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에서 배정 받은 개인실이 각자에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방은 본교의 방보다 훨씬 깔끔한 축에 속했다. 최소한의 필요한 짐만 가져왔으니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분교에 머무르는 내내 개인실에 있기보다 교내 돌아다니기를 더 많이 했다. 구석구석 안 가본 곳 없이 다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듯. 후에 또 올거란 보장이 없는데도 말이다.
하릴 없이 돌아다니다 마주친 누군가가 뭐하냐고 물으면 산책이라고만 대답하고 다시 걷는다. 온종일 돌아다니는데도 지치거나 피곤하지도 않은가보다. 그야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는 초콜릿이나 사탕 따위를 먹으면 그럴 만도 하지만.
"....아, 여긴."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던 중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분교 중앙계단 앞이었다. 플루가루를 쓸 수 있는 그곳 말이다. 여기 온 첫날, 귀가를 포기한 그녀로서는 딱히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 주변을 졸랑졸랑 돌아다니다가, 계단에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먹다만 바크 초콜릿을 꺼냈다. 한조각 뚝 잘라 우물우물 입안에서 굴리며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쭈주라는 이름도 오랜만에 들어보네 :D 다들 안녕 반가워~! 나 없는동안 어장은 무사히 잘 있었어? 진행은 어디까지 갔구.. 크고작은 떡밥은 또 뭐가 풀렸는지 궁금하구... 궁금한게 산더미인데 한번에 다 풀어놓으려니까 글이 잘 안써지네. 아무튼 격한 환영 고마워..! (부끄러움)
마주치는 가문원마다 백정에게 인간이 이렇게 귀여울 줄 몰랐다며 오레오와 머글 과자를 품에 안겨주는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을 하라고 했더니 머글 과자를 어디서 구해오고 있다. 그는 크리스틴이 머글 과자를 한가득 가져오자 "자네까지 이러기 있나?" 하고 물었고, 크리스틴은 "네. 그리고 캐서린이 자기는 죽어도 못하겠다고 쨌어요." 라고 답했다. 그는 캐서린의 머리에 반드시 머글의 지팡이로 동그랗고 작은 구멍을 내주겠다고 다짐했다. "이 개ㅆ.."
그는 심호흡 한다. 욕을 배우게 할 수는 없다.
"잠깐 다녀오마.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 일이 벌써 4시간 전이다. 세상에서 제일 짜증나는 순간은 쉬고 있을 때 일이 들어오는 거고,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을 때다. 그는 엉클 톰이 과거 살던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 지하에는 영원히 잠든 자신의 충정이 있다. 그의 세심한 손길로 갈기갈기 찢긴 피부는 완벽해졌고, 부족한 부분은 솜으로 정교하게 채웠다. 그는 오랜만이라며 밀랍같은 뺨을 쓸었다. 이후의 일은 간단했다. 몸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방부액을 교체했고, 그 구멍을 다시 채우고, 유리관에 눕혔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장미가 아스라히 핀 정원을 지나치다 기어이 지쳤는지 한곳에 기대 앉아 잠들었다.
그의 몸이 천근만근이며 이젠 걷는 것조차 체력이 닳았으니 어쩔 수가 없다. 조금만 쉬다 가고 싶었다.
그는 나가기 전에 크리스틴에게 기어이 스투페파이를 쐈다. 눈을 부스스 뜬다. 짧은 잠은 달콤해 그를 계속 끌어들이려 시도했지만, 손톱 부딪히는 소리는 그를 꿈에서 단박에 끌어냈다. 여기는 그와 영원한 충정밖에 없다. 가문원도 그를 이렇게 깨우지 않는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책을 읽고 괴기한 경험을 한 다음날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 시내 빵집으로 향했다. 시내 한가운데에서는 다양한 냄새가 난다. 이런저런 냄새가 섞인 불쾌한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닌 걸어갈때마다 냄새가 바뀌는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걸어가면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걸어가면 육수냄새가 허기를 지게하고 걸어가면 타코야끼 냄새와 후추, 향신료냄새가 가지각색의 향을 뽐내고 있었다.
얼마만에 되찾은 여유일까. 사실 그동안 주양은 여유로웠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음에도 오늘은 평소보다 특별히 더 여유롭고 느긋한 느낌의 하루였다. 잠시 학교 기숙사를 떠나 본가에 와 있는 시간. 그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당당하게 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 더 이상 예전의 힘없는 서주양이 아닐 것이라며 선전포고 비슷한 무언가를 나직히 속삭이기도 하고. 전부 적기에는 방대한 양의 일이. 주양에게도 역시 있었다.
"우리 꼬맹이들은, 뭘 하고 있으려나~"
잡다한 생각들은 미뤄둔 채. 얼마만에 올려다보는지 모를 하늘을 한껏 눈에 담으며 자신의 방에서 나와 가볍게 바깥공기를 쐬고 있었다. 잔잔한 바람이 머릿칼에 와닿아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형용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젠 조금 익숙해질것 같은 느낌. 다른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불편하지 않도록 올려 묶었던 머리칼을 푸르며,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이변은 언제나 순식간이다. 맨 처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빨간 하늘이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청명한 가을하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옥의 하늘을 그려낸다면 딱 지금의 모양새가 나올까. 생각지 못한 모습에 주양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두 번째로,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주양의 신경을 자극했다. 소리는 나지만 사람은 없다. 상식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마주할때만 하겠는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겉으로는 애써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어, 음. 기분 잡치기엔 딱 좋은 분위기네~ 이건 누구의 장난질일까나, 응?"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당장 무언가를 마주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을 느끼며, 주양은 자신의 지팡이를 들었다.
>>48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볼빨묵 이모티콘도 오랜만이야~! () 후후 좋아 바로 그거야 관마차로 사람 치고! 관마차 안에 싣고 다니는 관짝은 사실 안에 아무것도 없고! 치인 사람만의 관짝이라는 비설도 붙어있어줘야 하고! 바로 이맛이야~! :D (폭주)()