐이다.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낮잠 스팟을 찾아내기라도 한 걸까? 머리에 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삑 하는 소리가 난다. 다른 사람의 손이 하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보인다. 하가 짧게 한숨을 쉬는 게 보인다. 고개를 돌려보면, 보건선생님에게서 뭔가를 받아드는 하.
"유새슬."
그가 새슬을 부르는 방법은 퍽 다채로웠다. 이름만 부를 때도 있었고, 성을 붙여서 다 부를 때도 있었다. 그건 아마 딱히 본인도 별 분간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지금 그의 어조가 평소보다 특별히 누그러져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ㅖ... 일단 모두에게 머리 씨게 박겠슴다... 무엇보다 지금 자리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시아주에게도...
아무래도 사적인 거니까 길게 얘기하진 않겠지만 가족하고 친척들 문제로 멘탈 터질 일이 좀 있어서 수습 때문에도 참치에 대한걸 거의 잊을 뻔 했어. ;( 잊을만 하면 술렁거리다보니 내심 그러진 않을까 생각 정도는 했는데 이게 실제로 일어나면 예상이고 뭐고 없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더라.
내 일이 바쁜 거라면 일찌기 얘기 해놓고서라도 몇주 정도 참치를 쉬었겠지만 이런 갑자기 터진 일에 대해서 한시 빨리 말하지 못한 내 대처가 역시 부족했던거 같아. 기약없이 기다리기만 하다 상황을 놓쳤을 시아주에게도,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했을 참치들에게도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가 없네...
누군가가 베푸는 아주 작은 애정의 편린에 이상하게도 간절해질 때가 있다. 이를 테면 부드럽게 맞대오는 뺨의 서늘한 온기가 묘한 안정감을 심어 주는 지금. 마지막으로 이런 걸 느꼈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주 오래 전의, 지금으로선 희미한.. 어쩐지 그리운 감각.
소년의 어르는 소리에 새슬은 으응, 하고 앓는 소리인지, 대답하는 소리인지 모를 것을 흘리고는 몸에 조금 더 힘을 뺐다. 다행히 더 이상은 머리가 크게 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기분 탓인가, 아니면 익숙해진 건가. 체감상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일렁거리는 시야가 다르게 바뀌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계단, 파란 하늘, 익숙한 복도 같은 것들. 그리곤 문이 열리는 소리.
별안간 등허리에 푹신한 것이 닿았다. 콘크리트나 나무의 단단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렇기에 다소 생경하게 다가오는 감각이었다. 그런 것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으나, 괜히 어색한 마음에 미약하게 뒤척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부작거리는 소리는 곧 줄어들고. 붕 떠있는 것 같은 머릿속에 누군가의 웅얼거림이 구름처럼 흘러 내려간다.
이윽고 유새슬,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소년이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작은 알약 몇 개와 컵에 담긴 투명한 액체. 거기까지는 좋았다. 딱히 약 먹는 걸 싫어하거나 맛에 투정을 부리는 성정은 아니었으니. 그러나.
“......싫어.”
집에는 안 가. 분명히 평소보다 힘 없는 목소리였음에도, 묘하게 단호하게 느껴지는 거부였다. 약을 받으려던 손을 금새 거두고, 이제는 볼멘소리를 툴툴대기 시작한다. 조퇴하면 집에 가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