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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3VZ.RlE

2021-09-30 10:14:49 - 2021-11-07 19:55:37

0 ◆.Th3VZ.RlE (LO6T03wXow)

2021-09-30 (거의 끝나감) 10:14:49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오는 길 가는 길 인사하면서 삽시다

- 진행은 중단문의 빠른 템포로 이어집니다 . 어장에 참여하지 않는 동안에도 어장의 시간은 지나갑니다

- 질문은 언제나 달갑게 받습니다

155 魅靈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1:46:55

>>14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자신도, 시간도. 어쩌면 영원의 공간에 버려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며 눈을 깜빡였다. 그저 광활한 사막일 뿐이었다.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 별다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막연히 걸어나갈 뿐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왜 이 곳에 있는 것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156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1:47:11

다들 좋은 오후! 반응이 늦었다 ㅜㅡㅜ

157 성인주 (IfGM0c1ZDw)

2021-10-01 (불탄다..!) 11:49:16

다들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

158 론메기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14:11:14

론멕 데이드림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걸 안다면?」 
-뭐 어쩌겠어요. 저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사람을 좋아하는게 더 행복한 길이라면, 축복을 비는게 올바른 태도이겠죠.
...저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그 사람이 저 덕분에 행복해지진 않을 테니까 (중얼)
2. 「외로울 때에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익숙해요, 혼자 있는건. 적어도 혼자 있으면 연기는 그만 해도 되니, 외롭더라도 감당할 만할지도요.
3. 「싫어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짓을 하면?」
-어떤 짓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꼭 마음속에 기억해두고 대가를 치루게 할 기회를 봐야죠, 뭐.
#shindanmaker #당캐질
https://kr.shindanmaker.com/1079210


다들 좋은 점심입니다!

159 론멕 데이드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14:19:34

>>51
모래의 분수가 그녀의 시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지독하게 정적인 사막 한복판에서 나타난 이변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 모습은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중 고래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이 분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른다. 그녀에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아니면 관심조차 없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목표로 할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지가 되는 것이었다.
론멕은 그대로, 분수가 나타난 위치를 짐작한다. 얼마나 멀었고, 얼마나 거대했는지를 생각하며, 또 언제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모래의 분수를 기다린다.

160 애셔주 (G8voMdaWHI)

2021-10-01 (불탄다..!) 14:23:17

허허 갱신합니다.
결국 어영부영하다 금요일 오후네요.

161 론메기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14:25:11

애셔주 어서 와요!(환영)

162 성인주 (FTh9Vq7ofY)

2021-10-01 (불탄다..!) 15:10:42

론맥주 애셔주 어서오세요!

163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23:12

>>155



마냥 걷는 것만으로는 걸쇠 걸린 생각의 창을 여는데 역부족이었다

변화를 모르는 노을색의 사막은 태양의 열기를 머금었음에도 언 것처럼 보였다

무게가 거의 실리지 않은 당신의 발자국으로는 잠든 사막을 깨우지 못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표류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당신이었다

돌아갈 장소를 모르니 어쩌면 저보다도 최악이었지

한도를 모르는 무료함이 독이 되어 당신을 해칠 수도 있을까

모르는 일이다 . 당신만이 알 일이었다


165 魅靈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34:48

>>163

그녀는 하염없이 걸었다. 걸어온 발자국은 사막의 열기에 녹아내리듯 사라지고야 만다. 그러나 그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의미없이 다리를 움직이자 미뤄두었던 생각더미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난 누구지?

그녀는 그제야 제 옷가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제 피부의 감촉은 어떤지, 몸은 앙상한지, 머리카락은 긴지. 제 몸을 더듬어보기 시작한다.

166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35:03

앗 이름을 안 썼다!
다들 좋은 저녁이야!

167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8:36:36

>>7

한때 샤를로테 발렌타인이라 불리던 존재는 이제 무명의 소녀가 된 채 수동 휠체어와 함께 어딘지 모를 사막 한복판에 쓸쓸히 내버려져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융단처럼 펼쳐진 모래들 사이에서 금발에 왜소한 소녀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모래들 속으로 삼켜져 버릴 듯 연약해보였다.

소녀는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그리고선 눈부시게 내리쬐는 태양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는 한참이나, 태양을 응시한다는 의미없는 행동을 계속하더니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한 빛으로 시야가 얼룩져 있었다.

// 안녕하세욥

168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36:37

>>159



“ 백경까지 나타났나 . 영감의 노망이라 생각했더니 아니었나 보네 ”

모래 분수에 한 눈 팔지 않았다면 먼저 눈치챌 수 있었을까 . 아마 아닐 것이다

언덕에 오른 당신이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이 무엇이었나 . 당신의 위치에서 발견하지 못할 인영이 있을 리 만무했다

소프라노의 진절머리 내는 음성은 -

당신의 배후로부터 나타난 소리는 눈앞의 당신보다도 저 멀리서 잠시 보였던 모래 분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169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37:19

조오오오은 저녁입니다 . 내일은 늦잠을 잘 거야 ..

170 성인주 (IfGM0c1ZDw)

2021-10-01 (불탄다..!) 18:37:48

안녕하세요오!

171 론메기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18:41:20

오 캡틴-하이!(캡하라는 뜻)

172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41:23

샤를로테주 성인주 레주 다들 반가워 어서와!

173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41:51

론메기주도 안녕! >.0

174 성인주 (IfGM0c1ZDw)

2021-10-01 (불탄다..!) 18:42:10

모두 안녕하세요오!

175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47:31

성인주 론멕주 매영주 샤를로테주 다들 굿 이브닝입니다 - 답레 쓰는 기계인 캡은 금방 답레를 준비해오겠습니다 ...

176 샤를로테주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8:49:42

(기름칠을 해드린다)

177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50:37

>>165



자신의 신체였기에 낯설 리 만무했다 .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색으로 덧칠되었지만 당신 안의 회로는 건재했기에

당신은 금방 자신의 상태가 정상에 가깝다 알 수 있었다

건장함과는 거리가 먼 당신의 체격이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당신의 보통이었다

당신은 이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최고와는 거리가 먼 이것이 자신의 최선의 상태라

당신은 이것이 ─


178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8:51:19

>>176

( 휘발유 부어지는 중 )

179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56:52

>>177

손 끝으로 푸석한 피부의 촉감이 느껴졌다. 남들보다는 조금 차가웠고, 약간 매말랐다. 머리카락은 길었고 결이 좋지는 않았다. 담담한 무채색으로 조합된 옷가지는 기억나지 않는 그녀 본인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이게 나였구나. 그녀가 걸음의 속도를 낮추었다.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내 이름이 뭐지? 그녀가 매마른 제 손을 만지작 거렸다. 무언가 목구멍에 탁 걸리다, 그르륵 떠밀리고야 만다.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여자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광활한 사막의 풍경이 건조한 눈동자에 스며들었다.

180 매영주 (M..cmp4Trk)

2021-10-01 (불탄다..!) 18:57:21

아악 또 나메칸 실수를......!
매영주는 멍청이야..

181 샤를로테주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8:58:19

>>178 우린 이것을 세례라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182 샤를로테주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8:58:43

>>180 (닦토닦토)

183 성인주 (IfGM0c1ZDw)

2021-10-01 (불탄다..!) 19:00:44

>>180 (토닥토닥) 나메 실수는 누구나 하니

184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9:14:23

>>167



계속 바라봤다면 일광의 눈부심에 눈이 멀어버릴 수도 있었을까

아니

이 세계의 태양은 당신이 알던 태양과 달라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눈에 아른거리던 잔나비는 나타나기를 그러했듯이 눈치채면 갑자기 사라져 있었다

당신이 진정으로 관심 가져야 할 것은 하늘의 태양보다도 가까이에 있었다

그것은 태양조차도 속을 다 비추지 못하는 짙은 어둠이었다 . 당신의 그림자에 이어 붙어 당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이기도 했다

언제부터 당신을 지켜봐 왔던 걸까 . 그것은 스스로 바란다면 당신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거리에서 당신을 지켜보았다


185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9:20:30

>>184

소녀의 눈이 적응할 때 즈음 소녀는 그림자 속에서 푸른 눈을 발견했다. 태양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짙은 어둠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샅샅이 살펴 정체를 파악하려는 듯이 큰 눈을 그리로 돌렸다. 그리고서는 느린 동작으로 그림자를 향해 손을 살그머니 뻗었다. 마치 길고양이에게 내미는 손처럼. 소녀가 혀를 말아 소리를 냈다.

"이리 온?"

소녀의 목소리는 모깃소리만큼 작았지만, 정적이 모래알의 수만큼 깔린 사막에서는 또렷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186 론멕 데이드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19:25:57

>>168
지금 이 뒤에 나타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난 이에 대해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사람이라면 응당 가질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본다. 이 넓은 공간에서 의사가 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이었다.
"저기... 혹시 이 모래 분수... 아니,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세요.. ?"

187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9:27:37

>>179



당신은 걸을 만큼 걸었다 . 앞으로 나아갈 길에 비하면 얼마 안 되겠지만 당신의 신장을 몇 번이나 넘는 거리였다

사막의 오지에서 깨어나 수십 분 . 스스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지 벌써 저 정도나 지났던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의 육체는 건강했다 . 무엇 하나 소모되었다는 실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자신만의 완벽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 무너지지 않는 완벽이라는 이름의 벽 . 이것에 당신은 위화감을 감지했다


188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9:38:42

>>185



당신의 완만한 움직임에 그것이 응했다

당신의 그림자를 거슬러 오른 그것은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두 다리를 단단히 붙들어 매었다

다리의 감각을 모르는 당신이라도 알 수 있었다 . 여기서 더 조르는 힘이 강해진다면 당신의 두 다리는 수수깡처럼 부러지리라

저것의 의미 모를 행동에 당신은 ─


189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9:46:31

>>186




“ … 사막이잖아 . 한 눈에 봐도 알겠다 얘 ”

당신이 바란 대답은 아니었다 . 심드렁한 목소리 . 업신 여기는 목소리 . 당신이 모르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배우라 해도 믿을 분명한 발음과 발성으로 당신에게 이어 말했다 . 거기서 비켜서라 말했다

이에 당신은 ─


190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19:48:31

>>188

"이리 와 주었구나. 착하다.."

과거에는 샤를로테라 불리던, 지금은 이름을 잃은 소녀는 이 사태의 위험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평탄한 어조로 그것을 쓰다듬으려 했다. 그것을 쓰다듬을 수 있는지는 둘째치더라도.

"하지만 그렇게 매달리면 다리가 부서져버려."

소녀의 긴 속눈썹이 산뜻하게 서로 맞붙었다 떨어졌다. 부서져버린다는 실로 무시무시한 단어를 입에 담고 있으면서도 소녀는 교과서라도 읊고 있는 듯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191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19:59:42

>>190



당신의 어루만지는 손길이 저것에게 심경의 변화를 가져다주기라도 한 걸까

당신의 다리를 조이던 힘이 약해지더니 저것의 모습이 변했다

당신을 다리를 묶던 검은 띠에서 한 겹의 천으로 변해 당신의 다리를 덮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면 - 당신의 다리가 멋대로 휠체어의 발판을 벗어났다


192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20:04:39

"...너는 뱀이 아니구나?"

형태가 변한 그것을 내려다보며 소녀가 감탄사도 아닌 말을 나직히 읊조렸다. 그것의 형태를 보며 뱀이거나, 최소한 뱀과 비슷한 생물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소녀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두려운 기색이 약간 섞여들어 있었다. 회색 눈망울의 빛이 흐려졌다.

194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0:21:46

>>192



당신의 생각이 맞을 테지 . 하지만 당신의 두 다리는 저것이 바라는 대로 사막을 걷기에는 너무나 앙상했다

오랜 세월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두 다리였다 . 걷기는 커녕 휠체어에서 내리면 기는 것도 여의치 않을 터다

얼마 안 있어 저것도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

저것 -

검은 것은 수 차례 관찰한 끝에 당신의 다리가 사막에 서기에 적합지 않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이에 검은 것은 당신의 다리로부터 벗어나 휠체어에 관심을 보였다 . 그러더니 얼마 안 있어 휠체어의 바퀴가 달릴 수 있도록 당신의 앞에 검은 길을 준비해보였다


195 론멕 데이드림 (D1nq6qq816)

2021-10-01 (불탄다..!) 20:24:33

>>189
...좋은 취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대화를 받아준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에 만족하자, 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완전한 무시보다는, 냉대가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몸은 소심한 동작으로 그녀의 앞에서 벗어나지만, 알아듣기에 충분할 정도로 또박또박 말을 한다.
"그런데, 아니 그래도... 제가... 여기 왜 왔고 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하나도 모르겠어서 그런데... 좀... 도와줄 수 있나요? 진짜 바보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 좀만 알려주시며는..."
...아니 정정. 또박 또박은 아니었던거 같다. 지금의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이 환경은 그녀를 알게모르게 몰아넣고 있었다. 그래도, 알아듣기에는 충분한 발음이었으니 다행일까.

196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20:27:06

>>193

처음에는 겁을 먹었던 소녀에게 묵묵히 다리를 내려다볼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동안 소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차차 받아들이고 있었다. 소녀의 금빛으로 점철된 머리카락을 넘어 매끈한 두개골 속에서는 자신의 정체에 대한 탐구가 가속되고 있을 것이다. 다시금 휠체어에 앉은 소녀는 곱게 조형된 것 같은 입술을 모아 천천히 바람을 내보냈다. 예민한 누군가가 소녀를 보고있었더라면 소녀의 안도감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수동휠체어의 바퀴는 모래속에서 푹푹 빠져들 것이었다.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자신의 다리가 건강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듯이 말이다. 소녀는 휠체어의 바퀴를 굴려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 손이 굳어있었지만 점차 그런 기색은 옅어졌다.

197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0:51:06

>>195



서로의 성격이 이렇게나 다르면 어떻게든 오해가 생기는 법인가 보다 . 입장의 차도 그것을 옆에서 거들었겠지 . 세련되게 다듬은 갈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당신을 대신해 언덕에 나서는 목소리의 주인

무방비하게 드러난 등에 당신이 몇 마디 호소의 말을 붙이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이를 듣는 척도 않으며 팔을 앞으로 뻗었다

말보다는 행동이라는 걸까 . 하나 확실한 것은 저 자리에 서 있던 게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신은 안도해야만 한다는 거다

“ 스피어 Sphear ”

무심한 목소리였다 . 식을 대로 식어 열기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하여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나 . 저 한 마디에 나타난 철의 방패가 당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우박을 튕겨내리라

당신의 머리 만한 우박이 연달아 떨어지는 가운데 목소리의 주인이 당신을 살폈다 . 비스듬히 목을 꺾어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은 장난기로 가득했다

“ 멋진 구경하네 ”

과연 당신이 동의할 수 있는 말이었을까


198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0:59:58

>>196



당신을 위해 길을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검은 것

언덕과 같은 험한 길을 버리고 완만한 길로만 당신을 데려가는 것을 보면 검은 것은 분명 당신의 연약함을 배려하고 있었다

당신을 인도하면서 당신이 지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었다 . 흰 토끼가 이 정도로 배려심이 있었다면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관광도 한결 쉬웠을 텐데

하지만 당신이 이를 다행이라 생각해도 되려나

당신은 여전히 저 검은 것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모르는 상태다


199 魅靈 (M..cmp4Trk)

2021-10-01 (불탄다..!) 21:10:43

>>187

여자는 걸었다.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묘한 기시감이 그녀를 감싸는 것이다.

다리가 아프지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지도 않았다. 마치 처음에 눈을 떴던 그 때와 같았다. 시간이 지나질 않는 것일까? 그녀가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왜... "

그녀가 뒷말을 뭉그려뜨렸다. 이해할 수 없을 일이었다.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 관찰하기 시작했다. 정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인 것일까?

그녀가 눈꺼풀을 찡그렸다.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200 샤를로테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21:13:48

>>198

소녀는 그것의 배려심을 어느 순간부터 눈치챘지만 눈치챘음을 나타내는 얼굴근육의 움직임이나 분위기의 변화는 없었다. 그저 소녀는 침착하다기보다 무심해보이는 표정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굴리고 있을 뿐. 그러면서 소녀는 곁눈질로 길을 벗어난 모래벌판을 흘끗거렸다. 마치 유사시에 그리로 몸을 던져 기어가기에 적합한지, 충분히 부드러운지를 가늠하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소녀가 자신의 생각을 입밖으로 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없다.

소녀는 멀리를 보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다. 길이 향하고 있는 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목적지에 당도하기 전에 알아낼 수만 있다면 좋을 터였다.

201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1:21:45

>>199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세계 . 모든 것이 완성에 이르러 변화의 가능성을 상실한 세계

당신의 생각이 맞다면 당신 또한 그렇다는 소리가 된다

당신 또한 사람으로서 완성되었다는 말이 된다

사람을 완성시키는 것 - 무엇이 당신을 완성시키는지 - 당신은 대답할 수 있을까


202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1:36:01

>>200



겉보기에 사막의 모래는 푹신해보인다

바란다면 사막은 당신의 투신을 다정하게 안아주겠지

하지만 당신이 당신의 힘으로 저 위를 헤엄칠 수 있냐는 별개의 문제로 - 억셈과는 거리가 먼 당신의 팔이기에 스스로의 무게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싫어도 당신은 검은 길 위를 따라가야만 했다 . 눈살 찌푸린 눈이 무엇을 발견하더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다 . 다음에는 세 마리였지

당신이 저들의 생김새를 살피면 파리의 머리에 늑대의 몸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3 샤를로테주 (4zRXdmbNws)

2021-10-01 (불탄다..!) 21:40:42

샤를로테주는 오늘 여기까지만 하구 들어가 쉬겠습니다!! 길을 안내해주는 상냥한 아이는..... 누에쨩이겠죠? 흠흠 앞으로가 궁금해집니당
조은 밤 되세욥!

204 ◆.Th3VZ.RlE (RMzsHwR5hU)

2021-10-01 (불탄다..!) 21:41:21

>>203 헤버 나이스 드림인 겁니다 . 수고하셨어요 샤를주 !

205 성인주 (IfGM0c1ZDw)

2021-10-01 (불탄다..!) 21:42:58

수고하셨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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