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키득키득 웃었다. 고맙다며 두 사람에게 손을 설래설래 흔들며 총총 다시 나가려 하고(죄 어디들 갔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홱 하니 한 마리 까마귀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창문으로 빠져나간 신은 열심히 머릿속으로 데굴데굴 굴렸다 코카콜라 맛있다 말이다 무지개와 강월 어느 쪽으로 할까요 하늘의 신님 말씀대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해졌습니다......
그냥 부동산이나 가자.
다시 인간인 신은 활짝 열어젖힌 부동산 문을 똑똑 두드렸다.
"이야, 안녕하세요~ 이번 싱크홀 일로 수사 나온 거, 청해경찰청...어쩌고... 후타바 신 경부라 카는데, 이런 건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신 씨라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파트들에 관해 뭐 물어볼 것은 없나 해서요~ 시간 괜찮으신 거 맞죠?"
(키라&해서웨이) "그야 뭐 익스퍼를 아는 입장에선 꽤 두렵긴 하네요. 아무튼 그러게나 말이에요. 이런 작은 크기의 싱크홀은 본 적이 없는데. 아파트가 무너질 정도면 보통은 엄청나게 클텐데. 이건 진짜 아파트만 쏘옥 밀어넣을 것 같은 크끼니까요."
"그리고 사실상, 정말로 이게 익스파라는 것이 연관되어있다면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을까요? 이 근방은 그 시간대면 다 출근하고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애초에 그것을 범인이 있다면 어떻게 알았을런지."
각각의 물음에 건우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난감한 표정을 짓다 그는 두 사람에게 한가지 사실을 밝혔다.
"그러고 보니,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입구를 통해서 탈출할 수도 있었을텐데 피해자들은 탈출을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뭔가 몸이 억눌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이 정보가."
(알데바란&유우카) "빨간모자?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그보다 빨간모자 청년이 내가 살던 아파트가 무너져 내릴 때 문을 두들기긴 했는데 말이야. 그 뭐라더라. 무슨 사인을 해달라고 하던데. 그 무슨 청원한다고 말이야. 아무튼 아파트가 무너졌으니 이제 어쩜 좋아. 젊은이!"
아무래도 그 할머니는 이번 사건으로 아파트를 잃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모양이었다. 정말로 원통한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푹 아래로 숙였다.
한편 유우카가 구멍 안을 들어다보면 구멍의 단면이 그다지 깔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로 깎아내린 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 외에 보이는 것은 싱크홀 주변의 지면이 그렇게 약하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단단한 것으로 보아 공사에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대체 왜?
(가을&동환)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복도 쪽을 조사해보면 흙먼지가 좀 가득하긴 했지만 정말 놀랍게도 내부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이건 추락한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허나 역시 1층과 입구 부분은 처참했다. 마치 모든 힘이 그쪽으로 쏠린 것마냥.
특히 입구 지대의 부분은 그야말로 파편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박살이 나 있었고 일부 작은 조각과 가루만이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 특별한 특이사항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다른 곳이 너무 말끔하다는 것이 특이사항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떨어질 것은 떨어지긴 했지만.
(유진) 유진이 찾아간 아파트는 강월 아파트였다. 특별히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옥상 부근에서 한숨을 쉬면서 아파트 값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야 우리도 이사 가는게 낫지 않겠어? 더 떨어지면 큰일이잖아." "아니. 그래도 지금 이 값에 어떻게 팔아. 안돼. 안돼."
(화연&애쉬) "그 조사는 할 수 있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추적이라는 것이 쉽진 않으니까요. 양해바랍니다."
화연의 요청에 경찰은 조금 난해한 표정으로 일단 시도는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금방 나올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허나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참고로 영상의 사람들은 모두 신원 파악이 끝났습니다. 아마 이건우 경장님이 알고 계실 겁니다. 아파트 부근에서 수사를 한다고 듣긴 했는데."
한편 애쉬의 물음을 들은 경찰은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래도 동일인물이 아닌 모양이었다.
"신원파악은 다 끝났는데 다른 사람입니다. A 물류와 B 물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일터도 달라요."
(청림) 현장을 파악하고 있던 청림은 곧 경비를 만날 수 있었다. 만약 특이사항을 물었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파트가 저렇게 된 것이 특이사항이죠. 뭐. 아. 그러고 보니 민원이 왔었어요. 자꾸 누가 문을 두들긴다고 시끄러우니까 좀 어떻게 해달라고 했던가. 그래서 일단 계속 그러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그 이외의 특이사항은 특별히 없었던 모양이다. 다른 질문을 하는게 좋을까?
(연우) ㅡ조건이 너무 복잡하지 않나? ㅡ일단 조사는 해보겠지만 다른 조건은 없는건가? ㅡ애초에 능력을 사용하는데 1시간 정도의 상황이 벌어질리는 없어. 보통은 바로 발동할테니까. 애초에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효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릴 순 있겠지.
일단 프로키온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래도 시간으로 추정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케이시) 갑자기 통증이 가라앉는 것에 남성은 슬쩍 기웃하며 자신의 다리 쪽을 바라봤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일단 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는 협조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뭘 설명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때 아마... 누가 문을 막 두들겼어요. 그래서 시끄러워서 문을 열고 나가니까 왠 아저씨가 무슨 종이와 펜을 주면서 싸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청원을 모집하고 있다나? 대충 읽어보니 뭐 공사를 위한 동의..그런 것 같던데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처에 집이라도 새로 짓는건지. 아니. 애초에 그런 소식 자체를 못 들어봤는데. 아무튼 사인을 해주긴 했거든요.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와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 다리가 팍 하고 부러졌어요. 뭔가 무서워서 뒤로 물러났고 어떻게든 기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책상 밑에 숨어있었다고요. 으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때를 떠올리며 정말로 겁을 먹었는지 남성은 절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 "아이고. 어서 오세요! 손님! 아. 손님도 아파트 보러 오셨나요? 아. 그렇다면 아주 좋은 기회에요. 좋은 기회!"
이어 부동산 업자는 무지개 아파트에 대한 전단지를 넘겼다. 그리고 조금 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요 근래 아파트가 막 가라앉고 그랬잖습니까. 그래서 지금 그 아파트 값이 많이 떨어졌어요. 옛날에 비하면 거의 반 이상 떨어져버려서. 입주하려면 지금이 기회 아닐까요? 아. 그런데 이후에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거고. 솔직히 업자들 입장에선 속 쓰리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아니. 이 정도면 좋은 가격인데 전에 보러 온 이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바로 나가더라고요. 참 신기한 손님이긴 했죠. 솔직히 제가 좋은 기회라고 말하긴 했는데 손님. 싼 값은 탐날수도 있는데 입주하면 큰일날수도 있으니 역시 다른 곳은 어떨까요? 그러니까...그 무너지면 큰일나잖아요. 다음에 또 온다는 그 손님도 제가 필사적으로 말려야했나 싶고. 아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뭘 물어볼 참인가요?"
확실히 평범한 붕괴현상이라면 아파트가 가라앉는 사이에 충분히 빠져나갈 사람은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아파트 정도만 무너질 정도의 싱크홀, 그리고 몸이 억눌리는듯한 느낌을 받아 쉽사리 탈출하지 못한 피해자들... 아무리 생각해도 익스퍼가 할만한 지극히 계산된 행동이라 할수 있었다.
"확실히... 도움이 되고도 남을 정보네요. 범위가 좁혀진다 해야 할지..."
만약 범인이 다수가 아닌 한명뿐이라면 꽤나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을까?
"지반을 가라앉게 할수 있을만한 것... 그리고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짓누를 수 있는 것... 단순히 몸이 안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에 억눌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투명한 압착기라도 있었나보네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흠... 혹시 그 사인 받아간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시나요? 혹시 모르니까요."
어디까지나 만약의 경우다. 전혀 무관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에 의한 범죄라는 게 거의 확실시된 이상 수상한 사람은 전부 체크해야 했다. 나중에 CCTV 쪽을 확인하러 간 인원과 맞춰 보면 되겠지. 만약 그런 건 왜 묻냐고 한다면 적당히 사기꾼일지도 몰라서 그런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다.
"그럼 혹시 사고 당일이나 전후 며칠 동안 아파트 내부에서 이상한 건 못 보셨어요? 꼭 벽이 갈라지거나 그런 건 아니어도 괜찮고, 그냥 복도에 못 보던 물건이 놓여 있었다, 정도라도 괜찮아요."
일단 이쪽도 녹봉 받아먹는 입장인데 조사는 제대로 해야죠, 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단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무 열정적으로 조사하면 되려 의심을 가질 지도 모르니까. 물론 문제가 될 정도라면 나중에 그 관리부란 데서 사람을 보내 해결해 줄 테니 별 걱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